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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고와 신미나 사이, 시 읽어주는 누이

웹툰과 시의 결합
『시누이』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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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어쨌든 시를 향유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거든요. 시라는 장르가 너무 권위적이고 장벽이 높아졌어요.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면 시집 산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문학이 소수를 위한 향유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누리는 것도 문학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2017.07.18)

시인은 말줄임표 뒤에
가만, 돌을 놓는 사람
기도가
새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언어의 숲에
불시착한 탐험가
詩누이, 「금붕어의 시간」 중

 

2014년 첫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를 낸 신미나 시인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다. 시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는 대신 웹툰을 그리고, 웹툰은 다시 『詩누이』로 묶여 책으로 나왔다. 평범한 30대 여성인 주인공 ‘싱고’의 추억과 기분을 그림으로 따라가다 보면 총 34편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사람 나이로 69세인 고양이 ‘이응옹’의 충고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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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가볍게 만났으면


종이책 틀이 답답해서 웹툰을 시작하셨다고 나와요.

 

2015년 겨울에 네이버 ‘도전만화’에 웹툰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시를 가지고 다른 장르로 변환하거나 같이 하는 시도가 거의 없었어요. 요새는 전에 비해 시가 음악이나 그림 등 다른 장르와 많이 콜라보 되는 것 같아요. 올린 지 한 달도 안 돼서 창비에서 연락이 왔으니, 어떻게 보면 시인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어서 금방 기회를 얻은 거죠. 저 자신에게도 좋은 기회여서 해보자고 했어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시작하신 건가요?


웹에 올리는 만화는 시의성에서 제약이 없잖아요. 어떤 공간에서도 들를 수 있고 공유도 쉽죠. 시집도 얼마 안 팔렸는데 누가 알려나 하고 조용히 올렸거든요. 무명의 독자가 숨어서 뭘 만든다고 여길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러 군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아는 분들에게도 문자가 오더라고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카피라이터로 일하기도 하셨는데요. 기획할 때 시보다 그림이 먼저였나요?


보통은 시가 먼저였어요. 에피소드를 먼저 생각하면 시를 끼워 맞추게 되더라고요. 작업할 때 제일 어려웠던 게 시를 고르는 거였어요.


시를 골랐던 기준은요?


그나마 문단에서 잘 알려진 시인의 시를 골랐어요. 사실 덜 알려진 좋은 시도 참 많아요. 하지만 이런 시도가 처음이다 보니 그래도 대중들이 조금 알만한 분들로 모셨어요. 다른 분들은 조금 서운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한데, 이게 만약 시리즈로 된다면 다른 분도 두루두루 다루고 싶어요.


주변 분들이나 독자들 반응은 어땠나요?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다 싶었어요. 불편한 시인이 있다면 빼야지 했는데 그런 분은 전혀 없으셨어요. 오히려 격려를 많이 하고 좋아해 주셔서 부담되면서도 참 고마웠어요. 연재하면서 독자분들이 편지처럼 댓글을 써주시기도 했어요. 나아가서 이 책을 읽고 시집을 사봐야겠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게 참 고마웠어요.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는 아니라고 편하게 생각해주셨으면 해서요.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렇다고 해서 시가 쉬워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읽는 맛이 있고 다양성이 있지만, 어쨌든 이 책은 고등학교 이후로 시라는 장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부담 없이 에피소드를 곁들여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가볍게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웹툰이라는 장르가 젊은 세대에게 주로 친숙한 장르인데요. 웹툰으로만 소비되고 시로 안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셨을 것 같아요.


웹은 세로 스크롤 형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휙 넘기게 되는데, 시를 안 읽고 휙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목적은 어쨌든 시를 향유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거든요. 시라는 장르가 너무 권위적이고 장벽이 높아졌어요.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면 시집 산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시집을 읽는 걸 별종이라고 생각하거나 마니악한 취미라고만 생각하지, 시집이 소비재가 될 수 있다는 차원까지 안 가더라고요. 문학이 소수를 위한 향유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누리는 것도 문학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결과물이 어떤지는 각각 평가가 있겠죠.

 

일러스트레이션 기술은 언제 배우셨나요?


회사에 다닐 때도 일러스트레이션은 했어요. 다만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아서, 처음 ‘시누이’를 그릴 시기에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다시 배워서 손은 좀 빨라졌어요. 처음에는 신나고 재밌어서 했지만, 연재 중반에 들어서니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미리 정해놓은 게 없어서 직장인처럼 하루에 7시간 이상씩 그렸어요.


시를 쓸 때 마음과 그림 그릴 때의 마음이 다를 것도 같아요. 어떠신가요?


그리면서 재밌었어요. 텍스트가 표현하지 못하는 걸 그림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쾌감이 있더라고요. 그림이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텍스트가 상상력을 넓혀주기도 해요. 작업 자체는 상호보완적으로 갔던 것 같아요. 그림과 시가 물과 기름처럼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고 긴밀하게 친구처럼 가길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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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은 ‘신미나’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이번 책은 ‘싱고’라는 필명을 썼어요.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해서 상징적으로나마 필명을 붙였어요. 시는 이렇게 진지하게 썼는데, 웹툰에서는 ‘뻑살보다 다리지’ 이런 개그를 하면서 그리려니 제가 어디에 서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작은 의식 같은 건데, 그림을 그릴 때는 싱고로 바꾸면 조금 더 마음이 가뿐해져요. 이름을 분리하니까 마음가짐을 짠, 하고 전환하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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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할 수 없는 이야기


책에서 말해놓고 후회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요. 실제로 고양이 ‘이응옹’을 붙잡고 하소연하기도 하세요?


신나게 이야기하고 집에 가서는 복기하는 거죠. 왜 그랬지 하고 자책하면서요. 이응옹이 되게 할아버지라, 늘 치킨이 오면 잔소리를 해요. 얌전하게 ‘내놓아라’ 하면서 냐옹거리고요. 새벽에 부시럭거려서 나가보면 애가 닭뼈를 물고 거실에다 놔요. 되게 웃긴 애예요.


1인 가구에서, 특히 1인 가구 여성이 고양이를 키우는 내용이 다른 웹툰으로도 많이 나왔어요.


대중의 흐름을 일부러 의식한 건 아닌데, 10년 동안 살아왔던 가족이라 실생활을 보여주다 보니 요새 트렌드랑 맞았던 것 같아요. 요새는 트위터에 고양이 찬양밖에 없잖아요. 지금도 황인숙 시인과 함께 ‘상냥한 사람들’이라고 조직을 만들었어요. 고양이를 위에 둔 사람들이요. 뜻밖에 행사가 커져서 돈도 많이 모이고, 사료 기증도 했어요.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함께 세월호와 여성 혐오 이야기도 들어갔어요. 사회에 시로 발언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꼭 해야 한다는 당위보다는, 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말이죠. 어떻게 보면 책을 내는 것도 대단한 권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목소리 내야 하는 부분을 주저하면서 말랑한 이야기나 쉬운 위안만 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러기는 싫었어요. 김현 시인의 「사랑」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한 번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뒷장이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 혐오는 문단에서도 첨예한 문제입니다.


조직을 결성한다거나 이러진 않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루트로는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인 신미나로서 봤을 때는 참 어려워요. 80년대 시에서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게 구호 같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문학성 자체는 떨어져도 사회적 흐름으로는 가능했고, 그 방식이 더 힘이 셌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내밀하게 다른 방식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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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의 반짝임을 놓치지 말자


『싱고,라고 불렀다』에서 김사인 시인은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평을 남겼어요.

 

왕따란 이야기를 아름답게 표현해 주신 거죠. (웃음)


토속적이라고 부르긴 그렇지만, 또래 시인과는 다른 시를 쓰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어쩔수없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시골 출생에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어요. 서울로 와서 객지생활하는 과정을 거쳐서 아랫세대도 아니고 윗세대도 아닌 중간에 끼인 환경이 되었죠. 제가 보고들은 세대는 아버지 세대라 60대 김사인 선생하고 만나서 대화가 막힘이 없고, 아래 나잇대인 안미옥이나 안희연 시인을 만나도 서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소화가 되더라고요. 보통 자기 이야기를 쓰면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는데, 맞다 틀리다 문제가 아니라 스타일의 차이예요. 그래서 경험 때문에 중간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첫 시집과 비교하면 『시누이』가 더 도시 느낌이에요.


첫 시집은 등단하고 7년 만에 시집이 나와서, 예전에 쓴 시도 많이 싣다 보니 시차가 있어요. 오히려 일상의 반짝이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시누이』가 일상에 더 밀접해졌어요. 시 쓸 때는 고통스러워야 하는 줄만 알았거든요. 시인들 보면 꼭 술 먹고 괴로워하고 그러잖아요. 이 작업을 하면서 어쨌든 오늘 하루의 반짝임을 놓치지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좋은 시만 쓴다면 내 생활이 약간 엉망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제가 너무 높은 데다 문학을 올려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웹툰 작업을 할 때는 시가 안 써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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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고여덟 시간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데, 시까지 쓰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직업을 가진 시인도 대단하다 생각해요.


시인은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해요. 시를 쓰면서 교수로 먹고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모두 생활인이어야 하죠. 『시누이』 작업 때문에 못 썼다기보다, 제 마음이 안 고여서 못 쓴 거예요. 물리적인 시간에 쫓기다 보니 꺼내는 작업을 덜 했다 뿐이에요.


‘시누이’ 2가 나올 수도 있을까요?


다음은 뭐가 나올까요? 시동생? (웃음) 서윤후 시인도 노키드 만화가와 『구체적 소년』이라는 작업을 했는데, 잘되고 말고를 떠나서 그런 시도가 더 활발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작가도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같이 협업하는데, 너무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요. 혼자 읽기 아까운 시가 많거든요. 읽고 말랑해지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자괴감에 시달릴 때는 정신차리기도 하고요. 문학이 거창하게 어깨에 힘주고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연해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연재를 시작하셨다고요.


<조선일보>에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과 시를 연재해요. ‘시누이의 그림일기’라고 이름 붙였는데, 동시같이 그림일기를 썼어요. 일기도 아니고 시도 아닌데 얇지도 않은 그림일기 같은 장르예요. 당분간은 계속 마감 생활자로 살지 않을까요?

 


 

 

詩누이싱고 저 | 창비
2014년 첫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를 펴내고 시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신미나 시인이 어느날 ‘싱고’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스케치북을 건넸다. 스케치북에는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과 시 같은 에세이, 그리고 시 한편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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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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