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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정혜신 “자기를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공감해주는 것”

심리기획자 이명수, 거리의 의사 정혜신
고통 탈출 지도 『내 마음이 지옥일 때』를 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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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인정한다는 것은 내가 받은 고통을 공감해주는 것이에요. 그러면 지옥에서 빨리 나올 수 있어요. 남을 공감해주지 못할 수는 있지만, 나 자신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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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홍대 레드빅 스페이스에서 심리기획자 이명수의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출간 기념 ‘마음지옥 탈출토크’가 열렸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무릎 꿇게 하는 현실에서 ‘나’를 지켜주는 치유의 시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날 사회자로는 책의 영감자인 거리의 의사 정혜신 박사가 나섰다.

 

정혜신 : 여러분이 이 자리에 오실 때 어떤 마음으로 오셨을까, 많은 생각이 들어요. 오늘 나누는 대화와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이 치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한 것, 떠오르는 생각들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그만큼 나갈 때 얻어가는 것이 있을 거예요.

 

이 날 열린 북토크는 여느 행사와 달리 독자들과의 소통이 주를 이루었다. 사전에 독자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지옥에 대해 이야기했고, 정혜신 박사가 사연을 읽고 대화를 나누었다. 독자들은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듣고 마이크를 잡아 위로를 건네기도 했고, 자신의 고민으로 강연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정혜신 : 이 책은 정말 독특해요. 앞부분에 열여섯 가지 지옥의 상황이 나와 있어요. 도입 글은 직설적이고 강력하지만, 뒤에는 치유의 시가 담겨있어요. 뜨거운 얼음과 같은 느낌이에요. 왜 이런 책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이명수 : 덴마크 사람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걱정거리가 뭐예요?’라고 물으니 고민을 하더라고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말도 못하죠. 너무 많으니까요. 이 책은 마음이 지옥에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시가 소개되어있어요. 시가 들어있는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탁기나 텔레비전을 살 때 주는 매뉴얼처럼요. 그래서 제가 시에 덧붙이는 글에는 문학적인 문장을 가능한 많이 제외했어요.


제목을 지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마음이 ‘천당’일 때도 아니고 ‘지옥’일 때잖아요. 살기도 어려운데 이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됐고요. 좋은 것만 보고 살아도 힘든 생활인데. 제가 세월호 유가족과 상담을 하고 있어요. 희생학생 엄마들이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해요. 저는 “OO엄마, 그 고통 안 끝나.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고통이야.”라고 대답해요. 그러면 엄마들이 고맙다고 말을 해요. 자신의 고통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이해해주는 것이니까요. 악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사람들 마음에 크든 작든 지옥이 있어요. 그래서 제목을 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명수와 정혜신은 세월호가 침몰한 후 안산에 ‘이웃’이라는 치유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봉사자와 함께 세월호 유가족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다.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일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명수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쌍용차 사건, 재난 현장에서 많은 활동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심리적 지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제 방식대로 이 책에서 그 지도를 제시했어요. 제 멘토인 정혜신 박사의 말을 충분히 듣고요.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이 달라요. 똑같은 일을 두고 어떤 사람은 ‘저것 가지고 힘들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저런 일을 겪고 어떻게 살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남의 고통을 들을 때 수학적인 계산을 하지 마세요. 고통은 주관적인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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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독자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독자들에게는 네가지 팻말이 주어졌다. 그 팻말에는 각각 ‘나도 그런 적 있어요’, ‘안아주고 싶어요’, ‘나는 화가 나요’, ‘당신이 옳습니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정혜신이 독자들의 사연을 낭독한 후, 독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같은 팻말을 올렸다. 무대와 독자의 자리에서 대화가 오갔다.

 

“나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와 헤어진 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마음이 아파요. 그동안 온전히 제 자신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마음을 추스렸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순간 다시 무너졌어요. 현재 취준생인지라 이런 일로 마음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더 힘이 듭니다.”

 

정혜신 박사가 첫 번째 사연을 읽은 후, 독자들이 팻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적 있어요’ 팻말을 든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혜신 : 그 상황에서 바로 슬픔을 막을 수 없어요. 하지만 그 힘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마음껏 슬퍼해야 되고, 분노해야 해요.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이, ‘취준생’이라는 단어예요. 취준생은 슬퍼하면 안 되나요? 슬픈 일을 겪다가 마음만 먹으면 ‘취준생 모드’로 변환이 되나요? 그렇다면 사람이 아니에요. 안 되는 것이 정상인 거예요. 고통에는 유효기간이 없어요. 어떤 사람은 세 달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십 년일 수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요즘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삼 년이나 됐으니까 그만하라고 하는데, 그건 잔인한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무지한 말이기도 해요. 아빠들은 아직 슬퍼하는 것을 시작하지도 못했어요. 엄마들이 울고, 굶고, 쓰러지니까요. 술만 먹고 일만 하면서 눈물을 흘리지도 못한 아빠들이 많아요. 아빠들 치유는 5년, 10년이 되어야 시작할 수 있어요.

 

이명수 :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것 때문에 더 고통스럽죠. 쌍용차 사건 같은 경우는 8년 째 이어지고 있어요. 해고된 노동자들이 ‘이렇게 오래갈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다.’라는 말을 해요. 슬픔을 판단하고, 규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슬퍼할 ‘자격’이라는 것은 없어요.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분노하면 지옥에서 나올 수 있는 시간이 대폭 줄여져요.

 

첫 번째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이명수는 이근배의 「살다가보면」이라는 시를 소개했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에 ‘눈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시다.

 

이명수 : 정혜신 씨와 저는 집단 상담을 많이 다녔어요. 지금까지 500번 쯤 참관한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분이 있었는데, 제 또래였어요. 맥을 놓는 듯이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 제가 벼락같은 고통에 마주해서 넘어졌는데, 일어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주저앉아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하시더라고요. 정혜신 박사가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원래 걸었던 사람 아니냐. 피곤해서 그랬든지, 다리가 부러졌든지, 이유가 있어서 넘어진 거다. 왜 조급하게 일어나려고 하냐.’라고요. 우리가 넘어지면 빨리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때 못 일어나는 것은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에요. 잠시 엎드려서, 가만히 있으면 회복할 수 있어요. 저도 그 말을 들으면서 위안을 많이 얻었어요.


저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약한 존재인 것도 받아들여야 해요. 저는 나이가 잘 드는 법 중 하나는 ‘순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기억력이 정말 좋았어요. 사람 얼굴, 이름, 시도 800편 정도 다 외웠어요. 지금은 한 편밖에 못 외우는데요.(웃음) 저는 이렇게 나이 먹는 것, 다 받아들여요. 처음엔 저항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정혜신 : 자기를 인정한다는 것은 내가 받은 고통을 공감해주는 것이에요. 그러면 지옥에서 빨리 나올 수 있어요. 남을 공감해주지 못할 수는 있지만, 나 자신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강한 인간’이라는 것은 없어요. 인간은 원래 강하지 않아요. 누구나 고통 받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나도 나에게 공감하지 못하니까 지옥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에요.

 

 “대학 졸업 16년, 쉼 없이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잠시 멈춘 상황이고요. 내 마음 속에서도, 바깥 상황도 불안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불분명한데 하기 싫은 일은 선명합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물음표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지옥입니다.”

 

이어 정혜신 박사는 두 번째 사연을 읽었다. 독자들은 팻말을 들었고,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했다. 정혜신은 “사람이 힘들 때 조언이나 충고를 듣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언보다는 사연을 들으면서 느낀 것을 말해달라고 권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불분명한 사람, 한 직종에 오랜 시간 일하다가 해고를 당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갔다.

 

정혜신 :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똑같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예요. 자신을 탓하면 안돼요.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이 어릴 적부터 그것에 답을 내놓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질문을 처음 듣는 때가 20대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아야 할 것은 너무 많아요. 요리사가 되고 싶은 아이가 있어요. 그것은 단순히 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아이일 것이에요. 또 상담을 하는데 어떤 아이는 영화를 하고 싶대요. ‘너는 그럼 감독, 배우, 연출 중에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거야?’라고 묻고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법관이야? 경찰관이야?’라고 묻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는 안돼요.

 

이명수 : 우리가 옷을 살 때 색다른 옷을 사려고 해도 사고 보면 늘 집에 있는 옷과 비슷한 패턴, 색상이죠.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예요. 세월이 많이 흘러도 비슷하게 나와요. 그것이 바로 ‘나’인 거예요. 제가 이제 60살인데요. 책의 서문에 썼듯이 저는 심리적 금수저예요. 저는 걱정이 없어요.


첫째 아이가 일 년 동안 영화를 하더니 적성이 아닌 것 같대요. 그러더니 남을 기쁘게 해주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마술과 마사지를 배웠어요. 근데 또 마사지도 2년 하다가 안 하더라고요. 그럴 때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일까.’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게 ‘나’인 것을 받아들이세요. ‘이게 아니었구나. 다른 것을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그렇게 60년을 살았어요. 괜찮아요. 지금부터 다시 하면 되고, 아니면 마는 것이에요.

 

정혜신 : 70살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먹고 살긴 해야하니까, 이것저것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자신을 생채기 내면 안돼요. 그것만이 중요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은 줄 알았는데, 20년이 지나서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자신을 비난하고 짓밟으면 안돼요.


사회가 정해준 규정들이 있어요. 장남이란, 학생이란, 20대에는, 30대에는, 부모는, 이런 규정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모두 편견이고, 사람에게 심리적 폭력이며 족쇄예요. 우리가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지옥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예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책이나 부모님, 선생님이 들어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음은 오로지 ‘나’예요. 내가 내 마음을 지지해줘야 해요. 너무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도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세요. 내 감정, 내 마음은 내 것이니까요.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지옥에서 빨리 나올 수 있어요.


 

 

내 마음이 지옥일 때이명수 저 | 해냄
‘마음 지옥 탈출 가이드’임을 표방하는 이 책에서 답답한 고통의 미로를 빠져나가기 위한 핵심 열쇠는 바로 ‘시(詩)’이다. 오랫동안 수만 편의 시를 읽어온 저자는 특히 ‘내마음보고서’ ‘내마음워크숍’ ‘힐링Talk’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야말로 공감과 통찰, 눈물과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부작용 없는 치유제’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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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민지(예스24 대학생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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