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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뭘 하면 이보다 나을 것 같아요?”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펴내 불안을 다독이는 ‘치유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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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중독된 상태라면, 일단 걱정을 너무 많이 하겠죠. 우리가 새로운 일들을 맞을 때는 설레거나 기대하거나 잘해야 된다는 의욕을 갖는데, 불안한 사람들은 점점 생각의 양이 많아져요. 내일 할 일, 이번 주에 할 일에 대해서 세세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죠. 그 정도가 되면 숨고 싶어지기도 해요. 실제로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고요.

한동안 표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내일 해야 할 일이 걱정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을까 두렵고, 타인과의 관계가 어그러질까 초조하고, 아직 갖지 못한 것들에 조바심이 나고,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 노후가 위태로운데, 우리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롭다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도시는 불안으로 채워진 공간일지 모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 휘청거리며 서 있다. 이렇듯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 때문에 죽을 듯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쓰여졌다. 책 속에는 당신과 나와 다르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자 다른 사연 속에는 불안의 다양한 얼굴들이 감춰져 있고, 저자인 한기연 임상상담심리 전문가는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리고 우리의 불안의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오랜 시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저자는 더 많은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다수의 책을 집필해왔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서른다섯의 사춘기』,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 『슬럼프 심리학』, 『분노 스스로 해결하기』 등을 출간했으며, 현재 호연심리상담클리닉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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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보낸 초대장’ 받는 사회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을 많이 만나오셨는데요. 주로 어떤 유형들이 있나요?

 

진단 분류 체계를 보면 매사에 불안을 느끼는 범불안장애도 있고, 고소공포증이나 폐소공포증 같은 특수 공포도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결국 실패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에서 버려지거나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불안, 이 두 가지로 크게 대별되는 것 같아요.

 

지금 이 도시에는 불안을 촉발시키는 사회적 요소도 많은 것 같아요.


불안을 자극하는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외모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블로그를 보면서도 불안을 느끼잖아요. 나도 그곳으로 여행을 가야 할 것 같고, 그 맛집에 가봐야 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뒤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불안을 자극하는 비즈니스가 있어요.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죠. 사방에서 불안을 주입 당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 불안으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있는 건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사는 게 힘든 시절임은 맞는 것 같아요.

 

SNS가 보편화되면서 실시간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됐죠.


그렇죠. 과장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의 SNS를 볼 때는 그 사실을 잊어버려요. 자기도 부풀려서 쓰거든요.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게 과장된 모습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빨리 쫓아가야 될 것 같은 느낌만 받는 거예요.

 

“‘열심히’나 ‘최선’이 이토록 부담스러운 시대는 처음인 듯”하다고 하셨는데요.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서 ‘열심히만 해서는 안 돼, 잘 해야지’라고 말해요. 이런 말들이 낙오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는 것 아닐까요?


그렇죠. 말 자체만 놓고 보면 틀린 게 아니에요. 문제는 비교가 전제되어 있다는 거죠. ‘~보다 더 잘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 인식이 점점 심화되고 있고, 벗어나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상충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요즘 사람들은 개별성, 개성, 유니크한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도 같이 상승하거든요. 그 둘은 같이 있기 힘든 건데도 불구하고요.

 

책의 제목처럼 불안은 누구나 느끼죠. 그런데 어디까지가 정상의 범주인지, 어느 정도가 위험한 수준인지 모르겠어요.


심리학자들이 판단하는 기준은 ‘그런대로 일상생활이 유지가 되느냐’ 하는 거예요. 산다는 건 기쁨과 성취감, 좌절감 등이 씨실과 날실처럼 같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희로애락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살면 정상범위예요. 그렇지 않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죠. 책에 나와 있는 많은 사례들처럼 모니터를 계속 보고 있는데도 진전이 없거나, 그래서 앉아있는 시간은 더 길어졌는데 생산성은 떨어지거나, 그럴 수 있어요. 특히 수면이나 섭식이 정상적으로 잘 되지 않는다면 병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상담실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불안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겠죠?


상대적인 비교는 의미가 없어요. 낮은 수준의 불안을 가지고도 본인이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찾아오실 수 있고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인데도 늘 그렇게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게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오시지 않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일하는 곳은 신경정신과와는 구별이 되다 보니까, 타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으면서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이 있을 것 같아, 이건 너무 효율적이지 않아, 나답지 않아’라는 느낌이 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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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불안 중독?


관계 안에서 느끼는 불안은 ‘거절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나요?


그렇겠죠. 연인 관계든 동성 관계든, 홀로 된다는 게 두려운 거겠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유행가 가사 같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버려짐이 두려운 거예요. 그건 사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공포일 수 있죠.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심해서 그런 걸까요?


그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거예요.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 관계 불안이 생겼다기보다는, 관계에서 자신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거나 자신이 매력이 없어서 언젠가 버려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보이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좋은 사람 콤플렉스’겠죠.

 

이런 사람들은 거절을 잘 못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지도 못하는데요. 어떤 조언을 해주세요?


상담치료, 심리치료는 조언하는 과정은 아니에요. 조언은 이미 충분하죠. 이 책뿐만 아니라 어느 책을 꺼내서 봐도 넘쳐나잖아요. 조언이라는 건 결국 이성적이고 인지적인 과정인데,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조언은 상담 마지막 부분에, 정말 필요성이 있을 때 잠깐 하는 정도예요. 주된 작업은 아니고요. 지금까지 ‘고통스럽지만 효율성이 없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하는 시간이 상담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쉽지는 않은 일이죠. 습관이라는 굳은 벽에 갇혀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지켜온 방식을 버렸을 때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누구도 해줄 수 없잖아요.

 

상담이 끝나갈 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시나요?


뭘 해보면 좋겠는지 물어보게 되겠죠. ‘뭘 하면 이보다 나을 것 같아요?’ 하고요. 대답이 본인의 입을 통해서 나와야 돼요. 저는 ‘그럼 같이 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거고요. 상담이 끝나갈 때는 실제 행동과 연결이 돼야 해요.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맞아떨어질 때 벗어나게 되는 거니까요.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도 불안에 취약할 것 같은데요. 대부분은 자신이 완벽주의자라는 걸 모르지 않을까요?


아니라고 하죠. 그 분들은 자신이 하는 게 당연한 수준이고 성실성의 지표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 말로 방어하고 있다는 걸 본인이 고백하게 되죠. 성실성의 지표와 완벽성을 가르는 기준은 효율성이에요. 예를 들어서, 일을 할 때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 계속 늦추면 다른 부분들이 어그러지잖아요. 그런데도 ‘나는 성실하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병적인 완벽성이라고 이야기하게 되죠.

 

‘불안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어떤 징후들이 나타나나요?


일단 걱정을 너무 많이 하겠죠. 우리가 새로운 일들을 맞을 때는 설레거나 기대하거나 잘해야 된다는 의욕을 갖는데, 불안한 사람들은 점점 생각의 양이 많아져요. 내일 할 일, 이번 주에 할 일에 대해서 세세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죠. 그 정도가 되면 숨고 싶어지기도 해요. 실제로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모든 신경정신과적 또는 심리적 문제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쪽은 이상한 사람들, 저쪽은 건강한 사람들, 이렇게 구분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다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한 스푼이 더해지면 이쪽으로 가고, 한 스푼이 빠지면 저쪽에 있는 거죠.

 

불안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자신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많이 걱정하고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거죠.


책에서 불안을 종교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요. 같은 의미예요. 그렇게 살아온 분들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믿기 어렵죠. 우리가 잠들기 전에 내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하잖아요.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이렇게 하면 괜찮겠다’ 하고 잠이 들어요. 그런데 불안을 종교로 삼는 분들은 그 생각을 하느라 밤을 새는 거예요. 시간이 갈수록 생각은 더 많아지고요. 그렇게 되면 불안이 나를 돕는다고 할 수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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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학습되는 부모의 불안


『서른다섯의 사춘기』에서 방황하는 30대 중반의 심리를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들도 불안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지금의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노후 준비를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요.


그 불안이 책임감 있는 인간의 태도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불안이라고 부를 수는 없고, 고려하는 거죠. 그리고 행동으로 연결을 시키잖아요. 행동으로 연결되면 불안이 사라져요. 생각이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간극에 불안이 끼는 거예요. 30대에 노후를 생각하는 건 당연하죠. 그래서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일들이 고통스러우니까 잘 하지 않게 되고, 이따금씩 걱정은 되는 거죠. 걱정이라도 해야 책임감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 순간에 불안을 느끼는 거군요.


사실은 안타깝죠.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건 의지와 자기 훈련이 바탕 되어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무릎이 꺾이는 거고요. 차라리 ‘나는 게을러서 (노후 준비를) 미리 못하겠다, 그냥 짤릴 때까지 회사에 다니다가 짤리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라고 생각하면 낙관적이에요. 그 편이 낫죠.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데 계속 불안해하는 거나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는 거나 결과는 똑같잖아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는 가족 안의 심리 문제를 들여다 본 책이었어요. 불안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가 불안에 쉽게 반응하면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학습하겠죠?


그건 거의 99%라고 봐요. 특히 불안은 전염성이 굉장히 크죠.

 

자녀 앞에서는 불안을 내색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정답이기는 한데요. 부모-자식 관계에서는 언어나 행동으로 전달되는 것만 있는 게 아니고 피부로 전달되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자각하고 자제해야 돼요.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지 않겠어요? 그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죠. 그리고 인간은 계속 고정된 상태로 살아가는 물체가 아니잖아요. 말과 행동을 자꾸 깨닫고 다르게 하려고 애를 쓰면 피부로 전달되는 부분도 줄어요.

 

고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기비난’을 학습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경우에 그렇게 되나요?


부모가 나를 고통스럽게 할 때예요. 그럴 때는 부모만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죠. 그런데 부모-자식 관계는 그럴 수 없잖아요. 게다가 아동기에는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부모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해서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를 좋은 사람으로 남기는 걸 택해요. ‘내가 나쁜 아이라서,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라고 생각하면 살 희망이 생기거든요. 다음에 더 잘하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부모를 좋은 사람으로 남겨야 하는 거예요. ‘자기비난’을 점점 더 세게 하게 되는 거고요.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예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자신이 계속 순종하면 가족 모두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나만 순종하면 모두가 편한데’라는 생각이 함정이에요. ‘모두’에 나는 빠져 있잖아요. 나는 가족이 아니에요? 그건 아니잖아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그거였어요. 나도 가족이라면, 나도 행복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야 ‘모두’라는 말에 위배되지 않잖아요. 지금부터라도 판을 다시 짜야 돼요.

 

이번 책에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담겨 있어요. 공통적으로 ‘행동’을 하라고 강조하시는데요. 생각을 멈춰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불안의 강도가 센 사람들은 너무 많은 생각(over thinking)을 계속해요. 생각을 통해서 불안을 잠재우려고 하니까 생각이 더 늘어나고, 그러면 불안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무조건 생각을 끊으라는 거예요. 정 안 되면 몸의 자세라도 바꾸세요. 별 것 아닌 행동부터 시작해서 조금 생산적인 행동으로 옮겨가면 더 좋겠죠. 가장 초보적인 단계는 일단 움직이는 거예요. 산책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거죠.

 

아마도 불안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를 펼치실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없으세요?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분들이 읽으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오늘 아침에 산책하다가 토끼를 만났거든요? 저희 집 뒷산에 누군가 방목해서 키우는 토끼들인데, 처음에는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도망을 갔어요.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도망가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먹을 걸 줘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저한테 다가오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불안한 사람들이 토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숨잖아요.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보죠. 토끼들이 안전하다는 걸 깨닫고 점점 경계를 푼 것처럼, 숨지 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시작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 신뢰가 있어야 되죠. 그래야 숨을 가다듬고 눈을 크게 뜰 수 있을 거예요.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한기연 저 | 팜파스
이 책은 현대인의 숙명과도 같은 감정인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내면이 무엇인지 살펴한다. 더 나아가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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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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