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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가장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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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노트북에 리뷰라고 부르기엔 소박한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책은 교훈을 얻으려고 읽는 매개체가 아니라 하루 하루의 삶을 담기 위해 읽는 카메라 렌즈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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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이 되면서 내게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일기를 가장한 책 읽기를 한다. 일명 일일일독이라고 할까. 한국인이 삼시세끼 먹듯 매일 아침 일어나 서점에서 근무하고 컨텐츠를 보는 내가 그날 하루에 만지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쓰는 일도 색다를 의미로 다가왔기에 시작한 작업이었다. 매일 밤 식탁에 앉아 그날 읽은 책, 혹은 산 책, 아니면 읽다 덮은 책 리뷰를 쓰는 일. 그렇다면 매일 책을 읽냐고? 그렇지 않다. 회사에서 책에 치이다 보면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법. 하다 하다 없으면 버린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고 잔다.


무슨 글이든 마찬가지지만, ‘마감’이 생명이다. 마감이 없이는 글은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도 마감에 허덕이며 쓰고 있다.) 일일일독도 마땅한 마감기한이 없는 일이다 보니 나태해지기 마련. 첫 결의대로라면 집에 가자마자 책을 펼치고 읽은 후, 진지하게 리뷰를 써 내려가는 그림이었지만, 실제의 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집에 와서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다. 고양이 밥도 주고, 그르렁 소리도 듣고 한참을 뒹굴 거리다 보면 밤 10시가 된다.


같이 일일일독을 하고 있는 동거인의 재촉에 못 이겨 식탁으로 향한다. 일일일독을 하려고 산 노트북을 꺼내 멍 때리다가 예스24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회사에서 눈여겨보았던 책이나 편집회의 때 다른 MD분들이 이야기 했던 도서 제목들을 적어 놓은 메모와 함께 책 제목, 저자, 출판사 등 필요한 서지정보를 기입한다. 눈이 무거워 쓰지 못하고 자기도 하지만 되도록 1주일에 5편 이상은 꼭 쓰려고 노력 중이다.


초등학교 시절 그렇게 일기장도 열심히 썼건만, 리뷰 쓰는 일은 왜 이토록 힘들까. 술의 기운을 받아 노트북 앞에 끈질기게 앉아도 한 문장 이상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내가 리뷰에 힘을 주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닫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뷰를 몰래 읽은 동거인이 말해주었다. “너 왜 이렇게 진지해?” 그때부터 꾸준히 써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꼭 감동 받을 필요도 없다. 리뷰 쓰는 책들은 그 동안 왜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담으려고 했을까? 초중고등학교 시절 독후감을 쓰듯 했던 내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사실 매일 노트북에 리뷰라고 부르기엔 소박한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책은 교훈을 얻으려고 읽는 매개체가 아니라 하루 하루의 삶을 담기 위해 읽는 카메라 렌즈 같은 것. 어떤 책을 만나느냐 혹은 만졌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에 색깔이 칠해진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책과 함께 있다. 지겨울 만도 하건만, 나는 여행을 가도 서점에 간다. 최근 황금연휴에 제주도에 놀러 가서도 ‘라바북스’라는 작은 서점에 들렸다. 서울 대형 서점에서도 보지 못하는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독립출판물도 보고, 제주도 맞춤 굿즈도 본다. 거기서 휴가 기념으로 마그넷이나 책갈피를 살만도 하지만, 나는 책을 산다. 조건은 그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저자일 것. 그렇게 『생활 예술 유람기』를 만났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미술 공부를 뉴욕에서 하면서 썼던 글들을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읽으며 행복해 했다.


그리고 제주도 숙소에서 파도 소리에 맞춰 메모를 적었다. ‘오늘은 제주도에서 제주도 사람이 쓴 책을 샀다.’라고. 별다를 일 없는 여행에도 책 표지를 꼭 닮은 초록색이 덧입혀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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