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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고 뭉클한 두 번째 이름 ‘아빠’

잠만 잘 자면 소원이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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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OO아빠”라고 부를 때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 같아서 어색하고 생경했는데, 네가 나를 “아빠~” 하고 부른 그 순간 비로소 나는 ‘진짜 내가’ 된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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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도로 예뻐진다면 원빈, 정우성까지 가는 데 얼마 안 걸리겠지?”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애가 존재할 수 있다니!”


너를 처음 보고 뱉은 말은 팔불출이 따로 없었다. 아이가 없었을 때 친한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자식 자랑을 하면서 마치 정해놓은 답이 있는 것처럼 하나같이 “아무래도 천재 같다” “너무 예쁘다”라고 말하는 걸 볼 때 참 저런 팔불출도 없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지금껏 살면서 너처럼 예쁜 애는 본 적이 없었고, 어제보다 오늘 더 이목구비가 살아나는 걸 보고,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잘생기기까지 한 너에게 감히 나를 아빠라고 소개해도 될까 싶을 정도였다. 하루가 25시간이라면 그 시간 내내 너를 보면서 입에 침이 마르게 감탄할 정도로 너는 내가 만난 만물 중에 가장 빛나고 눈부신 존재였다. 그런 네가 내게 왔다.

 


고되고 설레는 첫 경험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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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운전인데 경적 좀 자제해주실 수 없나요? 제발요.”

 

원래 세상 이치가 그러하다. 예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건 대개 까다롭고, 어렵고, 힘들다. 마치 너처럼. 너를 처음 안았을 때 엄마처럼 몸에 딱 맞게 안지는 못해도, 너를 위해서 일부러 뱃살도 폭신하게 만들어놨는데 이렇게까지 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울어대는 너를 달래면서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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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만 잘 자면 소원이 없겠는데….

 

먹이는 것도 달래는 것도 서툴고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걸 꼽으라면 역시 ‘재우기’다. 뜬눈으로 떠오르는 해와 마주하는 날이 많아졌고, 회사에서는 점심을 거르고 엎드려 자기 일쑤인 날이 계속 됐다.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후 하룻밤도 맘 놓고 푹 잔 적이 없어서 거의 3주를 비정상적인 생활을 했고, 아내도 나도 지칠 대로 지쳐서 녹초가 되어 있었다.


예정에 없던 출장 소식을 듣고서 평소 같았으면 불평불만을 했을 법도 한데, 아직 철이 없는 건지 4박 5일 해외출장을 앞두고는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말을 아내에게는 하지 못했다. 너를 만난 후로 모든 게 생소하고 서툴고 어렵지만,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일상에 크게 만족하고 설레곤 한다.

 


두 번째 이름을 처음 들은 날

 

너의 시간은 정말 빨랐다. 누워서 손가락, 발가락만 꼬물거리던 네가 스스로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의자를 잡고 두 발로 일어나서 누구의 도움 없이 걷게 되었을 때, 그 경이로움은 한두 줄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영원 같았던 그 시간도 지나서 어느새 ‘엄마’, ‘좋아’ 하고 감정 표현을 하는 너를 보면서 자연스레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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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에게로 가 꽃이 되었다고 했던가. 생애 두 번째 이름이 생겼을 때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깨달았다. 

 

말을 떼기 시작해서 ‘아빠’를 제일 먼저 말하는 신통방통한 아이도 있다지만, 어쩐지 그런 갸륵한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역시다. 서운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아주 잠깐 서운했지만 괜찮다. 엄마를 가장 먼저 말해줘서 오히려 고맙고, 좋고 싫고의 표현이 명확해서 더 좋았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말을 습득한 후 가장 마지막에 나를 불러줬을 때 왠지 이제부터 내내 꼴찌겠구나 싶었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남들이 나를 ‘OO아빠’라고 부를 때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 같아서 어색했는데, 네가 나를 “아빠~”라고 부른 그 순간 비로소 진짜 내가 된 것 같았다. 내 두 번째 이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우리 잘해보자!

 


 


 

 

집으로 출근전희성 저 | 북클라우드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빠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엄마보다 아빠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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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전희성

1980년 여름에 태어나 부천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 학원을 다니다가 디자인학과에 진학해 게임 회사와 에이전시를 거쳐 현재 신문사에서 10년차 인포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외벌이 가장이다. 집 안 청소와 생활비 충전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이와 놀아주다가 이겨먹는 것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한다. 현재 두 살 터울의 1호기 아들과 2호기 딸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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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성> 저13,3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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