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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사람들의 회의법

먼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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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때 말 많은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생각하기 위해 말을 하는 사람들이고 내성적인 당신은 말을 하기 위해 생각부터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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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의 시작 20분이 지났지만 한 마디도 못 꺼냈다. 다들 어찌나 할 말이 많은지 한마디 할라치면 금세 치고 들어오고, 하고 싶었던 말은 누군가 먼저 해버려 나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순발력도 문제지만 입 밖으로 나가려는 말의 발목을 잡는 건 소심한 성격. ‘바보같이 들리지 않을까?’ ‘남들도 다 아는 얘기 아냐?’... 그러다 팀장이 내게 의견이라도 물으면 머리 속은 그만 하얘져 버린다. 생각의 파편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 것 같아요’로 마무리한 답에 심드렁해하는 표정들이라니.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만 곱씹다 회의는 끝나버렸다.

 

단순 정보공유부터 브레인스토밍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회의까지... 전략적인 침묵이나 경청을 위한 조용함이 아니라면 매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전문성 부족이나 자신감 없음으로 읽히는 것은 둘째치고, 별 의견 없이 앉아 있다가 내 뜻과 다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 그로 인한 불편과 억울함은 온전히 내 몫이 되기 때문이다.

 

 

게으른 건 아닐까?


회의 때 말 많은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생각하기 위해 말을 하는 사람들이고 내성적인 당신은 말을 하기 위해 생각부터 하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조심스레 단어를 고르고 정말 괜찮은 의견을 내서 팀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다. 생소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한다든가 새 조직에 합류해 정보가 부족한 경우엔 더 불리하다. 아직 뚜렷한 의견도 없고 성격상 아무 얘기나 할 수도 없으니 입은 더 무거워진다.

 

많은 기업들에서 회의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일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준비하기’다. 사전 자료를 안 읽는 건 기본이고 뭘 위한 회의고, 왜 참석하는지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회의에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성격일수록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자신감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자료를 읽고 ‘회의에 누가 참석하는지’ ‘나는 왜 참석하는지’ ‘무얼 얘기하게 될지’ 같은 정보는 꼭 확인하자. 준비하지 않는 게으름을 내향성으로 합리화하지는 않는지, 말주변이 없어서가 아니라 콘텐츠가 없어서 입 다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회의는 회의 전에 시작된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주니어이거나 팀 내 소수일 경우 당신의 말수는 더욱 줄어든다. ‘내 말이 틀린 거 아닐까’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지레 겁을 먹고 자기 검열이 시작되는 것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는 『린인(Lean in)』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은 자기 견해를 말하기를 주저할 뿐 아니라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애매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성이 다수인 조직에서 여성이 회의나 협상 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 경우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회의에서 팀이 내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고 어느 순간 내 의견을 말하면 가장 좋을지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눠보자. 그런 와중에 내 생각을 다듬고 동료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이런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회의를 보다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놓으면 긴장과 두려움이 줄어든다.

 

 

먼저 말하라

 

아이디어는 풍부한데 첫 마디 떼는 일이 어려워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다 얘기하고 지나간 뒤에는 더 덧붙일 이야기가 없으니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의 그런 속사정까지 알아줄 리 없다. 회의에 무관심하고 아무 생각 없다고 오해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잘 모르거나 내 권한을 넘어서는 내용이 아닌 선에서, 회의 때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되어보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발언도 좋지만 캐주얼한 이야기로 어색함을 깨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대가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관계가 형성되면 이후에 말하기도 훨씬 편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 말고 사내 정보나 업계에 도는 소문 등 모두가 솔깃하고 한 마디씩 얹을 수 있는 주제가 좋다.

 

처음에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놓쳤다면 회의 중에라도 만회할 기회는 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내가 들은 바를 확인하거나 다른 이의 의견에 코멘트를 하는 식의 비교적 부담이 적은 방법으로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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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경찰기자,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자로 일했으며 문화부에서는 서평을 쓰며 많은 책과 함께했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아 2013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HR Communication을 담당하다 현재 SK 주식회사에서 브랜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과장을 시작으로 차장, 부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직까지 겪으며 다양한 장르와 층위의 ‘내부자의 시선’을 장착할 수 있었다. 기자였다면 들을 수 없었던,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책『회사의 언어』에 담았다.

린 인 Lean In

<셰릴 샌드버그> 저/<안기순> 역13,500원(10% + 5%)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그녀도 커리어를 쌓으며 우리와 똑같이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다. 셰릴은 좀 더 많은 여성이 리더가 되어 영향력을 키울 때 남녀 모두 자유롭게 자신의 경력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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