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한민국의 흔한 여자 인생?! 그런 게 어디 있죠?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워킹맘과 대리 육아의 삶의 시작 『82년생 김지영』를 읽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세상에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할 일, 당연히 남자가 해야 할 일의 경계가 없기를, 누군가가 억울하게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 김지영씨처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빛나는 순간이 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image1.JPG

 

워킹맘이 된지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작년 10월, 얼떨결에 엄마가 되고 짧은 4개월의 휴가 후 이른 복귀를 선택했다.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아직은 내 이름을 버리고 싶지 않았고, ‘경단녀’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지 않았다. 그 덕에 여전히 왕성한 사회 생활 중이던 나의 엄마가 기꺼이 딸 대신 육아인의 길에 들어섰다.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워킹맘과 대리 육아 삶의 시작.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거다. 물론 육아의 8할은 엄마가, 집안일의 상당 수는 신랑이 도와주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 시간 갖기가 참 어렵다. 즐겨 읽던 책 한 권 읽기도 힘들고, 특히 그 좋아하던 복잡한 류의 소설책은 왜 그렇게 머리에 안 들어오는지. 그렇게 소설책만큼은 ‘나중에 읽자’며 뒤로 미뤄두었던 1년.


그러다 문득, 무언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내 기준에서의) 책 전문가, 옆 자리에 앉은 대리님께 SOS를 청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쓱 읽히는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고 말이다. 대리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나에게 책 한 권을 쥐어줬다. 『82년생 조남주』가 바로 그 책이었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복잡하지 않은 문체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내용이 와 닿았다. 지금 이 시대의 흔한 30대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이라지만, 85년생의 나도, 좀 더 나이든 누구라도 이 사회에서 ‘여자’로 태어나면 으레 겪게 되는 편견과 그 안에서 버텨내야 하는 현실, 때로는 적당히 포기해야 하는 여자의 삶이 담겨있었다.


또한, 김지영 씨의 엄마에게서 나의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그 역시도 참 마음을 치게 했다. 6남매의 둘째 딸, 큰 오빠의 공부를 위해, 어린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그 먼 전라도에서 스무 살이 되던 해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왔던 엄마. 외할머니 말로는 엄마가 참 총명했고, 똑똑했고, 그림도 잘 그리며 재주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 못내 후회스럽다고도 하셨다. 그 아쉬움이야 나의 엄마는 더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자신 딸이 하고 싶어하는 걸 항상 응원했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다행이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여행 다 해가며 적당히 이기적으로 컸다.


거기다 내 커리어를 위해 아이까지 엄마에게 턱 하니 맡기고 이렇게 직장 생활도 하고 있으니, 여전히 이기적으로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얘기를 할 때면, 나의 엄마는 그저 본인의 선택이니 걱정 말고 네 일이나 잘 하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말하곤 한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포기한 김지영씨보단 내가 나은 삶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아이는 다행히 할머니 손에서 더 없이 건강하고 밝게 훨씬 잘 크는 중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김지영 씨처럼 적당히 포기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선택이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세상에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할 일, 당연히 남자가 해야 할 일의 경계가 없기를, 누군가가 억울하게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 김지영씨처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빛나는 순간이 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 | 민음사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유승연

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저12,600원(10% + 5%)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세 번째 작품.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