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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장지우, 멀쩡하게 생겨서 망가지니 더 재밌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로 무대 돌아온 배우 장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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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라는 인물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답이 없는 망가짐’은 처음이죠(웃음). 몸으로 표정으로 대사로, 모든 것에서 망가져야 하니까. 그런데 저는 재밌어요.” (2017.07.19)

장지우 배우 프로필컷.jpg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무대 위에 공존하는 모습은 공연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덕분에 모든 남자배우들의 꿈이며,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그런데 이 엄청난 작품을 특유의 코믹함과 재치로 난도질한 용감한 작가가 있으니, 바로 미타니 코키입니다.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악한 인격인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하다! 설정은 물론이고 제목부터 어딘가 좀 ‘저렴한’ 냄새가 나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미타니 코키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어처구니없이 비튼 작품인데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아끼는 기자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취재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해가 갈수록 더욱 탄탄하게 망가지는 무대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원작만큼이나 멀쩡하게 잘 생겨서 제대로 망가지는 빅터들 때문에 재미를 더한다는 소식을 듣고, 빅터 역의 장지우 씨를 공연 전 직접 만나봤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킬 앤 하이드>를 코미디로 푼다고? 그런데 작품 자체가 정말 재밌고, 미타키 코키의 작품을 하게 돼서 좋고, 탄탄한 제작진, 배우들과 작업하니까 마음도 편해서 그런지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게 정말 즐거워요.”

 

주로 로맨틱코미디 작품을 하셨지만, 이렇게 망가지는 역할은 처음이지 않나요? 멀쩡하게 잘 생겨서 심하게 망가지니까 더 웃긴다는 얘기가 많습니다(웃음).


“빅터라는 인물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답이 없는 망가짐’은 처음이죠(웃음). 몸으로 표정으로 대사로, 모든 것에서 망가져야 하니까. 그런데 저는 재밌어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의 원작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아니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라고 생각합니다. 빅터가 뮤지컬에는 없는 인물인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요? 극중 배우이고, 게다가 하이드라는 인물을 또 연기해야 하잖아요.


“기본적으로 빅터는 순수하고 꾸밈없는 청년이죠. 그런데 정태영 연출님이 ‘이번에는 빅터가 멋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민이와 장지우를 캐스팅했다!’고 하셨어요. 멋있는 놈들이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주문하셨어요. 그래서 극에 방해 되지 않게 멋있으면서도 저렴하지 않게 망가지고, 또 자연스럽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죠. 말씀하신 것처럼 연기 안에서 또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데, 천만다행인 것은 빅터가 의욕과 열정이 앞선 무명배우라서 좀 어설픈 부분은 관객들이 ‘무명배우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재연 때보다 극장 규모가 커졌잖아요. 훤칠한 분들이 많아서 공연장을 옮겼나 생각했습니다(웃음).


“빅터가 워낙 움직임이 많은 데다 제가 덩치도 크잖아요. 연습실에서는 천장이 거의 닿아서 움츠리는 면이 있었는데, 공연장으로 오니까 저는 확실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재연 때보다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낮은데, 그래서인지 다들 항상 에너지 넘치고 새벽 5시까지 술 마시면서 작품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웃음).”

 

공연사진 (3).jpg

 

빅터와 하이드는 구분이 돼야 할 텐데, 어떤 점을 가장 극대화했나요?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는데, 정민 형과는 색깔이 많이 달라요. 정민 형은 등장부터 자존심 있고 당당한 빅터라면 저는 좀 순박하고 귀엽고 애교 있는 빅터예요. 그러다 하이드로 변했을 때는 광기어리고 거칠고 대사도 세죠. 빅터가 굉장히 많은 캐릭터와 색깔을 드러내야 하잖아요.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는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도 있어서 표현방식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지나치게 극과 극이지만 빅터와 하이드 중에는 어느 쪽에 가깝나요?


“두 캐릭터 모두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따라 나오는 면이 있겠죠.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는 순한 빅터인 것 같네요(웃음). 그런데 기본 성격은 진지하고 조금은 우울한 편이라 혼자 있으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극장에 오면 사람도 많고 이렇게 말도 많이 하고. 또 다른 제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아서 즐거워요.”

 

코미디이고 워낙 몸을 크게 쓰는 작품이라 애드리브가 많을 것 같은데요.


“약속된 애드리브 외에는 없는 편이에요. 연출님 스타일이고, 특히 이 작품에서는 군무처럼 동선이 딱딱 맞아야 관객 입장에서는 시선이 깔끔하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연습 때는 여지를 주셔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타당한 애드리브는 대사화하는 작업을 거쳤어요. 선장을 믿고 따르는 분위기라 공연 때 돌발적으로 애드리브를 하면 나중에 미안해지는 분위기예요(웃음).”

 

사실 코미디가 관객들은 재밌게 보지만 배우에게는 우는 역할보다 힘들다고 하던데,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건가요?


“그날그날 객석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분들이 계세요. 특정 장면에서 당연한 피드백이 안 오면 좀 민망하고 창피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여성 관객들도 그렇지만, 남성 관객들의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흔치 않잖아요.”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부담감이 컸을 텐데,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겠네요.


“그래서 좋은 기운을 축적해놓고 있어요(웃음). 2014년 <스캔들> 이후 개인적인 이유로 연기를 하지 않게 됐는데, 항상 얼굴이 죽어 있더라고요. 즐겁지 않고. 19살에 최연소로 앙드레김 쇼에 섰고, 장지우라는 이름도 선생님이 지어주셨어요. 이후 광고도 찍고, 모델로 배우로 활동하면서 공연도 하게 됐는데 완전히 빠졌죠. 오랫동안 무대를 떠나니까 관객도 만나고 싶고, 작품도 하고 싶고. 그래서 살도 20kg이나 빼고, 새로 프로필 찍고, 작품 하고 싶다고 주변에 소문내고 다녔어요. 그러던 중에 감사하게도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만나게 된 거예요. 정태영 연출님과는 2008년 <그리스>에서 뵈었거든요.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는데, 연출님과도 얘기 많이 하고, 정민이 형한테도 많이 배우고. 그렇게 작품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런 부담이 자연스럽게 없어졌어요.”

 

다시 무대로 돌아온 만큼 남다른 각오를 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나요?


“키 크고 체격 좋아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어떤 옷을 입혀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색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고, 장지우라는 이름이 많이 알려지기보다는 작품의 캐릭터로 알졌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은 그 역할로 저를 보는 거니까요. 그렇게 캐릭터가 쌓여서 자연스럽게 장지우라는 이름으로 모였으면 좋겠고, 요즘은 컴퍼니 입장에서도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고려하잖아요. 그 차원에서는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그들이 원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좋은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웃음).”

 

장지우 씨와의 인터뷰는 1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기사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대를 떠났던 지난 3년여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얘기했는데요. 인터뷰 뒤에 공연을 보고 있자니, 장지우 씨의 무대 복귀작이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겁게 작업할 수 있고, 무대 위에서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되돌아오는 객석의 좋은 기운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은 그만큼 다양하고 깊어진 연기로 풀어내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해가 갈수록 더욱 재밌어지는 것 같네요. 원작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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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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