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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읽어낸 소설

소설과 마주하는 시간이 짙어질수록 빛나는 삶의 순간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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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 작가가 읽어낸 스물일곱 편의 소설은, 그저 소설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공간을 이끌어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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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소설을』
소설과 마주하는 시간이 짙어질수록 빛나는 삶의 순간들에 관하여
 

매일매일 습관처럼 소설 한 편 이상을 읽는 사람,
‘댈러웨이 부인’처럼 웨스트민스터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런던의 거리를 걸어보는 사람,
세상의 모든 것이 소설로 통한다는 사람,
여기, 소설을 지극히 사랑하는 소설가가 스물일곱 편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설가가 읽어낸 소설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주리아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함정임 작가의 독서 에세이, 『무엇보다 소설을』입니다.

 

“소설이라는 말은 하나지만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 개성만큼이나 각 소설이 품고 있는 세계의 언어와 형식은 다 다르다”


함정임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 담긴 스물일곱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매력과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빅토르 위고, 마르셀 프루스트 등 문학 거장들의 소설뿐만 아니라 반가운 한국 작가들의 소설도 다루고 있지요.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19세기 파리의 풍경을 그려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부터, ‘힙’한 현장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혁명적 소설가 김사과의 『천국에서』나, 괄호 사용에 대해 주목한 윤성희의 『웃는 동안』 등 지금 우리 세대의 한국 문학까지 소설 속의 다양한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작품이 쓰인 배경, 작가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 소설에 쓰인 작법 등 소설의 뒷이야기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지요.

 

소설가의 상상력 덕분일까요?
함정임 작가가 읽어낸 스물일곱 편의 소설은, 그저 소설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공간을 이끌어오기도 합니다.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에서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지리학자〉를 떠올리기도 하고,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에서는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을 불러오는 등 독자들이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소설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독자 스스로가 소설 외에 또 다른 소설을 더 읽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듭니다.


더욱이 소설 한 편이 펼쳐지는 첫 장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사진에 숨은 문학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소설을 보다 다채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같은 소설이라 해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작품의 무게는 달리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스물일곱 편의 주제 소설을 포함한 70여 편의 작품들에 대해 함정임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하나가 산이고, 산들은 골짜기, 즉 행간마다 메아리를 품고” 있다고 말이지요.

 

단 한 권으로도 강한 여운을 느끼고 싶으신 당신,
소설 속에 오롯이 빠져보고 싶은 당신,
그로 인해 온전한 나와 만나고 싶은 당신,
이제 『무엇보다 소설을』에서 안내하는 길을 따라, 당신이 소설 세계를 더 깊게, 더 짙게 두드려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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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개가 짖으며 흑인들이 모여 있는 구내를 가로질러 뛰어갔다. 몇몇이 소리를 지르며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개는 미처 달아나지 못한 남자를 쫓아갔다. 남자는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나 개가 그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갑자기 그가 몸을 굽히더니 돌을 집어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이제 개와 남자의 거리는 1~2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톰슨은 자신이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개가 남자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린드 박사가 나타나 뭐라고 소리쳤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던 톰슨은 안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적잖이 실망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와 잔디가 깔린 구내를 가로질러 몇몇의 흑인들이 모여 있는 도서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린드 박사가 왼손으로 개의 목덜미를 잡고, 오른손으로 카란자를 가리키며 혼내고 있었다.
"너는 창피한 줄도 모르냐."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멸감이 한껏담겨 있었다. 카란자는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두려움과 분노가 엿보였다. 얼굴에 맺힌 땀이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개가…… 개가…… 덤볐어요, 멤사히브."
그가 더듬거렸다.
"개에게 돌을 던지다니…… 네가 그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안 던졌어요. 던지지는 않았어요."
"너희 족속들이 거짓말하는 걸 보면……."

 

- 『한 톨의 밀알』 (은행나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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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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