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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다 히카루, 돌아온 제이팝의 여제

우타다 히카루 <Fant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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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으로서의 압박을 벗고 공백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우타다 히카루라는 인간을 투영한 진정성 만재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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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제이팝의 여제, 긴 기다림을 거쳐 맞닥뜨린 결과물 속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울림이 느껴진다. 삶이라는 리얼리티와 인간이기에 내뿜을 수 있는 온기 그리고 동료들과의 호흡까지. 뮤지션이라는 짐을 벗고 '일상'을 마음껏 누린지 6년, 이 작품은 그간 있었던 인간활동의 기록이자, 앞으로 전개해 나갈 활동의 지침이기도 하다. 음악이라는 세포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냈던 시간들 속에서 발견한 평범함의 의미. 재혼 및 출산과 함께 어머니인 후지 케이코(藤 圭子)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 그 안에 생겨난 가치관과 감정이 촘촘히 엮여있는 '음악인이 아닌 우타다 히카루'가 '음악'으로서 표현되어 있는 결과물인 것이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생각하게 된 생과 사의 의미, 그리고 자신이 어머니가 됨으로서 깨닫게 된 그 위대함이 여러 트랙에 걸쳐 대중과의 교감을 갈구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와 구성의 측면으로 비추어보면, 「道(길)」와 「花束を君に(꽃다발을 그대에게)」을 가장 중요한 트랙으로 꼽을 수 있다.

 

「花束を君に」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노래다. 1절의 피아노를 필두로, 현악이 덧붙여지고 고동이 치듯 드럼이 울린 후, 후렴 마지막 구절인 ‘?色の花束を君に(눈물 색의 꽃다발을 그대에게)' 후에 모든 악기들이 접점을 이루는 순간 느껴지는 온기는 온몸을 찌르르 울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어머니에게 띄우는 편지와도 같은 이 곡에서, 이제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리고 자신도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그 뜻을 이어가야 함을 알게 된 목소리 속 의지가 악기의 따뜻함을 통해 오롯이 피어나는 광경이 실로 아름답다. 같은 맥락의 「道(길)」에선 월드뮤직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리듬을 사용해 좀 더 과감한 표현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 두 곡에 담겨 있는 주제의식 및 음악적 경향은 각기 다른 트랙으로 파생되어 나간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생과 사의 고찰로 이어지며, 이를 몽환적이면서도 장대한 편곡으로 만들어 낸 「忘却(망각)」을 통해 대비시키기에 이른다. 그리움과 절망을 이야기하는 코오(KOHH)의 래핑과 인과관계의 순리를 따르는 듯한 그녀의 음성이 대비되며 만들어지는 풍경이 음울하면서도 황홀한 궤적을 그린다. 반면 앞서 이야기한 리드미컬함은 「荒野の狼(황야의 이리)」의 소울풀하면서도 야생적인 악기 운용에서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 테마가 도드라지는 와중에도 음악적인 내실 또한 놓지 않았다는 증거로 통용된다.

 

또 하나, 피처링을 통한 합작은 또 다른 시도 중 하나다.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시이나 링고(椎名 林檎)와의 듀엣은 이제껏 만나 볼 수 없었던 긴장감을 자아낸다. 각자의 특색이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기묘하면서도 불순한 공기는 올바르게만 살아왔던 한 여가수의 일탈처럼 와 닿기도 한다. 스이요비노캄파넬라(水曜日のカンパネラ)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오부쿠로 나리아키(小袋 成彬)와의 하모니는 또 어떠한가. '동성애자인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 친구에게 느끼는 사랑'을 주제로 한 이 곡에선 중성적인 목소리와 층을 이루며 혼자 불렀다면 나오지 않았을 눅눅하고 습기 찬 분위기를 발신한다. 가창 뿐 아니라,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의 주제가이기도 했던 「?流し(벚꽃 흘려보내기)」를 통해 영국 출신의 폴 카터(Paul Carter)와 공작을 하는 등, 주위 환경과의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발휘하며 복귀작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뮤지션으로서의 압박을 벗고 공백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우타다 히카루라는 인간을 투영한 진정성 만재의 작품이다. 동시에 서구 팝의 경향이 크게 반영되었던 그간의 작품과는 달리, 모국인 일본의 정서와 싱크로 해 어느 때보다 그 조타수를 '제이팝'의 영역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뉴욕이라는 기억 속 공간에서 벗어나 도쿄라는 현실의 세계로 진입했기에, 그리고 그 현실세계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존경이 가득차 있기에 탄생할 수 있는 모뉴먼트인 것이다. 모두가 그녀의 음악을 그리워할 때, 그녀는 철저히 음악을 외면했다. 이 신보는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인간으로서의 트레이닝이 끝난 지금, 그녀에겐 이제 그 잠재력의 개방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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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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