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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월 “말과 글은 일종의 화살표와 같아요”

『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해리포터는 현대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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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를 개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같이 대하는 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거든요. 어떤 악한 사람을 만나도 그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은 내가 그와 같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고요.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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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사로 살던 이제월은 이후 공부방, 대안학교 등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가르치는 일을 했다. 공부하고, 배움을 나누는 일을 꾸준히 해온 그는 읽는 일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더 많은 사람과 깊이 읽는, 그리하여 제대로 사유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시작한다. 공부집단 ‘현현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현현당에서 이제월이 사람들과 처음으로 읽은 텍스트는 다름 아닌 ‘해리포터 시리즈’. 그 강의가 『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으로 묶였다. 


왜 해리포터였을까. 이제월은 이 안에 “하나의 완전한 비유”로써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보편적이며 고전적인 이 이야기가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에게 다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월의 해리포터 읽기는 제목과 헌사, 인물 읽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질문한다. 인간의 연약함을 알지만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로까지 뻗어나간다. 차별과 혐오를 사유하고,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다. 해리포터라는 훌륭한 이야기를 도구 삼아 이제월은 삶을 바꾸는 생각의 단초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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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작품


공부집단 ‘현현당’에서 진행한 읽기강의 첫 책이 ‘해리포터’ 시리즈였다고요. 다른 책이 아닌 해리포터라는 텍스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긴 해요. 판타지란 가상의 것들이어서 판타지가 아니에요. 사실 모든 픽션이 가상이죠. 그 중 판타지가 갖는 위치는 그 가상이 기존 현실과 상관없이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별도의 세계를 만들어버리죠. 가령 『남한산성』이 판타지적이지만 판타지가 될 수 없는 것은 그 픽션은 전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의 나머지 모습, 실제 역사까지 끼어든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판타지란 그 세계의 질서, 원리, 상식, 문화 등을 기본적으로 다 설정하거든요. 일반적인 픽션에서 어떤 사건, 인물 성격이 어느 만큼은 우연적이라면 판타지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도 전부 본질적이고요. 전부 상징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본질적인 이야기를 할 때, 특히 하나의 완전한 비유로서 이야기할 때는 판타지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완전한 비유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네요.


예수나 부처 같은 분들도 중요한 얘기를 할 때 항상 비유를 드셨잖아요. 그분들에게 철학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비유로 말할 때 그 이야기가 통째로, 살아있는 채로 본질적인 것들을 전해주기 때문이라고 봐요. 물론 그렇다 해도 현현당을 처음 할 때 어떤 책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했죠. 첫인상을 형성하는 거니까요. 처음엔 진지하게 목록을 짜봤어요. 그런데 아내가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는데 되겠냐면서 지나가듯 해리포터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듣고는 그게 맞는 것 같아서 해리포터로 결정하고 책을 다시 정독했죠.

 

다시 읽어보니 어떻게 다르던가요?


그냥 읽었을 때는 놓쳤던 것들도 있더라고요. 90년대에 해리포터가 처음 나왔을 때 1, 2편을 보고는 좀 평범한 작품으로 여겼거든요. 이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탐독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작품을 쫓아가보기 시작했어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보면서 이 작가가 앞 작품에서는 준비를 한 것이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펼쳐지는구나, 하고 알게 됐죠. 그러면서 나머지 작품과 영화를 찾아봤어요. 이 이야기는 굉장히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고, 학생들과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해리포터 시리즈의 구체적인 미덕이라면, 뭘까요? 강의의 도구로 삼을 만큼 매력적이고, 이야기로써의 가치가 있다고 본 이유는 뭔가요?


해리포터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읽었어요. 우연히 읽은 게 아니라 굉장히 열광하며, 사랑하면서 읽었잖아요. 이 인류 단위에서 펼쳐진 사랑이 무가치하거나 약한 것일 리 없다고 봤고요. 대중의 취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면서, 배우는 자세로 읽은 거죠. 심지어 그 안에서 발견한 보편성과 세계성에는 특별한 특징이 있었어요. 하나는 작가가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데에 욕심을 내고 있지, 미문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영문을 보더라도 그래요. 사용된 단어 수도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다른 하나는 익숙한 문화 코드를 기꺼이 가져다 쓰고 있다는 점이죠. 익숙한 것들로부터 이야기를 펼친다는 것은 모두를 초대했다는 거예요. 마치 예수가 잔치에 초대한 사람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오니까 왕이 하인들을 시켜 길거리로 나가서 아무나 데려오게 했다는 비유처럼요. 작가는 문학으로부터 등 돌린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잔치를 벌인 거예요.

 

대중들이 열광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아요.


그러한 속성을 더 강화시킨 것이 문장이 가진 육체성이라고 생각해요. 추상적인 묘사가 거의 없어요. 그런 묘사가 있어도 우리가 평소에 쓰는 정도의 단어들로 하죠. 우정, 정직 같은 별로 심오할 것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직접 해요. 그런데 이게 발화되는 순간에 굉장히 심오해지거든요. 각자의 삶의 결, 무게, 길이, 그 스펙트럼에 따라 거의 무한대의 변형을 가져와요. 그걸 여기서 울려내는 거죠. 또한 작가가 모든 것을 과도하게 정의하거나 그것이 아니면 절대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문장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읽는 사람이 누구든 자신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요.

 

해리포터라는 인물에 대해 ‘빈 인물’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그와 같은 의미네요.


네, 인물이 차 있을 때도 강렬함을 끌어낼 수 있는데요. 그러면 그걸로 끝나요. 어디 갔더니 멋있는 경치가 있더라, 하고 돌아오는 것과 비슷하죠. 조지프 캠벨의 표현을 들자면 꿈은 개인이 꾸지만 만일 집단이 꿈을 꾸면 그것은 신화가 된다고 하거든요. 해리포터는 현대의 신화를 만든 거예요. 신화는 한 편으로는 이 세계를 이해하게 해주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아직 어린 사람이나 삶의 변두리에서 몽롱하게 있는 사람을 일깨워서 어른이 되게 하거든요. 과거 수많은 문화에서 어른이 되는 성인식이란 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내하는 거였어요. 굉장히 생생한 것이었는데 오늘날에는 그런 게 없잖아요. 때문에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 많은 상태죠. 이 작품은 그 어린 시절 했어야만 한 것들이나 알고도 외면했던 것들, 잘 몰라서 지나친 것들을 다시 경험하게 하면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여느 베스트셀러와 다른 가치가 있는 책들이라고 봤어요.

 

그 중 흥미로운 것이 스네이프 교수를 읽어냈다는 점이에요. 가장 은폐된 인물, 가장 그윽하고 강력한 인물이라고 봤잖아요.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 데에는 언제나 단 하나의 처음만 존재하죠. 의미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요. 더 고대의 것일수록 참된 것이고, 다음에 오는 것들 전부를 규정하는 거죠. 어릴 때의 경험이 다음 경험을 규정하듯 말이에요. 단순히 시간적인 순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원성을 가진 것과 상관있다면 그것은 나머지보다 더 중요해요. 예를 들어 누가 누구를 사랑할 때요. 그것을 본인과 타인이 인지하는 데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그가 처음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사랑은 이미 작동하고 있어요. 사실 작가가 처음부터 스네이프가 그런 위치를 갖는 것으로 설정했는지 잘 몰랐어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것뿐이죠. 이 이야기가 말이 되려면, 진실성을 가지려면 스네이프가 처음부터 해리를 더 깊은 의미로 사랑하고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어요. 수업 중에 학생들을 통해서 작가가 실제로 그렇게 구상하고 이를 소수의 사람들에겐 알렸다는 것도 알았지요. 근원적인, 어떤 호오를 다 덮을 만큼의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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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위대함


결국 해리포터라는 잘 짜인 이야기를 도구 삼아 ‘읽기’에 관해 말하고 있거든요. 첫 문장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이 아닌 것을 함께 읽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중요한 저자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죠.


정확히 읽어주셨어요. 만일 쓰인 것이 중요하다면 결국 우리는 식자(識者)들의 말에 따라야 하고요. 우매한 사람을 계몽하는 이들의 시혜에 감사해야 하는 사람들로 전락해버려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말과 글은 일종의 화살표와 같아요. 손가락을 뻗었을 때 손가락이 가리킬 수 있는 한 먼 데까지 계속 짚어나가는 거죠. 이것들이 하나둘 문장과 만나고, 문장과 문장이 만나면서 생각의 유연성을 얻는 거예요. 하나의 책을 얻어 10만큼의 메시지를 얻었다면 실은 내가 얻은 것은 그 메시지 자체만이 아니고요. 10보다 훨씬 더 큰 양의, 어떠한 메시지를 올바르게 읽어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읽기를 특별히 강조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대안학교에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짜서 수업도 해보고, 여러 활동을 해봤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살면서 속지 않고, 속이지 않고, 남에게 지배당하지 않고 그렇다고 남의 위에 군림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개나 고양이를 개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같이 대하는 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거든요. 어떤 악한 사람을 만나도 그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은 내가 그와 같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고요.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를 보면 표제의 다음 구절은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우리가 읽는 글도 충분히 위대하고 거대하지만 거기에는 그 이상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러니 읽기가 중요해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해리에게 덤블도어가 다음과 같이 말해요.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해리,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통해 나타나는 거란다.”라고요. ‘글이 아닌 것을 함께 읽는’ 훈련이 부족한 사람들의 사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하신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이라는 표현도 상기하게 되고요.


한글 덕택에 문맹률이 매우 낮은 반면 문해맹률은 굉장히 높아요. 대화와 토론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요. 쓰인 글만 읽는, 정확히는 그것을 외워버리는 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직 다른 한 가지로 치환하는 것에 너무 익숙한 학습을 해왔죠. 더군다나 거기서 얻은 성취, 심지어 이른 나이의 성취가 일평생에 과도하게 작용하고요. 인간 수명이 백세를 넘긴다고 하는 판에 고작 만 스무 살도 안 됐을 때의 성취로 끝까지 평가받는 거죠. 하지만 아주 어린 아이의 직관,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사람의 직관도 모두 통할 수 있어요.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더 많고요. 그것은 육체성에 기인하는데요. 육체성은 정신성과 구별되는 게 아니죠. 이 육체성이 정신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거든요. 때문에 표현되지 않은 것들을 읽어내는 게 매우 중요해요. 어떤 배경과 어떤 사고를 가지고 이렇게 진술하고 있는가를 읽을 줄 알아야 해요. 의도가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숨은 의도를 발견하는 것, 그것은 어떤 변화를 가능하게 할까요?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죠. 범주 안에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게 돼요. 책에서 흑인 노예제 폐지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도 안 된다고 했던 믿음에 거스른 사람들이 있는 거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결정된 삶에서 결정하는 삶으로 조금씩 변화해왔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때 민주주의가 소위 말하는 중우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보통 사람들이 전문가의 말 가운데 참과 거짓을 가리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읽기를 통해 누구나 가능하다는 건가요?


나이 드신 어른들, 글자도 못 읽는 분들이 너무나 분명하게 사리분별하시는 모습을 익숙하게 보아왔어요. 반면 제 또래나 선배, 대학도 나오고 그랬다는 분들이 사리분별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죠. 감각이 사라진 거죠. 읽고 있는 것들에 갇힌 거예요. 저는 읽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딛고 올라가서 나아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읽어낸 것도 유일한 읽기가 아니에요. 닫힌 세계에 제가 문을 냈다면 마침내 독자는 과감하게 문고리를 열고 바깥으로 나가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읽고 원하는 대로 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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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말을 배우는 것


인터뷰 시작 전에 언어의 예언적 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주셨는데요. 글 바깥의 것을 읽는다는 금방의 이야기와 닿아있는 이야기 같아요.


예언이란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대신 말하다’라는 의미가 있어요. 신을 대신해서 말했다는 뜻이 있는데 고대인들에게 신이란 모든 것이기 때문에 곧 이 세계 자체를 말해요. 세계는 당연히 자신을 다 알고 있어요. 컵을 쳐내면 물이 엎어질 것을 아는 건 예언이 아니라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그 말을 하지 않을 때 내가 한다면 그게 예언의 기능을 하는 거죠. 게다가 이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 사이의 거리가 멀 때에는 보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단정해버릴 수 있거든요. 이때 언어는 본질에서는 늘 있었고, 반드시 올 것이고,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지만 한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걸 예견할 수 있어요. 인간이 다른 모든 존재와 다르게 살 수 있었던 건 언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언어는 본래 감각보다 정신을 다루는 것이거든요. 언어를 통해 우리는 거대한 육체를 갖는 거예요. 이 책을 통해서도 저 혼자는 할 수 없는 대화를 여러 곳에 읽힐 수 있는 거죠.

 

언어를 통해 인간이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집단의 가능성을 갖는다는 말씀이네요.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봤는데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후에도 네안데르탈인이 훨씬 신체적으로 우수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들의 목젖의 위치가 조금 달라서 우리와 같은 정교한 발음을 못했죠. 빙하기가 왔을 때 그들은 한 개인으로서는 뛰어났지만 여럿이 해야만 하는 것들을 못했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거예요. 이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봐요. 

 

읽기에 대한 폭넓고도 깊은 시각을 제안하고 계시는데요. 강의에서 꼭 전하는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먼저 쓰인 것, 쓰인 세계를 올바로 읽고 나면 쓸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 전에는 남들이 쓴 대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고요. 읽고 나서 쓰기 시작할 때 비로소 내 삶을 사는 거죠. 그 전에는 남의 의도대로 공부하는 거예요. 선생님이라 해도 마찬가지죠. 자기 생각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의도대로 재현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수동적일까요? 커리큘럼 자체가 수동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수동적인 사람, 황국신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잖아요. 그것 자체를 바꿔야죠.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을 믿으라는 말인데요. 많은 이들이 권위자에게 굴복해요. 하지만 부족하고 불완전해도 스스로가 더 나은 것을 하려고 애써야 해요.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예요. 자기 안에 있는 신성한 것들이 타인에게 있는 범상한 것들에 지지 않게 해야 해요.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것, 저는 이것이 모든 독서자의 가장 중요한 소양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교육 현장에 대한 이야기로도 들리네요.


학교 교육에서 가장 커야 하는 건 자기 말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영국,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의 공통점은 자기 말을 너무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에요. 알다시피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경우는 여러 날에 걸쳐 우리의 수능을 치르는데 하루를 철학을, 하루는 모국어를 치죠. 언어는 결국 사고를 하고, 우리를 우리에 갇히지 않게 해요. 넘어서서 경험하고, 행동하고,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언어거든요. 자기 말이죠. 자기 말로 하루를 살고 움직이면서 가장 정확한 어떤 것을 찾아가는 훈련, 저는 이것이 가장 민주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주의는 말이 많은 거예요. 시끄럽고 불편한 거죠. 그래도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그 말을 최대한 존중하고요. 잔인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민주주의가 좋거든요. 불확실하고 시끄러울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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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약한 고리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 서대문형무소를 바라보는 대목 등에서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것인지 묻고 싶어요.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많은 일들이 연결되었기 때문에 일어나요. 특히 한국은 그 사실을 민감하게 느끼는 특별한 조건에 처한 나라인데요. 하나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의 무게가 너무나 커질 때 거기에 매달린 여러 개의 사슬 중에서 가장 먼저 깨지는 것은 가장 약한 고리예요. 미국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가 물에 잠기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세계의 연결성 때문에 해결하고 싶은 어떤 문제이든 그 문제를 푸는 제대로 된 시작은 우리 가운데 가장 낮고, 가장 약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다만 심연에는 아무나 들어가지 않죠. 제가 간디 같은 사람이면 그처럼 살 수 있었겠지만 저는 고작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더 늘어난다면 마다하진 않겠고요. 제 아이가 커나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저의 최선이 이거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청하는 거예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해요.


그리고 그 할 수 있는 일은 내 손이 미칠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열악한 곳이어야 하죠. 이 책의 독자는 여러 사람이 될 테니까 말씀을 드리면요.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만연한 문제는 가장 오래된 노예제도라는 말도 있는, 여성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사회가 여성의 위치를 제대로 찾아주지 않으면 저는 남성도 노예상태라고 생각해요. 또한 최근에 잔인한 십 대 범죄가 알려지고 있죠. 저는 ‘알려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범죄가 예전보다 많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있는데요. 소년법 개정 같은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잖아요. 저는 그들이 결정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짐을 왜 그들에게 지우는지 묻고 싶어요. 그들이 책임을 지게 하려면 그들에게 선거권도 주고, 학칙 개정권, 학교 운영권도 주고 해야 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공부집단 현현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실은 방 한 칸 가지고 있지 않고요. 그냥 모여서 공부하는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하고 싶은데요. 놀이터나 도서관처럼 현현당을 이용할 수 있는 데까지 확장하고 싶어요. 또한 저 자신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책을 쓰고 싶은 것은 ‘제월이란 사람이 현현당을 하더라’가 아니라 누구든 취지에 공감한다면 자기만의 현현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라이프 프로그램, 곧 삶의 양식을 만드는 것. 제가 희망하는 건 그거예요. 아주 평범한 사람들, 조금만 건드리면 클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고 서로를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현현당의 모토가 그것이거든요. ‘현현역색(賢賢易色, 다른 사람의 현명을 좋아하기를 색을 좋아하듯 함)하며 세상을 건너는 사람’이라고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면요? 


글을 아는 모든 머글들, 즉 마법을 할 줄 모르지만 알아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웃음)


 


 

 

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이제월 저 | 항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해리포터 연작(총 7편)을 대본 삼아, 쓰인 글 속에서 본래의 이야기를 읽어내려는 새로운 시도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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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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