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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인쇄소 기장 “세밀한 인쇄는 사람의 몫”

㈜동아출판 인쇄파트장 박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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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이 줄었어요. 책도 그렇고 교과서도 많이 다 줄었고요. 책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사주시고요.

<월간 채널예스>에서 매월 책을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 이번에는 인쇄소에서 인쇄 기계를 다루는 기장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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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가 실제 인쇄되어 나오는 곳은 ㈜동아출판 안산 공장이다. 공장 문을 들어서면 곳곳에 쌓인 종이 뭉치와 종이를 들어 올리는 기계, 포장된 인쇄물과 스티커 등을 만난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야 거대한 기계를 다루는 인쇄소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박홍규 인쇄소 기장은 1992년 인쇄소 근무를 시작해 현재 24년 차 베테랑이다.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 둘을 먹여 살렸다. 주야로 근무하는 환경 탓에 몸은 고되지만, 수많은 책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색이 잘 나온 책을 손에 쥐었을 때 기분이 좋다”는 박홍규 인쇄소 기장에게 인쇄소의 면면을 물어보았다.

 

인쇄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우연한 계기였어요. 친구가 인쇄소를 다녀서 구경하러 갔는데, 32페(페이지)라고 양쪽으로 컬러 인쇄물이 쫙 나오는 게 신기하고 진짜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배우고 싶어 인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걸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도 몰랐죠. 하지만 직업이 적성에도 맞고, 아이도 생기면서 계속 평생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종이부터 책으로 나오기까지 설명을 듣고 싶어요.


보통 종이를 사각형으로 잘린 형태로 많이 보셨을 텐데, 인쇄소에서 쓰는 종이는 제지회사에서 롤로 말아서 들어옵니다. 롤에서 풀어낸 종이를 단단하게 앞뒤로 기계로 고정합니다. 어느 정도로 단단하게 고정하냐면 사람이 종이 위에 올라가도 종이가 끊어지지 않아요. 그렇게 팽팽한 종이를 유니트라고 부르는 커다란 기계 사이에 연결해서 인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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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인쇄 유니트가 총 네 개 있는데요. 순서대로 색이 입혀지는 건가요?


검정, 파랑, 빨강, 노랑 순으로 색이 입혀집니다. 인쇄물을 ‘1도 인쇄’, ‘2도 인쇄’ 등으로 부르는 게 이 유니트를 몇 개나 사용하는지를 알려줍니다. 1도 인쇄라면 파랑, 빨강, 노랑, 검정 중 한 가지 색만 사용해 인쇄되는 거죠. 유니트를 거친 종이는 드라이어를 거쳐 높은 온도로 말립니다. 속도에 따라 온도가 다릅니다. 저속으로 갈 때는 온도가 낮아도 되지만, 고속으로 인쇄하면 300도 가까이 온도가 올라갈 때도 있습니다.


말린 종이가 잘려 접혀서 나오는 걸 봤습니다.


롤로 이어져 있던 종이를 잘라 접는 홀더라는 기계를 거칩니다. 단행본을 만들 때는 보통 16페이지가 한 판에 들어가 인쇄됩니다.


그럼 인쇄소에서는 인쇄까지만 하고 제본소로 보내나요?


그렇죠. 단행본을 만들 때는 여기서 인쇄하고 페이지별로 잘라 제본소로 보냅니다. 제본소에서는 낱장으로 되어 있는 책과 표지를 붙여 완성하죠.


24년 동안 일하셨으면 그동안 기계도 많이 변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다 일일이 손으로 했었죠. 지금은 종이를 걸면 기계가 다 알아서 인쇄하고, 끊어야 할 부분은 끊고, 작업을 변경하는 것도 입력만 하면 되고, 작업 순서대로 모아서 포장까지 해주잖아요. 예전에는 인쇄한 부분마다 종이를 자르는 것도 사람이 했어요. 일일이 나온 결과물을 보면서 색을 올렸는데 지금은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데이터대로 올라갑니다. 인쇄하는 판도 예전에는 사람이 필름을 올려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판형을 만들죠.


지금은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건가요?


항상 정확할 수 없으니 사람이 맞춰주는 거죠. 기계가 일을 제대로 하게 세밀하게 맞춰주는 건 일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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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비교했을 때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공장 기계 돌리는 소리가 커서 귀마개를 하고 계시던데요.


많이 좋아졌죠. 지금은 보호 장치도 잘 나오고요. 하지만 일터를 나오면 귀가 먹먹한 건 있어요. 작업 환경이 그러니 어쩔 수 없어요. 정기적으로 검사도 받아요. 너무 증상이 심하다고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도 가능해요.


다음 주는 야간 근무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인쇄소는 24시간 돌아가요. 일주일 간격으로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병행합니다. 인쇄업은 수주사업이다 보니 단가가 약해요. 그러다 보니 일을 안 하면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낮은 단가는 일을 하는 시간을 늘려서 상쇄합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하고 지금을 비교하면 인쇄비가 별 차이가 없어요. 자재비는 많이 올랐는데 값은 그대로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계도 더 빠른, 새로운 기계를 찾게 되고요.

생활 리듬은 괜찮나요?


오랫동안 했어도 야간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많이 고되죠.


출판업에 종사하는 편집자나 기획자가 처음 인쇄를 확인하러 오는 일을 감리라고 부릅니다. 처음 인쇄소를 방문하는 분들은 인쇄 확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인쇄소 기장님과 잘 협업할 수 있을까요?


인쇄 책임자에게 와서 문의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고요. 색상이든 뭐든 오랜 경험이 있으니까 쉽게 설명해드릴 수 있어요. 가끔 색상이 왜 안 맞냐는 이야기도 하세요. 왜냐하면 오프셋(인쇄판에 바른 잉크가 원기둥을 거쳐 종이에 인쇄되는 형식) 기계와 윤전 기계(원통형의 판면과 원통 사이에 인쇄용지를 끼워 인쇄하는 형식)는 차이점이 많아요. 윤전기는 고속 기계다 보니 오프셋과 비교하면 기차랑 KTX의 차이죠. 그러다 보니 윤전은 망점이 퍼지는 성격이 있어요. 요즘 기계가 많이 발전해서 망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데, 그래도 오프셋 기계 색상과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인쇄하기 까다로운 책도 있나요?


아무래도 화장품 광고가 들어가는 책이라든가, 사람이 들어가 있는 책이면 까다롭죠. 사람의 피부톤을 미세하게 표현해야 되니까요. 단행본에 그림이 많이 들어가는 건 아주 어렵지는 않아요.


인쇄소 일이 힘들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일 자체도 힘들고, 시끄럽고 냄새도 많이 난다는 인식이 있었죠. 예전에는 알코올을 많이 썼는데, 요새는 무알코올로 하다 보니 냄새도 많이 안 나요. 지금 여기서 쓰는 기계가 무알콜인데, 이 기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입니다. 하나밖에 없어요.


특별하게 기억나는 인쇄 작업이 있나요?


특별한 기억은 없어요. 패션지라든지 인쇄 공정이 많이 필요한 책을 잘 찍어냈을 때, 고객들이 색이 참 잘 나왔다고 할 때가 제일 좋더라고요.


일터 바깥에서도 인쇄물을 보면 눈에 들어오시겠어요.


서점에 책이 있으면 한 번씩 볼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죠. 책도 넘기면서 인쇄가 잘 나왔나 확인해 보게 되고요.


<월간 채널예스> 인쇄를 기장님이 하시잖아요. 이번 달 기장님 얼굴이랑 기사가 나오게 될 텐데 어떨 것 같으세요? 인쇄할 때 책을 보시기도 하나요?


여기에는 사보에 나왔던 분도 있으니까, 놀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인쇄된 책은 글자 하나하나씩 읽기보다는 원고랑 인쇄본을 대조하면서 빠진 것이 있나 틈틈이 보는 정도죠.


독자분들께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일이 많이 줄었어요. 책도 그렇고 교과서도 많이 다 줄었고요. 책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사주시고요. 조금 흠집이 있더라도 너그런 마음으로 봐주시면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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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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