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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하루도 빼놓지 않은 1년의 이야기 -최경식

<월간 채널예스> 11월호 『매일 그림 매일 일기』 저자 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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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간단한 그림도 책이 될 수 있다. 『매일 그림 매일 일기』를 낸 최경식 작가를 만났다.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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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최경식은 첫아이를 낳고 ‘무엇이든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일기를 시작했다. 2014년 1월 1일부터 시작해 만 3년을 꾸준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그림과 글로 채우자 책으로 엮어보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늘어났다. 아내와 같이 차린 디자인 회사인 ‘소보로’ 이름으로 출판사 등록을 하고 처음 1년 동안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독립 출판이면 책만 만들어도 될 텐데 굳이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ISBN을 한번 찍어보고 싶어서’였다.

 

“건축 공부를 하다가 군대 대신 병역 특례로 건설회사에서 일하려고 했는데, IMF가 터지면서 건설 회사 일자리가 모두 없어졌어요. 그래서 정보처리 기능사를 따서 IT 업체에 들어간 걸 계기로 건축이랑은 살짝 어긋나게 됐죠. 이후 회사에 다니면서 설계 관련 업무와 해외 영업을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를 시작했어요. 아내도 찬성해줬고요.”


배운 게 있어서일까, 최경식 작가의 그림책 『파란 분수』는 세밀한 펜화로 건축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매일 그림 매일 일기』는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두꺼운 펜으로 쓱쓱 그려나갔다는 느낌이다.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살며 떠오르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좋은 그림체다.


“『3시의 나』를 보면 매일 오후 세 시에 작가가 무엇을 했는지 그림일기를 그려요. 저도 비슷한 시도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재밌어서 아이가 자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매일 그리려면 간단한 스타일이 좋더라고요. 메모 애플리케이션 같은 곳에 글을 매일 써놓고 나중에는 2~3일에 한 번씩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파브리아노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스캔해서 작업했죠.”


최경식 작가는 예전부터 ‘토시기’라는 캐릭터로 일상을 그린 적이 있다. 토끼 귀에 사람 몸, 듬성듬성 난 수염과 눈코입은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친근함을 남긴다. 『매일 그림 매일 일기』에서는 기존의 캐릭터가 아닌, 그림쟁이 아빠의 캐릭터로 일상의 한 부분씩을 기록으로 남겼다.


“소보로 출판사 이름으로 2015년 일기도 낼까 하는데 항상 재고를 놔둘 데가 문제예요. 『매일 그림 매일 일기』는 독립 서점마다 조금씩 비치했는데, 대형 서점에 들어가려면 매일 주문이 있을 때마다 물류센터에 보내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죠. 그렇게 하려면 배본 업체를 거쳐야 할 텐데 잘 모르기도 하고, 일단은 소소하게 혼자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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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서점 일부에 넣었던 책은 알음알음 연락이 오면서 취급하는 곳이 점점 늘어났다. 보통 독립 서점마다 처음에 샘플 한 부와 다섯 권 정도를 비치한다고 한다.


“『매일 그림 매일 일기』를 그리면서 좋았던 건, 일단 저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다시 일기를 들추면 그 날의 일이 많이 떠올라요. 저만의 역사가 생겼다는 게 좋아요.”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3년을 꼬박 썼다. 잠시 쉬었던 그림일기는 둘째가 생기면서 펜을 바꿔서 다시 도전 중이다.


“글로 에세이를 쓰려고 하면 어려워요. 제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글로 써보니까 제가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글을 적게 쓰고 그림과 같이 있으면 둘 다 힘을 받는 것 같아요. 그림도 계속 그리면 느니까요. 계속 그리고 관찰하다 보면 기록물이 쌓이지 않을까요?”


독립 서점의 도서 리스트에 에세이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자기 일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본능이 있는 게 아닐까. 처음부터 어렵게 시작하기보다는 간단한 그림과 함께 한 줄이라도 먼저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고 작가는 말한다.


“회사를 그만둔 게 2007년 말이었으니, 일러스트레이션을 한 지는 10년 정도 됐어요. 많이 벌진 못해도 일은 꾸준히 들어오게 됐는데, 그래도 먹고사는 일을 하다 보면 창작하기가 쉽지 않아요. 『파란 분수』와 고규홍 작가님과 함께 쓴 『도시의 나무 친구들』로 강연을 나갈 때마다 아이들을 만나는데, 정말 순수하게 저를 좋아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창작을 하나라도 더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아요. 앞으로 무슨 작품으로 나올진 모르지만, 많이 사랑해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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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일기를 시작하려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3시의 나』 아사오 하루밍 지음/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1년간 매일 오후 3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오늘’과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안자이 미즈마루』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씨네21북스
자유로운 선과 색상으로 허술한 듯 보이는 안자리 미즈마루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나도 쉽게 그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김중석 글 그림 | 웃는돌고래
그림을 그려서 먹고사는 ‘평범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이야기이자, 여느 작가들과는 달리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는 ‘남다른’ 작가의 이야기. 그림 작가의 현실적인 삶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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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파란 분수

<최경식> 글그림11,700원(10% + 5%)

오래된 분수에서 길어 올린 시원하고 파란 상상 주변 아파트나 공원에서 흔하게 분수를 볼 수 있습니다. 여름 한철 물줄기가 나올 때면 분수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놀이터가 되지요. 하지만 물이 멈춰버리면 분수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맙니다.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오래된 분수를 보며 작가는 시원한 상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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