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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욜로를 품게 한 그 책

<채널예스> 5월 특집 기획: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작가, 디자이너, 책방 대표 등 7인이 꼽은 ‘욜로’가 생각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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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 남은 메시지는 이렇다. 댄스 플로어에 나갔으면 일단 춤을 추어라. 잘 추든 못 추든 상관 없다. 지금 추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앞으로 잘 추게 되겠는가. 계속 추다 보니 잘 추고 못 추고는 상관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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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열풍이 한창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처음 등장했다. ‘욜로’라는 모토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홍보하는 비디오에 쓰이기도 했고, 실제 배낭여행객들이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헬로(Hello)' 대신 ‘욜로’로 인사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잇는 ‘현재를 살자’. ‘욜로’ 라이프를 실천 중인 7인에게 물었다. “당신이 욜로를 품기까지, 영향을 미친 책이 있나요?”

 

 

정지혜(사적인 서점 대표)
『모든 요일의 여행』(김민철 저)

정지혜

여행을 떠나면 나는 단순하고 솔직한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사정을 헤아리다가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산다. 나의 여행은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27쪽) 책을 읽다 마주친 문장에 힘주어 꾹 밑줄을 그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여행'의 다른 말은 '인생'이라는 것을. 나만의 여행을 꾸려가듯 단순하고 솔직하게 삶을 꾸려가는 태도를 이 책에서 배웠다.





이기준(디자이너)
『댄스 댄스 댄스』(무라카미 하루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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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무렵의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꺼이 희생하는 유형이었다. 순간의 즐거움 하나에 미래의 가능성 하나가 꺼진다고 믿었다. 과제물 하나에도 영혼을 담고 싶었던 나는 군복무 기간 동안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 더 이상 수정 보완할 필요 없는 완전체로 복학하려고 별렀다. 미숙했기에 가능한 야심이었다. 내무반에 꽂혀 있던 『댄스 댄스 댄스』를 우연히 읽은 후 시야가 서서히 현재로 좁혀졌다. 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 남은 메시지는 이렇다. 댄스 플로어에 나갔으면 일단 춤을 추어라. 잘 추든 못 추든 상관 없다. 지금 추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앞으로 잘 추게 되겠는가. 계속 추다 보니 잘 추고 못 추고는 상관하지 않게 되었다.





임주하(편집자)
『주말엔 숲으로』(마스다 미리 저)

임주하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내일만을 대비하는 거, 난 어렸을 때부터 싫었다. 고3 때도 꾸깃꾸깃 구겨진 표정으로 온종일 공부하는 친구가 신기했다. 아니 그렇게까지 열심히 공부만 했는데 19살에 죽어버리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냐고 뇌까렸다. 언제나 반만 열심히 살았고, 반은 신나게 놀았다. 『주말엔 숲으로』의 주인공 하야카와도 딱 그렇다. 도쿄 생활을 접고 갑자기 시골로 이사한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싱그럽게 욜로 라이프를 가꾸고 있다. 거북이도 아닌데 무슨 슬로 라이프냐며 현실 채소도 택배로 배달시켜 먹는다.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이냐는 친구의 물음에도, 하야카와는 "평생을 논하기에는 우리들, 아직 너무 젊거든"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 책은 찬찬히 나중에 읽어도 좋다. 일단 이번 주말에 숲 속을 타박타박 걸어보시길!





김종운(음악세계 기자)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류시화 저)

장강명(소설가)

앳된 고등학생이던 14년 전. 참고서 때문에 들렀던 서점에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만났다. 자유를 갈망하던 학생이었으며, 당시에는 생소한 나라였던 인도라는 나라에 빠져 참고서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지금 나의 이 역마살 잔뜩 낀 인생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우리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불편함 많은 인도 여행 중에 스쳐간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특유의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 책으로, 무엇보다도 작가의 자유로움과 그 속의 여유,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떠날 수 있었던 용기의 기록이다. 어딘가로 여행 다니길 즐기는 지금. 과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강정국(JTBC 홍보)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

강정국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인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호숫가에 다섯 평도 되지 않는 오두막을 짓고 산 시인. 그가 쓴 『월든』의 서문. "내가 숲 속에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홀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 나는 이 말을 매일 매일 깨닫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인생은 누구보다 '삶의 골수'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어떤 것도 구애 받지 않는 삶을 사는 건, 과연 지금 시대에는 불가능한 것일까. 욜로 열풍 속에서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김미라(작가, 번역가)
『아인슈타인의 꿈』(앨런 라이트맨 저)

김미라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활용하고 체감하는 정도는 각자 다르다. 물리학자 앨런 라이트맨은 그의 소설 『아인슈타인의 꿈』에서 시간의 속도가 다른 세계, 원인과 결과가 일정하지 않은 세계, 시간이 양이 아니라 질로 가늠되는 세계, 시간이 끝없이 되풀이 되는 세계, 시간이 멈춰버린 세계 등 다양한 시간 이론들을 바탕으로 서른 개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썼다. 그 중에 하나가 종말의 날짜가 정해진 세계이다. 그 날이 가까울수록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점점 더 돈이나 명예는 가치를 잃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대해진다. 맛있는 빵 한 입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사랑했던 마음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 비록 날짜는 모르지만 각자의 종말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는 걸까?"





최경진(제주베이스캠프 대표)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우에무라 나오미 저)

최경진

나는 불혹이 오기 전에 죽을 뻔한 고비를 수없이 많이 넘겼다. 믿기 힘들겠지만 번개를 맞았고, 한겨울 지리산 종주 중에 조난도 당했다. 한 번은 빙판길에 넘어져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곳에서 의식 없는 환자들이 쉴새 없이 실려오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앞만 보고 질주하던 나의 삶은 일시 정지가 되었다. 그 무렵 운명적으로 일본의 전설적인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를 책으로 만났다. 그는 에베레스트와 킬리만자로 등 5대륙 최고봉을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했다. 아마존 강 6,000km를 혼자 뗏목으로 내려왔으며, 개썰매를 끌고 북극 12,000km를 단독 주파했다.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에는 2년간 북극을 횡단하며 마지막 목적지 코츠뷰 마을에 도착하기까지의 험난한 모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이 내게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지 말고, 타인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현재의 삶을 가치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 이후 멀게만 느껴지던 히말라야를 네 번 다녀오고, 평생 살던 서울을 훌쩍 떠나 제주도로 홀로 내려와 정착한 것도 그 덕분일 것이다. 오래 전 고인이 된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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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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