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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찻잔을 마주하고

<월간 채널예스> 5월호 낮책 버지니아 울프의『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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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잠깐 멈춘 사이 우리는 1928년 그녀가 10월의 케임브리지를 산책하며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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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1928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성 칼리지인 거튼과 뉴넘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요청받았다. ‘자기만의 방’은 그 강연 내용을 수정하고 확장해 1년 후인 1929년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 영국은 여성의 투표권이 생긴 지 9년이 지난 시기였다. 재산권과 투표권이 생겼지만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 되는 데 대한 남성들의 반감은 여전한 상황이었다. 뿌리 깊은 여성 차별도 마찬가지였다. 버지니아 울프는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온 이러한 사실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만약 백 년쯤 지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까 하고 묻는다. 

 

역사적인 강연이 있은 후 90여 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가 당시의 버지니아 울프와 마주앉아 차 한잔을 마시게 된다면 그녀와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먼저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바랬던 고고학, 식물학, 인류학, 물리학, 수학, 천문학, 지리학은 물론이고 정치와 스포츠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당연한 것이 되었거나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라고. 그러면서 독일의 여성 정치가와 한국의 피겨 스타에 대해 조금은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물을 것이다. 그러면 90년 후의 세상은 양성의 완전 평등이 이루어졌습니까? 하지만 여전히 유리 천장이나 불평등한 가사 분담, 경력 단절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라고 우리는 대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9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신과 당신 시대의 여성들이 했던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화가 잠깐 멈춘 사이 우리는 1928년 그녀가 10월의 케임브리지를 산책하며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90여 년간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는 걸까. 그녀의 말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고통스러운 과정인데 왜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응원하며 살지 못할까. 비단 성별의 차이 뿐 아니라 세대, 학력, 직업, 지역 등 우리를 갈라 놓는 보이지 않는 선들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

 

그녀는 고민에 빠진 우리 모습을 보며 말할 것이다.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고, 남성처럼 살고, 남성처럼 보인다면 그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왜 남성과 대등한 존재가 되어 남성보다 세상에 더 영향력 있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넓은 세상은 남성과 여성, 단 두 개의 성을 넘어 그보다 훨씬 다양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게 아닐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떠나 모두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각자 자기 안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나름의 방식으로 조화롭게 발전시켜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이나 직업 등 인간을 구분 짓는 수많은 무의미한 잣대로부터 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요.

 

홍차나무와 녹차나무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같은 찻잎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다. 녹차는 채취한 찻잎을 바로 찌거나 말려 녹색이 살아있고, 홍차는 채취 후 산소에 노출시켜 산화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붉은 색을 지니게 된다. 차가 유럽에 전해진 건 17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통해서였다. 차가 귀했던 초기에는 주로 왕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고급스러운 티포트나 찻잔으로 한껏 멋을 내는 것이 유행했는데, 지금의 스리랑카인 실론이나 인도 등으로 재배 지역이 확대 되면서 왕실 뿐 아니라 서민 계층에도 널리 퍼져나가게 된다. 특히 영국은 눈 뜨면서 침대에서 바로 마시는 얼리 모닝 티를 포함 하루 대여섯 잔의 차를 즐길 정도여서 홍차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홍차를 가장 맛있게 우려낼 수 있는 물 온도는 타닌과 카페인이 가장 잘 추출되는 93~98도이다. 갓 끓인 신선한 물을 20센티 정도의 높이에서 힘차게 부어야 찻잎이 잘 펴지며 맛있는 차가 우러난다. 홍차를 우리는 데 적당한 시간은 3~4분이며, 아이스티로 마시는 경우 5~6분 정도 충분히 우려 얼음에 섞어준다. 홍차의 주성분인 타닌은 중성지방을 분해시키는 효과가 있어 몸 속의 콜레스테롤과 혈당치를 낮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홍차에도 커피만큼의 카페인이 있지만 한 잔의 홍차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차의 양이 적어 저녁에 마셔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홍차 한 잔의 카페인 함유량은 40mg으로 에스프레소 반 샷 정도이다. 

 

홍차

 

재료
찻잎 5그램, 뜨거운 물 350CC

 

만들기
1. 티포트에 5그램의 찻잎을 넣는다.
2. 방금 끓인 뜨거운 물을 20~30센티 정도의 높이에서 힘차게 부어준다.
3. 3~4분 정도 기다린 후 마신다. (아이스티는 5~6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저/이미애 역 | 민음사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울프는 강연 발표문의 내용을 발전시켜「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찰하고, 그들이 제한된 경험과 인습적 통제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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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피터(북카페 피터캣 대표)

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petercat1212

자기만의 방·3기니

<버지니아 울프> 저/<이미애> 역12,600원(10% + 5%)

버지니아 울프는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불리는 모더니즘 스타일의 글쓰기를 통해 내면에 솟아나는 질문들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그 안에서 삶의 리얼리티를 발견했던 작가다. 울프의 에세이는 자유와 권력, 정치와 예술, 남성과 여성에 대한 다각도의 대화를 지속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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