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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연구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연재 '노벨상 산실' 연구중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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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현 수도인 도쿄에 가려 인구 150만 명이 사는 지방도시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794년부터 1868년까지 1000년 넘게 일본의 수도로 군림했던 만큼 일본 사람들은 교토를 일본의 정신을 계승하는 전통적 수도로 생각한다. (2017.07.25)

 

교토대사진1.jpg

교토대 입구에는 학교의 상징물인 전나무가 서 있다.

 

일본에서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 어디일까? 이 질문을 받은 상당수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당연히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대가 아니겠는가라는 말과 함께. 도쿄대는 지금까지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연구 분야는 6명. 자연과학 분야를 놓고 보면 도쿄대보다 더 자주 노벨상 수상자를 만날 수 있는 일본 대학이 있다. 다름 아닌 교토대다. 지금까지 교토대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는 8명으로 물리학, 화학 전공이 많다.


교토대의 모토는 ‘자유의 학풍’이다. 학생들은 말 그대로 자신의 캠퍼스 생활을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즐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특성이 노벨상 수상 실적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시간을 정해 놓고 단기에 특정 성과를 내기 위해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대로 또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고 연구할 수 있는 교토대의 문화가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교토대에는 유독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원생들의 연구에서도 교수님의 간여가 덜하며, 자유롭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러한 학풍이 오늘날의 교토대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실제 교토대에는 몇년 동안 논문 하나 발표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만 계속하는 엉뚱한 연구자도 있다. 다른 대학 같으면 무능한 연구자로 낙인이 찍혀 짐을 싸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토대는 관점을 바꿔 이들을 미래의 노벨상 주인공으로 대우해 준다.


교토대에서는 실패나 낙오도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성공을 위한 시간이 주어질 뿐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몰두할 뿐 어떠한 제재나 통제에도 따르지 않는다. 그 예로 교토대 학생은 출석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그래서 수업 중인대형 강의실이 텅텅 비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만큼 학점도 쉽게 얻을 수 있을까? 교토대의 학점은 우ㆍ양ㆍ가 합격, F 불합격 네 단계로 결정되고 학생들은 학사제도에 맞춰 여러 과목을 신청하는데, 학생들의 학기말 과목별 최종 합격률은 50~70%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낙제점을 받고 다시 수강을 하거나 그 과목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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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산타바바라 교수, 아카사키 이사무 나고야 메이조대 교수,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일본의 정신, 교토


교토는 현 수도인 도쿄에 가려 인구 150만 명이 사는 지방도시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794년부터 1868년까지 1000년 넘게 일본의 수도로 군림했던 만큼 일본 사람들은 교토를 일본의 정신을 계승하는 전통적 수도로 생각한다. 이는 교토라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다.

 

교토는 한자로 ‘京都’라고 표기하는데 여기서 ‘京’은 수도, 즉 우리나라의 서울을 뜻한다. 지금의 수도인 도쿄는 한자로 ‘東京’이기에 동쪽에 있는 서울이 된다. 이렇게 작명된 것은 교토를 중심으로 도쿄가 동쪽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는 교토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확장했고 그러면서 동쪽의 수도가 일본의 수도가 됐다.


몇년 전 한국에서는 ‘교토식 경영’이라는 단어가 회자됐다.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를 경험했음에도 세계 3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토 주변에 위치한 교세라, 일본전산, 호리바제작소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혁신적인 경영방식을 추구했는데, 이는 글로벌 시대의 변화를 시의적절하게 따라가는 것은 물론 경쟁력 확보에도 주효했다. 대표적인 전자부품회사 교세라는 ‘아메바 경영’을 앞세워 조직의 분업화와 생산효율을 꾀했다.

 

교토 시내에 자리잡은 ‘교토리서치파크’는 일본의 대표적 공동 연구개발(R&D) 단지다. 오사카 가스가 4억 5,000만 엔을 출자해 1989년에 문을 열었고,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전자, 기계 등 350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4,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중소기업, 교토시 등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산ㆍ학제 간 융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입주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실험 기자재를 포함한 시설을 이용하고 행정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교토리서치파크는 교토대를 기반으로 지역 내 이노베이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토대 교수와 학생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단과대 규모의 연구소를 그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영장류연구소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 연구성과로 주목받는 곳이다. 1951년에 설립된 교토대 방재연구소는 방재 관련 실험을 위해 우지가와에 대규모 수리 실험실을 갖췄다. 홍수와 지진, 화산, 산사태 등 사회기반시스템 방재와 정부 방재정책ㆍ계획 수립 등 전반에 걸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교토대는 ‘수업은 안 들어도 좋다’는 교수와 자유분방한 제자, 그리고 정답 없는 문제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학풍을 통해 아시아 ‘노벨상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설성인 저 | 다산4.0
세계 최고 10대 이공계 대학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 주는 이 책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 앞에서 새로운 인재란 누구인지, 인재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가득하다. 미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국가지도자ㆍ교육관계자ㆍ기업인ㆍ학부모ㆍ학생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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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설성인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전자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현재 조선일보 경제·경영 섹션 「위클리비즈」를 만드는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이공계 문제와 대학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해외 명문 이공계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차곡차곡 콘텐츠와 지식을 쌓았다. 첨단 과학부터 실용 학문에 이르기까지 뿌리 역할을 하는 대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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