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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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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시인 스스로도 “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없었더라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하듯 시가 우리에게 찾아오는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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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어요.
다정하게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은영 시인입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자 다수의 철학서를 펴낸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문학상담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진은영 시인은 “내내 생각하게 되고, 한 번 더 읽어보려고 귀퉁이를 접게 만드는 시를 같이 읽고 싶다”라고 전하며 2011년에 시작해 2016년에 마무리한 연재를 엮어 책으로 펴냈습니다.

 

시가 필요한 시간 『시시하다』가 바로 그 책입니다.
안녕하세요, 『시시하다』를 만든 위즈덤하우스 편집부 최연진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입니다. 편집부에서는 이 문장을 보자마자 심쿵했는데요. 진은영 시인 스스로도 “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없었더라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하듯 시가 우리에게 찾아오는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모호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꾸 기억나는 시, 그런 시를 읽다 보면 삶에 대한 참을성을 기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어쩌면 생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일 수도 있음을 가르쳐줄 수 있지요.”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인터뷰에서 진은영 시인이 한 말입니다. 단번에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시뿐만 아니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끌리고, 어리둥절한 사랑 같은 시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고 밝히면서요.

 

진은영 시인이 특별히 애정하는 92편의 시를 따라 읽다 보면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의 파도를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올라탑니다. 시를 읽고 풀어낸 에세이는 삶을 깊숙이 관통하는 동시에 편안하고 다정하게 일상을 위로합니다. 시와 시적인 에세이가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책,이라고 멋진 감상평을 보내준 독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을 꼭 알아주는 이와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시를 어떻게 감상하고 해독하고 체득해 나아가는지를 정직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은 “좋은 시는 좋은 독자를 만나야 비로소 그 좋음을 완성한다는 생각이 든다. 진은영 시인은 좋은 독자이다”라고 밝히며 멋진 추천의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그중 일부를 읽어드립니다.


“시를 자신과 세상 사이에 펼쳐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시가 증언하는 진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그 진실이 슬프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시로 인해 세상이 하나의 세상이 아니며, 무한히 펼쳐지는 부챗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능성으로 충만해진다는 사실을.”

 

제목 『시시하다』는 진은영 시인의 시어에서 따왔는데요, 처음 연락을 나눌 때 선생님의 메신저 별명도 ‘시시’였습니다. ‘시시한 것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자는 시시하다’라는 본래 뜻에 더해 여러 편의 시들, 시를 읽는 시간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은영 시인은, 시 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되새김질할수록 삶이 더 맛있다는 걸 알려준다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같은 시라도 한 해 한 해 다르게 읽힙니다.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다른 뜻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는 여러 번에 걸쳐 읽을수록 좋습니다.

 

『시시하다』는 언제든 어디든 갖고 다니며 가방에 쏙 넣었다 뺐다 늘 곁에 두고 볼 수 있도록 아담하고 튼튼하고 예쁜 꼴을 갖추었습니다. 본문 사이 시와 에세이의 흐름을 연결해주는 사진 또한 눈과 마음을 쉬게 해줍니다. 그래서 “내 손안의 작고 깊은 위로의 책”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에게 시가 필요한 시간, 마음에 꼭 맞는 시를 골라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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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침대 같은 소파에 눕듯이 앉아 계십니다. 나는 다가가 아버지를 깨우지만 아버지는 일어나지 않고 나는 하는 수가 없어져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눈에 갖다 댑니다. 손가락 두 개로 아버지의 눈꺼풀을 엽니다. 아버지의 노란 눈이 보입니다. 아버지는 열이 나고 눈은 노랗고 어쩌다 깨어 있을 때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자꾸만 눈을 감습니다. 아빠 아빠 아버지 아버지 쳐다보고 있으면 아버지는 아버지인가 오히려 보고 있을수록 아무런 느낌이 없어집니다. 


아버지가 말하는 소설은 속리산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났다 하는 아버지는 속리산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그 할머니는 긴 역사를 말하고 그 할머니의 손녀는 또 다른 시간을 보는데 아버지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꼭 너는 그것을 써야 해 말하고 다시 깊은 잠으로. 


아버지는 정말 아버지일까요? 이 사람이 십몇 년 전에 어떤 여자와 아버지가 될 만한 일을 하고 어떤 여자는 나를 낳고 그리고 나는 시간이 흘러 이 자리에 앉아 그 남자를 깨우고 있는 걸까요? 아버지가 아버지가 맞다면 그렇다면 별수 없이 아버지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딸이라고 하는 내가 봐도 잠깐 정신을 놓으면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무심결에 아버지를 보면 아 할아버지인가? 싶게 하는 이 늙은 남자가 정말 아버지일까요?

 

- 『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문학과지성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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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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