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안에 들어 있는 인생
3월 1주 신간
마흔네 살 검사의 인생 이야기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조금 특별한 노인요양시설 『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낯선 시선』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안종오 저 | 다산지식하우스
박진감 넘치는 검사 생활에 대한 장황한 '썰'도 아니며, 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각색한 글도 아니다. 마흔네 살,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중년 남성이 쓴 44편의 인생 이야기다. 저자가 검사로서 겪은 사건들과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사랑, 학창시절 겪었던 웃지 못할 일들, 아버지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등이 맛깔나게 버무려진다. 검사실을 찾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건 이야기, 베테랑 수사관들과의 찰떡 케미 에피소드까지 더해 검사실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단편소설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가노코 히로후미 저/이정환 역 | 푸른숲
후쿠오카 시 주택가에 자리한 2층집에 '다쿠로쇼 요리아이'('다쿠로쇼'는 자택, '요리아이'는 모임이라는 뜻)라는 노인요양시설이 있다. 그러나 일반 치매 노인 요양시설이라면 통제하거나 금지하는 일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산책을 좋아하는 노인은 느린 걸음으로, 걷고 싶을 때까지 걸을 수 있다. 직원은 노인이 길을 잃지 않도록 따라가지만, 산책에 방해되지 않게 거리를 유지한다. 이가 몇 개 남지 않은 노인이 음식을 씹느라 식사 시간을 넘기더라도 재촉하지 않고 탱글탱글한 계란말이를 충분히 즐기며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직원들은 가끔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노인들을 차에 태우고 시장을 보러 간다. 누구나 늙는 고령화사회에서 안심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된다.
낯선 시선
정희진 저 | 교양인
여성학자 정희진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일어난,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주된 사건들을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하여 쓴 글을 고르고 모았다. 부정의에 맞서는 사회적 약자의 유일한 자원으로서 '여성주의'의 전복적 힘을 보여준다. 여성 정치인이 주장을 많이 하면 나댄다는 말을 듣기 쉽지만, 남성 정치인은 지적이고 유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을'의 저항은 폭력으로 쉽게 매도되지만, '갑'의 횡포 앞에 숨죽인 비정규직 청년들은 비굴하다는 훈계를 듣는다. 세월호 유족들의 진실 규명 요구에 '불평불만', '이기적'이라는 말이 따라붙고, 대중교통의 '임산부 배려석'처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배려'라는 이름이 붙는다. 정당하게 분노할 일이 있어도 우아하고 세련되게 대응해야 한다는 통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희진은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기 위해 쓰는 이중 잣대, 남성 언어의 이중 메시지에 주목한다.
엄마의 골목
김탁환 저 | 난다
'발자크처럼 방대한 소설 세계를 꿈꾸는 '소설 노동자'인 저자가 엄마와 함께 고향 진해 곳곳을 걸어본 나날을 적었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쓰고,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해가며 진해로부터 시작하고 진해로 돌아오고는 한다. 진해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줄 알았는데 말하다보면 어느새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고, 진해의 거리를 함께 걷고 보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일상을 바라본다. 때론 시처럼 때론 소설처럼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털어놓는다.
여중생A 1-3
허5파6 글,그림 | 비아북
2016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작품. "가장 간단한 그림으로 당대를 드러내고, 위로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왕따, 가정폭력, 게임중독, 일진과 학원폭력, 외모지상주의, 여성혐오와 여성인권, 오타쿠 내 성폭력, 인터넷 신상 털기 등 우리 사회의 민낯과 구조적 결함을 주인공 '장미래'의 고민 속에 담담하게 녹여내 단순히 주인공의 성장 서사가 되기를 거부하는 만화다. 저자의 다른 지은 책으로는 이제 막 세상을 겪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예리하지만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아이들은 즐겁다』가 있다. 필명 허5파6은 모 커뮤니티 회원 가입시 배정받았던 자동가입 방지 코드에서 유래했다.
작은 친구들 1
도나 타트 저/허진 역 | 은행나무 | 원서 : The little friend
『황금방울새』 작가의 작품으로 WH 스미스상을 받고 오렌지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소설은 1960년대 미시시피의 어느 작은 마을, 아홉 살 로빈이 마당에서 목매달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그로부터 12년 후,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모든 것이 변해 있다. 당시 갓난아이였던 해리엇은 이제 열두 살이 되어 붕괴된 가족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오빠를 죽인 범인을 찾겠다며 집안사람 모두 애써 침묵하던 이야기를 꺼낸다. '로빈을 죽인 건 누구인가?' 오래된 신문을 뒤지고 주변을 탐문하던 해리엇은 거듭 같은 이름을 발견한다. 그날, 로빈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그날의 비밀 속에서 해리엇은 무엇을 찾게 될 것인가.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저/김세나 역 | 미래의창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신진 IT기업의 맹공 등으로 새로운 도전과 위기의 시대에 직면한 독일 및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제시했다. 100년을 넘게 이어온 자동차에 대한 로망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즉, 자동차가 그것을 타고 소유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라는 가치가 건재하다.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는 친환경, 연비, 안전성 개선등 좀 더 엄격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공룡과 같이 비대해진 기존 자동차 업계의 기업 문화도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프로세스를 없애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자동차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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