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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희 “한 살 더 먹어도 여전히 우리는”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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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해결책이나 정답은 절대 제시해 주지 못한다고 했어요. 제가 그럴만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감 갈 만한 내용을 써 주면 된다고 하길래 그 정도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40살. ‘그 나이’가 되면 여자는 당연히 결혼하고 애가 있으려니 한다. ‘그 나이’에 맞게 금색으로 반짝이는 비싼 립슬로스를 사야 하고, 가방도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가방을 써야 한다는 압박이 들어온다. 부모님은 언젠가부터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데, 막상 결혼의 압박이 사라지니 초조함과 좌절감이 밀려온다.


나이 먹은 여자의 서러움과 진솔함이 매력인 에세이,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tvN 최장수 시트콤 드라마 프로그램 <막돼먹은 영애 씨>의 작가 한설희의 이야기가 담겼다. 드라마에서 ‘영애 씨’가 대한민국 평균 외모를 가진 평균 나이의 여성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면,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서는 현실적이다 못해 ‘이거 진짜야?’ 싶을 정도의 솔직한 면모를 드러낸다. 내 모습 같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에 독자들은 어느새 책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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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솔직했다고 생각 안 해요


새해가 되었습니다. 한 살 더 먹은 기분은 어떠세요?

 

한 살 더 먹은 기분이 바로 들지 않는 것 같아요. 계속 부정하게 되니까요. 생일 지나고 나야 한 살 먹은 거라고 우기다가 한 해가 지날 때쯤 되어서야 그간 일어났던 일, 안 좋았던 일을 생각하면서 그때야 한 살 또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 연말에는 책 때문이라도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프롤로그에 책을 쓰다 보면 삶이 조금은 정리될 거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쓰셨어요.


제목이랑 다르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었어요. 이제 다 끝났으니 차분하게 정리하고 생각을 해 봐야죠. 세월이 약인 것 같아요. 못 견딜 것 같은 순간이 누구나 인생에 있는데, 그래도 참고 견디니까 지워질 건 지워지고 남을 건 남더라고요. 괴로운 일이야 또 생겨나겠지만, 다 견뎌야 할 몫이겠죠.


제목이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데, 다른 제목 후보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올라(Hola) 40’이라는 가제로 시작했었어요. 40대를 맞이하면서 슬픈 내용도 있지만 밝고 웃긴 내용이니까, 40대를 맞이하면서 밝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맞이한다는 의미로요. 제목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인데 작년에 <막돼먹은 영애 씨> 메인 작가로 선 일도 있고, 개인적으로 일이 겹치면서 제목과는 반대의 한 해를 보냈어요.


어머니도 책을 보셨나요?

 

책에 ‘형경옥 여사님께 바친다’라고 써 놓고 책 나온다고 이야기를 안 했어요. 나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쉽게 책을 내주나 싶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대본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 책이 덜컥 나와버린 거예요. 동생이 사다 줬는지 어머니한테 너 책 냈냐고 문자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알 거 없어, 읽지도 마!’ 하면서 또 불효녀 시바이(장면, 상황설정, 연기 동선 등을 뜻한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 환경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은어)를 만들어 버렸어요.


어머니 말고 주변 반응은 어때요?


깜짝 놀랐어요. 제 입으로 책 나왔다고 안 떠들었는데, 의외로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읽고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제가 울적해 있으려니까 증쇄 찍었다고 기운 내라고 하시고요. 기왕 냈는데 아무도 안 읽는 책이면 나무에게 미안하잖아요. 그래도 나쁘지 않게 읽히고 있다고 해서 다행이에요.


술 먹고 저지른 일이라든가,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를 잊어버리고 전화해서 누구냐고 물어본다든지, 굉장히 솔직하게 써주셨어요.


다들 에세이 쓰면 그 정도 써주시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까지 솔직했다고 생각 안 했거든요.


그래도 자신의 삶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부담은 없으셨나요?


꺼려지는 부분이 있죠. 전 남자친구 이야기나 사생활이 나오는 거니까요. 사실 책이 나올 줄 몰랐어요. 그래서 아마 더 솔직하게 썼던 것 같아요. 방송을 하다 보면 찍어놓고도, 편성 잡히고도 일이 엎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출판사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마음에 드셨어요?


네, 처음 보고 놀랐어요. 저랑 만나서 작업하신 게 아닌데 닮게 그리셨더라고요.


책에서 살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실제로 보면 더 통통하실 줄 알았어요.


지금 많이 빠져 있는 거예요. 예전에 한창 쪘을 때는 집에서 누워서 TV를 보는데 뱃살이 제 눈앞에 이만큼 툭 튀어나와 있더라고요. 이렇게 살다가는 죽겠다 싶어서 그 길로 바로 나가서 헬스장에 회원으로 등록했어요. 너무 살이 쪄 있으니까 부끄러워서 애 있는 아줌마라고 거짓말하고 헬스장에 다녔어요. 아마 트레이너 선생님은 되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셨을 거예요. 애가 있다는데 맨날 술 먹고 다녀서. (웃음)


술 에피소드도 많이 나와요.


헬스장 트레이너한테 제가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데 술만은 못 끊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한숨을 푹 쉬시면서 그럼 맥주 말고 소주를 먹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변 작가들이랑 소주를 먹는데 의외로 잘 들어갔어요. 그런데 문제가, 개가 되더라고요. (웃음) 몇 번 사고를 치니까 주변에서 맥주를 콸콸 따라주면서 ‘야, 맥주 마시면서 돼지가 되는 게 소주 먹고 개가 되는 것보다 낫다. 맥주 마셔’ 이러더라고요.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어요


40대가 된 여성의 에세이입니다. 여러 불안한 요소가 나와요. 결혼하지 않은 독신인 상태, 젊지 않은 나이, 모아둔 돈이 없고 불안정한 직종 등. 제일 불안하게 생각하시는 건 뭔가요?


아무래도 불안한 노후가, 이 나이 되도록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다는 게 제일 불안하죠. 늙어가는 것도 불안해요. 여자들이라면 다 그렇지 않나요? 20대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점점 피부도 탄력이 없어지고요. 거울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게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사소하게 살면 될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자꾸 생애 주기에 맞춰서 살라고 강요하잖아요.


20대, 30대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결혼 안 할 줄 알았는데, 막상 40대가 되고 보니까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단계가 되더라고요. 스스로 안 하기로 한 것과 못 하게 되는 건 느끼는 감정이 다르잖아요. 독신인 상태가 갑자기 불안해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나이가 50 넘었는데 독신이고 잘 살아가는 선배가 있으면 귀감으로 삼고 갈 수 있을 텐데, 제 나이에도 정말 일부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 빼고는 현역으로 작가 생활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방송 작가는 특히 빨리 교체되니까요.


나이가 들고 점점 외곬 기질이 되는 것도 불안함의 한 요소일 것 같아요.


그게 커요. 자꾸 후배들에게 잔소리하게 돼요. 별거 아닌데도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느니 하는 말이 모르는 사이에 자꾸 튀어나오는 거예요. 남들보다는 덜한 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잔소리가 튀어나와서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깜짝깜짝 놀라요.


술 먹지 마라, 같은 잔소리인가요?


그런 잔소리를 술자리에서 하니까 술 먹지 말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죠. 


‘혼술’도 좀 하세요?


30대 초반까지는 혼자 마셨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게 안 되더라고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마시면 많이 마시게 되는데, 그나마 혼술을 안 해서 알코올중독자가 안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혼자 사는 여자, 나이 있는 여자가 술을 먹으면 사회에서 더 낙인을 찍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제가 봐도 건너편에 제 또래 여자들이 술 마시고 있으면 당장 아이들은 어디다 맡겨두고 마시나 싶은 생각이 드는걸요. 저도 과음하는 스타일이라 흐트러져 있을 때가 많은데……. 할 말이 없네요.


‘흑역사’가 점점 많이 쌓이잖아요. 잊고 새로 시작하는 타입이신가요?


잊어버려도 생각나죠. 제가 올바른 성격도 아니고, 실수도 잦고 까먹는 것도 많고 게다가 감정적이다 보니까 남들보다 흑역사도 많이 생겨요. 엄청 쪽팔린 데 힘들어하고 술 마시고 다시 잊고… 살아가는 건 수치의 연속이구나 생각하기도 해요.


주변하고 비교했을 때 그래도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신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가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한결같대요. 엄청 괴로워하는데 다음 날 보면 웃고 있대요. 여러 번 보다 보니 제가 아무리 힘들어해도 저러다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책임을 진다는 것


주변에서 다들 결혼하고 대화에 끼기 어렵지 않나요?


직업군이 특이하다 보니 남들보다는 덜해요. 방송 작가 선배 중에서는 결혼 안 한 분이 많거든요. 남들보다는 소외감을 덜 느끼는데, 저번 시즌의 작가들이 하나같이 한꺼번에 결혼했어요. 막내 작가까지 결혼하고 나니까 저만 남아서 충격이 생각보다 심하게 몰려오더라고요.


결혼하거나 아이가 있는 분한테 부러움도 느끼나요?


부러움은 없어요. 부러움까지는 안 가고 가끔 좋겠다고 느끼는 정도요. 외로운 건 결혼해도 있더라고요. 결혼한 친구들도 옆 방에 남편 있고 앞에 아기가 울어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니까요. 외로움은 결혼이나 육아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기혼자가 아이를 가지고 화제로 삼으면 독신은 요새 고양이나 강아지를 주제로 삼으시더라고요.


초면이나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해요. 아무래도 저만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대신 같이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가 통하니까 반갑죠.


개와 고양이가 요새 시대의 ‘아가들’이 아닐까 싶거든요. 고양이 미오 씨와 같이 살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어릴 때 무료 입양으로 들여왔어요. 지금은 여덟 살이고 엄청 커졌죠. 책에도 썼는데 미오 씨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거기 있던 여성분이 미오 씨를 보고 너무 커서 기겁을 하시더라고요. ‘이거 고양이예요?’ 물어보시고요. 그래서 고양이 맞다고 했더니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야, 너 지금 내려와 봐, 여기 호랑이만한 고양이 있어. 빨리 내려와 봐’ 이러는 거예요.


많이 먹겠네요(웃음). 반려동물을 기르는 건 어딘가 책임을 지고 싶다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미오 씨가 사료를 무시무시하게 먹고 있으면 저걸 먹여 살려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들어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일단 먹여야 할 입이 하나 더 있는 거니까요. 사실 고양이 기르면서 할 일이 제때 사료 부어주고, 화장실 갈아주고, 인간 아기에 비해서는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도 그런 일이 있다는 게,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요새 너무 책임을 안 지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동물을 데려와서 파양하고 유기하는데, 고양이나 강아지 키우고 싶은 분들은 펫샵에서 찾지 말고 무료 입양으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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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받아드는 기분


김현숙 배우가 ‘진짜 ‘영애 씨’는 한설희 작가다!’라는 추천평을 써 주셨어요. 실제 겪었던 경험이 <막돼먹은 영애 씨>를 쓰는데 녹아나기도 하나요?


많이 들어가요. 저 말고도 작가들이 회의하면 서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쏟아놓거든요. 배우들이 말이 되냐고 했을 때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하면 바로 수긍이 되니까요. 누구 경험인지 다 밝힐 순 없지만, 시즌 초반에 ‘영애 씨’가 노상 방뇨한 이야기라든가, 그런 소재는 기존에 방송에서 다루지 않던 솔직한 소재잖아요. 경험이 많이 들어가죠.


<막돼먹은 영애 씨> 작가를 맡은 지 꽤 오래되셨어요.


시즌1부터 시즌4까지 하고, 시즌5에서 시즌8까지 쉬었다가 그 이후로는 계속하고 있어요. 거의 저를 먹여 살린 프로그램이죠. 작가 커리어에서도 중심에 있고요.


아이디어 짜는 데도 어려움이 많으시겠어요.


시즌15 들어오면서 식상하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거기서 거기인 드라마 내용을 어떻게 참신하게 풀 수 있는가는 저희 과제가 맞아요. 하지만 초심을 잃었다면서 악의적인 기사가 나오면 속상하죠. 고생하는 스텝들, 연기자들 생각하면 제가 여기서 프로그램을 대표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더 노력해야 하지만 나름 스텝과 배우가 애써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니까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시죠?


시청률 나오는 날이면 성적표 받아드는 기분이에요. 시청률이 저희 성적표가 되니까요.


방송작가로 들어선 계기가 천리안 시절 온라인 게시판 글쓰기였다고요.


유머 게시판에 웃기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어요. 제가 겪은 웃긴 이야기, 이런 걸 쓰고 있었는데 마침 시나리오 작가 구하던 방송사에서 아이디어 작가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들어왔어요. 돈 준다길래 좋다고 했는데 나중에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하면 5만 원 더 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어요.


애니메이션 학원도 잠깐 다니셨다고 나와요.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했어요. 그런데 첫날 가니까 의외로 성실하고 꼼꼼한 사람이 적성에 맞는 일인 거예요. 계속 앉아서 하루에 열 시간씩 그림 그려야 하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는 직종도 아니고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참에 마침 방송 아이디어 작가 제안이 들어와서 덥석 문 거죠. 어쩌다 보니 이 길로 들어서서 생각지도 않은 직업을 오래 하게 됐네요.


방송 작가 중에서도 시트콤 작가는 희귀한 편이에요.


시트콤이 없으니까요. 워낙 시국이 뒤숭숭하고 점점 더 가벼운 걸 찾으니까 시트콤이 다시 유행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어요. 후배들이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이 짜였으면 하죠. 저 할 때만 해도 시트콤 하고 싶어 하는 작가가 많았어요. 우리 세대만 해도 <프렌즈>를 보고 자란 친구들이 많아서 그걸 보고 시트콤에 대한 꿈을 키우는 친구들이 있었죠. 지금도 많아요.


<막돼먹은 영애 씨> 시즌16에도 메인 작가로 가시나요?


어떤 작가가 어떻게 끌어갈지 확정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까지 해 왔던 작가들이 남을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요청이 들어올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몰라요.

 

 

그냥 솔직하게, 살아온 이야기


어머니는 요새도 결혼하라고 하나요?


선 자리도 책에서 쓴 것처럼 무산된 마당에 이제는 포기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요. 만약 제가 경제적으로 일을 안 한다거나 하면 더 염려하실 것 같은데, 어쨌든 돈은 벌고 있으니 은연중에 걱정을 좀 덜 하시나 봐요. 요새는 결혼하라는 소리 안 하세요.


형제자매 중 결혼한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부채감이 덜하잖아요.


남동생이 있는데 장가를 안 갔어요. 저도 구시대적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둘 다 안 가니까 엄마가 짠하기도 하고 그래요. 외가 쪽에 아무도 결혼 안 한 집은 우리집밖에 없어요. 얼마 전에 아줌마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자식들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결혼해서 남들처럼 살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인데 어떻게 보면 그걸 뺏은 거잖아요. 효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이 들죠.


‘어머니 사위’를 찾는 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가요?


바쁘면 인연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이제 <막돼먹은 영애 씨> 시즌15도 끝났으니 또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겠죠? 하지만 영애처럼 만약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한다면 결혼할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별생각 없어요.


책을 누가 읽으리라고 생각했나요?


비슷한 또래가 읽게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 책을 기획할 때 사람들에게 해결책이나 정답은 절대 제시해 주지 못한다고 했어요. 제가 그럴만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감 갈 만한 내용을 써 주면 된다고 하길래 그 정도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생각보다 많이 공감해주셔서 고맙고, 이런 사람도 있으니까 힘들고 불안하더라도 우리 같이 열심히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요새 건강은 괜찮으세요?


그러게요. 엉망으로 살아서 이미 몇 번은 죽었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튼튼해요. 부모님께서 잘 낳아주셨나 봐요.


프리랜서라 아무래도 건강검진 받기 힘드시잖아요.


그래서 안 받았어요. 안 받아도 별 이상 없던데요. 그래도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아픈 데 있으면 가는 거 아니에요? (웃음)


 

 

나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설희 저 | 허밍버드
이 책은, “그 나이 먹고……”, “결혼은 안 하냐”, “애는 언제 낳으려고 그러냐” 등 쓸데없이 참견 많은 무례한 ‘오지라퍼’들에게 보내는 위트 있는 반격이자, 나 자신으로서 당당하겠다는 작은 고백이다. 동시에 세상의 모든 영애 씨에게 바치는 가장 평범하고 따뜻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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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나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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