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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성장시키는 건 불편한 행복이 아니라 ‘외로운 자유’

『혼자서 완전하게』 이숙명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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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혹은 언니의 마음으로 썼습니다. 저는 기자라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일상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지 못한다는 걸 압니다. 그런 분들도 이 책을 읽고 ‘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네’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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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완전하게』의 저자 이숙명은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살아온 25년 차 프로 독거인이다. 영화지와 패션지에서 피처에디터로 일하다 지금은 서울과 발리를 오가며 프리랜서 글쟁이로 산다. 저자는 ‘시간을 마음대로 쓸 자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여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가능성, 나 하나만 생각하고 미래를 계획하면 되는 간편함’까지, 혼자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이숙명은 이 책에서 일상을 솔직하게 기록하면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거치는 순간이 아닌 그 자체로 완전하고 가치 있는 ‘혼자만의 시간’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그 시간을 겪으며 발견한 ‘혼삶’의 즐거움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담아낸다.

 

25년차 프로 독거인으로 살면서 혼자 사는 생활의 장단을 먼저 하나씩 꼽아주시겠어요?

 

장점은 집안일을 내킬 때까지 미룰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미뤄봤자 그 일을 다 내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하는 생활 중에서도 ‘혼자 영화보기’ ‘혼자 여행하기’ 등 구체적인 방법과 경험이 들어있습니다. 같이 보는 영화나 같이 하는 여행보다 혼자 하는 여행과 영화가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혼자 다니면 예약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주말 저녁에 아이맥스 3D 영화를 보거나, 성수기에 휴양지로 여행을 가거나, 유명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을 보거나 할 때 두 좌석 이상을 갑자기 예매하려면 굉장히 힘들거든요. 하지만 한 좌석 정도는 웬만하면 임박해서도 구할 수 있어요.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가끔 친구나 가족과 움직일 때 예매하는 걸 깜빡해서 당황해요. ‘아니, 당연히 내가 가고 싶은 순간에 바로 어플 열어서 1분만에 예매하고 달려가면 되는 거 아니었어? 왜 표가 없지?’ 내 취향과 경제 사정만 고려하면 된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책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스티커를 붙이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책 구별법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고등학생 때 자취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사를 스무 번 이상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 물건을 들일 때 ‘이게 다음 이사할 때 처치 곤란이 되지 않을까?’ 먼저 고민합니다. 무거운 가구는 되도록 사지 않습니다. 책은 이사할 때 가장 곤란한 물건입니다. 이삿짐 센터 직원이 책장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웃돈을 달라고 하는 걸 몇 번 겪고 나서부터 책을 모으는 게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청소하기 쉬운 작고 정갈한 집을 좋아하는데 책 때문에 무리해서 큰 집을 얻은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읽는 족족 처분하거나 전자책으로 대체해서 종국에는 책장이 없는 집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처분하려고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 내용은커녕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를 책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책을 읽고 나면 바로 스티커를 붙입니다. 갖고 있다가 다시 읽을 책은 빨간색, 선물할 책은 파란색, 버릴 책은 노란색입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파란색 중에 갖고 싶은 걸 골라보라고 합니다. 제 주변 다독가들도 의외로 책을 잘 기억 못 해서 이 분류법에 흥미를 갖더군요. 안타깝게도 저는 책 읽는 속도가 모으는 속도를 못 따라잡아서 아직 책장을 갖고 삽니다.

 

‘혼자 밥을 먹든 말든, 혼자 놀든 말든’ 상관없이 ‘당신이 당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271쪽)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남과 비교하지 않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남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 인생’을 사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비교하고 부러워해서 그게 내 것이 된다면 계속 비교하고 부러워하면 됩니다. 부러워해봤자 내 것이 안 된다면 관심을 끊는 것이 좋습니다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지요. 그냥 부러워하세요. 저도 가끔 훌륭한 사람, 멋있는 사람, 즐겁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합니다. ‘나도 더 열심히 살 걸 그랬나? 더 야망을 품었어야 하나? 저 사람 옆에 있으니까 내가 초라해 보여.’ 하지만 약 3초만에 잊어버립니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지금 내 삶이 어떻든 간에 이게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나아보이는 그 사람들의 인생은 제 깜냥 밖의 것이거나, 제가 어떤 이유로든 선택하지 않은 길인 겁니다. 부러워할 필요가 없지요. 이런 논리로도 해결이 안 될 정도로 자존감이 무너질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습니다. 저는 다행히 서로의 인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언해줄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놨거든요.

 

잡지사 기자 경험이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회사나 가족을 벗어난 삶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는 것도 중요할 텐데, 본인만의 기술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좋을까요?


제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서 큰 돈 안 들이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는 편입니다. 전자책 출판사를 차린 게 한 가지 예입니다. 전자책 시장이 아직 작기 때문에 그것만을 위해 새로 원고를 쓰는 건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필자들이 기존에 연재했던 칼럼을 엮거나, 아이 키우느라 경력 단절된 번역가 친구에게 부탁해서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번역하는 식으로 시험 삼아 네 권을 출판했습니다. 아직은 돈이 안 되지만 콘텐츠가 누적되면 생계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막상 해보니 디자인도 재미있고요. 본업은 글을 쓰는 거라 콘텐츠를 찾는 노력도 합니다. 사실 매일, 매순간 습관적으로 기획을 하고 있죠. ‘이 내용은 책으로 쓰면 재미있겠군. 어떻게 편집자를 설득하지?’ ‘어라? 요즘 사람들이 이런 거에 관심이 있네? 이건 A잡지, 아니다 B잡지가 더 어울릴 테니까 거기에 기고하자.’ 이런 생각을 항상 합니다. 이러다 보니 그달, 그달의 업무량과 수입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죠. 이건 제가 1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고 또 몇 년째 프리랜서를 하면서 기능과 인맥을 쌓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 맡으면 책임감 있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분야는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만들고, 조그만 것이라도 본업에서 파생된 일들로 점차 관심을 확장하다 보면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도 있고요. 

 

1인 생활이 계속 사회적 이슈로 떠오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1인 생활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취직은 늦고, 간신히 사회에 나와도 학자금 대출이다 전세 대출이다 갚을 빚은 많고, 물가는 임금보다 빨리 오르고, 미래는 불안정하니까 20~30대에 결혼해서 누구를 책임진다는 게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변하죠. 데이트를 해도 서로 손해보기 싫어서 이리저리 재는 게 뻔히 보이니까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하기 힘들어요. 그게 성별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요. 그 상태로 30대 후반쯤 되면 ‘에라 결혼 따위’라는 마음이 생겨요. 사회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인데 이제 와서 뭐하러 내 생활 방식을 바꿔야 되냐는 겁니다.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살림을 한다’라는 전통적인 가족내 성역할이 파괴된 지 오래임에도 아직 새로운 경제환경에 걸맞는 부부상이 제대로 정립이 안 된 상태고, 이 상태로는 결혼을 한다 해도 다들 어떤 식으로든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적령기다 뭐다 해서 가족과 사회가 엄청나게 압박을 가하고 초조하게 만들어서 정신 없이 결혼을 해치우게 했다면 요즘은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고, 주변에 비슷한 동료들이 잔뜩 있고, 혼자 잘 사는 언니 오빠들의 사례가 있습니다. 결혼을 위해서 무작정 현재를 유보하기에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에 성공할 확률이 너무 낮고, 싱글로 사는 기간은 깁니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자는 쪽으로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겠지요. 실제로 인생을 즐기기로 작정하면 혼자라는 게 오히려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누가 책을 읽었으면 했나요?


글을 쓰는 동안에는 가까운 20~30대 후배들을 떠올렸습니다. 회사를 나가도 먹고 살 수 있을까, 결혼은 꼭 해야 될까,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 인간 관계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나 비정상인가요... 그런 질문을 실제로 많이 들었습니다. 마흔이 다 됐는데 결혼할 생각은 도무지 없어 보이고, 일년의 반은 서울을 떠나 있고, 회사를 안 다니는데 불안해하지도 않으니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에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친구, 혹은 언니의 마음으로 썼습니다. 저는 기자라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일상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지 못한다는 걸 압니다. 그런 분들도 이 책을 읽고 ‘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네’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완전하게이숙명 저 | 북라이프
저자는 이 책에서 일상을 솔직하게 기록하면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거치는 순간이 아닌 그 자체로 완전하고 가치 있는 ‘혼자만의 시간’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그 시간을 겪으며 발견한 ‘혼삶’의 즐거움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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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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