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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친구와 이야기 나누듯 솔직한 노래

〈종현 – 이야기 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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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비장미 넘치는 드라마가 아니라 소담한 수필 같은 곡들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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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한다. 여러 시도들 사이를 종횡무진 횡단하는 그를 보면 한계가 없어 보인다. 그룹 샤이니에선 탄탄한 가창력으로 리드보컬로서의 역량을, 솔로 활동에선 펑키(funky)와 퓨처 베이스 장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앞에서의 활동이 실험적이고, 컨템퍼러리하고, 섹시함을 어필해 ‘아이돌 종현’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다르다. 종현이라는 사람의 감성을 담아내는 일에 집중했다.

 

샤이니 종현이 화려한 큰 무대 위에 있다면 28세 청년 종현이 선 곳은 소극장이다. 대중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와 진솔한 자신을 내보인다. 편곡도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규모가 작아졌다. 전자음과 강렬한 비트 대신 밴드 사운드를 선택해 연주에선 사람 냄새가 나고, 들려오는 소리들은 따뜻하다. 어쿠스틱 기타로 골조를 세운 「1000」과 재즈 스타일을 본떠 여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한 「눈싸움」이 대표적이다. 편안한 연주와 달콤한 가사가 듣는 이를 폭신한 분홍빛 구름 위로 데려간다.

 

창법 역시 이에 맞춰 변화했다. 허스키한 음색, 인상적인 표현을 위해 분절하던 발음들, 과잉된 감정표현 같은 이전의 특징이 많이 줄었다. 거품이 걷혀진 표현이 담백하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의 합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한다. 「Lonely」는 「숨소리」에 이어 태연과 두 번째 만남인데, 각자 파트를 해내는 것 이상으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번 보다 훌륭한 조화를 일구어냈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공기를 많이 섞거나 가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그의 테크닉.

 

저번 소품집 <산하엽>에서는 소설책을, 이번엔 에세이를 부록 첨부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에세이는 이 앨범의 향방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바로, 친구와 얘기 나누듯 솔직한 노래를 부르겠다는 것이다. 앨범엔 웅장하고 비장미 넘치는 드라마가 아니라 소담한 수필 같은 곡들이 빼곡하다. 전곡을 작사?작곡해 자신의 경험담과 소중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따뜻함은 있으나 담아내는 이야기의 소재가 위로, 사랑, 고독처럼 좁은 폭을 보여주는 것이 아쉽다.

 

가끔 단순한 게 오히려 어렵다. 속마음을 말하는 일이 그런데, 털어놓으면 그만인 것을 우리는 늘 감정을 껴안고 산다. 말하지 않은 감정들은 가슴 속에 꽃 펴 이야기가 된다. 이 앨범은 그가 소중히 간직해왔을 마음 한편이다. 소박하기에 더욱 의미 있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서툴게 쓴 편지가 그렇고, 우연히 발견한 들꽃이 그렇다.


강민정(jao1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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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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