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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게

<월간 채널예스> 4월호 낮책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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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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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부족하다. 피곤이 풀릴 사이도 없이 끝나버리는 주말은 늘 아쉽기만 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영혼 없는 월급 중독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그의 에세이에서 심장처럼 휴식할 것을 권한다. 평생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박동을 계속하는 심장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두 번의 박동 사이 아주 짧은 한 순간 휴식한다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심장의 휴식처럼 삶 속에 너무나도 잘 편입되어 있어 그 자체가 휴식과 바캉스를 내포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에 잘 녹아있는 휴식이라면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가 아무리 저렴하고 간편한 것이 되어도, 바쁜 인생에 잠시 동안의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는 커피만의 낭만이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손수 내려 마시는 한 잔의 커피라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짧고 강렬한 쉼이 될 것이다.

 

핸드 드립에 쓰이는 드리퍼는 150여 년 전 독일의 메리타 여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양의 다도 문화와 결합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커피를 즐기기 더욱 간편해진 요즘 원두를 분쇄하고 드리퍼에 가지런히 담은 후 먼저 물길이 잘 열릴 수 있도록 뜸 들이고, 정성껏 한 방울의 커피를 내리는 것이 어쩌면 매우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번거로움이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이들에게 짧지만 깊은 휴식이 된다.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가늘고 균일하게 유지하며 천천히 원을 그리는 몇 분 동안 우리 영혼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앞으로도 지독한 슬픔이 혹은 더없는 행복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그것이 그저 사는 것임을, 누구의 삶이든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앨리스 먼로는 1931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캐나다 소도시와 주변 농장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시골 소도시에서 보내는 평범해 보이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주제가 진부하다는 이유로 20여 년간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아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학교에 간 시간을 이용해 계속해서 글을 썼다. 2013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 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앨리스 먼로를 지명하며 매우 간단한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

 

감상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문장 때문에 얼핏 놓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자존심」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언청이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평생 사람들의 차별적인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부모를 잃고 외롭게 살고 있는 오나이다가 그의 집으로 이사 오겠다고 했을 때, 그는 매우 놀랐고 화가 났다. 그녀와 그가 한집에 살더라도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 또한 그런 이유로 그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것일 테니까.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둘 사이가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맺어질 수 없다면 그저 현재의 상태를 견디며 살아가겠다고.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생각한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살았건 어떤 시기에 이르면 많은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된다. 당신의 얼굴만이 아닌 모두의 얼굴이 고통을 경험했다.’

 

『디어 라이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어떤 종류의 결함을 가지고 있다. 관계 불능의 남자와 밤마다 동생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소녀, 남편과의 평범한 관계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시인 등. 그녀의 작품을 천천히 읽다 보면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남들에게는 터놓고 말할 수 없는 각자의 결함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곧이어 그녀의 작품을 읽는 독자, 바로 나 자신도 그러한 결함과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초보자가 핸드 드립 커피에 도전하는 경우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첫 번째는 물의 온도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불쾌한 쓴맛이 추출되니 끓인 물을 바로 사용하지 말고 꼭 온도계를 이용해 90?C가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리고 가늘고 균일한 물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물을 붓는다’는 느낌보다는 커피에 물줄기를 ‘얹어준다’는 생각으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커피를 내리는 몇 분의 시간이 매우 특별해짐을 느낄 수 있다. 행복한 순간보다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많았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것이 내 삶임을, 영혼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만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긍정하고 얼마쯤은 받아들이게 된다.

 

핸드 드립

 

재료

커피 원두 12~ 15g, 드리퍼, 서버, 필터, 전용 주전자, 핸드밀

 

만들기

1. 드리퍼에 필터를 장착한 후 분쇄한 원두 12~15g을 넣고 살짝 흔들어 수평을 맞춘다.
2. 중간 지점부터 바깥 방향으로 천천히 나선형을 그리며 물을 부어 뜸을 들인다.
3. 원두가 더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으면 서버에 150mL의 커피가 담길 때까지 나선형을 왕복으로 그리며 물을 부어준다.

 


 

 

디어 라이프앨리스 먼로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걸작.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표제작 「디어 라이프」를 포함하여, 2012년 오헨리상 수상작 「코리」 등 총 열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섬세한 통찰력과 빼어난 구성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한순간을 그려내 "우리 시대의 체호프"라 불리는 앨리스 먼로. 그녀가 구축해낸 "단편 미학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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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피터(북카페 피터캣 대표)

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petercat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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