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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작가 특집 ②] 장수민 “나쁜 동화는 없다”

‘제2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헛다리 너 형사』 동화 쓰기는 어린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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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나쁜 동화는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들려주기 위해서 고민한 끝에 탄생한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거든요. 물론 상업적인 요소들이 어느 정도 개입하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들이 동화를 쓸 때는 좋은 마음으로 쓴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거죠.

‘제21회 창비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 저학년 부문 수상작으로 『헛다리 너 형사』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추리 기법의 플롯이 흥미롭고 문장이 안정적”이라며 호평했다. 앞서 『비밀귀신』으로 ‘제2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던 장수민 작가는 “재밌게 읽히면서 판타지 기법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새로움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읽는 내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은 다시 한 번 현실이 됐다.

 

『헛다리 너 형사』는 ‘모모 시’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너구리 형사 ‘너 형사’의 범인 잡기 소동을 그린다. 의욕 넘치지만 그만큼 빈틈도 많은 주인공은 ‘헛다리’라는 별명을 얻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모든 동물의 관심사인 ‘털 자랑 대회’를 앞두고 전설의 여우 빗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너 형사’는 추적에 나선다.

 

작품은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을 보여주며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 다름을 일깨워준다. 추리 기법을 활용한 만큼, 이야기 곳곳에 감춰진 단서들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오면서 자연스레 논리적인 추론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에 덧붙여 장수민 작가는 “모모 시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동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 보여도 사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장수민 작가 (5).jpg


서툴러도 괜찮아,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


‘작가의 말’에서 말씀하시길, 이 이야기는 털이 빠진 라쿤에 관한 기사에서 시작됐다고 하셨어요.

 

오래 전의 기사인데 재밌다고 느껴서 스크랩을 해뒀었어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털이 빠진 라쿤이 발견됐는데, 처음에는 무슨 동물인지 알 수가 없었대요. 전설에 나온 흡혈 괴물이라는 소문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연구, 조사를 통해서 피부병에 걸려 털이 빠진 라쿤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소동이 일단락됐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재밌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메모를 해놨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생각들이 보태졌어요. 너구리 형사 캐릭터가 떠오르면서 ‘전설의 여우 빗을 도둑맞은 사건과 그 도둑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졌고요.

 

‘너 형사’처럼 빈틈 있고 허술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잖아요.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은 잘할 수 있는 일보다 서투르고 실수를 하는 일이 더 많죠. 그럴 때 좌절하기보다는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쓸 즈음에 제 자신을 봤을 때 ‘나는 왜 맨날 이렇게 헛다리를 짚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헛다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꽂히더라고요. 그래서 ‘너 형사’의 별명을 헛다리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속에 여우의 옛말 ‘Untitled-1.jpg’이 나와요. 놀이책 『무얼 살까?』에서도 풍성한 꾸밈말을 활용하셨는데요.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말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고르실 것 같아요.


『무얼 살까?』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있었죠. 『헛다리 너 형사』에 등장하는 여우 빗은 말 그대로 전설의, 아주 오래된 빗이다 보니까 현대어를 쓰는 것보다 옛말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처음에 이름을 짓는 데 많은 신경을 썼는데요. 기린 우체부 같은 경우에는, 이름은 딱히 없지만, 기억력이 좋거든요. ‘기억력이 좋은 기린 우체부’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별명을 지었는데, 쓰면서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오 기자 같은 경우에도 ‘오지랖이 넓은 오랑우탄 기자’예요. 코뿔소 의사는 ‘콧대가 높은 코뿔소 의사’이고요. 동물들의 특징을 보고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을 상징적으로 풀어간 건데, 약간 유아적인 발상이기는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너구리가 주인공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너구리이기 때문에 ‘너 형사’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독자들한테 ‘너도 형사야, 같이 범인을 찾아 봐’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실은 이 작품을 쓰면서 제가 계속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읽는 독자들이 중점을 두는 포인트는 다 다를 거예요. 어떤 독자는 ‘너 형사’보다 ‘미오’에게 더 동질감을 느끼거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독자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포인트에서 재밌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등장인물이 동물이라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제약이 적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모모 시’라는 곳은 동물들이 모여서 사는 곳인데, 그곳의 규칙이나 사는 모습을 제가 상상해서 정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상상하는 단계에서는 굉장히 재밌었는데, 이야기를 하나로 엮을 때는 고민이 필요했어요. 독자가 읽었을 때 어색하거나 비약이 심하면 안 되잖아요.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타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을 조정할 때는 고민을 했어요.

 

아름다움의 다양성, 개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고 생각돼요. 등장인물이 사람이었다면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모모 시’는 멋진 털을 가진 동물들이 많이 사는 도시잖아요. 말하자면 포유류 중심의 도시인 셈인데요. 등장인물들의 털이 굉장히 다양해요. 여우인 ‘미오’는 부드럽고 탐스러운 털을 가지고 있는데 ‘떠세’는 뾰족뾰족한 가시를 가진 고슴도치예요. ‘하리’는 짧고 곱슬곱슬한 털을, ‘너 형사’는 짧고 거친 털을 가지고 있죠. ‘무람’의 경우에는 털이 없어요. 털이 없는 게 부끄러워서 털옷을 짜서 입는 거북이죠. 처음부터 주요 인물들의 털에서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설정을 했어요.

 

추리 기법을 활용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추리 기법이 들어간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해요. 독자와 작가가 밀고 당기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서 재밌더라고요. 독자가 뒷부분을 다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같이 추측하면서 따라갈 수 있잖아요. 이야기의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고요. 특히 저학년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쉽게 지치거나 책을 덮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궁금증이 있으면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 있죠. 그래서 ‘너 형사’가 마지막에 등장한 캐릭터였어요. 처음에는 ‘미오’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는데, 나중에 ‘너 형사’가 생각나면서 주인공이 살짝 바뀐 거죠.

 

이야기 중간 중간 단서가 감춰져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 같아요.


제가 공통 단서로 넣은 건 딸기였죠(웃음). 단서를 찾기가 너무 어려우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 딸기가 저학년 아이들의 수준에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했어요. 독자에 따라서 단서를 눈치 채는 순간이 다를 수 있을 거예요. 앞부분에서 눈치 채는 친구도 있을 테고, 나중에 ‘너 형사’가 깨닫는 순간에 같이 알게 되는 아이들도 있겠죠.

 

장수민 작가 (3).jpg


자녀와의 책 읽기는 친구처럼

 

어린이책을 쓰시려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고 생각하셔야 되잖아요. 그런 감각은 어떻게 계속 유지하세요?


조카들과 자주 대화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 아이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출간 전의 작품을 보여준 적은 없으세요?


조금 두렵더라고요(웃음). 제가 아직 부끄러워서 쓰기 전에는 보여주지 못하고요. 전체를 보여주지는 않고 항상 일부분만 보여줘요. 앞부분의 몇 페이지만 보여주면서 ‘어때? 뒷이야기가 궁금해? 읽고 싶을 것 같아?’라고 물어보죠. 조카들을 만났을 때도 제가 글을 쓰고 있으면 뭐 하는지 물어봐요. 그럼 앞부분만 읽어 보라고 한 다음에 ‘어때? 재밌을 것 같아?’ 하고 물어보죠. 아이들한테서 소재를 찾기도 해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저렇구나’ 생각하면서 직접적인 소재를 얻기도 하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과 달리, 어린이책은 독자의 반응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리뷰를 남기시는 분들도 대부분 부모님들이죠.


특히 저학년이다 보니까 스스로 책을 선택해서 보기 보다는 부모님들이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엄마들이 같이 동화책 읽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동화는 아이들을 위해서 쓰여진 이야기이지만, 담겨 있는 내용 자체가 우리들 사는 이야기잖아요. 엄마들이 같이 읽고 아이와 대화를 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아이한테 가르친다는 느낌보다는 ‘엄마는 이 부분이 재밌었는데 너는 어땠어?’ 하고 친구처럼 같이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확장되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이 엄마나 친구,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의 확장이 아이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놀랄 때가 많아요. 미처 못 봤던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아이의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그럼요, 많죠. 제가 조카들을 모델로 해서 이야기를 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아이들이 알아채기도 해요. ‘혹시 이거 나야?’ 하고 의심하는 거예요(웃음). 그리고 요구를 해요. 뒷이야기는 이렇게 써달라고요. 그러면 고려해 보겠다고 말하죠(웃음). 어떤 아이들은 ‘나라면 이렇게 쓸 거야’라고 말하기도 해요. 얼마 전에도 친구랑 친구 아들과 만났는데 『헛다리 너 형사』가 곧 나온다고 하니까 ‘나라면 너구리 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이런 걸 쓰겠어’ 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여서 이야기하더라고요. 어른들은 생각이 고정되어 있거나 필요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조금 자유로운 것 같아요.

 

좋은 책에 대한 생각도 아이들과 부모님 사이에 차이가 있겠죠?


그럼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과 엄마들이 좋아서 추천해주는 책들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권해주고 싶죠. 학습적으로든, 교육적으로든, 혹은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부분들을 책으로 품위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깨어 있는 분들이 계셔서 아이들이 재밌어 할 포인트가 있는 책을 찾기도 하세요. 아직 저학년은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이 선택해 주시는 경우가 많기는 한데요. 사실 책읽기는 책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엄마가 선택의 범위를 정해주더라도, 아이들이 그 안에서라도 좋아하는 책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딱 한 권을 골라서 주기보다는 여러 권 중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흔히 동화 작가님들께 묻는 질문이 있죠. 왜 성인 소설이 아닌 어린이책을 쓰시냐는 건데요. 반가운 이야기만은 아닐 것 같아요. 성인 소설 작가님들께는 왜 어린이책을 쓰지 않으시냐고 묻지 않잖아요.


아무래도 어린이책이 어른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쓰는 거니까요. 어른이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써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책을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글을 쓰겠다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부터 동화를 쓰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오히려 그런 질문은 대학 때 더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생 때는 단순히 글 쓰는 게 좋았고 문학의 장르적인 개념도 잘 없었는데, 대학에 입학했더니 선배들은 다 전공이 나눠져 있더라고요.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면 ‘너는 뭘 쓸 거니?’라고 질문을 하는데, 저는 동화를 쓸 거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하셨나요?


제 대답이 굉장히 회자가 돼서 선배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저에 대한 인사가 ‘너 동화 쓴다며?’ 이렇게 된 거예요(웃음). 처음에는 그 말에 제가 약간 묶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까 너무 잘 맞고 재밌더라고요. 제 성향 자체가 조금 더 미래에 대해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아요. 어른이 읽었을 때나 어린이가 읽었을 때나, 뭔가 어려움을 이기고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는 거죠. 제 포인트가 성장이라는 데 많이 맞춰져 있더라고요. 거기에 아동문학은 너무 잘 맞는 장르인 거예요. 같이 동화 쓰는 친구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비슷하더라고요. 제 성향이나 기질이 동화에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모르겠어요, 소설 쓰시는 분들을 많이 안 만나봤고 잘 몰라서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에요.

 

장수민 작가 (4).jpg


나쁜 동화는 없다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던 아이가 성장해서 ‘어렸을 때 그 작품, 그 인물을 너무 좋아했어요’라고 말하면 가장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것 같아요. 나중에라도 생각나는 인물, 스토리를 쓰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작품이요.

 

작가님에게도 그런 작품이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는 다양하게 이야기를 좋아하기는 했는데요. 저한테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동화보다 중학교 때 읽은 『노인과 바다』예요. 지루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저는 너무 빠져서 읽었어요. 노인이 바다에서 계속 도전하고 힘겨루기 하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헛다리 너 형사』도 조금은 겹쳐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한 번에 능숙하게 잘 하는 일이 잘 없어서 그런 가 봐요(웃음).

 

청소년기 이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셨어요?


어렸을 때는 이야기책을 좋아했어요. 그때는 세계 전래 동화가 있었거든요. 그런 옛 이야기책들을 많이 읽었고요. 아동문학 중에서는, 굉장히 오래된 작품인데 방정환의 『만년샤쓰』가 기억에 남아요. 너무 가슴이 뭉클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작품이나 동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변하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서 좋아했던 작품들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끝없는 이야기』예요. 오히려 어른이 되고 나서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오카다 준의 작품처럼 현실에서 일어나는 판타지도 좋아하고요.

 

동화작가의 눈으로 볼 때 좋아하는 작품들은 어떤 건가요?


다음 작품을 구상할 때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새로운 포인트가 있는 작품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기존에 있는 이야기보다는, 소재든 구성이든 새로운 지점이 있는 작품들이 좋아요. 작가로서 제가 다음 작품 쓸 때 참고가 될 만한 작품을 찾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작품이 좋아요.

 

사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노력해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작품은 계속해서 나오고 누적되지만 아이들은 30년 전 아이와 요즘 아이가 다르잖아요. 그런 것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 새로운 지점을 찾고, 자기 색깔을 담은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완성도는 역량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노력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어른이든 아이이든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한테 내가 살면서 겪고 깨달았던 것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소통하면서 성장의 일부분에 일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어린이들의 미래에 투자한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어린이책이란 어떤 걸까요?


기본적으로 나쁜 동화는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들려주기 위해서 고민한 끝에 탄생한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거든요. 물론 상업적인 요소들이 어느 정도 개입하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들이 동화를 쓸 때는 좋은 마음으로 쓴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거죠. 그 대신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쓰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다음 작품의 집필은 시작하셨나요?


지금 마무리되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고요. 새롭게 들어가는 작품도 하나 있어요. 저는 소재를 찾으면 이야기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 구성을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몇 가지 이야기들을 계속 구성을 하면서, 제가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완성될 때 단번에 써요. 그래서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들 사이에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놓고 쓰고 있어요.

 

『비밀귀신』에서는 판타지 기법을, 『헛다리 너 형사』에서는 추리 기법을 활용하셨는데요. 새 작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궁금증을 유발하실 계획인가요?


마무리하고 있는 작품도 판타지예요. 형제들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폭력이라고 말하면 너무 큰 것 같지만, 형제 사이에 투닥투닥 때리고 싸우는 정도가 심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폭력이라고 인식을 못하고요.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걸 어느 정도 놀이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사고가 나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의식하지 못하는 형제들 간의 이야기를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어서 풀어놓은 이야기예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만큼,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재밌게 읽되, 읽고 났을 때 교훈을 떠올릴 수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잔소리 같이 들리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책읽기는 놀이여야 되거든요. 놀면서 즐기면서 나중에 교훈은 덤으로 얻는 것이라고 할까요. 보통 어린이책은 재미와 교훈이 있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작가들마다 비중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훈을 줄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재밌는 이야기를 쓰면서 교훈을 덤으로 주겠다고 생각하는 작가도 있죠.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면 가장 기쁠 것 같으세요?

 

공감하는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죠. 가장 좋은 건,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하는 거죠. 『헛다리 너 형사』 안에서 아이들이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읽고 나서 본인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확장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같이 공유하자고 던져주는 것일 뿐이죠.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결과물은 한 가지일 수가 없잖아요. 사실 저학년 책은 조금 더 단순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은 있어요. 그런데 저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달리 안에 층층이 무언가를 두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헛다리 너 형사』 안에 층층이 쌓아두신 건 무엇인가요?


어떤 아이들은 이 이야기에서 ‘너 형사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야 돼’라는 것만 얻을 수도 있겠죠. 어떤 아이들은 ‘모모 시’의 털 자랑대회를 보면서 ‘털이 이렇게 다양하구나’까지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또 어떤 아이들은 ‘미오한테는 여우 빗이 굉장히 소중한 물건이지만 하리한테는 쓰레기통에 버릴 만큼 하찮은 것이기도 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물들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아챌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겉으로 보여지는 것 말고 이면에 있는 것들에서 아이들마다 발견하는 게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다양하게 읽혔으면 좋겠어요.

 

‘자녀의 독서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해답을 들려주신 것 같아요. 하나의 대답을 강요하지 말고, 질문을 하면서 생각을 계속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교과서에 실리는 이야기들은 내용 확인 문제를 풀잖아요. 정답이 정해져 있어요. 주인공은 어떤 성격인가요, 주제는 무엇인가요, 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는 걸 배우는 거죠. 그렇게 교과서로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정말 자유로운 독서에서까지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책을 읽어도 느끼거나 표현하는 게 다를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정체성이나 색깔, 취향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헛다리 너 형사장수민 글/정가애 그림 | 창비
『괭이부리말 아이들』 『엄마 사용법』 『기호 3번 안석뽕』 등 주옥같은 창작동화와 숱한 화제작들을 발굴해 온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21회 저학년 부문 수상작 『헛다리 너 형사』(신나는 책읽기 47)가 출간되었다. 의욕은 넘치지만 늘 헛다리를 짚고 마는 너구리 형사 ‘너 형사’의 범인 잡기 소동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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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보여준다. 버크셔의 탄생부터 버핏의 투자와 인수 및 확장 과정을 '숫자'에 집중한 자본 배분의 역사로 전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담아 가치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다.

뇌를 알면 삶이 편해진다

스트레스로 업무와 관계가 힘들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 뇌과학에 기반해 스트레스 관리,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수면과 식습관에 관해 알려준다.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된다. 어떤 장을 펼치든, 삶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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