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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책덕후가 선택한 책은?

<채널예스> ‘여름휴가맞이’ 특집 휴가를 떠날 때, 이 책을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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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 꼭 책을 읽어야 하냐고요? 전혀. Never! 여행지에 갈 때마다 가벼운 책 한 권을 트렁크에 꼭 넣지만 대개 10쪽도 안 읽고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책은 언제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행(혼자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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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함께 본격 휴가가 시작됐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 국내여행을 가는 사람, 방콕을 준비하는 사람 등 휴가 계획은 다양하다. 30대 김지연 씨는 휴양지 대신 만화방을 찾을 생각이다. 여름을 맞아 심야에도 문을 여는 만화방이 생겼기 때문. 40대 정희연 씨는 이번 여름, 육아로부터 해방, 이틀간 자유를 얻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핫한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책을 보는 일. 리필 받은 커피가 바닥을 드러내면 동네서점 투어를 할 예정. 1박 2일 지역서점 투어도 고민 중이다. ‘올 여름 휴가철에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채널예스>가 대신 물었다. “책덕후인 당신, 설마 이번 휴가 때도 책을 보실 계획인가요?”

 

 

이정연(소셜마케터)
『해치지 않아』 (정미진 글, 싹이돋아 그림, 엣눈북스)

이정연

쉴 때는 확실히 쉬어주어야 한다는 게 나의 원칙이다. 그러니 휴가라고 괜히 벼르던 두꺼운 책 챙기지 말고, 그림이 많은 책을 펼쳐보자. 이번에는 주제에 충실하게 여름 느낌 충만한 그림으로 골랐다. 그래픽노블 『해치지 않아』다. 매 페이지마다 싱그러운 식물이 그려져 있어 휘리릭 펼쳐보기만 해도 산뜻해진다. 게다가 '육식세계에서 도망쳐 그들만의 안식처를 꿈꾸는 초식남녀의 분투기'라 하니, 영화 <옥자>에 감명받은 독자라면 도전해 볼 만도. 아, 물론 휴가를 육식코스로 짠 이들에게는 비추입니다.





김희진(출판편집자)
『휴먼 에이지』(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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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간 사놓고 못 읽은 책들이 또 책장 서너 칸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름 휴가 때는 그중 가장 큰 주제의, 가장 지적인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싶다. 정답은 『휴먼 에이지』.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관한 책이라니, 일단 이보다 더 스케일이 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딱딱한 문장의 어렵기만 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휴가지에 대한 예의가 아닐 텐데, 애커먼은 이런 이야기를 누구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써내려갔으리라 믿고 보는 작가다. 애커먼은 『열린 감각』이라는 책으로 20여 년 전에 처음 만났다.(이 책은 그로부터 10년쯤 후에 『감각의 박물학』으로 복간되었다) 주제와 내용과 감성과 문체가 모두 강렬하고도 신선해서, 내 인생의 책 100 리스트에 주저 없이 넣었던 책이다. 그 후 『천 개의 사랑』, 『새벽의 인문학』 같은 주옥같은 책들이 계속해서 소개되었지만, 이번 책은 특히 각 잡고 쓰신 듯한 기운이 제목부터 느껴진다. (게다가 믿고 보는 김명남 번역가와의 조합이라니!) 휴가지 바닷가에서 애는 잠시 아빠에게 맡겨두고,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자연을 만들어냈는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 시대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김준섭(출판편집자)
『세 여자』(조선희 저, 한겨레출판)


김준섭(출판편집자)

머리 안 잘라요? 다들 내게 그런다. 흡흡, 남자가 머리 좀 기르면 안 되나요? 그래서인지 나는 『세 여자』 표지 사진을 보며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 이유는? 세 여자도 단발이고 나도 단발이라서. "남자들이 상투를 자를 때 그것은 봉건왕조와의 인연을 자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여자들이 쪽 찐 머리를 풀어 자르는 것은 '나, 독립된 인격체요' 하는 1인시위였다"라는 부분에선 정말 울컥도 했다. 맞아, 우리 모두 독립된 인격체다! 100쪽쯤 읽고는 머리를 잘라야지 하는 생각을 머리 대신 싹둑 잘라버렸다. 올여름 이 책을 마저 읽으며 계속해서 단발랑으로 살아야겠다. 얍!





허남웅(영화평론가)
『희망장』(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허남웅(영화평론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를 애정한다. 보통 탐정이라고 하면 중절모에, 롱코트를 입고 아무도 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고독을 즐기는 인물로 묘사되고는 한다. 스기무라 사부로는 다르다. 아동서적 편집자 출신이고, 대기업 회장을 아버지로 둔 여자와 결혼한 적 있고, 귀여운 딸까지 둔 아빠다. 본의 아니게 주변에 사건이 터지고 이를 해결하다 보니 탐정 비슷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생활형 탐정인 셈이다. 사건에 신경을 쓰면 가족 관계에, 가족에 신경을 쓰면 사건 해결에 애로사항이 생기는데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탐정사무소 '같은' 걸 차린다. 『희망장』은 스기무라 사부로의 이혼 후 이야기를 4개의 단편으로 엮었다. 『누군가』, 『이름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등 이전 작품처럼 생활형 사건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이에 임하는 스기무라 사부로의 태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궁금하다. 이혼 후 겪게 될 외로움을 사건 해결로 충족할 것인지, 더한 고독의 늪으로 빠져들 것인지 어서 빨리 확인하고 싶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다 주인공의 삶이 더 궁금해지는 탐정물. 그게 바로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의 매력이다.





정의정(기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데이비드 세다리스 저 / 조동섭 역 | 학고재)


정의정(기자)

12년a의 학교생활에서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방학 생활계획표를 그리면서 깨달았다. 방학, 연휴 기간에 밀린 공부, 청소. 약속을 해치우겠다는 희망은 결코 현실이 되지 않는다. 휴가를 떠나면서 책을 3권 이상 욱여넣는 일도 이제 그만하자. 지금까지 안 읽은 책이면 휴가지에서도 읽을 일 없다. 마음 편히 낄낄댈 책 한 권이면 된다. 데이비드 세다리스같이 머리에 나사가 하나쯤 빠진 사람 글이 적당하겠다. 『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는 총 26편의 글이 실려있다고 하니, 몇 개 읽다 접어놓고 낮잠을 잘 수도 있다. 하지만 미친듯이 웃다가 다 읽고 오지 않을까 싶은데.





최향모(출판마케터)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 흐름출판)


최향모(출판 마케터)

오늘날 서양문화에 깊은 흔적을 남긴 라틴어는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익히고 싶은 매력적인 언어다. 초급 라틴어' 교재도 찾아봤지만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좌절하곤 했다. 최근에 이 책 『라틴어 수업』의 출간 소식을 접했다.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의 강의를 담은 책이다. 저자의 5년 동안의 수업은 단순한 라틴어 어학 강의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부터 지금의 이탈리아까지 유럽의 역사, 철학, 신학을 아우르는 통합 강좌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더 인상적인 것은 책에 함께 소개된 수강 후기였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 '스스로와 화해하는 시간이었다'. 언어와 문화, 역사에 눈뜨고 삶의 의미와 마주할 수 있는 수업이라니! 휴가철에 편안한 마음으로 출석하고 싶은 강의다.





오승원(가정의학과 교수)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싯다르타 무케르지 저 / 이한음 역, 까치)

오승원(가정의학과 교수)

싯타르타무케르지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읽으며 느꼈던 기분이 아직 생생하다. 스탠퍼드, 옥스퍼드를 거쳐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자 40세에 출판한 첫 저서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니. 책을 읽기 전엔 일단 저자의 약력에 주눅이 들었고 읽는 동안엔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글솜씨에 탄복했으며 마지막 장을 넘긴 뒤엔 방대한 분량임에도 단 한순간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음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는 암에 관한 그의 첫 번째 저서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이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의 전편임을 밝히고 있는데, 첫 번째 책이 암의 역사이자 암과 싸워온 학자들에 대한 연대기라면 이 책은 유전자의 역사이자 그것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유전학, 그리고 역사라니. 머리를 비워야 할 휴가 때 읽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 때야말로 600쪽이 넘는 저자의 이야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주제에 대해 그보다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을만한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빌게이츠가 추천한 2016년 5권의 책 중 하나라는 정보는 덤이다.





이환희(출판편집자)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권김현영 외 저, 교양인)

이환희(출판편집자)

파란색을 좋아한다. '남자'는 파란색 아닌가. 파란색이 여름엔 더욱 끌린다. '여름'하면 뭐니뭐니해도 파란색이니까. 뜨거운 햇빛 아래 온갖 낡은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여름 남자'인 나는, 여름휴가 동안 이 시원한 파란색 표지의 책을 집어 들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남자는 파란색' 대신 '남자는 여러 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파란색 기와집 아래 계신 '한국 남자 대표' 행세 행정관님과, 그분을 응원하거나 방관하는 여러분과 함께 이 책으로 여름휴가 맞이 독서 모임 한번 하고 싶다. '한남'들이 과잉 대표해오던 한국 남자 생태계의 종 다양성 회복 및 확장을 기원하며.




 

엄지혜(기자)
『문학소녀』(김용언 저, 반비)


엄지혜(기자)

휴가 때, 꼭 책을 읽어야 하냐고요? 전혀. NEVER!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벼운 책 한 권을 트렁크에 넣지만 대개 10쪽도 안 읽고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책은 언제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행(혼자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올 여름은 『문학소녀』를 택하겠어요. 우선 표지가 예뻐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폼 나는 책이죠. 요즘 문학소녀는 찾기 힘들어요. 문청도 드물어요. 페북 스타, 인스타 스타만 있죠. 『문학소녀』는 꽤 진지한 책인데요. '책 읽는 여자의 흑역사'를 다뤄요. 전혜린을 호명하면서 말이죠. 휴가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벌써 30쪽을 읽었어요. 이러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다 읽어버리면 어쩌죠? 바닷가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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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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