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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본격 딴소리 방송의 서막 (G. 이다혜 기자)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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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 본격 딴소리를 시작해볼 텐데요. 주마다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실 게스트를 모시려고 합니다. 첫 번째 손님으로 모신 분은 에세이스트이자 북칼럼니스트로서 책과 영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이다혜 <씨네21> 기자입니다.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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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하나의 측면돌파’, 진행을 맡은 김하나입니다. 올 여름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책 읽기에 있어서도 우리가 조금 힘을 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은 거대하고 숭고한 존재로 여겨지고는 하죠. 그 앞에서 우리는 작고 볼품없는 존재처럼 느껴지고요. 책을 ‘열심히’ 읽고 ‘잘’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래서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꼭 뛰어넘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살짝 옆으로 걸음을 옮겨서 둘러 갈 수도 있을 거예요. ‘김하나의 측면돌파’는 바로 그 여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책 속으로 파고드는 시간보다 책 밖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어요. ‘본격 딴소리 방송’이 될 거라는 거죠. 어쩌면, 책을 이야기하는 빠른 방법은 아닐 거예요. 그렇지만 덜 힘들고, 더 즐겁게, 책 너머로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 북칼럼니스트 이다혜 편>

김하나 : 이다혜 기자님 하면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잘하셨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호주로 혼자 가셨던 적도 있고, 20년 전에 불어와 영어를 통역하신 적도 있고요. 일어도 가능하시죠. 언어에 대한 관심이 원래부터 많았어요?

 

이다혜 : 원래 많았고요. 누구나 잘하는 게 한 가지는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언어 쪽인 것 같기는 해요. 조금 더 빠르게 배우는 편이기는 한데,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언어를 직업으로 삼으시는 분들, 특히나 외국어 통번역을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죠. 이를테면 다른 공부보다는 노력을 덜 해도 빠르게 성과가 나는 쪽인 건 확실한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어떤 쪽에 재능이 있다는 말의 참뜻이라고 한다면, 그 분야에 더 많이 노력할 수 있는 관심이라든가...

 

김하나 : 재미가 있어서 더 노력을 하게 될 테니까요.

 

이다혜 : 그렇죠. 어떤 공부는 하루 종일 해도 지겹지 않다고 생각되는 게 진짜 재능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책 읽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언어 공부를 할 때는, 특히나 독해 관련해서는 고민이 좀 적었던 편인 것 같기는 해요.

 

김하나 : 언어라는 게 세상을 보는 필터잖아요. 다른 어떤 언어를 알게 됨으로 인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세계가 열리기도 하는 거고, 우리나라 말에는 없는 단어인데 이 나라 말에는 있어서 지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우리말만 쓰고 우리글을 읽더라도 이다혜 기자님만큼 글을 많이 읽는 사람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이다혜 기자님은 시야가 굉장히 넓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다혜 :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시야가 딱히 넓은 것 같지는 않고요.
 
김하나 : 하지만 여러 개의 언어를 구사하면 그런 부분은 있지 않나요?

 

이다혜 : 그렇죠.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든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게 꼭 그 사람의 개방적인 태도라든가 지적 성숙하고 직결되지 않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만큼 봤으니까 됐겠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김하나 : 주간지 기자이시잖아요. 주간지는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만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엄청나게 바쁘잖아요. 그런데 바쁜 와중에도 책을 많이 읽으시고 영화, 드라마를 보고 여행도 다녀오신단 말이죠. 그리고 팟캐스트 라디오도 출연하시고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책을 읽는 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소요되잖아요.

 

이다혜 : 그렇죠. 일단 저는 살림을 안 해요. 물론 하기는 하죠. 냉장고가 썩어가기 때문에(웃음), 그 정도는 하고요. 사실 집에서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집에 가면 거의 쉬는 것 말고는 다른 걸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남아있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제가 또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거든요.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약간의 착시가 있는 거고요. 사실은 책 읽는 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이 일을 오래 하고 있는 가장 큰 비법이라면 비법인 것 같아요.

 

김하나 : 책을 읽는 것도 일의 일환이기 때문에?

 

이다혜 : 책을 읽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김하나 : 굉장히 뜬금포이지만, 저희가 스피드 퀴즈를 마련했어요. 빠르게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둘 중에 고르시거나 Yes or No로 답해주시면 됩니다.


이다혜 : 네.


김하나 : 헌책방 대 새 책방.


이다혜 : 새 책방.


김하나 : 영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일을 기대해봤다, Yes or No.


이다혜 : Yes.

 

김하나 : 이어서 질문해도 되나요?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나요?


이다혜 : 안 일어났죠(웃음). 여러분, 웬만해서는 안 일어납니다. 꿈을 깨십시오.


김하나 : 로또가 당첨되면 사표를 쓰겠다.


이다혜 : No.


김하나 : 이 부분이 궁금하네요.


이다혜 : 로또요? 로또가 당첨되면 회사를 더 다녀야죠.


김하나 : 왜요?


이다혜 : 아무 때나 관둘 수 있으니까요. 정말로(웃음).


김하나 : 아, ‘진짜 관두고 싶은데 억지로 다닌다’가 아니라 ‘회사는 취미생활이야’ 이런 느낌으로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는 거군요.


이다혜 : 그렇죠. 회사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당장 관두겠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안 될 거잖아요(웃음).


김하나 : ‘당첨되면’ 이라고 되어 있잖아요(웃음). 일단 생각을 해보는 거죠.


이다혜 : 어차피 안 될 거기 때문에, 저는 지금의 직장생활을 가능한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김하나 : 직장생활이 큰 스트레스는 아닌가 봐요.


이다혜 : 큰 스트레스예요.


김하나 : (웃음) 그렇지만 로또가 돼도 큰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직장을 다니겠다?


이다혜 : 일단 직장 윗사람들한테는 다 알려주고 싶어요.


김하나 : 로또가 됐다는 걸? ‘나 회사 취미로 다닌다’ 이런 거?

 

이다혜 : 네, 그렇죠. ‘취미가 될 만큼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꼭 하고 싶고요(웃음).

 

김하나 : 헌책방 대 새 책방에서, 새 책방을 더 선호한다고 하셨던가요?


이다혜 : 저는 새 책방을 더 선호하고요. 그건 제가 책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죠(웃음).


김하나 : 아, 그런가요? 그러면 책방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전략적인 대답인가요?


이다혜 :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다만, 헌책방들이 갖고 있는 낭만이라는 게 분명히 있어요. 누군가가 읽은 책을 파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특히나 한국 같은 경우는 새 책 상태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새 책 상태가 아니라, 예를 들면 헌책방에서 책을 찾아보면 맨 앞 페이지에 이를테면 ‘다혜, 1997년, 누구에게 선물’ 이런 식으로 메모가 돼 있는 것들도 꽤 있거든요. 그러면 뭔가 역사가 있는 것 같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에서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김하나 : 가끔 그런 것도 있잖아요. 저자가 선물했는데...


이다혜 : 제 가까운 분이, 자기가 직장 선배에게 사인본을 줬는데 그걸 중고 책으로 팔아서 자기 강연회에 누가 그 사인본을 들고 와서 사인을 받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 웃지 못할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웃음)...

 

김하나 : 지난달 24일에 예스24 부산에 있는 F1963점에서 강연을 하셨잖아요?


이다혜 : 네, 그곳이 중고 서점을 새로 오픈한 케이스인데요. 일단 부지가 굉장히 넓더라고요.

김하나 : 맞아요, 저도 가봤어요.

 

이다혜 : 너무 좋죠? 아, 원래 부산이 고향이시지 않나요?


김하나 : 네, 맞습니다.


이다혜 : 저는 그곳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일단 책이 많고요. 또 한 가지는 실외 공간도 굉장히 좋아요.


김하나 : 원예를 참 잘 해놨더라고요. 풀, 나무, 이런 것들을.


이다혜 : 네, 뒤에 정원이 따로 있거든요. 그래서 산책하기도 굉장히 좋고, 앉아서 책을 읽기도 굉장히 좋고. 또 어린이 책 코너가 굉장히 잘 되어 있고 큽니다. 가족 단위로 와서 보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서, 그런 점도 굉장히 보기 좋더라고요.

 

김하나 :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보면 어린 시절에 교보문고나 인천공항에 가서 있는 걸 좋아했다고 하시면서, 그게 어딘가로 향하는 문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현재의 삶이라는 게 다른 어느 곳에 있지 않다,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 거죠. 아마도 그것 사이의 삶이 있을 텐데. 어렸을 때는 떠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아주 크셨던 것 같아요.


이다혜 : 네. 일단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라는 말 자체가 갖고 있는 재밌는 포인트가 있잖아요. 여기가 아닌 저기에 가면, 저기가 여기가 되잖아요. 어디에 있건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결국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어딜 가도 비슷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쪽이에요.


김하나 : 예전에는 막연하게 떠남을 동경했다면, 지금은 그렇게 깨달음을 얻은 건가요?


이다혜 : 깨달았다고 하기도 뭐하죠. 왜냐하면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웃음). 그런데 여행을 다닌다고 할 때, 이를테면 지금 여기 사는 곳이 아니라 다른 어딘가를 꿈꾸고 그곳에 간다고 할 때, 저는 그게 어디까지나 일상이나 현실의 연장에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여기랑 다 담을 쌓고 가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다가 돌아오는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해요(웃음).


김하나 : 네, 나를 데리고 가는 거니까요.

 

이다혜 : 네, 내가 가는 거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결국은 내가 집에서 하던 것의 연장선에서 무언가를 하게 되어있고, 외국어도 마찬가지죠. 여기에서 영어를 못하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영어를 능통하게 하고 싶어’라고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은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여행지에 가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한 번 똑같은 상황이 되는 거예요.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직장도 마찬가지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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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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