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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출판 에이전트 “중개인보다는 기획자“

외국어뿐 아니라 한국어 실력도 필수 임프리마 코리아 COO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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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좋은 책과 작가를 나 혼자 알고 있기보다 공유하고 싶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면 이 직종이 잘 맞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뚜렷이 알고 있다면 그 세계관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어요.

<채널예스>에서 매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라를 넘나들며 출판권을 거래하고 나아가 새로운 책을 기획해 세상에 소개하는 출판 에이전시의 세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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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에이전시로도 불리는 출판 에이전시(literary agency)는 책의 수입과 수출을 조율한다. 특히 영미권 국가에서는 작가의 모든 저작권을 대변하고 관리하는 직종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한국에서 출판 에이전트는 주로 해외 저작권사와 국내 출판사 사이를 중개하는 거간 업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 김홍기 본부장의 업무는 이메일로 시작해 이메일로 끝난다. 오전에 해외 에이전시 등에서 보내온 자료를 점검하고 새로 나온, 혹은 새로 나올 책 자료를 토대로 국내 출판사에 계약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한다. 오후에는 받은 자료를 토대로 기획 회의를 거쳐 클라이언트를 만나 해외에서 잘 팔리는 주제는 무엇인지 전달하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해외 출판시장을 읽고 국내 출판시장에 팔릴만한 책을 제안해야 하기에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좋은 작품을 보는 감식안은 필수다.


국제적인 도서전을 앞두고는 더욱 바빠진다. 쏟아지는 자료를 보면서 추세를 파악하고 매일 해외 에이전시와 접촉해 계약할 만한 콘텐츠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보를 가진 큰 출판사는 직접 도서전에 참여해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국제적인 무역 업무처럼 보이지만 늘 책을 끼고 살아야 하는 일이다.

 

출판 에이전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저작권 에이전시라고 많이들 하시는데, 한국어로는 정확하게 대치할 만한 언어가 없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작가의 권리를 직접 대리하면서 국내와 해외에 판권을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작가 자체를 대변하는 소속사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국내 출판물은 수출이 활발하진 않아서 한국 작가의 저작권 대리 업무는 대개 출판사가 진행합니다.


독자에게는 출판 에이전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와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출판 에이전시는 B2B(Business to business) 직종입니다. 책 제목이나 출판사명, 작가 이름은 바로 알지만 저희는 대중들과 바로 소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들 모르세요. 저도 처음에는 출판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관련 수업을 들은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시드니 셸던 같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어렸을 때부터 봤던 작품이잖아요. 그런 작가를 관리하는 일이라는 걸 알자 생소하지 않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관한 모든 저작권을 담당하는 직종이라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좋은 책을 신나서 소개하고 출판사에서도 공조해 서로 맞추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책을 실제로 내는 과정이 즐거운 일입니다.


출판사에서 판권 계약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마존 같은 해외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괜찮은 책을 발견하거나, 특정 성향의 책을 내겠다고 움직이면 먼저 에이전시에 문의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한국에서 배타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해당 에이전시에서 공급을 확인하면 되고, 없다면 비슷한 분야의 책을 제안합니다.


출판권을 독점으로 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점이라는 말은 네트워크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모든 나라의 에이전시들은 다른 나라 에이전시와 네트워킹합니다. 예를 들어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WME)라는 종합 에이전시의 한국 파트너는 임프리마 코리아입니다. WME에서 낸 책이 있다면 무조건 한국에서는 임프리마 코리아와 계약해야 하기에 독점이라고 표현하는데, 아실만한 유명한 베스트셀러나 장기적으로 사랑받는 책은 독점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출판물은 주로 파트너십을 맺기보다 출판권을 오픈해 놓기 때문에 규모가 큰 출판사에서는 에이전시 없이 직접 출판권을 따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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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와 저작권사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면서 힘드신 점이 있나요?


오해가 생기는 부분 중 하나가, 외서를 수입할 때는 한국 출판사를 대리하는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저작권자의 대리인 임무를 수행합니다. 외국 저작권사는 한국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한국 에이전트가 대리해서 저작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저희 일인 거죠. 그러다 보면 한국 출판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요. 에이전시 업무가 생소해서 자꾸 알리고 하다 보니 지금은 많이 이해하고 계세요.

 

해외 출판물을 들여오려면 외국어에 능통해야 할 것 같아요.


종일 해당 언어로 된 책을 읽어야 할 텐데 그 언어가 불편하고 해석이 안 되면 능률이 안 오를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미권 국가에서 나고 자라도 오래 못 다니시는 분들이 있어요. 에이전시 업무는 거간이나 브로커처럼 중간 역할도 있지만 영업과 기획도 해야 합니다. 고객을 상대로 왜 이 책이 좋은지 설득도 해야 하고, 때에 따라 의견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능통할 정도로 외국어를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국어 실력과 글을 보는 감각이에요. 굳이 따지자면 한국어 능력과 외국어 능력은 오십 대 오십이라고 봅니다.


요즘 한국 문학이 어떻게 하면 해외로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한국 책을 수출하는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수출의 경우는 아직 세계 시장에 널리 알려진 작가도 없고, 교섭력이 약해서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요즘 들어 영미, 유럽 쪽 시장으로도 시도했지만 대부분 문학 작품 위주였어요. 최근 추세로는 한국의 요리책 같은 실용서, 웹툰을 도서로 만드는 등 다른 방식과 장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외국 에이전트들은 결국 전 세계에 판권을 팔 수 있는 돈 되는 책을 원하거든요. 한국적인 것도 좋지만 팔리는 책을 만들려면 접근 방식을 바꾸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출판 에이전트에게는 일 년에 두 번, 봄에 열리는 영국 런던 도서전과 가을에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가장 큰 행사라고 하셨어요.


한 해 두 번 열리는 도서전으로 거의 일 년 계약할 거리를 찾습니다. 도서전이 열리기 전부터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사전 미팅을 하고 올해 이슈는 무엇이 될지 가늠합니다. 일주일가량의 도서전 기간 동안 매일 작가들, 해당 작가의 편집자들, 작가의 에이전트들, 출판사 대표들, 책이 나올 거라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스카우트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이면 그 안에서 저절로 기획이 이루어집니다. 작가가 앞으로 쓰고 싶은 책 아이디어를 내면, 편집자는 방향을 제시하고 담당 에이전시는 출판사를 연결합니다. 그럼 얼마 안 있어서 출판 시장에 해당 책의 기획안이 도는 거죠. 한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기는 힘들겠지만 부러운 점도 많습니다.


출판사에서 요청하시는 경우와 직접 에이전시에서 기획하는 경우 비율이 어느 정도 되나요?


시장이 바뀌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앞지른 상황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고 기존에 있는 작품을 선별해야 하는 때가 온 거죠. 고전적으로 편집자들은 에이전트의 역량을 잘 못 믿으시는데, 지금은 점점 신뢰해 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아예 기획 단계부터 에이전시가 같이 움직여서 책을 만드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연예인을 발굴하면서 콘텐츠를 다른 방식으로 배분했던 것처럼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출판사와 작가, 영화사 등을 관여시키면서 책이 나오게 하는 거죠. 미국에서는 드라마도 열 명 이상 모여서 쓰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할 수 없더라도 한 책을 여러 명이 도와서 기획사가 아이돌 만들어내듯이 접근해 가능성을 키워보면 어떨까 시도하고 있습니다.


출판 에이전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 좋은 이야기부터 하면, 콘텐츠 업종은 항상 배고픕니다. 달리 말하면 산업 구조 특성상 위험부담이 커요. 어느 게 성공할 지 모르니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둬야 하고 품은 그만큼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좋은 책과 작가를 나 혼자 알고 있기보다 공유하고 싶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면 이 직종이 잘 맞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뚜렷이 알고 있다면 그 세계관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어요. 앞에서 말한 언어 능력과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은 기본이 되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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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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