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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백성현이 사랑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조제(쿠미오)와 츠네오의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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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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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한 분들이 많을 이 작품은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다나베 세이코가 ‘월간 가도카와’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다리가 불편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조제(쿠미오)와 대학 졸업을 앞둔 츠네오의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입니다. 2003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얼마 전 연극으로 제작돼 소극장 무대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장르를 무척 아끼는 관객이라도 내심 걱정이 됐을 겁니다. 원작의 섬세한 색채와 정서를 연극만의 언어로 되살릴 수 있을까... 공연을 보고 나니 기우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무대가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성으로 관객들을 맞고 있거든요.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도 남다릅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백성현 씨도 ‘무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백성현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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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고 싶은 연습실이었어요. 함께 고민하고, 농담도 작품 관련해서만 하고, 술을 마셔도 작품 얘기뿐이고. 좋은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공연을 하면서 맞춰 가자’가 아니라 ‘첫공부터 완벽하게 하자’는 마음으로요.”

 

그래서인지 초연에 프리뷰 기간인데도 반응이 꽤 좋네요. 백성현 씨는 영화를 많이 좋아했고, 이번 연극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작품도 고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팬이면 연극을 준비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작진도 부담스러웠겠는데요(웃음)?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서 제가 장면 하나하나 다 분석하고 있을 정도니까 좀 곤란해 하셨죠(웃음). 그런데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해야 하나, 놓치지 않아야 할 감성들을 얘기하니까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어요. 하지만 원작이 있다는 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대가 크고 설렜는데 한 달 정도 준비하다 보니까 연극은 영화처럼 다 담아낼 수가 없잖아요, 시간적인 흐름이나 공간적인 면이나. 초조해지더라고요. 좋아하는 작품으로 그냥 남겨둘 걸 그랬나(웃음). 처음에 영화를 너무 좇으려다 보니까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원작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영화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거니까요. 다만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영화의 색깔과 감정선은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했고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이라 관객 입장에서도 영화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텐데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만의 매력은 어떤 걸까요?


“영화를 좋아했던 분들이 많이 오실 텐데 고정된 무대 안에서 극을 쭉 이어가다 보니 달라진 부분이 많아요. 등장인물도, 장면도. 사실 영화는 편집이 있고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저희는 등퇴장도 해야 하고 극장 구조가 독특해서 이 상황에 맞게 드라마를 입혀야 하잖아요. 하지만 영화 팬인 제가 봐도 괜찮은 것 같아요(웃음). 특히 연극만의 강점이라면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적으로 접하는 게 아닐까. 조제가 의자에서 쿵 떨어지거나 기어 다니는 모습을 화면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앞에서 보니까 확실히 에너지가 다르죠. 그래서 불편하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 불편함이 연극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런 매력에 연극을 하시는 건가요(웃음)?


“그렇죠, 다른 매체를 통해 연기할 때와 연극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는 배우들, 좋아하는 형님들이 ‘배우는 무대에 서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솔직히 처음에는 자신 없었지만 해보자는 각오로 참여했는데, 이제는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한 장면에 대한 몰입이 굉장히 중요한데, 연극은 관객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잖아요. 많이 어렵긴 하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죠.”

 

한 인물을 여러 배우가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공연의 특징이잖아요. 츠네오를 백성현 씨 외에 김찬호, 서영주 씨도 연기하는데 알게 모르게 신경이 쓰일 것 같아요.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다르죠, 나이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니까. 느끼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게 달라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찬호 형은 특유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이 실려 있어요. 외향적이고 밝고 표현도 직접적이고. 영주는 생각을 많이 하고 말도 아끼는 편이라 그런지 굉장히 정적이고요. 두 사람을 보면 극과 극이라 표현이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왜 그렇게 좋아하셨나요?


“첫인상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매니저 형님이 남자배우는 꼭 봐둬야 할 것 같다며 추천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안 예쁜 거예요, 불편하고.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영화를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저게 드라마구나!’라는 생각. 내가 겪었던 누군가가 생각나고. 그래서 명작인 것 같아요. 공연을 보시는 분들도 내가 열렬히 사랑했던, 하지만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작품 준비하면서도 계속 생각하셨을 텐데, 열렬히 사랑하는데 왜 함께하지 못할까요(웃음)?


“20대의 불완전함 때문인 것 같아요. 츠네오 역을 함께 연기하는 입장에서 영주는 이제 그걸 겪을 나이고, 찬호 형과 저는 다 겪었잖아요. 찬호 형과 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 마음속에 조제는 누구나 한 명씩 있다, 왜 함께 하지 못했을까, 만약 지금 조제를 만난다면 계속 함께할 수 있을 텐데... 20대에는 두렵고,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아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번 그런 사랑을 하고 나면...


“못하죠, 그 마음이 쉽지 않죠(웃음).”

 

여러분은 츠네오를 이해하나요? 아니면 ‘나쁜 놈’인가요? 백성현 씨가 무대에서 담아내고 있는 츠네오는 어떤 모습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셨는데, 지겹지는 않았어요? 사실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연기하는 아역 출신 배우가 많지 않잖아요. 성인이 돼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더 힘든 것 같고요. 


“인내심이 많은 것 같아요. 연기가 좋고 재밌고, 그런데 할 때마다 어렵고. 수학처럼 답이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 왜 나는 답을 못 찾는지, 나의 달란트가 뭔가를 생각했을 때 연기가 맞는지도 고민했고요. ‘성인이 돼서 연기를 시작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제가 해내야 하는 기준 자체가 많이 가옥하게 여겨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했고, 그게 지금 연기하는 데 자양분이 되고 있죠. 그리고 저의 재능을 떠나서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감사하죠.”  

 

언뜻 보면 이른바 교회오빠처럼 순해 보이는데 그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할 것 같습니다. 남자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있을 텐데요.


“다 속고 계시는 거예요(웃음). 저는 남성적인 편이에요. 운동 좋아하고, 주변 지인들도 대부분 남자고. 요즘 드라마에서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신입사원이면서 한 사람만 바라보는 그런 인물이 많은데, 저는 그게 너무 어려워요. 캐릭터가 세거나 장르물이면 연기할 때는 어려워도 뭔가 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래서 악역이나 스릴러물을 해보고 싶죠. 그런데 예전에는 자기주장이 더 심했고 타협도 잘 안 했는데, 요즘은 많이 유해졌어요(웃음). 좋은 게 좋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어떤 역할이나 재밌더라고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10월 말까지 공연되는데,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들을까요?


“재밌게 작업했고, 지금도 즐겁게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좋은 분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열정을 쏟았거든요. 이 공연이 정말 잘 돼서 제가 대학로에 올 때마다 공연되고 있으면 좋겠어요.”

 

재연, 삼연이 오를 때는 백성현 씨가 열정을 다해 만들어 놓은 지금의 츠네오가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겠죠. 공연을 보면서 ‘열렬히 사랑했던, 하지만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는 누군가’를 떠올린 걸 보면 아마도 백성현 씨의 바람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10월 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됩니다.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전해지는 소극장에서 아물지 않은 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그 시절의 사랑과 이별을 잠시나마 쓰다듬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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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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