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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 불치병 진단

『숨결이 바람 될 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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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지난 해부터 부쩍 죽음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온다 싶은 게 실제로 그런 건지 아니면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이 책들을 부모님께 권해야 할지 고민이다.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을 모아 읽는 것은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직업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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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는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읽는 소설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폴 칼라니티는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두 의사로 일하는 인도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서른여섯이 된 2015년 3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극히 열심히 살았다. 영문학과 철학, 역사와 의학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가는 분야는 모두 가장 유명한 대학들에서 공부했다.

 

그는 한 주 100시간 이상 병원에서 근무하며 레지던트 기간을 끝내려는 마지막 해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수련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모교 교수 부임을 앞둔 젊은 의사의 죽음이 통속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만약 신이 문득 죽음을 앞둔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면 다른 사람이 아니고 폴 칼라니티는 죽음을 증언하기에 가장 적당한 사람이었다. 서른여섯 살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퍼센트라고 한다.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편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나 도덕적 가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의사와 환자를 오가다

 

그가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신경외과 의사야말로 인간을 생리적, 영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어떤 면에서는 맞고 다른 면에서는 틀렸다. 해부부터 실습, 수술까지 그가 선택한 직업은 늘 삶과 죽음을 10분 안에 가르곤 하는 것이었다. 예정일보다 석 달이나 일찍 태어나서 죽음을 맞은 신생아, 오토바이 사고로 뇌가 뒤죽박죽이 된 젊은이, 뇌졸중으로 뇌기능이 마비된 노인들은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매일 만나는 고객들이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목도했지만 자신의 암 진단서를 앞에 두고 이 유능한 의사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그는 지팡이, 좌변기, 폼블록, 안 무더기의 진통제를 받아 들고 환자로서 자신이 일하던 병원을 드나들면서 죽음의 새로운 얼굴을 생생하게 맞닥뜨린다. 정맥 주사를 꽂고 있으면 소금 맛이 느껴진다는 걸 병원에서 일한 지 11년 만에 알게 된다.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14세기 철학에서 환자라는 단어는 그저 ‘행동의 대상’을 의미했고, 나는 딱 그런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의사였을 땐 행위 주체이자 원인이었으나, 환자인 나는 그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의사 시절 나는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마주친 문제들을 어느 정도 이해했었고, 바로 이런 순간을 그들과 함께 깊이 파고들기를 원했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에게 불치병은 완벽한 선물이 아닌가? 죽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레지던트 기간을 1년 남겨두고 암 진단을 받은 후, 폴 칼라니티가 병원에 다시 의사로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 스스로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희망을 갖는다. 재활 치료를 거쳐 수술실로 복귀하고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갖기로 한다. 결국 암은 뇌까지 전이되고 그는 레지던트 기간을 마치는 것이 의사 경력의 끝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삶과 죽음, 의사와 환자, 희망과 절망, 문학과 의학, 이 책은 많은 반대말 사이를 오간다. 책 속에는 폴 칼라니티의 동료들이 몇 명 등장한다. 그 가운데 레지던트 동기인 제프는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폴 칼라니티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박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동료는 죽음을 선택한다. 서로 반대되는 단어들을 모두 일컫는 말은 아이러니 밖에 없다. 폴 칼라니티는 죽음을 앞두고 이 아이러니를 이렇게 쓴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

 

독자들은 이 젊은이의 노력, 겸손, 관용과 유머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는 남을 탓하거나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한두 대목에서 불만을 표시하거나 의기양양해 했다. 퇴근을 서두르느라 투약해야 할 약을 빠뜨린 실수를 고치지 않은 레지던트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얘기할 때 늘 자랑스러워 했다. 그건 폴 칼라니티가 죽음을 맞이한 후 그의 아내 루시 칼라니티가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나면 가족과 친구들은 폴의 레지던트 기간이 끝나갈 즈음 우리 결혼 생활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폴이 그 일을 글로 남겨서 기쁘다. 그것은 우리 진실의 일부이고, 우리가 관계를 재정힙하게 된 계기이며, 폴과 나 우리 둘 인생의 고난과 구원, 의미를 보여주는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암 진단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예전의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폴의 육체적인 생존과 우리의 감정적인 생존을 위해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았고, 그러면서 우리의 깊은 사랑이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읽는다면….

 

바이올렛 아워 시간
케이티 로이프 저 | 갤리온

케이티 로이프는 자신의 경험으로 책을 시작한다. 폐렴 때문에 사경을 헤매다가 폐의 절반을 떼어내고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멀리 있거나 상관 없는 일처럼 느껴지던 죽음이 문득 현실로 다가왔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장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바이올렛 아워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수전 손택,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센닥의 죽음을 저서와 증언, 서한 등을 통해 세밀하게 복원했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진통제를 거부하고 모르핀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잃는 순간을 스스로 선택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명료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다섯 명의 죽음을 늘어놓은 후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의 순간 누구와 함께 있을 것인가?'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저 | 다산책방

줄리언 반스와 그의 형은 모두 옥스포드를 졸업했다. 줄리언 반스는 언어학, 그의 형은 철학을 전공했다. 그들의 노동당원 어머니는 이 둘을 '읽을 수 없는 책을 쓰는 아들과 읽을 수는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쓰는 아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집에선 부커상을 받은 동생이 신에 대해서 얘기 할라치면 철학 교수 형이 알 수 없는 건 말하지 말라며 비웃는 모양이다. 유년의 기억, 주변의 죽음을 파스칼, 몽테뉴, 플로베르와 섞어서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가 금방이다. 때로 지독하기까지 한 영국식 농담을 통해 보는 죽음의 풍경이,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쾌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저 | 부키

아툴 가완디는 현대의학을 가장 아프게 비판하는 저자이다. 이미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고 보는' 공격적인 현대의학을 비판한 그가 이번에 삶의 죽음의 경계에서 의학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문제를 제기한다. 세계는 늙어가고 있으며 의학은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평생을 살던 자기 집에서 임종을 맡는 일은 없어지고 거의 모두 병원에서 인공 호흡기에 마지막 순간을 의지한다. 요양병원, 양로원, 요양원, 어시스티드 홈 등 죽음을 맞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속속 생겨나지만, 노인들을 계속 살아있도록 만드는 것 외에 어떻게 죽을 수 있도록 배려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 집에 데려다 달라는 환자의 소망, 치료를 중단할 수 없느냐는 가족의 바람을 무시하는 현장을 여러 사례를 들어 고발한다. 현대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보고서이며, 죽음을 준비하는 데에 꼭 필요한 참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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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금주(서점 직원)

chyes@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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