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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서 할게요”에 대처하는 방법

『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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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영어 제목이 꽤 재미있다. “만일 엄마 아빠가 입을 닥친다면 그들의 말을 들을게요”이다. 전작의 제목도 재미있는데 “내 인생에서 꺼져주세요. 그런데 그전에 쇼핑몰까지 태워 주실래요?"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초장에 잡기도 하고,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다가 나중에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10대가 된 아이, 청소년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10년 동안 익혀서 겨우 익숙해진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또 많은 것을 새로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과 공부가 전면에 나서다 보니 ‘올바른 양육’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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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해야 할 말만 딱 하고 멈춰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될 때 머리맡에 두고 꺼내보면 좋을 책이 한 권 있다. 앤서니 울프의 『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I'd listen to my parents if they'd just shut up)』다. 저자인 앤서니 울프는 미국의 심리학자로 30여 년간 사춘기를 겪는 아이와 부모를 상담했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이 꽤 재미있다. “만일 엄마 아빠가 입을 닥친다면 그들의 말을 들을게요”이다. 전작의 제목도 재미있는데 “내 인생에서 꺼져주세요. 그런데 그전에 쇼핑몰까지 태워주실래요”이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그가 상담했던 수많은 사례를 생생하게 조각조각 내서 어떤 상황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럴 때의 아이의 심리는 무엇이고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 두 명의 사례를 깊숙이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건 몇 명의 특수한 경우일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하기보다, 일반적 십 대의 아이를 둔 부모가 겪을 일을 일상 속에서 다룬다. 그래서 더욱이 한 번 읽고 서재에 꽂아두기보다 머리맡에 두고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꺼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하는 것이다.

 

책의 앞 부분은 십대가 되면 아이의 마음 안에 어떤 변화가 오는 지 설명을 한다. 일단 그 변화를 알아야만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을 알려준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전략을 바꿔서 접근하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의 뜻이 다를 때에는 ‘부모로서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일만 딱 하고 멈춰라’고 조언하며 아이와 싸워 이겨서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고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아이는 변할 숙명을 타고 났고, 이제 부모에게서 벗어날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는 애착이 아니라 분리를 받아들이고 얼마나 현명하게, 또 크게 아프거나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분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도 ‘분리와 독립’이다. 그래서 일종의 부모에 대한 알레르기가 생긴다. 엄마가 가까이 오면 불안해지고, 나가면 다시 편안해진다. 엄마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자기 권한을 갖는 것이 갈수록 우선순위를 갖게 되는 시기가 오는데 이 타이밍을 잘 잡아채는 부모는 현명하게 사춘기를 넘어설 수 있다. 부모는 십대가 지금 이런 독립이라는 감기를 앓고 있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아이와 부모 모두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아이들은 십대가 되면 부모에게 대들고 따진다. 토론을 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한 편으로는 아이의 심리발달과 함께 토론을 즐기는 면도 있고, 약자의 입장에서 지거나 비기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기면 큰 진전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도전자의 입장에 설 필요가 있다는 점도 크다. 이럴 때 부모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언제나 논쟁을 하려고 하고 이유를 따질 때 끝장토론을 해서 승리를 거머쥐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특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이때 일단 부모가 “안 돼”라고 정한 일이면 오래 이야기를 끌고 갈 필요 없다. 우리는 방송 진행자가 아니다. 자연스럽고 모두가 만족한 토론의 마무리는 현실에서 얻기 어렵다. 

 

자는 ‘그냥 입을 다물어라. 말을 하지 마라.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지시하면서 한 번 정해진 것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일관성은 물론 절대적인 것이 아니겠지만 엄격한 면이 있어야 한다.

 

이건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춘기 아이는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나아가고 싶어한다. 이때 집의 규칙을 만들어서 통보하고 지키게 하는 것은 사실 부모로서도 매번 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첫 아이의 경우가 그렇다. 거기다 남매라면 더 복잡하다. 십대 남자, 십대 여자아이의 경우는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더욱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을 때에는 십대 이전과 이후는 많은 차이가 있다. 5, 6세에 지켜야 할 것들은 어떤 환경이든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십대 이후에 용돈, 화장, 외출, 놀러 가는 것, 옷을 사는 일에 대한 자유도의 허용은 다를 것이 분명하다. 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저자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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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제시하는 원칙은 결국 ‘아이는 자라서 부모의 품을 벗어날 것이다. 이를 인정해라. 이제는 뭘 더 해주려는 노력보다는 해주고 싶은 욕심을 참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소유 지분을 줄여나가는 만큼 아이는 독립과 성장을 한다. 결국 돌아올 것을 믿고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400쪽 가깝게 방대한 분량이지만 어려운 이론이나 설명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특이한 책이다.

 

아이를 처음 낳았을 때, 영유아일 때,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그렇게 열심히 육아를 공부하던 부모들이 아이가 십대가 된 다음에는 오직 아이가 공부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만 매달리고 있다. 진짜 아이의 성장을 바라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어른과 어른으로 좋은 부모와 자식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징검다리가 되는 십대를 이해하고 잘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를 넘기는데 반복해서 들춰보며 원칙을 잃지 않도록 다잡아줄 가이드북이 필요한데 이 책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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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앤서니 울프 저/곽윤정,김호현 공역 | 걷는나무
청소년 심리 전문가 앤서니 울프 박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힐링 대화법. 자녀와 부모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부모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까지 자유를 허락해야 하는지, 언제 말하고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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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앤서니 울프> 저/<곽윤정>,<김호현> 공역13,500원(10% + 5%)

문제 많은 두 명의 10대 아이를 키운 아빠이자 30년 넘게 수십만 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를 상담해온 청소년 심리 전문가 앤서니 울프 박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힐링 대화법. 딱딱한 교육학 이론과 양육실태조사 결과를 나열하는 대신 자녀와 부모가 나누는 실제 대화를 통해 부모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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