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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스님 “사는 것 자체가 애쓰는 거예요”

에세이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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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것도 다 애쓰는 일이거든요. 먹고 사는 문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는 일, 사랑하는 일, 미워하는 일, 다 애써야 되는 일이에요. 인연 맺어져서 사는 인연법 자체가 전부 애쓰면서 이어가는 거예요. 그 안에서 이런 저런 사연도 생기고, 우여곡절도 생기고, 좋은 일 힘든 일도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애쓰는 일을 통해서 성장하는 거예요.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비울수록 가득하네』 이후 4년 만에 정목스님의 새로운 에세이가 출간됐다.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에 실린 100여 편의 이야기는 “세상 모든 애쓰는 이들에게” 수행자가 보내는 편지이자 기도이다. 걱정과 번민의 허깨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한과 미움에서 놓여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깨달음을 전한다.

 

“가장 고귀한 사람으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대우하세요”라는 한 마디는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고, “지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우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진리는 죽비처럼 마음을 내리친다.

 

많은 이들은 ‘따스하고 정갈한 음성, 그 속에 담긴 위로의 메시지’로 정목스님을 기억한다. 국내 첫 비구니 MC로 활동하며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해 왔을 뿐만 아니라, 10년째 인터넷에서 ‘유나방송’을 진행하며 명상과 마음공부를 돕고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방송대상 사회상’,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진행자상’을 수상한 스님은 지금도 BTN 불교TV <정목스님의 나무아래 앉아서>, BBS 라디오 <책 읽어 주는 스님 정목입니다>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산 속에서 홀로 수행하기보다 세상 한 가운데에서 대중과 호흡하기를 선택해 온 스님의 또 다른 이름은 ‘소외된 이들의 어머니’이다. 20년째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인 ‘작은사랑’을 이끄는 한편, 청소년들이 여행을 통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길 위의 메아리 학교’를 운영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모임(아노모)’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과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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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의 거울입니다


계절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들이에요. 지난 한 해 동안 쓰신 건가요?

 

1년도 훨씬 더 됐지요. ‘유나방송’ 회원들을 위해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었는데, 책으로 낼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회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일상사를 들려줬던 거지요. 그런데 출판사 대표님께서 원고를 모아서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그냥 묻어두기에는 아깝다면서요. 몇 년 동안 ‘유나방송’ 홈페이지에 썼던 글들 중에서 일부를 발췌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도 모았어요. 출간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쓴 글들도 같이 묶고요.

 

제목은 직접 지으셨어요?


김재진 시인께서 ‘유나방송’의 대표를 맡고 계신데, 이번에 책을 내게 됐다고 하니까 제목을 지어주셨어요. 제가 강연할 때마다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서 애를 쓴다’고 말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는 제목이 떠올랐다고 해요. 책이 나오기 전에 같은 제목의 시를 쓰기도 하셨지요. 요즘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많은 분들이 스님을 찾아와서 삶의 괴로움을 토로할 텐데요. 무엇을 위해 애쓰면서 살아가는 것 같으세요?


사는 것 자체가 애쓰는 거예요. 우리가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것도 다 애쓰는 일이거든요. 먹고 사는 문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는 일, 사랑하는 일, 미워하는 일, 다 애써야 되는 일이에요. 인연 맺어져서 사는 인연법 자체가 전부 애쓰면서 이어가는 거예요. 그 안에서 이런 저런 사연도 생기고, 우여곡절도 생기고, 좋은 일 힘든 일도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애쓰는 일을 통해서 성장하는 거예요. 세상 사람들은 다 걸어 다니는 거울들이에요.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기란 어려운 일인데, 상대라는 거울을 통해서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거지요. 애쓴다는 것은 관계 맺음 속에서 성장하는 거예요.

 

말씀을 듣고 보니, 애쓰며 살아가는 모두를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당신도 애쓰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요.


그럼요. 바로 그거예요.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당장 화부터 내거나 지적을 하기보다는 ‘그래, 당신도 애쓰면서 사느라 그러지’ 한 마디 한 다음에 이야기를 하면 말씨부터 달라지죠. 상대에게 가해지는 충격파도 훨씬 덜하고요. 그렇게 서로 이해해가면서 사는 거지요.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용서가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그런데 말처럼 쉽지는 않거든요. 그럴 때 ‘당신도 사느라 애쓰고 있구나’ 생각하면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부하직원이 실수를 했어요. 상관이 ‘너 이렇게밖에 일 못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너도 더운데 일하느라 애쓴다’ 하고 나서 야단을 치면 상대가 수긍할 수 있겠지요. 용서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해보지 않아서 그래요. 용서도 습관을 들이고 반복해서 훈련해야 돼요. 사랑하는 것도 태어나자마자 바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사랑을 배우는 거예요. 용서하는 일도 학습하듯이 훈련을 하다 보면 쉬워질 수 있어요. 그런데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여행지에 간 것처럼 낯설어하는 거지요. 그렇지만 여행지가 낯설다고 해도 그곳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는 법이잖아요.

 

SNS에서도 꽃 사진을 많이 공유하시더라고요. 꽃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으시는 순간이 많은가요?


불가에서 꽃은 굉장히 중요한 공양물이에요. 꽃은 개화하는 순간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널리 향기를 전하잖아요. 그것이 깨달음을 상징해요. 그리고 꽃이 주는 무언의 법문은 굉장히 깊지요. 꽃은 진리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해 주는 아포리즘이에요. 우리가 그냥 꽃씨로 있으면 소용이 없는 거예요. 꽃씨는 꽃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씨앗 중에도 자기 노력에 의해서 발아가 되는 것들이 있고, 그러려면 환경과 조건도 알맞아야 해요. 흙, 수분, 빛 등 모든 조건들이 맞아야 발아가 되잖아요. 그 가운데에서도 비바람, 풍상, 낮과 밤, 강렬한 더위와 추위를 견뎌낸 것만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고요.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아요. 성장하기까지 엄청난 공력이 들지요. 세상에 어떤 향기를 내뿜는 사람이 될 것인지, 그것이 저마다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나방송’과 라디오, TV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계신데요. 가장 많이 들으시는 고민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가장 많이 토로하는 건 왜 자신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거지요. 자신이 뭘 잘못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요.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삶이 피곤해지고 지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남을 괴롭힌 것 같지 않은데 항상 남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니까 견디기 힘든 거지요. 그 고통을 감당하기 어렵고요. 그런데 ‘무엇 때문에 어떠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싸움과 분쟁이 끝나지 않아요. 부모님 때문에, 배우자 때문에, 자식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핑계거리로 불러들이면 자신은 운이 나빠서 이런 일을 겪게 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바른 길로 인도해볼 기회가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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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우주’, ‘아이의 우주’는 움직일 수 없어요


거듭 강조하신 것 중에 하나가 ‘분별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거예요. 분별심이란 무엇인가요?


쉽게 이야기해서 옳고 그름, 싫고 좋음을 구별하는 거지요. 자신이 사랑하는 건 욕망하고 끌어들이고 싶고, 싫어하는 건 저항하고 밀어내고 싶은 거예요. 여기에서 분별심이 생기지요. 자신의 위치에서 보면 이런 마음이 생겨나는 건 너무 당연한 거예요. 그렇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방에 대해 짐작하게 되거든요. 내 방식대로 판단하고 해석하다 보니까 오해하게 되고, 비판하게 되고, 비난하게 돼요. 그러니까 분별심이라는 것은 ‘나는 전혀 바꾸고 싶지 않고 저 사람이 바뀌어야 된다, 바깥세상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런데 내 방식대로 짐작해서 오해하고 해석하면 멀쩡한 사람도 괴물이 돼요.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군요.


세상은 세 가지의 우주가 결합해서 돌아가요. 나의 우주, 타인의 우주, 나와 타인을 제외한 물질 우주예요. 이 세 개 중에 내가 다스릴 수 있는 건 ‘나의 우주’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의 우주는 내가 못 움직여요. 그게 내 부모, 내 자식, 내 배우자라고 해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수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판단하는 거지요. ‘나의 우주’의 방식으로 ‘타인의 우주’를 끌어오려고 하니까 거기에서 갈등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지는 거예요. 그렇게 모든 원인을 밖으로 돌리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드는 거지요.

 

분별심 없이 상대와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누군가를 보고 싫은 생각이 들면,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향해서 정화를 해야 돼요.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향해서 ‘미안해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네 마디를 건네는 거예요. 오래 전부터 하와이의원주민들은 이 문구를 가지고 정신을 치유하고 상처를 보듬어왔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람을 보는 순간 싫다는 생각이 들면 내 기억에서 저항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향해서 정화를 해야 하는 거지요. 분별심에 대한 모든 정화는 자신을 정화하는 거예요. 상대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것이 아니에요. 그 사람을 못 봐주겠다고 하는 건 내 기억이 불러온 거거든요. 기억의 창고도 정리가 필요해요. 과거의 기억이 현재 나의 발목을 붙들면 현재도 살지 못하고 미래로도 나가지 못해요. 분별심을 내려놓으려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기억을 정화해야 돼요.

 

‘미안해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네 마디만으로 변화가 생길까요?


정화의 문구를 읊조리다 보면 기억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해요. 나와 상대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것이 맑은 유리처럼 바뀌면서, 모든 존재를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지요. 분별심을 내려놓으면 자신이 편안해져요. 내가 바뀐다고 해서 상대가 달라지는 게 아니에요. 예전과 똑같이 행동해요. 그런데 내가 편안해지니까 더 이상 문제로 보이지 않는 거지요.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정화는 매일 매일 해야 돼요. 우리가 매일 청소를 하고 몸을 씻는 것과 똑같아요. 기억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청소하듯이 계속 반복해서 해야 되고요.

 

최근 미니멀라이프 열풍이 불었습니다. 불가에서는 오랫동안 ‘비움’을 중시해왔는데요. 사람들이 이제야 그 가치에 눈을 뜬 것 같아요.


우리가 물질의 충분한 풍요를 누리고 살아왔다면 그렇게 가지려고 애쓰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봐도 아무것도 가져본 게 없었고, 국토조차 빼앗겼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급격히 발전할 수밖에 없었어요. 언제 빼앗길지 모르니까 쌓아놔야 했고요. 아픈 기억이 있는 것이죠. 그러다가 어느 정도 형편이 나아지니까 많이 가진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아졌어요. 예전에는 많이 가지면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비워내고 여백이 있는 공간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싶어진 거지요. 그리고 많이 가지는 것이 피곤해진 거예요. 물건이라는 것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지겨워지잖아요. 비싼 옷을 사고도 한 번 입어보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 유행에 뒤떨어진 것이 되니까 입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기지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수업을 받은 거예요. 많이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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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책에서 스님의 기도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달라고 기도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무척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종교가 있건 종교가 없건,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도를 하지요. 자식을 낳게 해 달라거나, 자식이 잘 되게 해 달라거나, 돈을 벌게 해 달라거나, 좋은 직장을 갖게 해 달라거나... 다 소박한 소망들이지요. 그런 것들은 인간 사회에서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것을 얻었을 때 기쁨이 오니까 능히 바랄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기도를 하면 신이든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이든 나보다 우위에 있는 어떤 대상이 무언가를 줘야 하는 거잖아요. 이럴 때는 기도가 지쳐요. 언제 올지 기약이 없거든요. 내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지, 언제 나에게 당도할 수 있을지, 오기는 오는 건지, 기약도 없는 거예요. 그런 기도는 사람을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기도에 대한 맥락도 사라지고 효험이 없어져요. 불가에서 기도는 변화하는 거예요. 내가 변화되는 순간 기도는 다 이루어진 거지요. 내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기도를 해봐야 와서 닿을 리가 없어요.

 

오랫동안 해 오신 나눔도 기도의 일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인 ‘작은사랑’은 20년째 이어오고 계시죠?


1년에 40명씩 아픈 어린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해왔어요. 이 운동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아픈 아이를 돌보는 일이 부모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함께 해야 돼요. 세상이 같이 돌봐야 하지요. 작은 힘이지만 함께 가자는 마음으로 하는 거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20~30대예요. 사회에서 아직 자리도 못 잡았는데 무슨 수로 혼자서 버티겠어요. 그래서 아픈 아이들을 같이 키워가자고 하는 활동이지요.

 

‘길 위의 메아리 학교’의 취지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 아이들도 부모만의 힘으로 키울 수 없어요. 세상이 같이 키워야지요. ‘길 위의 메아리 학교’는 아이들이 길 위에서 배우기를 바라면서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 20여 명의 아이들에게 지원해 주는데, 절에 있는 ‘미래탑’에 등불을 켜는 기도비를 모아서 전달해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비만큼 모으는 건 쉽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제가 부담해서 계속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모임(아노모)’도 이끌고 계시잖아요.


서로 돌봐주면서 같이 늙어가자는 거지요. 돈으로써 보험을 드는 게 아니라 인간 보험을 드는 거라고 할까요. 제 역할은 서로 보듬고 사랑해줄 수 있는 벗들을 묶어주는 거예요. 서로 이해관계가 없이 만남을 가지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올해 7월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병원’을 개원하려고 준비 중인데, 그것도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활동의 일환이에요. 노인성 질환 중에 치매,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과 척추, 뼈와 관련된 질환이 많거든요. 이런 병을 치료하는 병원은 많이 있지만, 정말 환자를 아끼고 존중해주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지도법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정형외과 의사와 같이 개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픈 노인들을 방치해 둬서는 안 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자식들이 병간호에만 매달릴 수도 없잖아요.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들을 대신해서 돌봐줄 수 있는 시설과 사람들이 필요한 거지요.

 

‘잘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 멋있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나무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고는 해요. 사과나무는 고사할 때가 오면 2~3년 동안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지요.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 세상에 더 많은 열매를 주는 거예요. 불교 용어로는 나이 들어가는 것을 회향한다고 하는데요. 되돌려준다는 의미예요. 우리는 노인이 되면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때문에 불만을 갖지만, 그건 육체적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육신은 마음이 의탁하고 있는 자동차예요. 쓸 만큼 쓰고 난 후에는 부속품을 교체해가면서 써야지요. 완전해지기를 바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베풀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지요.

 

늙음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노인은 지혜를 나눠줄 수 있어요. 그런 노인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노인을 바라보는 눈도 얼마나 귀하고 소중해질까요. 젊은이들과 청소년, 어린이들에게는 그런 어른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기쁘지 않을까요. 노인이 되어가는 것,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큰 안목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못 봤던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통찰력을 가지고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이고, 껍데기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것이고, 그러면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자녀 문제로 속상한 엄마에게”, “스트레스로 피곤한 직장인에게”, “쿨하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등 많은 이들을 위해 글을 써주셨는데요.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불가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남섬부주라고 해요. 박복한 땅이라는 뜻이에요. 이런 곳에서 우리가 갖춰야 될 인격, 인품이 있다면 인내심이에요. 한 마디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 모습 봐주는 것’이지요.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당돼요. 세상 돌아가는 현상을 참아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굉장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지요. 그렇지만 희망이 있어요. 남섬부주는 기회의 땅이면서 가능성의 땅이거든요. 사람은 언제든지 더 나은 길로 도약할 수 있어요. 물론 더 못한 길로 빠져들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인간은 완성품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에요. 인간은 인간일 수도 있고 인간이 아닐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거지요. 더 나은 인간으로 진화해 나가는 데에는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해요. 세상의 모든 힘든 것들은 우리를 가르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오는 고통이에요. 견뎌내고 참아내면서 강하게 키우다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꽃이 자기 안에서 피어나는 거예요. 그걸 통해서만이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허락된 땅이 남섬부주예요. 인내심을 통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완성되어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
‘지친 현대인의 위로자’ 정목 스님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에세이. 엄마의 손길 같이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목 스님이 행복의 씨앗, 지혜의 씨앗을 움트게 할 햇살 같은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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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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