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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원형으로의 회귀

메탈리카 - <Hardwired… To Self-Destr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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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을 쏘듯 퍼붓는 스래시로 재무장해 메탈의 황제가 고함을 재개한다. 근래 모처럼의 시원함, 후련함, 통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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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발총처럼 쏴대는 배킹과 헤비메탈 리프의 결합이라는 그들의 생래적 정체성이 첫 곡 「Hardwired」에서 타종을 개시한다. 중량감 넘치는 펀치력과 파워 코드야말로 메탈리카의 본령이다. 대중도 이걸 사랑해왔다. 이걸 겨냥해 맘먹고 보란 듯 만든 곡이다. 2000년 이후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변화에 마침표를 찍고 원형으로의 회귀를 재촉한 것은 대중의 반응에 대한 그들의 민감성이다.

 

메탈리카가 돌아왔다. 제대로. 그래서 지극히 그들답기에, 요즘 사운드를 짓밟기에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팬들은 신선한 충격을 맞는다. CD 1의 「Atlas, rise」와 「Moth into flame」도 같은 ‘귀거래’ 노선이다. 설령 과거 우리들의 뇌와 심장을 흔들었던 ‘스래시(thrash) 심포니’ 스타일이나 1991년 메탈 지존(至尊)의 존재감을 부여한 블랙 앨범의 흡수력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현란함은 여전하다. 수작인 「Halo on fire」와 같은 블랙 앨범의 유산이 없지도 않다.

 

‘제대로’는 사운드만이 아니라 물량에서도 드러난다. 신보는 CD 두 장짜리와 3장짜리 두 종류로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매머드 컴백이다. 디스크3는 메탈 레전드에 대한 헌사와 최근 라이브 버전을 한데 묶었다. 「Ronnie rising medley」는 리치 블랙모어, 코지 파월, 로니 제임스 디오 시절의 ‘레인보우’에 대한 헌정이며 「When a blind man cries」는 명작 <Machine Head> 시점의 딥 퍼플(Deep Purple) 커버다.

 

「Remember tomorrow」는 영국 메탈의 뉴 웨이브(NWOBHM)의 전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곡이며 라이브의 신호탄인 「Helpless」는 마찬가지로 1970년대 말 NWOBHM에 속하는 밴드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의 것으로 당시 멤버인 숀 해리스와 브라이언 태틀러가 썼다. 메탈리카가 연주하는 ‘간추린 메탈 초기 사(史)’ 쯤 될 것 같다. 팬들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다.

강공과 살기(殺氣)가 CD2의 「Here comes revenge」, 「Am I savage?」, 「Murder one」같은 곡목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하긴 2008년의 <Death Magnetic>으로부터 8년만의 롤백이니 한판 벌이려는 욕망이 얼마나 절절했겠는가. 마치 우리 속의 사자들 같았을 것이다. CD 셋 의 서비스보다는 그들의 사자후와 포효가 진정한 축복이다.

 

8년의 앨범 공백은 지금까지의 밴드 이력에서 가장 길다. 그 사이 제임스 헤트필드, 라스 울리히, 커크 해밋은 40대에서 50대로 바뀌었다. ‘중년의 위기’가 닥쳤다. 얼마 전 빌보드는 ‘21세기의 메탈리카’를 변호하는 글을 내보냈지만 사실 2000년 이후 메탈리카는 제이슨 뉴스테드의 부재 후유증과 기타 솔로 배제로 정의할 수 있는 <St. Anger>와 다소 혼란스러웠던 루 리드(Lou Reed)와의 2011년 콜라보 <Lulu> 그리고 영원할 것 같던 프로듀서 밥 록과 작별하고 왕년의 전우 릭 루빈과 만나 꾸린 ‘원래의 메탈리카로!’ 앨범 <Death Magnetic> 등 조금은 들쑥날쑥한 행보를 보였다.

 

항상 그렇기를 바라는 팬들의 바람 그리고 항상 새로움으로 향하는 뮤지션의 자세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달라져 퀄리티가 떨어졌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달라졌다고’ 비판을 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Hardwired...To Self-Destructed>는 라스 울리히의 표현대로 전작의 연장선상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만 더욱 강력한 스래시 접근을 기해 진골 팬들과 동행하려는 의지를 얹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작보다 훨씬 멤버들과 익숙해진 덕에 로버트 트루히요(Robert Trujillo)의 베이스가 「Spit out the bone」이 증명하듯 그만의 ‘길’을 제대로 찾아가면서 케미를 높인 것이야말로 앨범의 소득이다.

 

첫 앨범부터 작곡에 참여해온 기타 커크 해밋이 이상하게도 크레딧에 들어있지 않다. 알려진 대로 250개의 기타 리프 아이디어를 저장해놓은 핸드폰을 2014년에 코펜하겐 공항에서 분실한데 따른 멘붕 때문이었을까. 이 부분은 아쉽다. 프로듀서는 <Death Magnetic> 때는 엔지니어였다가 <Lulu> 때 비로소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타리스트 출신의 그렉 피델맨(Greg Fidelman)이다. 슬립낫, 슬레이어, 블랙 새버스 등등 주로 강성 메탈 분야에서 활약해오고 있지만 아델의 <21>의 엔지니어였음이 말해주듯 보폭은 넓다.

 

사운드의 질과 밀도에 집중한 앨범이다. 전작과의 차별화가 여기서 이뤄진다. 그것을 자폭(Self-destruct)으로 명명한 것일까. 기관총을 쏘듯 퍼붓는 스래시로 재무장해 메탈의 황제가 고함을 재개한다. 근래 모처럼의 시원함, 후련함, 통쾌함이다. 메탈리카 21세기의 수작! 1983년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33년 여정에 동참해온 사람들 가운데 인색한 관찰자라도 ‘평균적으로’ 행복했다는 소감이 뒤따른다.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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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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