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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행복했던 시절 불렀던 그녀의 노래

'Edith Piaf - 23 Unforgettable Classics' 에디트 피아프 베스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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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가끔, 가사를 몰랐을 때도 느껴졌던 노래에 담긴 진심이 내 곡에도 담기기를 바라며, 곡을 쓰기 전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듣곤 한다.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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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초월해 느껴지는 음악, 에디트 피아프의 음악이다. 그녀의 음악을 듣다 보면 가사 내용을 잘 모르면서도 절절한, 그리고 진실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몇 년 전 독일 여행 중 프랑크푸르트에서 우연히, 오래된 듯한 건물의 작은 공연장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하룻밤을 묵게 된 터라, 시간도 보낼 겸 무슨 공연인지도 모른 채 티켓을 샀다. 어두컴컴한 공연장 내부에는 따로 지정된 좌석도, 안내도 없이, 자유롭게 맥주를 시켜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스텐딩 바가 전부였다. 다소 집중이 잘 안 되는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그 날의 공연은 서커스와 샹송을 엮어 만든, 색다른 쇼였다. 쇼를 이끄는 호스트가 나와 독일어로 유쾌한 인사를 마친 후, 에디트 피아프의 「Padam Padam(빠담 빠담)」을 부르기(알고 보니 립싱크였던)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노래에 끌려들었다. 온전히 노래에만 모든 신경이 끌리는 것 같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처음 접한 순간이었다.

 

가수가 누구였는지,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목소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까지 읽히는 듯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에디트 피아프 노래의 힘이다.

 

전체적으로 조금은 촌스러운 쇼였지만, 그 날 들었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은 아직까지도 아주 강렬한 기억으로, 느낌으로 남아있다. 동시에 그녀가 누구인지 아주 많이 궁금해졌었다. 그렇게 한동안 에디트 피아프와 관련된 책과 영화를 찾아보며 푹 빠져있었는데, 그녀의 기구했던 일생을 알면 알수록, 목소리에 담긴 짙은 호소력이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토록 불행한 삶 속에서도 그토록 진실하게 세상과 사랑만을 위해 노래할 수 있는 그녀의 순수함이 경이로웠다. 

 

서커스단의 단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작된 길거리 음악생활.


체계적인 교육은커녕, 돈을 벌지 못하면 몸까지 팔아야 했던 열악한 상황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던 그녀였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시작한 노래로 점차 명성을 얻기 시작했지만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비극 그 자체였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경쟁자로 변모하거나, 폭력적이거나, 그녀의 명성을 이용하려 들었다. 그리고 일생 동안 가장 사랑했던 남자인 복서 마르셀 세르당은 에디트 피아프를 만나러 오는 길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사실 에디트 피아프는 평생 ‘사랑’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늘 사랑 때문에 지독히도 고통스러웠을 그녀지만, 사랑을 하는 그 순간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했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들은 특히 그녀의 사랑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Hymne a l''amour(사랑의 찬가)」 역시 마르셀 세르당을 잃고 난 후, 머리를 삭발하고 방 안에 들어가 사흘 만에 완성한 곡이었다. 또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은 물랑루즈에서 만난 6살 연하의 가수, 이브 몽땅과 사랑에 빠져있던 시절, 죽도록 행복했던 감정을 15분 만에 펼쳐낸 곡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두 곡은, 꼭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죽도록 행복했던 시절 불렀던 그녀의 노래는 너무나 강렬하고 헌신적이어서 마음을 끌어당길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해’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가사를 몰라도 어느새 온갖 감정을 뒤흔들어 놓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평생 목숨을 걸고 노래했던 그녀의 열정을 존경한다. 누구보다도 진실하게 그 순간의 감정을 노래에 투영해낼 수 있었던 그녀의 감수성과 순수함을 동경한다. 곡을 쓰다 보면, 작곡할 당시의 감정이 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동시에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면 찰나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행복함으로 작곡을 하다가도 문득 화났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슬픈 감정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가도 친구가 보낸 메시지 한 통에 감정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곡은 경이로울만큼 사랑의 감정에 충실하다. 마약과 스캔들, 비극으로 얼룩진 그녀의 일생이었지만 사랑과 노래에서는 누구보다도 담담하고 순수했던 그녀가 남긴 음악을 존경한다. 그 이후 가끔, 가사를 몰랐을 때도 느껴졌던 노래에 담긴 진심이 내 곡에도 담기기를 바라며, 곡을 쓰기 전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듣곤 한다.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곡 작업을 시작하며….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이 담긴 이 음반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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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한(피아니스트, 작곡가)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美버클리음악대학 영화음악작곡학 학사.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 박사. 現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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