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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제 책이 올해의 책이라고요?”

올해만 20만 독자를 만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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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일 하는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아이와 같이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한데요. 그분들이 킹메이커니까요. 그런데 요즘 시국을 보면 아이들이 왕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워요.

예스24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2003년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시작으로 독자들이 직접 선정한 책은 모두 13권. 2015년에는 『미움받을 용기』 , 2014년은 『강신주의 감정수업』, 2013년은 조정래의 『정글만리』였다. 1위로 선정된 ‘올해의 책’ 13권을 꼼꼼히 살펴봐도 ‘역사’ 책은 한 권도 없다. 소설, 인문, 자기관리 분야에서 숱하게 1위가 탄생할 동안 ‘역사’ 분야는 24위권 안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7월 출간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2016’ 투표(11월 14일~12월 15일)에서 20% 넘는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책 최초의 1위가 탄생할지 흥미진진하다.

 

올해만 20만 독자를 만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보통 사람이 하루에 100쪽씩 읽어도 무려 4년 3개월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 설민석은 27명의 조선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모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 인문교양서를 탄생시켰다. 전작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역적의 아들, 정조』 『전쟁의 신, 이순신』으로 꾸준히 독자를 만나왔지만, ‘저자’로 이름이 오르내린 건 올해가 가장 눈에 띈다.

 

수험생에게는 일찌감치 스타강사, MBC <무한도전>, O tvN <어쩌다 어른>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설민석은 한국사 강의를 한 지 올해로 21년이다. 누군가는 반짝 뜬 스타 아니냐며 눈을 흘기지만, 대학생 때부터 보습학원에서 사회를 가르쳤고 한국사 강사로 활동하며 2011년에는 한국사 교육 사이트 태건에듀를 설립했다. 설민석은 “강연은 가슴에 덕을 담아주는 일이고, 강의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담아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타고난 끼와 말재주를 가진 그는 “신동엽으로 태어나 손석희를 지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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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지덕체를 갖고 싶죠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예스24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투표에서 현재 1위입니다.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책인데요. 기대하고 계시는지요?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까지 겪은 일 중에 가장 놀라워요. 정말 뛰어난 작가분들, 좋은 책들이 많은데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아 감사하면서도 송구스럽기도 해요. 집필할 당시에는 이렇게 큰 반응이 있을 거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제가 연구해왔던 걸 정리하는 의미가 컸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고 편하게 풀어쓰고자 노력했어요. 책이 나오자마자 큰 사랑을 받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이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고 알고자 하는 열망이 컸구나, 새삼 느꼈어요. 만약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다면 이 모든 영광을 조선의 스물일곱 왕들께 돌리고 싶어요.

 

역사 책임에도 불구하고 “쉽다, 재밌다”는 평이 가장 많았습니다. 독자 리뷰를 읽어보셨나요?

 

블로그, 인터넷서점 한줄평 등 빠짐없이 다 읽고 있어요. 수강생들이 써주는 후기랑은 조금 달라요. 학생들은 무조건적인 사랑, 애정을 표현해주신다면, 독자분들은 응원, 격려와 함께 날카로운 지적도 해주세요. 학생들이 가슴으로 다가온다면, 독자들은 머리와 가슴으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었나요?


“조선 역사를 오늘날에 빗대어 조금 가볍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 보면 여지없이 원문이 등장해 무게중심을 잡아준다”는 글이 기억에 남아요. 책 마지막 부분에 ‘한눈으로 보는 인포그래픽’이 실렸잖아요. 27명 조선 왕들을 호랑이로 표현한 부분이 재밌다는 글도 많이 봤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다룬 책은 무척 많습니다. 예스24에서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니 433건이 뜹니다.

 

많죠. 하지만 대중들이 쉽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었냐는 점에는 의문이 들었어요. 「조선왕조실록」을 내용으로 종종 대중 강연을 하곤 하는데, 굳이 대상에 따라 표현이나 설명을 달리하지 않아도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재미있게 강의를 들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최대한 강의체를 살려서 이야기하듯이 써보면 어떨까.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이 뭔지는 알지만 그걸 다 찾아서 원본을 일일이 읽어볼 수는 없잖아요. 제가 대신해서 쉽게 정리해드리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역사 읽어주는 남자, 설민석’이라는 타이틀을 종종 쓰곤 하는데, 스스로 공부하기 어려운 역사가 있다면 저를 한 번 거쳐서 좀 더 쉽게 읽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

 

제1대왕 ‘태조’부터 왕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태조는 ‘이빨 빠진 호랑이’, 세종은 ‘위대한 호랑이’, 숙종은 ‘금수저 호랑이’, 고종은 ‘비운의 호랑이’로 비유하셨습니다.

 

「태종실록」 36권에 보면 “18년 동안 호랑이를 탔으니 또한 이미 족하다”고 나와 있어요. 이 이야기에 착안해 각 왕의 특징을 호랑이로 표현해봤어요. 태종은 양손에 피를 묻혀가며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조선왕조 27명 임금 중 자발적으로 양위한 유일한 왕이었기 때문에 ‘진짜 호랑이’라고 표현했죠. 오늘날 조선 최고의 성인인 세종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하고요.

 

존경하는 역사 인물로 ‘세종, 정조, 이순신’을 꼽으셨어요. 조선 왕들의 장점을 뽑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왕의 재능을 갖고 싶으세요?

 

우선 세종대왕의 지와 덕을 갖고 싶어요. 사람이 책을 보고 공부하는 일이 어떤 목표에 의한 과정일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세종은 타고난 활자 중독이었어요. 손에는 늘 책이 있었으니까요. 동시에 백성을 무척 사랑한 왕이었죠. 사람이 몸이 아프면 만사가 짜증나는데, 세종은 안질을 겪으면서도 말년에 훈민정음을 만들었으니까요. 반면 체력적인 면에서는 정조를 따라갈 왕이 없어요. 책에는 ‘완벽한 호랑이’라고 표현했는데, 무예가 뛰어나 활쏘기를 할 때면 백발백중의 실력이었어요. 동시에 글쓰기도 매우 좋아해 조선시대 왕 중에 글을 가장 많이 쓴 사람이죠. 지덕체를 모두 갖춘 왕이기 때문에 안 꼽을 수가 없네요.

 

학창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셨다고요.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했을 뿐,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고민이 되던 시점에, 역사책을 읽게 됐어요. 선조들의 삶을 살펴보게 된 거죠. 저 역시 바쁘게하루하루 사는 평범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에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살다 보면 어느지점에 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냅다 달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부터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치와,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 등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혹시 읽어보셨나요?

 

두 분의 팬입니다.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조선왕조실톡』에 나오는 장면도 기억나요. 세종대왕이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황희 정승이 ‘과로로로…’했다는 장면인데요.(웃음) 독자 입장에서 참 재밌더라고요. 「조선왕조실록」에 관해서는 원문, 야사뿐만 아니라 모든 걸 읽으려고 해요. 독자분들이 좋아하는 흐름을 읽어야 하니까요.

 

평소 즐겨 읽는 책도 역사책이신가요?

 

업이 업인지라 역사 관련 책들을 주로 많이 보죠. 역사를 다룬 화제작들은 시간을 내서 챙겨보려고 하는 편인데, 사실 이건 직업적인 이유나 연구를 위한 목적도 있는 거고, 실제로 좋아하는 독서는 좋아하는 고전을 반복해서 보는 거예요. 『논어』는 옆에 두고 계속해서 보면서 매번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고, 문학 중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해서 쉴 여유가 생기면 항상 챙겨서 가져가곤 하죠. 어릴 때는 만화나 무협지 같은 것도 참 좋아했어요. 지금도 강의 콘텐츠를 만들 때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하는데, 아마 제 상상력의 원천이 그런 독서 경험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좋은’ 책을 정의해본다면요?


현대사회는 워낙 빠르게 변하고, 다들 바쁘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게 되잖아요.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책에서 특정 해답을 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단번에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책은 존재하지 않아요. 좋은 책은 읽고 난 후에 명쾌한 결론과 해답을 내려주는 책이 아니라, 읽고 난 후에 도리어 우리에게 숙제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책장을 덮고 나면 생각과 질문이 몰려오는 그런 책이 사유를 깊어지게 하는 것 아닐까요? 끝난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그런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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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있을까요?

 

역사를 가르칠 때, 항상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하시는 거로 유명하세요.

 

흔히 역사에 무관심하거나 역사 공부를 지겨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흘러간 그 오래된 이야기를 왜 지금 굳이 알아야 하느냐고 말하곤 해요. 그런데 말이죠. 그 흘러간 이야기, 지나간 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찾기 힘들었던 꿈과 용기와 멘토를 지나간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어요. 역사 공부를 해보면 가장 신기하고 재밌는 것이 ‘와, 이때도 이랬네?’, ‘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하고 느낄 때예요. 역사 속에서 현재와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고 그땐 어떻게 헤쳐 나갔었는지, 어떤 판단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통찰,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배울 수가 있죠.

 

강의뿐 아니라 강연도 종종 하시는데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어떤 왕을 좋아하시느냐? 이런 질문이 가장 많고요. 시국이 어려운데, 조선의 왕들에게서 어떤 부분을 배울 수 있겠냐는 질문도 많이 하세요. 요즘은 특히 시국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아요.

 

같은 문맥으로 ‘차기 대통령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는다면, 어떤 역사에 주목해서 이 책을 읽으라’고 말씀하고 싶으세요?

 

위기에서 지혜를 구할 수 있겠죠. 조선에 닥쳤던 가장 큰 위기이자 시련은 임진왜란이었고요. 아시겠지만 임진왜란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비극이 아니었어요. 이미 그 징후가 너무나 명확했고, 당시 조선의 임금과 조정, 지배층은 모두 일본이 곧 처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조선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무방비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국가와 민족이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더 두려워했던 기득권과,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권이 알면서도 불행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 속 놀라운 진실들은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죠.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책의 한 쪽을 서면으로 보낼 수 있다면요?

 

생각이 많아지는데요. 정조대왕 이야기를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정조의 애민과 소통의 정신이 컸던 왕이에요. 정조는 백성들이 나에게 오는 걸 막지 말라고 했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초등학생 나이의 소년이 왕이 탄 가마 앞을 막아서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는데, 즉각 소년의 민원을 처리해줬어요. 저게 군주가 아닌가 싶어요. 또 정약용이 쓴 글 중에 「원목(原牧)」이란 글이 있는데, 서문을 보면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서 생긴 것인가?”라고 해요. 백성이 고혈을 짜서 통치자를 위해 세금을 내니, 백성이 통치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통치자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 결국 왕은 백성에서 나온 것이다, 왕이 왕답지 못하면 왕을 바꾸는 것이 맞다며 ‘천자교체설’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해석해 보면 이건 역적의 발언일 수 있는데, 정조는 이를 인정했어요. 정조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증거죠. 상상을 글로 적을 수 있는 시대가 정조 시대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통치자의 모습이 간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지도자가 갖고 있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도 중요하고, 해박한 지식, 유창한 언변도 모두 다 중요하지만, 그 모든 능력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덕목은 바로 ‘소통’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지도자가 무엇입니까? 절대 혼자서는 될 수 없는 존재예요.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진심으로서 소통하는 자세가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역사 수업이 재미없어서 학원,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학교 수업에 관해 바라는 점은 없으신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것을 학교 선생님들의 역량 부족이나 학교 수업 방식의 문제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는 거예요. 저는 교원분들의 직무 연수를 위한 강의도 하고 있는데요. 정말 뛰어나시고 훌륭하시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한 분들이에요.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으세요. 문제는 이분들이 수업의 질을 올릴 만한 시간이나 여유가 현장에서 확보가 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쉬는 시간에 짬을 내서, 잠자는 시간 줄여서 연수도 들으시더라고요. 사실 수업 준비보다 더 많은 행정 업무에 시달리고 계시거든요. 아마 제가 학교 현장에 있었어도 지금처럼 강의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 환경이 조금 개선된다면 공교육의 질이 좋아지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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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먼저 흥미를 가져야

 

대중 강연을 비롯해 TV에도 종종 얼굴을 비치고 계십니다.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아무래도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본업이다 보니, 수업을 최우선으로 두고 다른 일정들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수업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다른 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아침부터 꼭두새벽까지 날을 새기도 하죠. 여기저기 찾아주시고, 불러주시는 곳도 많은데 사실 요즘은 다 소화하기가 벅차서 번번이 거절해야 돼요. 그게 또 참 힘든 일이더라고요.

 

철저한 자기 관리로도 유명하세요.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강의를 21년 동안 해왔는데, 가장 중요한 게 체력이더라고요. 술, 담배처럼 몸에 해로운 건 일절 안 하고, 탄산음료도 가급적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대신 목 관리를 위해 몸에 좋은 차를 자주 마시는 편이지요. 운동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른 아침에 한두 시간씩은 매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사 강의를 위한 연구도 계속하실 텐데요.

 

연구실에 스케줄 표가 있는데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연구 회의’라는 이름으로 하루 두 시간 정도는 꼭 별도로 시간을 잡아놔요.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아도 전문 연구원들하고 모여서 이런저런 주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생각을 나누죠. 사실 제가 많이 배워요. 자만이나 권위를 버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배움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21년간 역사 강의를 해오셨지만, 대중은 방송 때문에 갑자기 뜬 스타강사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대중이 갖고 있는 편견이나 오해는 없다고 생각하는지요?

 

강의를 오래 해왔지만 이렇게 다양한 대중분들에게 폭넓게 알려진 건 방송 출연을 하게 되면서부터이니 당연히 그런 오해를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운하거나 아쉬운 마음은 없습니다. 수험생이 아니었던 분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다만, 역사를 대하는 제 마음가짐이나 진심에 대해서만큼은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죠.

 

한국사 강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나 요인이 있을까요?

 

대중이 역사를 어렵고 지루하게 느끼는 건 역사에 대한 막연한 편견 같은 것이 작용한 면이 있다고 봐요. 저도 학창시절엔 역사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지루하고 졸린 과목이라는 인식이 한 번 자리 잡기 시작하면 그 편견을 깨주는 강렬한 경험이 생기기 전까지는 다시 다가서기가 어려워져요. 저는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은 편견을 깨고 싶었고,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어요. 영화에 역사를 접목한다든지, 역사 강의에 CG나 자막을 도입한다든지 그런 일들이죠. ‘좋은 거니 배워! 알아야 하니 배워’라는 당위는 학습에 대한 거부감만 부추길 뿐이에요. 먼저 스스로 흥미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하죠.

 

현장에서 수험생들을 많이 만나실 텐데요. 시험에 합격해도 취업이 어려운 세상입니다. 학원강사를 처음부터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고 생계를 위해 시작했다고 하셨는데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설민석 하면 성공한 스타강사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저 역시 젊은 사람들이 공감할 시절이 있었어요. 온갖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누구든 안 될 때는 뭘 해도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움직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봐도 위인들은 고비를 기회로 삼았어요. 정도전도 관직 생활을 하다 좌천돼서 7년을 보냈는데, 그 시기에 조선의 청사진을 보고 이성계라는 벗도 만났어요. ‘정조의 남자’ 정약용도 죄인으로 귀양갔을 때, 그동안 집필하지 못한 책들을 써서 역사에 이름을 기록했고, 이순신 장군도 젊었을 때는 정말 우울한 인생을 살았어요. 스무 살까지 문과를 준비했는데 계속 떨어져 결국 무과로 틀어서 서른 살 때 합격했으니까요. 추정컨대 20년 가까이 공시를 준비한 거예요.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뭐라고 했을까요? 분명 재능도 없고 체력도 없다고 했겠죠. 젊은 분들께 조언을 드리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요. 하지만 반드시 봄은 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건 자연의 섭리예요. 제 모든 걸 걸 수 있어요. 지금 힘들다고 자학하거나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찾아올 봄, 빛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갈고닦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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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소명으로 삼고 있는 건 ‘한국사의 대중화’입니다. 대중이 역사를 좀 더 친숙하게, 쉽게, 재미있게 느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고, 그 소망을 실천하기 앞으로도 계속해서 꾸준히 노력할 생각이에요.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후원하는 일도 꾸준히 할 생각이고 내년부터는 수험생들을 위한 수능 역사 강의도 무료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12월에는 만화가 나옵니다. 언어, 인종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뭐가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는데도 만화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제 반려견 로빈도 출연하고 저도 나옵니다. 타임슬립을 해서 세종대왕도 만나고 정조도 만나요. 역사를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일이 제 꿈입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꼭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요?

 

나랏일 하는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아이와 같이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한데요. 그분들이 킹메이커니까요. 그런데 요즘 시국을 보면 아이들이 왕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워요. 나랏일 하시느라 무척 바쁘시겠지만, 순항하다가도 폭풍우를 만나면 좌초될 수 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는 빨리 노를 젓게 되지만,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불도 피우고 SOS도 청해야겠지만, 역사책을 통해서 지금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매일같이 목욕재계를 하고 관복을 입고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고 해요. 아마도 역사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현들의 지혜를 만나는 것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없지 않을까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설민석 저 | 세계사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27명의 조선의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 모아 핵심적인 주요 사건들을 풀어쓴 책이다. 설민석 특유의 흡입력 있는 간결함과 재치 있는 말투를 구어체 그대로 책에다 담았다.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질의응답 구성은 마치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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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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