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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작가 특집 ①] 고미솔 “교훈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
이야기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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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바라는 게 많으면서도 악의가 없이 순수한, 경계없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보면서 뭔가가 깨진 것 같아요. 세상을 의심하던 무렵에 갑자기 작은 빛을 하나 만났고 그게 동화를 쓰는 지금의 방향으로 모아진 것 같아요.

고미솔은 20년간 방송작가로 살았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리는 생활이었다. 그러다 일을 위해 간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가난하고 척박한 섬, 고래잡이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놀랍도록 환한 웃음을 마주한 다음부터다. 작가는 그들에게서 삶의 곤궁과 환희가 한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작가는 그곳에서 “굉장히 바라는 게 많으면서도 악의가 없이 순수한, 경계 없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보면서 뭔가가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작가의 첫 동화책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는 그런 깨달음과 하나의 이미지로부터 시작됐다. 환한 웃음, 내리쬐는 햇살, 순수하고 경계가 없는 공동체를 그린 「따꾸라까라까와 해님 접시」, 마녀라는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아가는 질문으로 가득한 이야기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 두 작품은 모두 고미솔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이야기이자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작가를 튼튼하게 지탱해줄 버팀목이 될 이야기이다.


삶의 힘든 순간, 작가 곁에 동화가 늘 함께 했던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동화를 읽고 동화가 주는 위안을 알게 되길 바란다는 고미솔 작가. 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즐거움, “산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건가, 기대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 다음에 뭐가 또 있는 건가, 이런 즐거운 기대나 설렘”을 계속해서 기다려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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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이 웃는 소년의 얼굴


표제작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는 꽤 철학적이에요. “깨어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이상한 삶”이라는 구절도 인상적이었거든요. 처음부터 이런 층위의 이야기를 구상하셨던 건가요?

 

굳이 명칭을 붙여야 한다면 제 이야기는 우화에 가까운 것 같아요. 리얼리즘 동화는 확실히 아니고요. 기승전결, 갈등과 해결, 이런 것들이 있는 드라마의 구조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 좀 더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삶에 대해 질문하는 이야기들이죠.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도 동화 캐릭터를 가져와 다시 쓴 셈인데요. 이것은 실은 제가 갖고 있는 동화 체험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신화, 동화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동화 중에서도 기승전결이 확실한, 현대적인 의미의 동화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더 좋아했어요.

 

다른 이야기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예요. 그게 원체험인 것 같아요. 동화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문학이라는 것에 대한 원체험이요. 『인어공주』도 기승전결이 확고하긴 하죠. 그렇지만 캐릭터나 결말이 달라요. 인어공주가 죽음을 택하잖아요. 그렇게 착하고, 예쁘고, 훌륭한 사랑을 하는 인어공주가 왕자에게 끝내 버림받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요. 삼천 년 동안 공기가 되었다가 무엇이 되었다가 영혼을 얻기까지 방황을 해야 하는데도 말이에요.

 

해피엔딩이 아니에요.


이 이야기를 열 살 때 쯤 봤는데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아무리 애써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한 거죠. 볼 때마다 슬펐고요. 그 감정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굉장히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저한테 준 거죠. 이후에도 좋아한 동화는 그런 식이었어요. 비교적 이미지가 강하고 좀 더 본질적인 원형에 가까운 이야기들 말이에요. 그러다보니까 동화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제일 처음 떠오른 것도 이미지였죠.

 

이미지요?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따꾸라까라까’라는 이름과 함께 햇살 같이 웃는 소년의 얼굴이 딱 떠올랐어요. 「따꾸라까라까와 해님 접시」도 기승전결과는 무관하죠. 한 순간의 이미지이고요. 그 아이의 웃음과 따꾸라까라까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한 순간 삶에 대한 정수 같은 것을 얻었다고 할까요. 그것을 표현하려다보니 이 이야기가 된 거예요.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도 비슷하게 시작이 됐나요?


비슷해요. 어떤 아이가 자기가 마녀인 게 슬퍼서 죽어버리는 장면이 딱 떠올랐어요. 걔가 왜 죽었을까 생각하고, 그 애는 계속 죽어야 하나, 돌아올 수 없을까, 할머니는 어떨까, 이런 걸 생각하다보니 그 아이의 심정과 질문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예요. 제가 이야기를 쓰는 방식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구성을 정하고 시작과 끝을 계획해서 쓰는 게 아니고요. 그냥 어떤 장면이 먼저 오고,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고 너무 좋아서 그걸 계속 생각하다가 어떻게 더 재미있게, 진실되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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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접시, ‘라말레라(Lamalera)’


말씀을 들으니 이야기에서 받은 인상이 맞았단 생각이 드는데요. 서사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한 이야기란 생각을 했거든요. 한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고 하셨는데 어떤 순간에 그런 경험을 한 건가요? 영감의 순간이 있었을까요?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는 잘 모르겠는데요. 「따꾸라까라까와 해님 접시」는 아주 확실해요. 오랫동안 방송작가로 일했는데요. 언젠가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 ‘라말레라(Lamalera)’에 한 달 쯤 간 일이 있었어요. 이 라말레라라는 섬 이름이 ‘태양의 접시’라는 뜻이었어요. 이유를 들어보니 다들 잘은 모르시지만 섬이 접시처럼 약간 파인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해가 떠오르면 꼭 해를 받치는 접시 같아 그런 것 같다는 거예요.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보통 방송작가 일은 아주 전투적인데 그곳에서는 할 일이 없었어요. PD가 매일 원주민들과 고래 잡으러 나가서 촬영하고 저는 섬에 남아 기다려야 했거든요.(웃음) 종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고래가 나타나지 않아 철수하는 생활을 한 달이나 해야 했어요. 동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거죠. 그 전에는 한 번도 도시와 사람, 일을 떠난 적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하염없이 고래를 기다리는 생활, 그 자체로 한 편의 동화 같네요.


특이한 건 그 섬만의 언어가 따로 있었어요. 그 언어를 쓰는 인구가 1,000-2,000명 정도 되는 거예요. 이제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몇 개만 남았는데 그 중 하나가 ‘따꾸라까라까’예요. 그 말을 정말 많이 쓰더라고요. 이 말이 ‘괜찮아’, ‘하쿠나마타타’라는 뜻이거든요. 그 사람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더라고요. 한 달 동안 고래가 안 와서 굶어 죽을 지경인데도 그랬어요. 그 섬은 땅도 너무 척박하고 생계를 이을 아무 방법이 없어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포경을 허용한 몇 안 되는 곳이거든요. 가난이 뚝뚝 떨어지는데 아이나 어른이나 다들 따꾸라까라까 하며 지내요. 해를 닮은 그 환한 웃음으로 말이에요. 한 달 간 그걸 보며 지내다보니 제가 전염이 된 거죠.(웃음) 어느 날 아이 얼굴이 떠올랐고, 라말레라 이야기를 써야겠다, 그런데 그건 동화여야겠다, 이렇게 됐어요.

 

따꾸라까라까가 처음부터 그 섬에 살았던 건 아닙니다. 어느 해질녘 바닷가에 우두커니 있던 그 아이를 사람들이 발견했지요. 따꾸라까라까가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 다들 궁금하게 여겼지만 알 길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따꾸라까라까는 그 섬의 말을 몰랐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름이 따꾸라까라까라는 걸 알게 되었냐고요? 그건 이렇습니다.

처음 그 아이를 발견했을 때 누군가가 물었답니다.

“너 어디에서 왔니?”

그랬더니 아이는 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따꾸라까라까.”(83쪽)

 

「따꾸라까라까와 해님 접시」의 세계는 아주 이상적이죠. 어디서 온지 모를 아이를 마을 사람 모두가 돌아가며 먹이고, 재워요.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예요. 애정의 시선을 많이 느꼈는데 정확히는 라말레라에 대한 애정이었군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그걸 받으셔서 정말 기뻐요. 실은 이 작품을 쓰고 주변 몇몇 어른들한테 보여줬는데 대부분 ‘장난하냐’(웃음)는 반응이었거든요. 제가 굉장히 존경하고 존중하는 어른들이었는데 그런 반응을 보인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 많이 좌절했죠. 교훈이 뭐냐, 현실적이지 않다, 이런 말을 들어서요.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도 고양이가 할머니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는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죠. 확실한 메시지를 찾고 싶어하는 경우라면 그렇게 반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이야기들의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세상에 옳고 그른 게 있고, 이것과 저것은 다르고,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분명한 어떤 게 있는 줄 알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선과 악이, 여자와 남자가 명쾌하게 이분법으로 구분된다고 믿었던 것이 실은 허구였다는 느낌을 어렴풋하게 받을 때 그 섬에 간 거죠. 그곳에서 갑자기 어떤 걸 보게 됐고요. 그곳 사람들은 가난한데 전혀 불행하지 않은 거예요. 오히려 제가 더 불행했어요. 굉장히 바라는 게 많으면서도 악의가 없이 순수한, 경계 없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보면서 뭔가가 깨진 것 같아요. 목표한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게 깨지고, 어디서 헤매고 있는 건지 나를 의심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세상을 의심하던 무렵에 갑자기 작은 빛을 하나 만났고 그게 동화를 쓰는 지금의 방향으로 모아진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두 동화는 모두 마녀나 노래 못하는 음치동물들, 말 못하는 따꾸라까라까까지 작고 소외당했던 존재들을 소환해요. 작가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런 작은 것을 향한 관심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질문도 생기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책을 좋아했는데요. 동화를 읽던 시절만큼의 즐거움을 주었던 책은 없었어요. 이후에도 물론 좋은 책을 많이 만났고, 지금도 많이 읽지만요. 처음 글자를 배워서 가난하지만 엄마가 애써 사준 동화 전집을 읽었을 때는 그것이 거의 천국 같은 거였죠. 계몽사 전집이었는데요. 매일 그 책을 읽으려고 학교에서 집까지 막 뛰어서 왔어요. 그 중 특별히 좋아하는 동화는 지금도 집에 가지고 있을 정도예요. 살면서 힘들거나 살기 싫어질 때는 꼭 동화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요.

 

동화의 힘, 이야기의 힘이네요.


나중에야 깨닫게 됐는데요. 빛이 들어오는 방에 커다란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노트와 연필이 놓여 있는데 거기에 제가 앉아 있는 이미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제게 있었더라고요. 저는 거기 앉아 동화를 쓰고요. 그래서 어렸을 때 꿈을 물으면 동화작가라고 했는데 잊고 살았던 거죠. 너무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꿈 같은 것을 재발견한 시기가 왔던 거예요.

 

여러 의미에서 그 섬에서 지낸 일이 선물 같이 왔던 거군요.


네, 선물이라는 단어가 정확해요. 특히 이 두 작품은 저한테 선물처럼 그냥 왔어요.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썼고요. 독자 분들이 어떻게 읽어주실지 모르지만 저는 정말 좋아요.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는 동화는 뭐예요?


엘리너 파전이라는 작가의 『보리와 임금님』인데요. 다시 번역되어 나온 걸 봤는데 그 느낌이 안 살더라고요. 계몽사 판을 꼭 읽어보세요. 정말 아름다워요.

 

꼭 찾아봐야겠습니다.(웃음)


문학이란 결국 경험하지 않은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거잖아요. 『보리와 임금님』을 읽으면 굉장히 생생하게 감정을 체험해요. 섬세하고요. 『보리와 임금님』에는 교훈도 없어요. 그런데 문장 하나하나가 갖는 온도나 감수성 같은 것들이 아주 아름답거든요. 게다가 이야기가 관습적이지 않아서 보고 나면 자꾸 질문하게 돼요. 무슨 얘기지(웃음) 하고요. 처음에 읽었을 때는 아름다운 것 같은데 무슨 이야기인지 기억이 안 나요. 다음 날 또 읽고, 또 읽고, 외울 지경으로 읽게 되는 힘이 있는데요. 그것이 단지 무슨 얘기인지 몰라서는 아니더라고요. 그게 나의 감수성을 두드린 거고 그래서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거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라서 정말 좋아해요. 많은 작가를 좋아하지만 저한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를 말한다면 주저 없이 『인어공주』와 엘리너 파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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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건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셨잖아요. 힌트를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어린이들이 책을 안 읽어 고민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제 경우는 그냥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는 즉시 그 세계에 완전히 매혹돼서요. 그냥 이야기를 보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단지 좋았는데요. 그런데 어린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 어린이들에게는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제가 어렸을 때도 만화도 있고, TV도 있었지만 영화를 그렇게 쉽게 보러 갈 수도 없었고 요즘처럼 채널이 많지도 않았잖아요. 이렇게까지 많으면 아무리 저라도 책 봤을까 싶긴 하거든요.


어린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 건가 하는 고민은 전혀 할 필요가 없고 그냥 책을 읽는 즐거움을 소개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소개란 건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든지 동화를 읽어야 한다든지 이럴 필요는 없고요.

 

반대로 성인이라고 동화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겠죠.


그렇죠, 성인이라고 소설책만 읽어야 하거나 동화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죠. 만화책도 너무 좋잖아요. 저는 배워야 할 모든 교양은 만화책으로 다 배웠어요.(웃음) 청소년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순정만화가 정말 많았는데 테마가 발레, 피겨스케이팅, 테니스, 이런 거였어요. 저는 진짜로 그게 뭐든지 만화로 다 배웠던 것 같아요. 그냥 책을 읽는 경험을 하고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더 재미있는 것들에 책이 밀린 상황에서 책을 쓰는 마음은 어떤가요? 마음 속 수신자는 어떤 사람들이에요?


일단 저는 제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써요. 독자는 전혀 가정하지 않고 쓰는 게 사실인데요. 약간 질문을 바꿔서 이런 이야기를 어떤 목적으로 썼느냐고 한다면요. 저는 교훈이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아무 교훈도 없고 단지 그 안에 진짜 삶에 대한 진실된 체험과 하나의 이미지가 있는 이야기가 쓰고 싶어요. 말하고 싶은 교훈은 없고요, 그냥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읽고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감정은 있어요. 그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요. 산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건가, 기대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 다음에 뭐가 또 있는 건가, 이런 즐거운 기대나 설렘을 줄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런 의미라면 특히 동화라는 장르가 잘 어울리기도 하네요.


고민이 있었어요. 주변에 고급 독자가 많이 있는데요. 그분들이 냉정하게 말씀하시기를 당신은 속을 다 내비칠 용기가 없어서 소설을 쓰지 않고 동화의 세계로 도망가는 거라고 했어요. 이야기를 써놓고도 3년 동안 그게 고민이었어요. 가혹한 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자신이 없어서 우화의 세계, 신비의 세계로 내가 도망가는 건가 하고요. 그렇다면 너무 비겁한 것이고, 그렇게 도망간 문학이 좋은 문학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의 결론은 아무 이유 없이, 내가 쓰고 싶고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쓰고 싶을 뿐(웃음)이라는 거였어요. 누가 말릴 수 있겠어요. 그럴 질문과 3년 간 힘겨루기를 하다가 출간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감사하게 수락하고 용기를 낸 거예요. 이제는 그런 말들이 저한테 별로 상처가 되거나 아픈 장애가 될 것 같진 않아요.

 

반드시 모든 이야기가 내밀하고 어두운 곳을 향할 필요는 없겠죠. 다양한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나오는 그 자체가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죠? 별로 잘하지도 않는데(웃음) 말이에요. 소설을 쓰는 것이 진지한 문학이고 동화를 쓰는 것은 약간 덜 진지한 문학이라는 편견도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진지한 창작이고, 드라마를 쓰는 것은 덜 진지한 창작이라는 생각과 비슷한 거죠. 사실 그 평가가 아팠던 건 그런 구별이 엄밀히는 제 안에도 있었다는 이야기거든요.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구석에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말하자면 이전에 치열하고 진지하게 살았던 내 삶에서 후퇴하는 것처럼, 너무 이른 은퇴를 하는 것처럼 스스로가 느꼈던 부분이 있었죠. 그걸 주변 사람들이 예리하게 포착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것에 대해서 저 스스로도 많이 점검하게 됐어요. 나름대로는 답을 얻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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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아가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


동화가 워낙 일찍부터 보는 책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거든요. 자칫 기존의 관습이나 고정 관념을 답습하게 될 수도 있을 테고요. 균형을 잡는 게 큰 숙제일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이상한 건요,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도 그렇고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도 그렇고 제 모든 이야기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우선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들이 계속 나와요. 마녀도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던 아이가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제 인생 자체가 그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고 왜 사는지, 어디로 가는 중인지, 다음에 뭐가 있는지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어요. 그 질문을 변주하는 것 같아요. 자기를 찾아가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발견했고요. 또 하나는 의외의 결론이에요. 그렇게 찾아가는 자기는 기존 동화에서 발견하는 목표달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오로지 주인공에게만 유효한 목표달성이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목표달성과는 상관이 없더라고요. 어린 마녀가 도달하는 목표달성은 자신이 마녀라는 걸 알게 되는 데까지인 것처럼 말이에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결말이기도 하죠.


어떤 친구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끝나는 것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이야기는 늘 그런 식인 것 같아요. 내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거고요. 외적인 질문에는 콧방귀 끼는 거예요.(웃음) 나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게 중요해, 하는 식이에요.

 

앞으로도 그럴까요?

 

글쎄요,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와 그 다음 이야기까진 그래요. 그 다음에도 그럴지는 모르죠. 좀 다른 이야기도 써보고 싶지 않을까요?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고미솔 글 | 북극곰
오랫동안 방송 작가로 활동한 고미솔 작가가 동화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고미솔 이야기책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에는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한 두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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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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