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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두섭, <광염 소나타>는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유독 힘들어

한 편의 창작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산고(産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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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소설 <광염 소나타>를 모티브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에요. 소설에서는 예술 지상주의를 지향한다면 저희는 지양하죠. 예술,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부도덕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명곡도 예술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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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우수신작들이 잇따라 공연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 부문에서는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광염 소나타>가 드디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동인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작곡가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각기 다른 욕망이 치밀하게 얽힌 3인극인데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넘버가 더해져 많은 기대를 모은 스릴러 뮤지컬입니다. 하지만 창작 초연인 데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연습이 한창이던 2월 초, 대학로에 자리한 연습실에서 작곡가 J역의 성두섭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창작이 원래 어렵지만, 이 작품은 유독 힘든 것 같아요. 다들 굉장히 예민한 상태예요.”
 
성두섭 씨는 창작 초연 작품을 많이 하셨잖아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익숙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건 상당한 부담인가 봅니다.


“너무 부담돼요. 어떤 설문조사에서 <광염 소나타>가 기대되는 창작뮤지컬 1위로 뽑혔다는데, 과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소재도 독특하니까 잘 만들면 재밌겠다고 저희도 의욕이 가득했죠. 그런데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 지원도 부족하고. 다채로운 의견이 나오면서 서로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대본도 계속 바뀌고...”

 

작품 분위기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성두섭 씨는 그간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대체로 밝은 작품을 많이 하셨잖아요.


“맞아요. 그런 작품은 웃으면서 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도 부담 없이 낼 수 있죠. 그런데 <광염 소나타>는 배우마다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있다 보니까 제작진과도 많이 부딪혔어요.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잘 만들고 싶어서 많이 부딪히는 거겠죠.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많이 아쉬워요. 지금은 다들 작품에 너무 빠져 있으니까 밖에서 보면 어떨지 저희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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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극 스릴러 뮤지컬인데, 제목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짧게 소개해 주세요.


“김동인 소설 <광염 소나타>를 모티브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에요. 소설에서는 예술 지상주의를 지향한다면 저희는 지양하죠. 예술,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부도덕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명곡도 예술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어려운 작품이 아니라서 심심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반전이 전혀 없거든요. 영화로 만들면 굉장히 좋을 텐데, 무대에서는 멋지게 표현하기 힘들 것도 같고. 상상하면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2주 공연이지만 원 캐스트입니다. 초연인 만큼 J라는 인물은 오롯이 성두섭 씨의 해석에 의해 빚어질 텐데, 이번에 이미지를 깨는 건가요(웃음)? 워낙 선한 이미지가 강하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이코패스는 아니에요(웃음). 살인을 하니까 다들 그런 기대를 하실 것 같아서 그것도 무척 부담스러워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광적이라고 할 수 있죠. 너무 잘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에 이용당해서 점점 피폐해지고. 친구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도 있고. 그래서 인물을 들여다보면 불쌍하고 가슴 아파요.”

 

작곡가인데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사실 <오! 캐롤>에서도 작곡가였어요, 느낌은 많이 다르죠(웃음). J는 대사가 많지 않아요. 지문에 있는 연기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게 대사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대본상 시간의 점핑이 많아서 그 변화를 잘 나타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피아노도 한 곡 쳐야 해서 독학으로 연습했어요. 연주를 전혀 못했거든요. (김)경수 형은 실용음악을 전공해서 연주를 잘 하더라고요. 나도 피아노를 배울 걸, 태권도 따위나 배워서(웃음). 관객들 앞에서는 아직 연주한 적이 없어서 긴장됩니다.”

 

곡을 쓸 수 없는 J처럼 배우들도 연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 성두섭 씨는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대본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생각을 지웠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상상 밖의 사람들. 예전부터 사람 관찰을 많이 했는데, 연기가 잘 안 풀릴 때도 ‘이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비슷한 사람부터 찾아봐요. 다큐도 보고, 돌아다니면서도 살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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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비슷한 경력의 다른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남녀 배우가 등장하는 로맨틱코미디물을 많이 하셨어요. 한때 대학로에서 동성애나 남자배우와 입을 맞추지 않으면 작품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저는 <베어 더 뮤지컬>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하신 줄 알더라고요. 아마 <풍월주> 영향이 컸나 봐요.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한때는 로맨틱코미디물이 트렌드였죠. 사람들도 많이 보고 작품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번지점프를 하다>, <내 마음의 풍금> 같은 정적인 작품을 좋아해요. <베어 더 뮤지컬>은 성소수자의 이야기라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음악에 꽂혀서 그들의 이야기를 배우로서 풀어보고 싶더라고요. 딱히 작품을 가린 건 아니에요. 그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연기에 임했고, 앞으로 공연할 <프라이드>도 그렇고요.”

 

그렇게 보면 연기 폭이 많이 다양해진 건데, 여전히 깨고 싶은 틀은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 이미지라는 게 쉽게 깨지지 않더라고요. 왜냐면 저만의 언어가 있고, 살아온 환경이 있다 보니까 몸에 베인 것들이 무대에서 저도 모르게 묻어나나 봐요. 이미지 변신은 배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작품을 정말 잘 만나거나, 아니면 진짜 다시 태어나든가, 지금부터라도 10년 뒤를 바라보고 전혀 다른 삶을 살던가(웃음). 그래서 저와 굉장히 다른 에너지의 사람을 보면 작품을 떠나 그런 모습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예를 들어 (박)해수 형은 형만의 센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아무리 상남자처럼 해도 그렇게 안 보일 테고, 저도 어색하고 부대끼고요.”

 

스타보다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배우를 꿈꾸셨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달라지지 않았어요. 같이 작업하면 기분 좋은 배우, 믿음직한 배우, 서로 잘 어우러지고 역할에 잘 맞고, 열정적인 배우... 저를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불어 스타가 되면 더 좋겠죠. 황정민, 최민식 선배님 같은. 그런데 그건 나중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죠.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요. 물론 무대를 넘어 영화나 드라마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고 싶어요.”

 

성두섭 씨를 만난 건 2월 초, 그러니까 아직 <광염 소나타>가 무대에 오르기 전입니다. 성두섭 씨를 인터뷰하는 건 꽤 오랜만이었는데, 유쾌한 작품으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많이 예민하고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한 편의 창작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산고(産苦)를 단단히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렇게 막을 연 <광염 소나타>는 어떤 모습일까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제작진과 배우들의 치열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2주의 공연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 작품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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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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