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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읽는인간] 책이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죠?(G. 오지은 작가)

오지은 작가와의 솔직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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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곁에는 오지은 작가님이 와 계십니다. 우리는 잘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존대를 써야겠죠? 2006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동상을 수상하셨네요. 저는 오지은 씨 노래 중에 ‘화’라는 곡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어느 날 책을 선물해주셨어요. 번역하신 『커피 한 잔 더』, 지금도 저한테 있어요.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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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수히 많은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책에 관련된 팟캐스트들도 많죠. 네, 오늘부터 그것에 하나를 더 보태려 합니다. 바로 예스24가 준비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여기는 ‘김동영의 읽는 인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진행을 맡은 생선 김동영입니다. ‘읽는 인간’에서는 장르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들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 기대해주세요.

 

<인터뷰-오지은 작가 편>

 

김동영: 『커피 한 잔 더』『토성맨션』등 일본 만화를 번역하시다가 어느 날 책을 내셨더라고요. 여행기 『홋카이도 보통열차』. 문학동네 임프린트에서 내셨죠? 그때 저와 라이벌이 됐었죠.(웃음)

 

오지은: 아, 그때 같은 마케팅 과장님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그 과장님의 마음에 얼마나 드느냐에 따라 저자들의 운명이 많이 갈립니다.(웃음)

 

김동영: 잘하셨나 봐요. 저는 항상 투정만 부려서 노출이 안 됐어요. 그러다가 제 주변 여배우들과 아나운서들에게 ‘이 작가 아느냐’고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바로 그 책이 『익숙한 새벽 세 시』입니다. 엄청난 책을 쓰셨죠. 오지은 씨는 여배우들과 아나운서들이 좋아하는 작가예요.

 

오지은: 맞아요, 희한하게 여배우들과 아나운서 분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고독해서일까요? 아무래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혼자 있을 때 텅 비게 되는 그런 마음이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찾으시나, 하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김동영: 우선 예스24와 BC카드가 만드는 도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어때요? 이름 잘 지었죠? 여기에 ‘김동영의 읽는 인간’과 ‘김하나의 측면돌파’가 있는데요. 저도 들어봤는데요. 굉장히 심오해요.

 

오지은: 게다가 첫 회 게스트가 이다혜 기자님 아니었나요? 그 두 분이면 저희의 얕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웃음) 엄청난 분들이죠. 우리는 얕고도 얕잖아요.

 

김동영: 우리는 얕고도 좁죠.(웃음) 그런데 그런 방송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읽는 인간’ 같이 얕고도 좁은, 소심한 방송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지은: 그것도 하나의 세계니까요.

 

김동영: 근황이 궁금해요. 어떻게 지내세요?

 

오지은: 진짜 최근의 근황을 얘기하자면, 너무나 큰 슬럼프에 빠져서요. 하루 종일 잠으로 도피하고 있습니다. 책을 올해에 냈어야 했는데 못 낼 것 같아요. 김동영 씨는 책이 곧 나오나요?

 

김동영: 12월에 나올 예정이에요. 저희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2월인가 3월이었는데요. 그때 저는 태국에서 글을 쓰고 있었어요. 당시 마감이 7월 31일이었어요. 오지은 작가도 시칠리아에서 원고를 쓴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원고 마감이 언제였어요?

 

오지은: 5월.(웃음) 그런데 제가 올해 책을 낸다는 걸 완전히 포기하고 내년에 내야겠다고 생각한 걸 출판사에서 모르실 텐데요. 정말 탈고에 탈고를 거듭한 이메일로 고백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방송, 이 순간으로 알게 된다는 게 정말로 죄송스럽습니다.

 

김동영: 어떤 걸 쓰시는 거죠?

 

오지은: 우리가 여행을 가기 전에는 좋을 것 같잖아요. 큰 돈, 큰 시간 쓰는 건데 막상 가면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어요. 잘 못 즐기는 것 같고, 이럴 바에는 왜 왔나 싶고, 그런데 또 다시 가고, 가서 또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런 류의 여행의 심리에 대한 책을 아직 못 읽었어요. 그래서 그런 내용, 이런 인간들도 즐겁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는 내용(웃음)을 담은 여행서를 쓰고 있습니다.

 

김동영: 그런데, 못 썼네요.

 

오지은: 나쁜 버릇이, 초반을 되게 길게 써요. 첫 챕터와 머리말을 한 6개월 쓰는 것 같아요. 이제 머리말과 서문이 좀 나왔어요. 4-5챕터까지 조금 나왔어요.

 

김동영: 저는 얼마 전까지 포틀랜드에 있었거든요.

 

오지은: 갑자기 다른 얘긴데요. 그러면 내가 이 책을 몇 만 권 팔아야 받을 인세를 이미 다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김동영: 다 썼고요. 어제 출판사 미팅에서 요즘 출판 시장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거는, 못 갚을 것 같아요.

 

오지은: 그러니까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이 책으로 벌 거라 예상되는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이미 써버린 거죠.

 

김동영: 그렇죠. 많은 분들은 책이 잘 나가면 돈 잘 번다고 하잖아요. 잘 버는 작가들도 있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데도 오래 걸리잖아요.

 

오지은: 5년 걸렸다 치면 그 5년 동안의 최저생계비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제가 그걸 되게 따져요. 얼마 전에 교토를 다녀왔어요. 글이 5챕터에 멈춰 있는 게 너무 갑갑해서요. 교토에 가서, 맑은 마음으로 녹차를 마시고, 절을 보고, 그러면 마음이 정돈돼서 괜찮은 글이 나오겠지, 라는 생각이었는데요. 갔더니 옴짝달싹 못하겠는 거예요.

 

김동영: 불안해서?

 

오지은: 네, 교토까지 갔는데 못 쓰면 진짜 못 쓰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덫에 넣은 거예요. 안 되는 거예요. 바로 앞에 도시락을 사러 나가야 하는데 그걸 못 가겠어서 과자 부스러기로 한 끼 때우고요.

 

김동영: 원래 먹는 거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잖아요.

 

오지은: 하루 세 끼 맛있게 먹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웃음) 그런데 글이 안 되니까 너무 큰 슬럼프에 빠진 거죠. 최근 이야기예요. 그런데 사실 교토 한 번 갔다 오면 돈이 얼마입니까. 아무리 저가 항공이고, 저렴한 숙소에 묵어도 몇 십만 원을 우습게 쓰게 되잖아요.

 

김동영: 몇 십만 원이면 책을 몇 백 권은 팔아야 하죠. 저도 이번에 포틀랜드에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요. 출판사에서 경비를 대주는 줄 알아요. 아니잖아요.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튼, 글이 안 써지면 어떻게 해요?

 

오지은: 진짜 듣기만 해도 탁 가슴이 막히는 질문이네요. 글이 안 써지면 저는 멍하니 누워 있는 것 같아요.

 

김동영: 전 울어요. 진짜 울어요. 

 

오지은: 너무 괜찮은 방법이네요!

 

김동영: 포틀랜드에 두 달 정도 머물면서 작업을 했는데요. 글이 써지긴 하는데 글이 별로인 거예요. 그래서 그 원고를 잡고 울었어요. 십 년 정도 썼으면 발전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발전은 전혀 못하고 오히려 아직도 감성, 이런 것에 집착하고 그런 것만 써지니까요.

 

오지은: 그런데 우리는 감성이라는 걸 너무 낮게 평가하는 성향이 있어요. 그럴 필요 없는 게 김동영 씨의 강점이 감성이잖아요. 이성과 감성을 5:5로 받아줘야지 이성적인 것을 사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외국은 에세이도 논픽션으로 상을 탄다든지 하는데 말이에요. 한국은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도 저평가되고, 특히 감성적인 것에 대해서 전부 저평가되잖아요. 외국에서는 하나의 장르인데요.

 

김동영: 저희가 게스트 분들한테 필수로 할 질문이에요. 최근에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

 

오지은: 두 권 생각나는데요. 『랩 걸』이라는 책과 예전에 사놓고, 두 권이나 있는데 이번에 또 시도했다가 실패한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라는 책입니다.

 

김동영: 그 책은 버전도 많아요.

 

오지은: 맞아요.(웃음) 그래서 보통 장바구니에 담으면 예전에 샀다고 뜨거든요? 버전이 달라서 안 떴던 거예요. 두 권이나 있습니다.

 

김동영: 두 번째 질문입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산 책?

 

오지은: 뭘까요? 저는 근데 부모님이 책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사주셨어요. 그래서 제 돈으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산 건 중학교 이후부터였던 것 같은데요. 왠지(웃음) 뭔지 알 것 같아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던 것 같아요.(웃음)

 

김동영: 중학교 때?

 

오지은: 제목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리고 펼쳤더니 세상에, 거의 붕괴되는 일본을 젊음의 육체로 표현한.(웃음) 정신이 망가지고, 몸이 망가지고(웃음)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이거구나, 이게 문학이구나, 하면서 그때부터 무라카미 류와 하루키를 읽고 그랬죠.

 

김동영: 하루키가 좋으세요? 류가 좋으세요?

 

오지은: 그때는 류가 좋았는데요. 지금은 성실성이라는 것에 점수를 많이 주게 되면서 하루키가 좋아졌어요. 써보니까, 보통 분이 아니에요.

 

김동영: 세 번째 질문이고요. 신작 나오면 꼭 읽어보는 작가?

 

오지은: 갑자기 떠오르는 이름은 앨리스 먼로인데요. 신작이 나온다면 꼭 읽고 싶습니다. 읽으면 좋아하실 텐데요. 캐나다 작가고요. 노벨문학상을 탔어요. 이 시대의 체호프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다 단편이고요. 작가한테 성별이 별로 의미 없지만 이 사람은 여자라서 이런 감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짚어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남자 작가는 아무리 천재라도 못하는 거야, 싶은 것을 앨리스 먼로는 너무나 쉽고 우아하게 해내요.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디어 라이프』, 『행복한 그림자의 춤』 등이 대표작입니다.

 

김동영: 요즘 주목하고 있는 건 뭐예요? 큰 화두.

 

오지은: 아무래도 페미니즘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쌓였던 불만, 예를 들어 ‘네가 예민해서 그래’라든지 ‘그냥 넘어가자’라는 식으로 쌓여온 것들이 한국 여성들에게는 다들 있을 텐데요. 그것이 공통된 경험이었다는 걸 최근에 다들 알게 되고, 이게 페미니즘으로밖에 풀 수 없는 거라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데 트위터 페미니즘의 순기능이나 악기능, 몰카 입법 등 그냥 내 생활이 불편하고 내 기분이 나빠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입법을 제가 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기관에 기부금을 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좀 더 페미니스트라는 걸 편하게 얘기하고, 발언하게 되고, 같은 뜻인 사람들한테 용기를 얻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김동영: 요즘 그에 관련된 책도 진짜 많이 나오잖아요.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나 추천해주실 책이 있을까요?

 

오지은: 『나쁜 페미니스트』 추천 드리고 싶네요. 좋은 점이 뭐냐면요. 여자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하기 전에 검열하게 돼요.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해도 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냥 남녀 평등하다고 믿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면 페미니스트거든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어디어디가 나쁜 인간이지만 그래도 페미니스트다, 라는 책이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이에요. 글 자체도 되게 쉬워요. 그래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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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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