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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욜로 라이프, 특별할 게 있나요?

<채널예스> 5월 특집 기획: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생선 김동영 작가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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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니에요.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죠.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행복감을 깨닫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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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열풍이 한창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처음 등장했다. ‘욜로’라는 모토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홍보하는 비디오에 쓰이기도 했고, 실제 배낭여행객들이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헬로(Hello)' 대신 ‘욜로’로 인사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잇는 ‘현재를 살자’. 과연 대한민국 작가 중에는 누가 가장 욜로족과 가까울까? 생각하던 찰나, ‘생선’으로 유명한 여행작가가 떠올랐다.

 

김동영 작가는 새벽형 인간이다. 연남동 카페 ‘모모뮤’를 운영하는 그는 보통 6시 40분에 카페로 출근한다. 사장이라서 일찍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전, 고요한 시간에 글이 가장 잘 써지기 때문이다. 7시 30분 정도까지 카페를 정리하고 글을 쓰다 보면, 그의 단골 카페가 문을 열 시간이다. 7시 40분쯤, 김동영 작가는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카페꼼마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책을 읽으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는 사람, 뉴스를 보는 사람들을 슬며시 쳐다보다 보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저 무리 속에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마냥 좋다.

 

커피를 마신 후, 다시 카페로 출근한다. 단행본 작업 중인 원고를 쓰고, 진행 중인 여행 프로젝트를 정리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모모뮤의 오픈 시간 12시다. 카페 단골이 꽤 있지만 연남동은 이미 포화 상태, 카페가 자리한 건물 1층에도 새로운 카페가 생겼고 건너편에도 신축이 한창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기약이 없지만 고마운 손님에게 말을 건네본다. 글을 쓰고 커피를 만들다 생각이 엉키면 다시 홍대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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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꼭 들르는 음반 가게. 새로 들어온 LP가 있는지 찾아보다 마음에 드는 LP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 요즘 그가 가장 많이 지출하는 품목은 바로 LP. 1960,70년대 재즈 음악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LP 구입은 아끼지 않는 편이다. 집에는 더 이상 놓을 공간이 없지만 그는 카페 사장이니까, 부담 없이 산다.

 

김동영 작가에게 물었다. 당신은 욜로족 맞아요? ‘욜로’라는 단어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낯부끄러운 느낌이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안 좋은 이미지였어요. 약간 이기적이고 나르시시즘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자기 프로필 옆에 ‘YOLO’라고 쓰는 분들이 많잖아요. 사실 좀 촌스럽지 않나? 생각했어요. 왜냐면 너무 스스로를 한 마디로 정의한 느낌이 들어서요. 낙인을 찍는다고 할까요?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것 같다고 생각했죠. 88만원세대도 그렇고 세대를 대변하는 말은 끊임없이 생기잖아요. 욜로도 곧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제가 ‘욜로’라는 건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어요. (웃음) 현재에 중심을 두고 살고 있는 건 너무나 확실한 팩트니까요.”


김동영 작가가 현재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6년 전 어머니의 죽음이다. 암 투병 기간이 길었던 어머니를 보면서, 그는 현재, 순간의 행복을 좇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는 하늘로 떠나기 전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어머니의 죽음, 그 과정을 다 지켜보고 나니 인생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기 싫은 거 되도록 안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되도록 안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조직 생활을 하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는 관리할 수 있잖아요. 인맥도 최소한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고요.”

 

2007년 여행 에세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펴낸 후, 김동영은 여행작가가 됐다. 다니던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지만, 230일의 미국 횡단기는 그에게 새로운 직업을 선물했다.

 

“여행을 오래 다니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 기분과 마음이라는 걸. 사람들이 여행을 떠날 때 의례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있잖아요. 유명한 관광지에 들르기, 맛집은 꼭 가기 등등. 비싼 비행기표를 끊고 왔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의례적인 일들을 안 하기 시작했어요. 길거리를 걷는다거나 동네 레코드샵이나 서점을 구경하는 게 훨씬 좋아서요. 낯선 카페에 들어가 무작정 앉아 있는 이런 시간이 오히려 여행을 더 여행답게 만들어요.”

 

누군가는 그에게 묻는다. 현재의 즐거움에만 집중한다면 미래는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그러나 김동영 작가는 현재에 충실하다면,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자부한다. 그에게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다.

 

“책을 낸 후로 어떻게 하면 여행작가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우리나라는 긴 여행을 떠나려면 대개 직장을 그만둬야 하잖아요.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내는 것도 무리니까요.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분들을 볼 때면 되게 안타까워요.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제가 딱히 답해줄 말이 없죠. 제가 만약 일반 기업에 들어가서 회사원이 됐다면, 꾸역꾸역 살지 않았을까요? 프리랜서 생활을 막연히 동경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을 것 같아요.”

 

김동영 작가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 마스터플랜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했다. 이후 델리스파이스, 이한철, 마이앤트메리, 재주소년 등의 매니저로 일했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 등의 노랫말을 썼다. 최근까지 라디오 음악작가로 일했고 배순탁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하라는 음악은 안 하고’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대개 카페에 있어요. 글을 쓰면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아요. 카페가 조용할 때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목소리가 저절로 들리잖아요. 데이트를 하고 카페에 들르는 손님들은 이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욜로인 것 같아요. 이런 사소한 시간이 없으면 하루를 이겨낼 힘이 없으니까요. 저도 때때로 직장인들의 책상이 부러워요. 내 이름이 박힌 책상 앞에 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좋아요. 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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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동영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HOWL AND OTHER POEMS(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등록까지 마친 1인출판사에서 펴낼 계획이었지만 더 많은 독자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기성 출판사에게 소개했다. 지금은 새 에세이 집필에 한창이다. 가제는 ‘그 때가서 같이 살자’. 한국에서 지내며 생각하는 것들, 여러 인연에 대해 쓸 계획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니에요.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죠.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행복감을 깨닫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사랑하고 있는 내 모습을 좋아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욜로도 비슷해요. 뭔가를 무리해서 샀을 때, 그 기쁨은 하루도 채 가지 않아요. 다만 그걸 사기 위해 찾아보고 기다린 마음, 그게 즐겁고 행복한 거죠.”

 

지난 한 해, 김동영 작가는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전국 곳곳에서 강연회를 했다. 그가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휴대폰을 잠시 꺼놓자”는 말이었다.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말했다.

 

“결국 ‘욜로’는 내 시간을 어떻게 자유롭게, 즐겁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예요. 지금 세대는 희생을 강요하거나 강요 받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욜로는 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소비’라는 틀을 벗어나 욜로를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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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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