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김장겸의 무표정 : 내 눈엔 네가 안 보여

상대를 면전에서 무시하고 부정하는 완고함,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인상적인 인중과 뒷통수, 눈빛들을 지나온 자리에 김장겸 현직 MBC 사장이 있다. 인상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남긴 전임자나 동료들과는 달리, 김장겸 사장은 가능한 한 완고한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2017.08.28)

1.jpg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어떤 이들은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한다. 취임 100일을 맞아 CBS의 존 디커슨과 함께 대담을 나눈 도널드 트럼프는, 디커슨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던지자 “나한테 질문할 필요 없다. 나는 내 의견이 있고 당신도 당신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까.”라는 기괴한 핑계를 대며 대답을 피했다. 디커슨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는 “됐다, 이쯤 하자.”라며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끊더니, 뜬금없이 집무실 데스크 앞에 앉아 데스크 위의 서류를 뒤적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방금까지 “엄청나게 유력한 회사의 CEO도 이 집무실을 둘러보고는 압도되어 울었다” 따위의 자기 자랑을 늘어놓던 남자가 불현듯 급한 업무가 떠올랐다는 듯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기 자랑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어 도망가는 사내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라니.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시도한 언론장악의 역사를 영화 한 편에 압축한 최승호 감독의 영화 <공범자들> 또한 그런 얼굴을 한 사람들을 잔뜩 만나볼 수 있다. 사천까지 내려가 질문을 던지는 최승호 감독을 보고 당황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떨리는 인중부터, 인터뷰를 피하겠다며 아파트 비상계단을 뛰어내려가는 현란한 추격씬을 선보인 안광한 전 MBC 사장의 뒷통수, 괜히 다 끝난 행사를 들먹이며 “UHD는 방송의 미래인데 방송의 미래를 망치려 들지 말라”는 핑계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백종문 MBC 부사장의 갈 곳을 잃은 눈빛까지. 이런 사람들이 한 나라의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관객은 쓰게 웃다가 견딜 수 없는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지?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지난 몇 년간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싸워 왔던 거지?

 

인상적인 인중과 뒷통수, 눈빛들을 지나온 자리에 김장겸 현직 MBC 사장이 있다. 인상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남긴 전임자나 동료들과는 달리, 김장겸 사장은 가능한 한 완고한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인터뷰를 시도하는 최승호 감독과 뉴스타파 제작진들 앞에서도, 김장겸 사장은 당황하거나 뭐라도 말을 꺼내는 일 없이 절벽같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서둘러 자리를 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책임을 묻든 자신은 사퇴하는 일 없이 임기를 꽉 채우고 나가겠다는 그의 무표정은, 상대의 존재를 면전에서 무시하고 부정하려는 강고한 의지의 결과물이다. 그에 비하면 뻔뻔스레 웃으며 최승호 감독의 안부를 물어본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우스꽝스러운 말들을 늘어놓다가 말이 꼬여버리고 마는 김재철 전 사장이 차라리 말을 섞기 더 편한 상대로 보이는 착시까지 일 지경이다.

 

무언가 책임지고 답을 하는 것도 아무 때에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답을 할 수 있을 때 답을 해야 하는 법이다.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은 8월 25일자 단독 보도에서 김장겸 사장이 TV조선 뉴스에 출연하는 걸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MBC 측은 바로 허위사실보도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사태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왜 최승호 감독이 물어볼 때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남의 방송에 나가려 하는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 완고한 무표정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보면서, 영화의 명대사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짓자.

 

“김장겸은 물러나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

오늘의 책

모든 한계는 끝이면서 시작이기도 하다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의 또 다른 걸작. 대안공동체 '아르카디아'를 중심으로 비트라는 남자의 일대기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냈다. 상실과 불운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결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 그의 묵묵한 발걸음이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어린이를 위한 관계와 소통 사전

2017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아홉 살 마음 사전』의 후속작. 이번에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데 필요한 80개의 표현을 담았다. 다투고, 화해하고, 고마워하고, 위로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예고된 인구 충격, 고요한 재난이 닥쳐온다!

지방 소멸, 사회 파탄, 국가 소멸까지. 향후 100년간 저출산 고령화가 초래할 미래상을 연대순으로 예측, 인구 감소 사회의 충격적 결말을 예고하며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문제작. 인구 문제로 소멸할 최초의 국가로 지목된 한국이 반드시 읽어야 할 위기와 생존전략.

옥수동 선생이 알려주는 최고의 요리 비법

이 시대 최고의 요리 선생님, 심영순 원장의 50년 요리 인생을 한 권에 담았다. 밥 짓기와 육수 만들기 등 한식의 기본부터 제철 식재료로 만든 사계절 상차림, 그리고 TV에 소개된 계반, 국물 없는 불고기 등 대가의 깊고 그윽한 맛의 비법을 모두 실었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