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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매번 앨범의 준수함이 흔들리지 않는다

핑크'Beautiful Tra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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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앨범에도 팝으로의 이동이 감지됐지만 록 트랙이 정체성을 지켰다면 신보는 팝의 비중을 더욱 높였다.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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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자른 머리와 거친 퍼포먼스는 핑크를 센 록커로 남게 했다. <The Truth About Love>의 자켓은 지금까지 그가 가진 반항적 이미지를 압축한다. 핑크는 비욘세나 케이티 페리처럼 대중적 호응을 얻기 어려운 위치지만 이번 앨범의 초기 판매량도 38만장을 넘겼다. 2000년 활동부터 그의 꾸준한 인기에는 좋은 음악이 바탕에 있다. 시작은 베이비 페이스의 지원 아래 알앤비로, 록커 시절에는 록 밴드 출신 프로듀서 팀 암스트롱(Tim Armstrong), 린다 페리(Linda Perry)과 함께 선명한 정체성을 만들었고 이후 맥스 마틴을 중심으로 트렌드를 놓지 않았다.

 

2012년 네이트 루스(Nate Ruess)와 함께 한 「Just give me a reason」이 빌보드 1위에 올랐을 때 이번 신보의 방향은 정해졌을 것이다. 맥스 마틴을 넘어 밴드 펀(Fun)의 기타리스트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 그렉 커스틴(Greg Kurstin)까지 한 데 모은 데는 빌보드와 대중성을 겨냥하고자 한 욕심이 담겨있다. 이전에도 팝으로의 이동이 감지됐지만 록 트랙이 정체성을 지켰다면 신보는 팝의 비중을 더욱 높였다. 보컬은 부드러워지고 일렉 기타 대신 밝은 질감의 피아노와 비트가 자리한다.

 

참여한 프로듀서들은 가수의 강렬한 에너지를 가볍고 유려한 팝으로 바꿔내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 타이틀곡 「Beautiful trauma」은 변화를 명확하게 담았다. 잭 안토노프의 건반은 펀 특유의 밝고 해맑은 선율로, 핑크의 압도하는 열기는 줄이고 음반의 성격을 대중적으로 바꾼다. 맥스 마틴은 「Whatever you want」와 「Secrets」 등 음반에서 가장 많은 곡을 담당하며 세련된 감각을 불어넣었고 그랙 커스틴은 「Where we go」로 「Walk of shame」에 이어 선명한 후렴을 선물한다.

 

에미넴과 함께 한 「Revenge」 역시 재기발랄하다. 두 사람 모두 타이트한 곡들을 많이 소화해왔지만 가볍고 경쾌하게 흘러가는 듀엣도 잘 조화된다. 핑크의 보컬이 훌륭하기에 장르를 넓히자 수록곡의 다양성이 높아졌다. 「But we lost it」를 비롯한 중반부 알앤비 트랙에서는 탄탄한 가창을 들려주다가도 「I am here」 같이 속도감을 높인 팝에서는 생동하는 리듬감을 또렷이 살려낸다.

 

변화한 음악적 색채는 어느새 40대를 앞두고 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외부적 환경도 영향을 줬다. 고백적인 노랫말을 자주 택해온 핑크지만 「Beautiful trauma」와 「Where we go」에서는 남편 캐리 하트와의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Dear Mr President」를 이어 「What about us」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정치적 생각을 담았다. 곡은 지원 받지만 노랫말을 직접 매만지는 것은 그가 고집하는 제작 방식 중 하나다.

 

핑크는 매번 앨범의 준수함이 흔들리지 않은 흔치 않은 가수다. 이번에도 여러 프로듀서의 스타일을 고르게 녹여냈고 팝의 성격을 높여 아델, 케이티 페리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즐기던 이들도 쉽게 접근 가능한 음반으로 만든다. 동시에 록의 색깔은 가장 옅어졌기에 그의 돌진하는 열기가 통제되어 있기도 하다. <Try This> 시절 핑크를 기억하는 이라면 온화해진 그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분홍 머리의 센 여성으로 가둬두기에는 그는 더욱 많은 걸 해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첫 리드 싱글 「What about us」 는 빌보드 13위에 안착했다.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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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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