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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대 작가 ③] 도선우 “소설가 되니 절벽에 선 느낌”

『스파링』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카운터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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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선 느낌이라고 할까요. 독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걱정이 돼요. 시간이 지나서 독자들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비슷한 마음일 것 같아요. 계속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책을 낼 수 있는 거니까요.

장편소설 『스파링』으로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도선우는 ‘재야의 숨은 고수’로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문단에 안착했다. 8년 동안 매년 한 편씩 장편을 써서 공모전에 응모했지만 소설계에서 그의 이름은 여전히 낯설었다. 소설 작법을 배워본 적도 없고, 한 명의 문인 친구도 없었으며, 습작을 평가 받아 본 경험도 전무했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단작 『스파링』은 “견고한 문장력과 안정된 호흡을 바탕으로 시종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나가는” 작품이라는 비평을 이끌어냈고,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갖춘 신예의 등장을 예고했다.

 

“나는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이었다”는 작가의 고백 속에는 사업가로서 경쟁과 성공을 지향했던 과거의 그가 있다. 서른일곱이 될 때까지 글을 쓴다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소설을 읽을 시간이 있으면 시사주간지를 읽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다 우연히 『호밀밭의 파수꾼』과 만나 “세계가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일 년 동안 200권의 소설을 읽었다. 읽기의 희열은 쓰기의 열망으로 이어졌다. 오로지 문학작품 안에서 길을 찾으며 묵묵히 써내려 갔다.

 

『스파링』의 주인공 장태주는 공중화장실의 차가운 타일 위에서 세상과 처음 만났다. 엄마는 열일곱의 미혼모였고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곳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이고 자신은 무력한 존재일 뿐이라는 걸, 굳이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폭력으로써 기존 질서에 편입했던 장태주는 더 큰 힘에 압도당하며 소년원에 수감되지만, 그곳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담임을 만나 권투선수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더욱 더 교묘하게 수면 아래로 숨어들어 그를 가격한다. 이제, 비열한 세상을 향해 카운터펀치를 날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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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되고 나니 절벽에 선 느낌이에요


등단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외부적인 변화는 없고, 심정적인 변화는 있었죠. 절벽에 선 느낌이라고 할까요. 독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걱정이 돼요. 시간이 지나서 독자들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비슷한 마음일 것 같아요. 계속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책을 낼 수 있는 거니까요. 책을 내고 나면 다음 작품에 몰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 돼요.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니까 자꾸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사업도 병행하고 계시죠?


하고 있는데요. 작년부터는 근무 시간을 줄였어요. 처음에는 회사에 비밀로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소설 쓸 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더라고요. 이대로 하다가는 두 가지 일을 다 제대로 할 수가 없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이야기했어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요.

 

전업 작가로 활동하실 계획도 있으세요?


그걸 꿈꾸고 있죠, 일단은. 작가는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요? 제가 결혼을 했다면 이런 생각을 못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아내도 있고 아이들도 있으면 불안감이 조금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일단 혼자니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판매량이 많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전업 작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일 하면서 소설을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어차피 저는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회사 일을 하면서도 소설을 쓸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작품의 질도 바라는 만큼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글 쓰시는 분들이 다 그러실 테지만, 한 시간 집중해서 쓴다고 해서 써지는 게 아니잖아요. 네 시간을 앉아있으면 두 시간은 집중하느라 그냥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나머지 두 시간 동안 쓰는 건데, 그렇게 서너 시간을 온전하게 앉아있기가 쉽지 않아요. 그걸 매일 시도해야 하는 건데, 일하면서 하기는 정말 어렵죠. 소설의 질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8년 정도 습작 기간을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년 한 편씩 장편을 쓰셨다고요.


처음 1~2년은 감을 잡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었고, 이후부터는 매년 썼어요. (한 해에) 대여섯 번의 심사가 있는데, 거기에서 다 떨어지면 고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지, 장점이나 단점을 논할 가치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거죠. 게다가 본선에 한 번도 못 올라갔어요.

 

처음 쓰신 단편만 본선에 올랐던 건가요?


맞아요. 2008년 6월에 ‘문학동네신인상’에 응모를 했는데 그 작품이 본선에 올라갔어요. 그때는 ‘내가 재능이 있나?’ 싶어서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이후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단편에는 담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첫 단편이 본선에 올랐을 때 예심 심사위원이 신형철 평론가님이셨어요.

 

『스파링』의 심사위원 중에도 신형철 평론가님이 계셨잖아요.


시상식에서 신형철 평론가님께 말씀드렸었어요. 제가 이 세계에 들어오기 결정한 게 평론가님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6~7년 동안 (공모전에서) 떨어지니까 한 번 찾아가서 때리고 싶었다고도 했죠(웃음). 제 작품을 본선에 안 올려주셨으면 아예 꿈을 꾸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신형철 평론가님의 반응은 어땠나요(웃음)?


제가 이유 작가님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평론가님께서 기사를 읽으셨는지 ‘때리고 싶었다는 사람이 누구예요?’ 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평론가님이라고 말씀드렸죠(웃음). 그랬더니 ‘저요?’ 하고 물으시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시더라고요. 설명을 드렸더니 그제야 아시고서 웃으시더라고요. 신형철 평론가님과는 희한한 인연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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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에서 떨어졌을 때, 자괴감은 말로 못해요


‘문학동네소설상’ 이전에는 『스파링』을 응모하신 적이 없었나요?


네, ‘문학동네소설상’이 처음이었어요. 8월 말에 마감이었는데 8월 초까지 매수를 채우지 못해서, 한 달 동안 하루에 1~2시간 밖에 못 잤어요.

 

밤을 새워 가면서 쓰시는 만큼 진도가 나가던가요?


머리가 맑아야 쓸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몽롱한 상태에서도 써나가더라고요. 쓰고 보고 쓰고 보고를 반복하는데, 8월 중순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원고지를 보니까 토할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다음 공모전이 12월에 있어서, 이번에 내지 못하면 또 한 해가 지나가 버리는 거니까, 너무 초조했어요. 어떻게든 ‘문학동네소설상’에 내야 될 것 같았죠. 그래서 막판에는 거의 1~2시간 밖에 못 잤어요.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회사에서도 계속 쓰고, 잘 때도 생각하고, 꿈도 꿨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소설가를 꿈꾸셨던 게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지셨다고 볼 수 있는데요. 책에 실린 작가 소개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요. 수상 소감으로 대신하셨죠.


개인 성향인 것 같아요. 작가에 대한 긴 설명 없이 그냥 소설가라고 적힌 책들이 있잖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이건 신인 작가로서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앞으로 관록이 생겨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제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소설로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루야마 겐지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분은 팬이 사인을 받으려고 집까지 찾아오면 ‘팬이면 내 소설이나 읽을 것이지 왜 시간 낭비하면서 찾아와서 나를 귀찮게 하느냐, 돌아가라’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저야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작가로서의 활동만 보여주고 좋은 작품을 쓰는 데 전념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작품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하고 싶지 않으세요?


그건 아니고요.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재밌는 소설을 쓰는 거지만, 올바른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좋은 생각이나 신념 같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은 거죠.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할 생각도 있어요. 이를테면, 많은 분들이 제가 사업을 하다가 왜 갑자기 소설을 쓰게 됐는지 궁금해 하시잖아요. 그 이유 중에는 대다수 분들이 고민하시는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기득권자들과 일을 해나가면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고, ‘이렇게 돈을 벌어서 뭐하지?’ 싶기도 하고요. 그런 과정들이 있었죠. 그리고 제가 힘들었을 때 극복했던 내용들도 나누고 싶어요.

 

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시는 분들을 보면, 문창과 출신으로 문청 시절을 거쳐서 소설가 지망생으로 살아오신 분들이 많잖아요. 그 분들과 실력을 겨루는 데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처음에는 공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문창과나 국문과 출신도 아니고, (문단에 계신) 선생님께 배운 것도 아니고, 수상 소감 같은 걸 봐도 그쪽 계통의 출신이 많잖아요. ‘나도 찾아가서 수업이라도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던 적이 있어요. 어떤 분은 저한테 지금이라도 문창과로 다시 입학하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면서 학교를 다닐 시간이 없잖아요. 그때 솔직히 무슨 생각을 했느냐 하면 ‘심사위원의 제자와 내 작품이 같이 본선에 올랐을 때, 심사위원이 미안해서라도 내 작품을 떨어뜨리지 못하게끔 작품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말도 안 되는 발칙한 생각을 한 거죠.

 

공모전에서 계속 떨어지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떨어졌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느껴지는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뭔가 배척당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 이마를 손가락으로 탁 짚으면서 ‘넌 안 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쪽 출신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배운 것도 없으면서 이 사이에 껴서 뭐하겠다는 거야’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혼자서 ‘이걸 계속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제일 답답한 건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선생님이 계시거나 문청들의 모임 같은 게 있으면 내 작품을 보여주고 ‘무엇 때문에 떨어진 것 같은지’ 물어볼 텐데,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까 혼자 고민하는 거죠. 혼자 쓰고 고치면서 참고했던 건 책밖에 없어요. 책을 정말 많이 읽었죠.

 

일 년 동안 이백오십 권 정도를 읽으셨다고요.


정말 공부라고 생각하고 읽었어요.

 

원고를 쓰고 퇴고하시는 과정에서 참고하신 작품도 있었나요?


그건 아니었고요. 이건 제 철학이기도 한데, 뭔가를 배운다는 게 꼭 가르침을 들어서만 알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방법을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미친 듯이 반복을 하는 거죠. 체득될 때까지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미친 듯이 읽고 썼는데, 책을 읽고 나면 리뷰를 남겼어요. 그렇게 쓴 글이 2천 개 정도 돼요.

 

 

타이슨은 왜 귀를 물어뜯었을까?


신형철 평론가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스파링』의 심사평에서 “이 낡고 닳은 소재를 2016년에 읽게 되다니”,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라고 말씀하셨어요. 다른 심사위원 분들도 작품의 소재나 서사 자체는 진부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셨는데요. 예상하셨던 내용인가요?


예상은 못했는데요.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어요. 심사위원 분들은 전문가이신데, 그런 분들의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의미 있고 고마운 일이었거든요. 글로만 뵙던 분들이 제 소설을 읽고 평가해 주신 거잖아요. 만약 그 분들이 ‘네 작품은 쓰레기야’라고 말씀하셨다 하더라도 저는 ‘아, 쓰레기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쓰레기라고 하는 걸까?’ 생각하겠죠.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마음은 상하겠지만, 저한테 악의가 있는 분들도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인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왜 그렇게 보일까’를 고민했겠죠. 누군가 제 습작을 보고 뭐가 문제인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란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서 모든 분들의 평가가 저는 너무 감사했죠.

 

동시에 심사위원 분들이 공통적인 말씀하신 것이 ‘문장이 흡입력 있고, 화자가 매력적이고,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반추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저는 비난이든 칭찬이든 거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편인데요. 칭찬은 더 잘 믿기지 않는 것 같아요. 『스파링』에서의 장태주처럼 저도 칭찬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거든요. 누가 갑자기 칭찬하면 어색한 거예요. 기분이 나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기본적으로 가슴에 담아두지 않아요. ‘나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그게 내 모습은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할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편인 거죠. 흡입력이 있다고 말씀해 주셔도, 솔직히 저는 제 소설이 어떤 부분에서 흡입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대체 왜, 타이슨은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건가”라는 의문에서 『스파링』이 시작됐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갑자기 그런 질문이 떠올랐던 이유는 뭘까요?


모르겠어요. 그냥 아침에 눈을 떴는데, 꿈을 꾼 것도 아닌데, ‘타이슨은 잘 싸우다가 왜 느닷없이 귀를 물어뜯었지?’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본 거죠. 보니까 타이슨의 (선수 생활) 후반부가 폭력 사건이나 난동으로 끝을 맺었더라고요. 그런 일을 하는데 이유가 없을 리가 없잖아요. 너무 궁금해서 이 친구의 인생을 더 알아보니까 중간에 그럴 만한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타이슨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사회 부조리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 건데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먼저 있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된 거고, 그렇다 보니 사회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거예요. 이 사회에 대해서 느낀 부분을 말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서 위기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 위기감을 소설을 통해서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지금 이 사회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되잖아요. 개인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는 더 능력 있는 소설가 분들이 많이 쓰고 계시니까, 저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개인 개인의 불행을 보살피면서도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개인의 불행은 계속 나오게 되니까요.

 

타이슨의 삶에서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하셨나요?


그런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까, 타이슨의 인생과 겹치더라고요. 타이슨이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예요. 만약 사랑을 많이 받고 사회에서 이해 받았다면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따뜻한 손길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타이슨이 인터뷰한 걸 하나 봤는데요. ‘한 때는 불멸의 복서로 전 세계적인 영웅이었는데 왜 사람들을 때리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실실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요. ‘당신들은 맞아야 된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면 얼마나 괴로운지 당신들도 당해봐야 된다’고요. 저는 거기에서 고통 같은 걸 봤어요. 타이슨이 망가지기 시작한 건 돈 많은 프로모터를 만나면서부터인데, 사람들은 자신을 상품으로만 보니까 존재 자체를 잃어버린 거예요.

 

그 모습이 장태주라는 인물 안에도 녹아있겠네요.


장태주가 마지막에 겪는 감정이 거기에서 차용된 부분인데, 똑같은 심정인 거예요. 제가 이 소설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는 이런 거예요.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만약 그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건 사회의 문제라는 거예요.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그럴 때 가장 힘이 되는 게 이해해주는 사람의 관심이거든요. ‘네 잘못이 아니다, 너는 지금 네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위로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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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최상의 소설


작품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드러나는 만큼, 장태주는 그 가운데로 계속 빨려 들어가요. 그 모습을 보면 ‘왜 세상은 이 아이에게 이렇게 불친절한 걸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거든요.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제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버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버티지 못하고 지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요. 개인이 혼자 무너지는 걸 위로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세상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개인들이 점으로만 존재하는데 그들 사이에 선을 이어야 돼요. 장태주와 같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만나서 연결되고, 힘을 합치고, 그렇게 확산이 되면 아주 미미하게나마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장태주는 참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냉혹한 세상에 던져진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질서에 쉽게 휩쓸리지 않아요. 곧고 단단한 성정을 가졌다고 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정의는 시대마다 다르고 상대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배우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학문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건 잘못된 일 같아, 이건 조금 아닌 것 같아’라고 판단되는 게 정의라고 생각해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거죠. ‘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게 옳은 거고요. 그 사람을 외면하고 돌아서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잘못된 일을 한 거예요.

 

『스파링』에는 약자를 혐오하는 인물들도 등장해요. 그들에게 멸시 받은 인물들은 힘을 동경하게 되고, 강해진 그들에게 핍박 받는 또 다른 약자가 생기죠. 폭력의 악순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게 됩니다.


그게 핵심적인 이야기이기도 해요. 오재호나 재훈 같은 인물들이 약자를 혐오한다고 말하는데, 그게 그들의 룰이죠. 그렇게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대화가 성립이 안 돼요. 그런데 지금 사회의 기득권자는 오재호나 재훈 같은 사람들이고, 다들 따라가고 있잖아요. 저는 그들의 룰을 깨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그런 세계에 살게 두고 우리 세계를 만들어야죠. 사람은 그 세계에 편입돼서 힘을 가지면 무조건 변하게 되어있어요. 그러니까 바로잡고 싶으면 그 세계에 들어가면 안 되고, 따로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야 돼요. 그 세계가 ‘수평의 세계’예요. 말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폭력을 피하는 방법은, 때리면 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거예요.

 

장태주가 소년원에서 만난 담임은 ‘그들의 질서를 따르지 말고 너의 질서를 만들어라’라고 말하죠.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동시에 이런 말도 하거든요. 사람들이 연대라는 한다는 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요.


제도의 규제를 만들어야 돼요. 사람은 그 자체가 선하지만 그 안에 악도 있고 선도 있잖아요. 악의 무리에 들어가면 악이 발현이 되고 선의 무리에 가면 선이 발현돼요. 규제와 제도는 사람을 선한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악이나 절대 선을 가진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대중은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을 움직이는 건 양심이 아니고, 제도를 만들어야 돼요. 연대를 하자고 외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연대를 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법적으로 규제해서 연대를 안 하면 처벌을 하는 게 아니고요. 연대를 하는 이들에게 혜택이든 칭찬이든 명예든 주는 거예요. 연대에서 벗어나면 부끄럽게 느끼도록 틀을 만드는 거죠.

 

“소설이란 게 어쩌면 이상한 것들을 들여다보는 일일 수도” 있다고 적으셨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상한 것들’을 이야기해주실 건가요(웃음)?


어떤 작품이 먼저 나올지는 모르겠는데요. 초창기에 썼던 소설 하나를 심폐소생 해 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풍경 묘사가 많은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작품이 풍경 묘사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얻지 못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건 『스파링』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100년 후에 벌어진 사건을 다루려고 해요. 앞에서 ‘수평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지금과 같은 ‘수직의 세계’와 부딪혔을 때 어떻게 싸워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훗날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나를 확인해보고 싶을 때, 아무래도 자꾸 더 되새기게 되는 건 많이 이긴 전적보다 진짜 제대로 붙어봤던 단 한 번의 기억이거든”이라는 담임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작가님께서는 『스파링』을 통해 등단의 꿈을 이루셨는데, 제대로 붙어봤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네, 이번 소설은 그렇습니다. 지금의 제 수준에서는 더 이상 좋은 소설을 쓰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더 갈고 닦고 실력을 키우면 더 좋은 소설이 나오겠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다시 돌아가도 이 이상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최상이에요.

 

그만큼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크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독자들이 저를 외면할지 좋아할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죠. 정말 진부한 말이지만 제가 쓸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죠. 어떻게 될지는 운에 맡긴다고 할까요.


 


 

 

스파링도선우 저 | 문학동네
『스파링』은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난 소년 ‘장태주’가 권투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부딪치는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는 이야기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기술을 단련해가며 성공을 얻어내지만, 그 또한 “이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에 의해 자꾸만 무너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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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스파링

<도선우> 저12,150원(10% + 5%)

한국 소설계 ‘대형 신인’의 데뷔 무대,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스파링』 출간 『새의 선물』(은희경)로 시작하여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전경린), 『고래』(천명관), 『캐비닛』(김언수), 『체인지킹의 후예』(이영훈) 등 한국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은 명작들을 거쳐,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쓸모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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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가 게일 콜드웰과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두 작가가 나눈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 캐럴라인 냅이 세상을 떠나자 게일은 함께 한 7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그녀를 애도한다.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기쁨과 슬픔, 위로를 주고받으며 자라난 둘의 우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떠나고 돌아오고 살아가는 일

삶이, 사랑과 신념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이들이 현실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으로 비로소 자신의 상처와 진심을 마주한다.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는 생애를 우리도 그들처럼 살아낼 것이다. 떠나고 또 돌아오면서, 좌절하고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어줄 방을 준비하면서.

존 클라센 데뷔 10주년 기념작

칼데콧 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수상 존클라센 신작. 기발한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극적인 긴장감과 짜릿한 스릴이 가득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과 교감, 운명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의 세계를 한데 모아 놓아 놓은 듯한 뛰어난 작품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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