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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즈, 맨체스터 출신 3인조의 위트

프로즈(Prose) 〈Home Of The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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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라는 내용을 표현하기에 조금은 무거운 형식을 택했지만 위트를 담아 풀어내는 재주가 탁월해 이지 리스닝으로 흘려보내기도 수월하고 면밀히 들여다보아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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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격과 같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산문(散文)’이라는 뜻을 가진 밴드의 이름만치,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앨범 커버에 담긴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자유분방하게 파티를 벌이는 모습처럼 맨체스터 출신 3인조는 쉽게 찾기 힘든 나름의 음악 세계를 정립했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오아시스(Oasis) 풍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감미로운 멜로디 위에 물 흐르는 듯 감성을 자극하는 에미넴의 래핑을 얹은 모양새.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듣기 불편하지 않음은 분명 신에서 착실히 쌓아온 내공 덕분일 테다.

 

비트 메이커 데이브 스톤(Dave Stone)과 그의 사촌이자 래퍼 겸 보컬 마이크 머레이(Mike Murray), 친구인 기타리스트 리 로일(Lee Royle) 3인조는 2014년부터 뭉쳐 공연을 벌였고 곧장 DJ 노티 보이(Naughty Boy)의 시야에 포착되어 초신성 싱어송라이터 에밀리 산데(Emily Sande)와 함께 작업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 2년간 준비해 나온 <Home Of The Brave>는 제목처럼 용기로 가득 찬 데뷔작. 15곡으로 이루어져 1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을 선사하지만 음반에는 크게 처지거나 실망스러운 시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 앨범’으로 에미넴의 사회에 대한 울분을 터트리는 <The Marshall Mathers LP 2>를 꼽았다지만, 머레이의 랩은 가족과의 시시콜콜한 다툼이나 인상 깊게 남겨진 여행 같은 일상적 내러티브를 담은 「Caravan」, 「Mountains」, 「All too familiar」 등의 곡에서 보다 중화된 형태로 다가와 진입장벽을 낮춘다. 힙한 터치가 여기저기 묻어나나 본 바탕인 영국의 신사적 풍모는 숨겨지지 않는 느낌의 「Half the man」은 앨범의 하이라이트. 서정적인 멜로디 메이킹 솜씨는 제목부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Ballad」나 자아 성찰적인 「My heart」, 「Further」을 통해 드러난다.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내용을 표현하기에 조금은 무거운 형식을 택했지만 위트를 담아 풀어내는 재주가 탁월해 이지 리스닝으로 흘려보내기도 수월하고 면밀히 들여다보아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장르 혼합을 추구하는 비슷한 외양의 선배들인 더 스트리츠(The Streets), 플랜 비(Plan B)에 비해 젊은 패기와 감각으로 앞서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어떤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정보, 이들은 맨체스터에서 ‘시티’를 위해 살아가는 오아시스와 달리 유나이티드의 팬이다.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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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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