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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눈덩이를 굴러보지 않을래?

『두더지의 소원』 펴낸 김상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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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물들이 살고 있는 어떤 세계를 상상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특별한 것들을 상상할 때 뭔가 상상이 더 자유롭고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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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작가의 그림책 『두더지의 소원』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든 작가를 소개합니다.

 

 

김상근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이 나왔다. 『두더지의 고민』을 잇는 『두더지의 소원』. 그림책은 첫눈이 온 날, 두더지가 작은 눈덩이 하나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눈길을 걷고 있던 두더지는 눈덩이를 굴리며, 눈덩이에게 말을 건다. “우리 같이 버스를 탈 거야.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고 했거든.” 이윽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두더지와 눈덩이. 그러나 버스를 운전하는 곰 아저씨는 “눈덩이는 버스를 탈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두더지의 대답. “하지만, 얘는 친구인데요?”

 

 

눈덩이는 과연 버스를 탈 수 있을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 그림책을 읽은 한 꼬마 숙녀는 30분을 펑펑 울었단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따뜻하기 그지 없는데, 마지막에 충격 반전이라도 숨어 있는 걸까? 북트레일러를 본 후, 김상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두더지의 고민』에 이어 『두더지의 소원』을 펴내셨어요. 『두더지의 소원』이 먼저 구상했던 작품이라고요. 순서가 바뀌어 나온 이유가 있나요?

 

당시 두 가지 이야기를 놓고 고민을 했었어요. 초기의 『두더지의 소원』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는데요. 이야기에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고 느꼈지만 해결점을 바로 찾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두더지의 고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큰 틀과 이야기가 쭉 나와서 바로 그림 작업을 하면 되었거든요. 그래서 『두더지의 고민』을 자연스레 먼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두더지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연을 다니면 매번 물어보시는 단골 질문 중 하나인데요. 많은 분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저는 동물들이 살고 있는 어떤 세계를 상상해 보는 것을 좋아해요.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특별한 것을 상상할 때 뭔가 상상이 더 자유롭고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첫 책 『두더지의 고민』을 만들 때도 이런 이유로 동물이 주인공이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동물 중에서 누가 제일 고민이 많을까?"를 생각해보다가 두더지니까 왠지 어두운 땅속에서 고민이 많지 않을까? 고민이 생기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갈 것 같고 나중에 거대한 눈덩이 속에 들어간 친구들을 구조해 주기에도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때마다 그 안에서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요. 『두더지의 소원』은 기본적으로 제게 좀 더 익숙하고 편안한 재료인 색연필과 파스텔, 펜을 사용했고, 디지털작업도 병행해서 작업했어요.

 

겨울, 눈을 좋아하시는지요? 눈사람, 눈덩이를 굴러본 일이 최근에 있었는지요?


네 좋아해요! 어릴 적부터 눈 오는 날은 바쁜 날이었어요. 눈이 사라지기 전에 밖에 나가서 눈도 굴리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해야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눈 오는 날의 그 특별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매일 보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 눈이 내리는 것만으로 새로운 세계로 초대받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눈이 오면 왠지 설레요. 최근 굴려 본 눈덩이는 2015년에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끝나고 1달간 여행을 다닐 때예요. 그때 독일 알프스를 보러 추쿠슈피체(독일 최고봉)에 올라갔는데, 그곳에 눈을 굴리는 두더지도 그려 놓고, 작은 눈덩이도 만들어 놓고 왔어요. 지금도 그곳에 남아 있을까요? (웃음)

 

두더지의 소원_yes24_3.JPG
추쿠슈피체(독일 최고봉)에서 그림을 그렸다

 

두더지의 소원_yes24_1.JPG

 호숫가 벤치에서 눈사람 친구도 만났다

 

북트레일러를 보고 책을 구입했다는 리뷰를 보았습니다. 저자로서 북트레일러는 어떻게 보셨는지요?


제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책을 만들면 짧게나마 움직여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직접 콘티를 짜서 애니메이션이 가능하게 소스작업들을 했고요. 애니메이팅은 제가 하는 것보다 제 친구가 훨씬 빨라서 친한 친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친구 옆에서 바로 바로 원하는 걸 이야기하며 수정을 여러 번 했는데, 친구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친한 친구라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웃음) 작업 중간중간에 열을 좀 식히고 온다며, 나갔다 오더라고요. 사실 욕심은 더 길게 만들어서 소개하고 싶지만 트레일러용으로 짧게 만들었어요. 대략 1분 안에 그림책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고민을 했는데요. 독자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만듦새는 만족하시는지요?


만족해요. 그림을 스캔하고 처음 모니터로 봤는데 제가 생각한 색과 너무 달라서 큰일났다 싶었어요. 모니터마다 칼라 값 구현이 다르고 나중에 인쇄를 할 때는 또 다르게 나온다는 걸 경험해 보아서 더 신경을 쓰려고 했는데요. 출판사에서도 그 부분을 잘 아시고 기준을 잡고 테스트 출력을 여러 번 해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근사치에 더 가깝게 인쇄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 주셨어요. 디자이너와 편집팀장님 그리고 교정소와 인쇄소 분들께 여러모로 감사 드립니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음... 어렵네요. 그림을 그리면서는, 두더지가 할머니와 별똥별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원경 장면을 가장 좋아했는데요. 책을 통해 보니, 사슴 아저씨가 "이런, 너희들 꽁꽁 얼었구나." 하고 등장하는 장면이 좋게 다가왔습니다. 앞의 어른들과는 다르게 동심을 처음 인정해 주는 어른이 나오는 장면이라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사슴 아저씨와 두더지 할머니 같은 어른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고민이 생기면,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늘 고민의 눈덩이를 굴리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고민은 사라져도 계속 또 생기거든요. 제 경우에는, 생각이 많아질 때 주로 밖에 나가 걸어요. 가만히 있으면 뭔가 더 답답해져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생각도 좀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두더지의 고민』에도 할머니가 두더지에게 땅속에서 고민만 할 게 아니라 나가서 뭐든 해보라는 의미로 눈덩이를 굴려 보라는 비유가 담겨 있지요. 그래도 생각이 많아지면 종이에 적어 보며 정리해 보려고 하죠. 정작 안 해도 되는 고민을 할 때가 많거든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셨는데, 그림책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애니메이션은 1초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24장의 연속 동작이 필요해요. 그 말은 비슷한 이미지를 24장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그러려면 그 작업의 효율을 찾기 위해 캐릭터도 더 단순하고 장식들도 더 간소화해야 하거든요. 머리카락의 결을 더 섬세히 그리고 싶어도 단순하게 타협하게 되죠. 여러 날 비슷한 그림들을 계속해서 그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한 장의 그림을 더 아름답게 그리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졸업 후에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 당시 떠오른 이야기가 ‘두더지의 고민’이었는데요.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른 매체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림책의 존재는 잘 몰랐는데요. 우연히 미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갑자기 일이 하나 들어왔어요. 글이 있는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느냐고요. 동물이 나오는 아동용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는 이야기였는데요. 정말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작업했던 분이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해 줘서 찾아보게 되었고, 지금껏 그 매력에 빠져 있네요.

 

『두더지의 소원』이 작가님께 1권이 있습니다. 어떤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나요?


제 할머니께요. 제가 소원을 한참 작업하고 있는 겨울날, 할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할머니가 제 번호로 직접 전화하신 건 처음이었어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할머니께서 "손주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제가 마감이라서 끝나면 바로 할머니 얼굴 뵈러 가겠다며 끊었는데 사흘 후에 거짓말처럼 할머니께서 의식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할머니께서 무슨 예감이 있으셨던 걸까...' 의식 없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붙잡고 서서 회의감과 슬픔에 잠겼던 것 같아요. 올 겨울엔 하늘에 별도 참 많아 작업하다 답답하면 나와서 별 보며 할머니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물론 소원도 빌었죠. 정말 감사하게도 그 후로 차츰 좋아지셔서 완성된 책을 할머니께 읽어 드릴 수 있었습니다.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 외에도 책을 읽으며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싶은 분들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읽은 그림책 중에 인상 깊었던 그림책 1권만 추천해주세요.


근래에는 출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림책을 거의 읽지 못했는데요. 출판사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제 그림책과 며칠 차이를 두고 먼저 출간된 『마음을 담은 상차림』을 찬찬히 읽게 되었습니다.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떠올라 뭉클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두더지 시리즈가 이어지나요?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소원이 나오고 "첫 책은 고민이었고 다음이 소원이면 그 다음엔 뭐예요?" 라고 주변에서 많이 물으시더라고요. 이야기가 준비가 되면 두더지의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현재는 두더지가 아닌 다른 그림책을 진행 중이어서 새로운 책으로 먼저 인사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두더지의 소원김상근 글그림 | 사계절
누구에게나 첫눈은 설레는 일입니다. 이 그림책도 첫눈 오는 날, 어린 두더지가 처음으로 친구라는 존재를 만나 느꼈던 설렘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첫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이번에도 특유의 아기자기한 문체와 따듯한 색감으로 두더지의 하루를 포근하게 그려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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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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