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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웃기는 지휘자지만 우스울 순 없다

개그와 클래식은 같이 갈 수 있다 ‘지휘 퍼포머’지만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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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이라도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많은 사람한테 소개해서 관객을 늘려 가면 나중에 그분들이 좋은 연주자들, 훌륭한 지휘자들한테도 가서 듣지 않겠어요? 고상한 사람들, 유학 가고 훌륭하게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를 오랜만에 본 건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이었다. 보타이에 연미복을 갖춰 입고 나타난 개그맨 김현철은 ‘저는 이제 더 이상 웃기는 사람이 아닙니다’라며, 최근 지휘자로 활동하는 근황을 공개했다. 잠깐 얼굴을 비친 게스트 출연이었지만 여전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박명수의 ‘쪼쪼댄스’와 ‘오호츠크 랩’의 원조는 자신이라며 몸개그와 라임이 맞지 않는 랩으로 화면을 장악하는 모습에서 근엄하고 진지한 지휘자의 모습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김현철은 현재 김현철의 유쾌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샤롯아마추어오케스트라 단장, 은평 국제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홀트 학교 오케스트라 명예 지휘자를 맡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희극에 정통했던 김현철은 여러 번 클래식 음악을 활용한 개그와 콩트를 선보이곤 했다. 100세 시대, 누구나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이때, 여전히 사람들은 ‘개그맨’과 ‘지휘자’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러나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 개그맨이라고 해서 연주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 개그맨은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김현철은 최근 활동을 통해 증명하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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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좋아하는 개그맨


개그계에서는 나름 선 굵은 중견 개그맨이신데요. 음악에도 재능이 있으셨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오락반장을 놓쳐 본 적이 없어요. 대학교를 재수했는데 심지어 재수학원에서도 오락 반장을 했어요. ‘우스운 두각’을 나타냈던 셈이에요. 오락 반장의 역할은 지금으로 치자면 반에서 MC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선생님 없을 때마다 장기자랑을 시켜야 하는데, 또래 친구들은 모두 「J에게」 같은 가요만 불렀어요. 그때도 「오 솔레미오」 같은 가곡을 불렀어요. 아이들도 가요를 부르는 것보다 가곡을 부르는 걸 더 재밌어하더라고요. 야, 이걸 하니까 아이들이 재밌어하는구나, 어떻게 하면 더 웃겨줄까, 이런 궁리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들으면서 레퍼토리를 점점 늘려나갔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죠. 중학교 1, 2학년 때쯤 친형이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음악 LP판을 사서 집에 왔어요. 지금으로 치면 영화 OST죠. 처음에 나오는 곡이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인데,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다니! 하면서.


최근 클래식하는 개그맨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 한지는 오래되셨다면서요.


서울예전(현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각 배우 개인기를 보여주는 신(scene)이 있는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특별히 잘하는 게 뭘까 하다가 극장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까 음악만 틀어주면 지휘할 수 있고, 핀 조명만 있으면 썩 분위기가 나겠더라고요. 지휘 연기를 하다 보니 ‘저 친구는 클래식을 지휘하는 놈’으로 소문이 났어요. 군대에서도 문선대로 들어가서 환경이 열악하니까 음악만 틀면 할 수 있는 지휘 개그를 또 짜고, 제대 후에 서울방송 들어가서도 클래식이 빠지지 않았어요. 콩트에서 길을 가는데 돈을 주웠어, 그럼 ‘야! 신난다!’ 하면서 <카르멘 서곡>을 틀어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식으로 잘할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활용한 거죠.


1996년에 MBC 공채로 가서도 클래식을 활용한 콩트를 한 적이 있어요. 발에다 큰 스프링을 연결한 스키 부츠를 신고 무대에서 지휘 연기를 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런 아이디어를 냈을 때 PD도 좋다고 해서 나 때문에 세트를 만들었는데 3주인가 4주 하고 그만뒀어요. 사람들 반응이 별로 없었어요. 기존에도 <세바퀴>에서 지휘하는 연기를 했는데 과하게 하다 보니까 목디스크가 왔어요. 병원에 갔더니 목을 떨면 큰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대요. 그래서 더 하고 싶었는데 코너를 그만둔 적도 있어요.


개그 프로그램이나 방송에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한 것과는 별개로, 실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공연에서 해설만 하다가, 관객 팬서비스처럼 한두 곡을 지휘하는 퍼포먼스를 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들어온 곡이고 여러 번 희극에 사용하던 소재니 보기에는 합이 잘 맞았겠지요. 그러다 보니까 ‘김현철이 지휘한다’라고 언론에 소개된 거예요.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했더니 청소년이 방학 숙제로 많이 와서 보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오케스트라를 모아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 건 아니었어요.

 

 

나는 ‘지휘 퍼포머’


연습부터 오케스트라 단원과 함께 합을 맞추는 건가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아닌 프로들은 한 번이나 두 번 맞추면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나올 수 있어요. 서울시향이나 KBS 교향악단처럼 월급제로 있는 곳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연습하겠지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처럼 매번 모여서 ‘똥 덩어리!’ 이러면서 단원들을 가르치지는 않아요. 물론 같이 연습하는 시간은 있죠.


지휘자라면 단원을 이끄는 역할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지휘자라기보다는 지휘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으로 지금의 저를 정의하고 있어요. 개그맨으로는 20년 넘게 해온 일이니까 자신 있어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내가 지휘자 자리에 선 시간은 정말 짧단 말이에요. 방송에서 변호사, 의사, 셰프, 이런 분들이 나와서 재밌는 이야기 많이 하시지만, 자신을 개그맨이라고 소개하진 않잖아요. 클래식을 정말 좋아하고 이 일이 재미있지만,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휘자 비슷한 말로 ‘지휘 퍼포머’라고 붙인 거죠.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깍듯하게 대해주신다고 들었어요.


눈썰미 있는 사람이 왜 연주 끝나고 오케스트라한테 인사를 하냐고 묻더라고요. 보통 지휘자는 마지막 곡이 끝나면 오케스트라 일으켜 세우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그대로 나가잖아요. 저는 연주가 다 끝나면 가장 먼저 오케스트라 단원들한테 인사해요. 나와줘서 고맙다는 의미에요. 연주자들이 저보다 어리지만 직종 선배로서 예의를 갖춰서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하죠.


클래식 연주자들이 좋은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다녀오고 악기도 비싼데 설 무대가 사실 별로 없어요. 무대가 없어서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기도 해요. 저만 해도 학교 연극과 같이 졸업해도 모두 연기자가 되진 않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어렵게 자리를 잡아서 연주하는데 나랑 같이 서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으니까요.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도 같이 하고 계세요.


2014년부터 지금까지 홀트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명예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느 날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장애인 어머니가 나와서 제 앞에서 우리 아이랑 이런 걸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우시는 거예요. 제가 클래식 음악 하더니 갑자기 착해진 것도 아니고 남을 생각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였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게 감동할 만한 일이라는 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돈 주고도 와서 할 법한 일을 누군가 좋아하는 게 감동이었죠.


재능기부 외에 다른 행사도 많이 늘어나셨죠?


내가 즐거워서 몇 년 일을 하다 보니까 클래식 관련해서 나름 같이 일하는 회사도 생기고, 조금씩 일이 들어오고 있어요. 주로 클래식 공연에서 해설하는 일이지만, 기업체에서 예전에는 행사 MC를 맡아달라고 했다면 요새는 클래식 특강을 해달라고 해요. 중국에서도 공연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점점 일이 커지고 있어요. 영화처럼 고급스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했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한곡씩 혼자 듣고 외웠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기가 맞지 않았고 좌절하다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런 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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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과 지휘자 사이


요새는 클래식 일과 방송 활동 비중이 어느 정도 되나요?


요즘에는 클래식이 70이고 방송이 30이에요. 지자체에서 세금을 가지고 지원해주는 공연에 선정되기도 하는데, 이쪽 분야에서는 많이 성공했어요.


처음에 지휘하실 때 사람들이 많이 웃었다고 그랬잖아요. 여전히 개그맨으로 보는 인식 때문에 방송에 덜 비춰야겠다는 생각도 있나요?


그런 생각도 하죠. 처음에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명예 지휘자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학부모들이 걱정됐어요. 없는 돈에 허리띠 졸라매 가면서 음악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건데, 정규음악교육을 거치지 않은 개그맨이 와서 명예직이지만 지휘자 이름을 받는다고 하면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개그맨을 보면 앞뒤 안 가리고 웃음부터 터지는 사람이 있잖아요. 방청객이 그렇게 웃어주면 좋지만 진지한 자리에서 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웃으면 안 되잖아요. 개그맨들끼리 흔히 웃기는 사람은 되어도 우스운 사람은 되지 말자고 하거든요. 그렇다고 공연에서 웃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요.


<무한도전>에서 한 ‘나는 이제 웃기지 않은 사람입니다’는 말이랑 겹치네요.


방송에서는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할 수 없었죠. 예전처럼 외모만 보고 웃지 말라고 부탁하는 걸 한마디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하지만 오히려 웃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더 웃기다고 하대요. 옛날에 그렇게 웃기는 사람으로 있을 때는 안 웃어주다가 웃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면 웃어주니까, 모든 게 다 욕심이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성인들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욕심 없이 가야죠.


음악 하는 분들 말고, 방송이나 개그계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외인구단’이라고 제가 만든 개그맨 야구단이 있어요. 거기서는 무슨 지휘를 하느냐고 그래요. 개그맨들하고는 클래식 이야기할 일이 별로 없고, 그냥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알지 제가 실제로 얼마나 많이 곡을 외우고 공부하는지는 몰라요. 클래식하시는 분들도 물론 마음에 안 드실 수 있어요. 뭐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많은 사람한테 소개해서 관객을 늘려 가면 나중에 그분들이 좋은 연주자들, 훌륭한 지휘자들한테도 가서 듣지 않겠어요? 고상한 사람들, 유학 가고 훌륭하게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클래식 전도사가 되고 싶은 거군요?


클래식 좋아하세요? 왜 좋아하세요? 들으면 좋죠. 그거예요. 고전 클래식, 이미 들은 적은 많지만 어렵고 재미없다는 클래식은 왜 그럴까요. 그 곡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가요나 팝송은 가사가 있잖아요. ‘나 오늘 완전히 털렸어’ 하면 사람들이 털린 기억이 있으니까 감정 이입을 하거든요. 하지만 클래식은 모르는 언어거나 아예 노래 가사가 없잖아요. 그걸 아는 노래로 만들어 주는 거죠. 그래서 클래식 길라잡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개그할 때보다야 돈도 덜 벌고 힘들지만 그런 게 재미있어요.

 

 

나름 실력 있어요


악보를 못 보신다고요.


저랑 같이 공연을 했던 사람도 정말 악보를 못 보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까 악보 없는 거 보셨잖아요, 하면 그래도 못 믿어요. 언론 홍보를 위해서 일부러 못 보는 척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또 어떤 사람은 악보를 보지 못하는데 클래식 음악을 한다는 건 한글도 모르는 사람이 책 소개하는 꼴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는 그런 측면도 있을 거예요. 제가 또 잘 외우잖아요. 예전 국사 연도나 그런 거 잘 외워요. 그런 재능이 영향이 있는 건지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외우게 된 건지 몰라도 어쨌든 다 외운 곡으로 공연해요. 지금은 서른 곡 정도 외우고 있어요.


하지만 여러 공연을 소화하고 계세요.


사람들은 내가 개그맨이니까 대충 지휘자 흉내만 내고 코미디 요소가 많이 들어간, 어떻게 보면 클래식을 가지고 웃기는 그런 공연만 생각하는데 저는 진지해요. 지휘가 그렇게 재밌어 보이지는 않잖아요. 웃긴 요소가 별로 없어요. 동작을 조금 크게 한다 뿐이에요. 같이 공연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들도 제가 이 정도까지 클래식에 대한 깊이가 있을 줄은 잘 몰라요. 악보를 못 보는데 어떻게 서른 곡을 연주하냐. 이제까지 무수하게 훌륭한 연주를 닳도록 들어서 어디가 틀리고 어디를 맞춰야 하는지 듣고 아는 거예요. 음악 맞춰서 하다가 이쪽이 커지면 이쪽을 맞추고, 저쪽이 나오지 않으면 나오게 하고, 이러는 거죠.


외운 곡으로 공연하시는 건가요?


제가 외우지 못한 곡은 공연 못 하죠. 음악을 쭉 듣고 지휘를 하더라도 틀린 부분을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어디 몇 쪽 몇 마디인지 모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틀린 부분이 어디라는 걸 설명할 수 없어서 지적하지 못했죠. 하나 틀렸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입으로 흥얼거리다가 고칠 수는 없잖아요. 요새는 팀하고 많이 친해져서 악장에게 부탁해서 틀린 부분이 있을 때마다 악보에 체크만 대신 해달라고 해요.


그럼 틀린 부분이 나오면 어떻게 하세요?


예를 들어 음이 정확히 한 악기처럼 나와야 하는데 흘러가듯이 연주할 때가 있어요. 그럼 저만의 표현을 쓰죠. ‘귀가 안 들리는 사람도 들리게끔 딴, 딴, 딴! 연주해주세요.’ 전공자라면 그냥 스타카토라고 말해도 될 거예요. 음악 용어가 다 있겠죠. 하지만 다들 아는데 거기서 잘난 척 하면서 제가 용어 써가며 바로잡고 싶지는 않아요. ‘물이 워낙 수압이 세서 수챗구멍에 막 들어가려다가 우웩, 하고 빠지는 기분으로 연주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의사전달을 해요.


다른 인터뷰에서 전문적으로 음악 공부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하신 적이 있으세요.


딜레마예요.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공부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요?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공부하는 걸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에요. 지금도 차 안에 늘 책이 있어요. 하지만 어떤 분들은 제가 학위를 따고 이제부터 악보를 보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악보를 몰라도 진짜 좋아해서 노력하는 게 오히려 인간미 있고 좋다고 해요. 지금은 사실 절름발이죠. 외우지 못한 곡은 못 하니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른 역할도 그렇지만, ‘김현철의 유쾌한 오케스트라’는 직접 창단해서 지휘자로 있습니다. 이름이 들어간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사실 부담스럽죠. 어느 장사를 해도, ‘김현철의 쌈밥집’ 같은 간판을 달면 위생부터 끝까지 신경 써야 해요. 하자 잡히기도 쉽잖아요. 또 연주하는 분들이 김현철 이름 넣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기 싫어할 수도 있고요. 얼마나 책임감을 느꼈는지 항상 손목에 물이 차서 주기적으로 빼 줘야 해요. 정석으로 지휘법을 배웠으면 그렇게까지 안 했을 수도 있는데, 더 오버해서 하다보니까 손목에 물이 차요. 연주를 앞두고는 더 심하죠. 하다못해 감기에 걸리더라도 나 때문에 엉망이 되면 안 되니까 링겔 맞고 오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 줘요. 혹시 제가 들어왔을 때 얼굴 빛나고 그러지 않았어요?


음, 아뇨(웃음). 주변 분들이 요새 얼굴이 빛난대요?


그렇대요(웃음). 개그맨으로만 있으면 사실 그럴 필요 없잖아요. 하지만 지휘 퍼포먼스는 그렇게 하는 게 스스로 즐거워요. <김현철의 유쾌한 클래식>이라고 팟캐스트도 운영해요. 앞으로도 더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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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이런 곡


공연에서 연주하는 곡은 뭐가 있나요?


클래식을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도 작곡가가 누군지, 곡명이 뭔지 모를 뿐이지 누구나 들어봤음직 한 곡들이 있어요. 저도 최근에서야 제목을 안 곡도 있어요. 라디오에서 처음에 말하는 제목을 놓치면 곡을 듣고 있어도 무슨 노래인지 모르잖아요. 어디 가서 허밍으로 불러주면서 이 곡 제목이 뭐냐고 물어보면 미친 사람 취급받겠죠. 주로 오페라 서곡이 그런 경우가 많아요. <윌리엄 텔의 서곡>이나 <카르멘 서곡>, 다들 잘 아는 <하바네라>나 <캉캉> 같은 거죠. 개인적으로는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을 좋아해요. 예전 KBS 뉴스나 <유모어 일번지> 같은 프로 자막을 올릴 때 배경 음악이었어요. 몇 년 전에야 글란카라는 작곡가의 곡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곡은요?


스케일 큰 곡 해보고 싶어요.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그걸 하려면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그 한 곡 때문에 사람을 많이 쓸 수가 없어서 못 하고 있어요. 현대 음악가는 하챠투리안의 <칼의 춤>이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도 마림바나 실로폰 같은 타악기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다 섭외해서 할 수 없어요. 어쩔수 없이 지금 오케스트라 수에 최적화된 곡을 하고 있어요. 지금도 4관 편성은 무리고 1관 편성으로만 오케스트라를 꾸렸어요. 예산이 없으니 거기 맞춰야죠.


<채널예스>에서 책을 내지 않은 사람을 인터뷰하는 일이 드문데요, 책을 내실 생각도 있나요?


안 그래도 책 내자는 사람이 많았어요. 작가랑 같이 초안 쓴 적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 랩으로 유명해져서 음반도 내보자는 제안을 거절했어요. 제가 음치인데 누가 제 노래를 돈 주고 듣겠냐는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제가 쓴 책을 누군가 돈 주고 사서 읽을 정도가 되어야 내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생각이에요. 제가 쓴 클래식 책을 읽을 독자가 있다고 한다면 내야죠.


클래식을 활용한 개그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하셨어요. 나중에는 개그로 회귀하시는 건가요?


클래식하면서 방송 활동 다 접은 거 아니에요. 기본 본분은 언제까지나 개그맨이고 희극 배우예요. 지금은 클래식을 가지고 희극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클래식 깎아내린다고 할까 봐요. 박명수 씨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은 박명수 씨가 길거리에서 ‘확 씨!’ 해도 사람들이 아니까 웃죠. 하지만 제가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확 씨’ 하면 당장 싸움 날 거예요. 그래도 조금 알아야 사람들이 그 사람의 진정성을 이해할 텐데, 아직은 사람들이 제가 음악 활동하고 지휘한다는 걸 모르잖아요. 지금 제가 클래식 음악으로 희극 연기를 하면 클래식 음악 가지고 장난친다고 할 거예요. 지금은 더 활동해야 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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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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