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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관한 가장 끔찍한 보고서이자 가장 아름다운 보고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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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 속에서도 그들은 하염없이 걷고 있다.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해...

1. 오프닝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겠다고?”
“안 하는 편을 택한다고요.”

 

월스트리트 변호사 사무실의 필경사는
어느 날 고용인인 변호사의 업무 지시에 이렇게 말합니다.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라거나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하지 않음을 하겠다’라는 바틀비.
그 특이한 화법으로 그는 대답하죠.
“좀 더 합리적인 사람이 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변호사의 해고 통보에 대해서도 그는
“떠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버팁니다. 
 
단순히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하지 않음을 하겠다는 것.
일반적인 영어 구문에서 어긋난 표현인데요.
아마도 자신의 존재 방식에 대한 조용하고도 단호한 선언이었겠죠.

 

세상은 점점 ‘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해야 한다’ 압박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하지 않음을 택한다는 것’
그건 사실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용기 있는 일이 됐습니다.
그런 세상의 언어를 베껴써야만 하는 스스로에게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바틀비의 말을 들려주세요.
‘그러지 않는 편을 택하겠어!’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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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빛나던 것은 모두 재로 변한 세상.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의 길 위를 아버지와 아들이 걷고 있습니다.
빛이 사라진 길 위의 여정은 추악하고 잔혹하여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힘껏 붙잡아야 했죠.
문명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걷는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희망과 목표마저 불타올라 재가 되버린 것은 아닐까요?
길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1) 책 소개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과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맥카시의 소설. 묵시록적 비전으로 가득 찬 소설은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클럽 도서’ 에도 선정되었으며, 비고 모텐슨 주연으로 영화화됐다.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그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없다. 문명은 파괴되었고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은 멸종한 상태. 불에 탄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였고 하늘 가득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사라진 땅. 그곳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있다. 그리고 배고픔과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 속에서도 그들은 하염없이 걷고 있다.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해...

 

그들이 왜 남쪽을 향해 걷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할 뿐이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여행은 쉽지 않다. 세상은 매우 삭막하며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먹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트럭을 타고 다니며 인간을 사냥하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아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매일 각혈을 하며 잠을 깨는 아버지.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들만은 지켜내기 위해 아버지는 버틴다. 예기치 않은 공격, 위험한 상황에의 노출, 그리고 무엇보다 굶주림으로부터... 그러나 이미 사라진 문명에 대해 아들은 알지 못한다. 문명이 존재하던 사회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지식, 체험도 그에겐 없다. 때문에 아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돕고 껴안고자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제외한 살아남은 모든 사람을 경계한다.

 

2) 저자 : 코맥 매카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윌리엄 포크너와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개성적인 인물 묘사, 시적인 문체, 대담한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코맥 매카시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1933년 7월 2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여섯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매카시는 1951년 테네시 대학교에 입학해 인문학을 공부했다. 1965년 첫 소설 『과수원지기』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바깥의 어둠』 『신의 아들』 『서트리』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매카시에게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1985년 작 『핏빛 자오선』이다. 이 작품은 <타임> 지에서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다. 서부를 모태로 한 국경 삼부작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발표하며 서부 장르소설을 고급문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매카시는 이후 『로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출간하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코맥 매카시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에서만 350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2006년 ‘극 형식의 소설’ 『선셋 리미티드』를 발표했으며, 2009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 벨로 상을 받았다.

 

◆ 197-198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밥 딜런 평전』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뮤지션 밥 딜런을 선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선정 이유를 빼더라도 밥 딜런의 음악은 '귀를 위한 시'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문학적이고 아름다웠죠.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그런 밥 딜런의 음악과 글, 그리고 생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항의 아이콘이자 끊임없이 변신을 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조각해나갔던 그의 이야기, 이 책들과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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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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