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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유닛’과 ‘믹스나인’, 아이돌의 동아줄일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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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를 위해, 인기를 위해, 꿈을 위해 대규모의 시스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연습생들은 그곳에서 몇 년간 피나게 갈고 닦은 모든 것을 던진다.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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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이돌 산업의 핵심 작법으로 자리했음을 공인한다. 두 번의 시즌을 거친 <프로듀스 101>이 미디어 주도의 새로운 아이돌 육성과 데뷔, 활동을 거대한 성공으로 정의하면서 전통의 연습생 과정 - 선발 - 데뷔 - 홍보의 과정은 한데 집약되었고 그 영역은 신인을 넘어 기존 시스템 하의 그룹 멤버들까지 오디션으로 확장되었다. 지상파 KBS가 제작하고 거대 기획사 YG 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는 대규모 경연은 이제 완벽한 주류의 문법이다.

 

<프로듀스 101> 이전에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있었다. JYP의 <식스틴>, YG의 <믹스 & 매치>, FNC의 <d.o.b : Dance or Band> 등 기획사가 케이블 채널(엠넷)의 플랫폼을 빌려 자사 연습생들을 홍보하고 데뷔 전 인지도를 끌어 모으는 포맷은 최근 몇 년간 아이돌 레드오션을 타개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이 차별화시킨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소속사의 제한을 두지 않았고 둘째로 인원 제한을 크게 잡았으며 셋째로 연습생의 자격을 엄격하게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 연습생들은 규격화되고 정해진 자사의 경쟁 시스템에서 벗어나, 심지어 데뷔 유무와도 관계없이, 오직 대중의 투표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는 무한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모든 준비 과정을 콘텐츠화 당하게 됐다.

 

11개월 활동 기간 동안 10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던 시즌 1의 아이오아이 열풍을 넘어 시즌 2의 워너원은 그야말로 가요계를 폭격하고 있다. 방송 기간 동안 다져진 각 멤버들의 견고한 팬층과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는 그들의 충성심은 3개월 만에 밀리언셀링 데뷔 앨범을 안겨주며 급속한 새 권력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성공한 팀은 최종 선발자 워너원뿐만이 아니다.

 

멤버 다수가 데뷔조 상위권을 유지하다 황민현 한 명만이 살아남은 6년 차 보이그룹 뉴이스트는 2013년 발매한 '여보세요'가 차트를 역주행하더니 뉴이스트 W라는 이름으로 늦은 성공을 만끽하는 중이다. 워너원 하성운이 속한 그룹 핫샷은 2년 만에 싱글 'Jelly'를 발표하며 재시동을 걸었고 멤버 노태현은 역시 또 다른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아이돌 JBJ로 새 활동을 시작했다. 오프로드에 속해있던 김남형은 AA라는 이름으로 재데뷔하였으며, 탑독의 김상균 역시 JBJ에 속해있다. 워너원에 합류하지 못한 상위권의 중고 신인들과 원 그룹들까지도 재도약의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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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이돌 심폐소생술'의 효능을 경험한 결과물이 바로 <더 유닛>과 <믹스나인>이다. 타이틀부터 '리부트'와 '갱생', '재기'를 언급하는 <더 유닛>은 과거 데뷔를 경험했거나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멤버들까지 모두를 연습생의 단계로 되돌려 자본과 미디어의 힘을 통해 그들이 잡지 못했던 거대한 성공을 약속한다. <믹스나인>의 뒤에는 이름만으로 거대한 YG 엔터테인먼트와 <쇼미더머니>와 <프로듀스 101>의 한동철, 멜론과 네이버의 제작 지원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보이 그룹들 외에도 24K, 하이포, 마이틴, 로미오의 멤버들 다수가 이 두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걸 그룹 역시 달샤벳, 스텔라 등 중견 팀들부터 드림캐쳐, 엘리스 등 데뷔한 지 채 몇 개월도 되지 않는 신인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지도 부족한 중소 기획사와 과거의 노선 실패가 현재까지 발목을 잡는 구세대 아이돌들에게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하늘에서 내려주는 동아줄 같은 존재가 됐다.

 

물론 열매가 달콤하다고 그 과정이 모두 옳진 않다. <프로듀스 101> 초창기부터 불거져왔던 부당 계약과 연습생들의 인권, 치열한 제로섬 무한 경쟁은 음지에 가려졌던 아이돌 육성과 제작의 현실을 상업화하며 그 모든 것을 일상적인 소비재로 만들었다. 그 문제조차 거대한 성공이 있으니 묻혀가지만 후속 프로그램들의 경우도 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더욱 악화된 결과를 보여준다. 로리타적 판타지의 부정적 사례가 프로그램을 잠식한 <아이돌 학교>나 기획의 실패로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끝난 <소년 24> 같은 사례도 있었다. 보다 강한 권력을 갖게 된 <더 유닛>과 <믹스나인>의 경우 내부 심사 논란과 동시에 출연을 희망하지 않는 회사나 그룹에 방송 불이익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갑질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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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제일 비극적인 건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더 유닛>의 양지원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름처럼 세간의 시선을 피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가수의 꿈을 놓지 못하는 20대 중후반의 이들에겐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데뷔조 버스와 연습생 버스를 나눠 소속사를 방문하는 <믹스나인>의 투어에서 중소 기획사의 대표들과 연습생들에게선 일견 사운(社運)을 거는 엄숙함까지 보인다면 과장일까. 인지도를 위해, 인기를 위해, 꿈을 위해 대규모의 시스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연습생들은 그곳에서 몇 년간 피나게 갈고 닦은 모든 것을 던진다. 방송은 그들을 길어야 몇 분 정도 잡아주고, 대중은 각자 선호에 따라 멤버들을 선택하면 된다. 거대한 자본 논리, 시장 논리가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다.

 

아이돌 시장과 가요계는 <프로듀스 101>을 기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미디어가 잉태한 아이돌은 워너원의 사례에서 보았듯 타 기획 아이돌과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특출한 기획, 개성 있는 콘셉트로 역전을 꿈꾸던 시대는 요원해지지만 방탄소년단처럼 특수한 경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보장된 방식이기에 당장 급한 중소 기획사들과 연습생들은 리얼리티 쇼 참가 티켓을 끊는다. 더 많은 자본과 더 많은 권력이 이들을 유혹하고, 대중은 이들의 비참한 삶을 구해내리라는 신념으로 아낌없이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어낸다. 이 '거대 아이돌 오디션의 시대'의 결말은 어디가 될 것인가.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지난주에야 첫 화를 방영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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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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