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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책이 따뜻하니 독자 리뷰까지 따뜻하다

만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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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쉬운 만화 읽기도 쉽다. 사지 말라고 말리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모았던 기억은 이제 안녕. 당당히 한 권 사서 집에 간다. 이 카드는 내 카드고, 침대 밖은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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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의 신작은 발간 때마다 두근거림을 준다. 1974년 『각시탈』, 1989년 『날아라 슈퍼보드』, 1994년 『비트』, 1999년 『타짜』, 2003년 『식객』 등 40년간을 한결같이 1권을 잡은 순간, 마지막 권까지 기다리게 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같은 역사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역시 대중적인 큰 사랑을 받는 건 『식객』이나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커피 한 잔 할까요?』 같은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작품들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끼여있는 작가로 2년전부터 종이 대신 모니터로 작업을 하고, 커피 한잔도 마시지 못하지만 취재와 준비를 통해 현 세대에서 가장 공감 가는 소재 ‘커피’를 선택한 거장의 새로운 시도에 또 한번 독자로써 반가움이 앞선다.

 

작가는 모닝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들, 미래를 준비하며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반가운 이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현대인들에게 커피가 현 시대를 관통하는 친구 같은 존재임에 주목했다. 각 화마다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켜 에피소드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구성으로 보이지만 한 화 한 화 인물들의 사연 속에 만화적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는 내공은 허영만 작가가 아니면 어려웠을 부분이다. 또한 연재 당시 바리스타들이 각 화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는 경우 적극적인 피드백을 제공해 다음화에 그 내용이 반영되는 연재 만화의 특별한 상호작용도 있었다. ‘산미’, ‘로부스타’, ‘스페셜티 커피’, ‘강배전과 약배전’ 등 커피 전문 용어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일본에 『신의 물방울』이 있다면 한국에는 『커피 한 잔 할까요?』가 있다고 말할 만큼 한국에 커피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커피 한 잔 할까요?』는 서울의 어느 작은 골목, 커피 1세대로 〈2대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박석 사장과 우연히 수제자가 된 강고비라는 젊은이가 커피를 배워나가며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커피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펼쳐친다. 디카페인 커피도 안된다며 커피 한잔을 두고 싸우다가 커피맛과 똑 같은 차 한잔에 풀어지는 임산부 며느리와 시어머니, ‘아무거나’라고 주문하는 건축 현장분들의 기호에도 딱 맞는 커피를 대령하는 바리스타, 일이 안풀릴 때 가족의 분위기까지 망치다가 커피콩을 가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은 번역가, 한 시대를 풍미한 커피자판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온 동네가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축제처럼 즐긴 사연까지, 이 만화에는 마시는 사람의 인생과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각 권의 마지막 장에는 허영만 작가의 자세한 에피소드별 취재일기가 실려있다. 원두의 종류, 커피도구, 새로운 메뉴 등 전문적인 정보가 ‘커피 만화를 넘어선 커피교과서’라는 애칭에 맞게 가득 들어차있다. 만화를 보다 보면 이 카페들이 어딘가에 존재하면 마셔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기대를 충족이라도 하듯 ‘헬카페’ , ‘프릳츠’ , ‘노아로스팅’ 등 실존하는 커피숍들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들은 현실세계와 만화가 연결되는 특별한 재미로 이어진다. 이미 여기에 소개된 대한민국 곳곳의 특별한 커피샵들은 『커피 한 잔 할까요?』를 본 커피 애호가들의 커피 성지 순례코스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 만화를 통해 커피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독자라면 영감을 준 책 한 권 끼고 색다른 커피 투어를 추천하다.


『커피 한 잔 할까요?』의 웹 리뷰나 한줄평들은 유독 따뜻하다. 이 만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즐거움이었는지,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8권 완결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나 역시 아쉽다. 다음 권이 기다려지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the last drop’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오늘도 분주한 카페의 커피 향기가 거리마다 가득하다. 상상하고 느끼고 공감하고 맛과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 오늘도 만화를 통해 한 번 뿐인 우리의 인생을 즐겨본다. 그래도 이 봄, 이 만화가 완결된 것이 너무 아쉬운 분들은 허영만 화백의 27권짜리 『식객 세트』으로 다시 전국 맛 여행을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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