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왜 감기만 걸리면 귀가 아플까?

감기는 안 무서워도 합병증이 걱정되는 당신에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사실 1년에 1,500만번 숨을 쉬면서 6-8번 밖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면 용한 겁니다. ‘우리 애는 왜 이렇게 약하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trd032tg15138.jpg

출처_imagetoday

 

 

지난 글에서 감기에 자주 걸려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더니 아는 분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근데 왜 저희 아이는 감기만 걸리면 귀가 아플까요? 열도 나고, 아프다고 울고, 가끔 귀에서 고름도 나와요. 나중에 귀가 안 들리면 어떡하죠?” 그렇죠. 감기는 안 무서운데 합병증은 조금 걱정이 됩니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감기에 왜 그렇게 자주 걸리는지, 왜 합병증이 생기는지는 기초적인 해부학만 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부학이라면 겁이 나겠지만 사실 누구나 아는 얘깁니다.

 

1. 일단 감기에 왜 자주 걸릴까요?


우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숨을 쉽니다. 어린이는 분당 20-30번 숨 쉬니 하루에 4만 번 정도 숨을 쉬는 거죠. 1년이면 1,500만 번이네요. 숨 쉴 때마다 공기 중에 있던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락날락합니다. 어디로요? 바로 코입니다. 지금 한번 숨을 쉬어보세요.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어디까지 갑니까? 예, 목을 지나 기관지를 거쳐 폐로 갑니다. 우리는 수만 년간 진화한 동물이기 때문에 병원균에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습니다. 코에서 태클 걸고, 목에서 블로킹하고, 기관지에서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기 때문에 병원균이 폐까지 들어가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병원균 입장에서는 그나마 방해를 덜 받는 곳에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코감기가 제일 많은 겁니다. 그다음이 목감기고요. 사실 1년에 1,500만 번 숨을 쉬면서 6-8번 밖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면 용한 겁니다. ‘우리 애는 왜 이렇게 약하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2. 머리의 모든 구멍은 서로 통합니다


그다음에 알아둘 것은 머리의 모든 구멍이 서로 통한다는 겁니다. 머리에 무슨 구멍이 있나요? 일단 코가 있고, 입이 있고, 눈이 있고, 귀가 있지요. 코와 입이 통하는 건 누구나 알지요. 안약을 넣어 보았다면 조금 있다가 입에서 씁쓸한 안약 맛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겁니다. 눈과 입이 통해 있다는 거지요. 비행기를 타거나 높은 곳에 오르면 귀가 먹먹해집니다. 이때 어떻게 하나요? 코를 잡고, 입을 다물고, 힘껏 숨을 불면 귀가 뻥 뚫리지요? 귀와 코, 입이 통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머리 속에는 밖으로 통하지는 않지만 텅빈 공간이 여럿 있습니다. 미간이나 광대뼈 속은 사실 텅 비어 있습니다. 미간이나 광대뼈 사이에 뭐가 있나요? 예, 코가 있지요. 코를 중심으로 이런 공간들이 있기 때문에 부비동(副鼻洞)이라고 합니다. ‘코 옆에 있는 동굴들’이란 뜻입니다.


자, 이제 입장을 바꿔 봅시다. 바이러스가 돼보는 겁니다. 툭하면 감기에 걸린다고 불평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들이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계를 뚫고 코와 목에 자리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천신만고 끝에 자리를 잡은 놈들은 한동안 태평성대를 누리며 왕성하게 숫자를 늘립니다. 그런데 숫자가 늘어나면 영토를 넓혀야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새로운 땅으로 통하는 길이 여럿 있습니다. 이제 바이러스들은 그 길로 진격합니다. 바이러스들이 싸움에서 이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눈으로 가면 결막염, 귀로 가면 중이염, 부비동으로 가면 부비동염, 기도를 따라 내려가면 기관지염과 폐렴이 생깁니다. 하나같이 유명한 감기의 합병증들입니다. 부비동염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원래 악당들은 이름을 여러 개 쓰잖아요. 최필녀, 최순실, 최서원, 이런 식으로요. 부비동염도 악당답게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축농증’입니다. 이제 누군지 아시겠지요?


3. 그런데 왜 감기만 걸리면 귀가 아플까


감기에 걸려도 결막염은 잘 안 생깁니다. 눈으로 올라가는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귀로 가는 길도 좁고 가파릅니다. 하지만 어린이는 귀로 가는 길이 넓고, 곧고, 경사도 완만합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어떤 길을 택할까요? 그래서 중이염이 잘 생기는 겁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 코와 입에서 귀로 통하는 길의 이름이 뭘까요? 예, 유스타키오 관(Eustachian tube)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증상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염증에 의한 증상과 막혀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염증이란 말은 많이 쓰지요. 그런데 정확히 염증이 뭔가요? 염증이란 붓고, 빨개지고, 열이 나고, 아프다는 뜻입니다. 코감기에 걸리면 코가, 목감기에 걸리면 목이 붓고, 빨개지고, 열이 나고, 아픕니다. 막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부어서 막히고, 분비물, 즉 진물이 나서 막힙니다. 바이러스가 귀로 진격을 하면 귀로 올라가는 길, 즉 유스타키오 관에도 염증이 생기고 진물이 납니다. 중이(中耳)라는 공간은 밖으로는 고막으로 막혀있어 유스타키오 관으로 공기가 통하는데 이것마저 막히는 겁니다. 닫힌 공간이 되는 거죠. 여기에 진물이 고입니다. (사실 조금 더 복잡한데 그냥 단순하게 알아두셔도 됩니다.) 진물은 지저분하지만 미생물에게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맛있는 먹이입니다. 그래서 이걸 먹으려고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놈이 들어옵니다. 바로 세균이죠. 세균은 바이러스보다 훨씬 크고 힘이 셉니다. 염증도 훨씬 심하게 일으키고, 조직을 훨씬 많이 파괴합니다. 그래서 세균이 침입하면 열도 많이 나고, 귀도 많이 아프고, 고막에 구멍이 나서 고름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감기에 걸려 낫는가 했는데 다시 열이 많이 오르면 어딘가 합병증이 생긴 겁니다. 귀가 아프다면 중이염이겠지만 의사표시를 잘 못 하는 어린이들은 그냥 울고 보채기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병원에서 귀를 들여다 보고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세균성 중이염이 의심된다면 항생제를 쓰겠지요. 그럼 감기만 걸리면 귀가 아픈 아이는 매번 항생제를 써야 할까요? 이 문제와 항생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