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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듣는 휘파람 명곡 23선

음악에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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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의 '휘파람'이 웅변하듯 음악에서 휘파람은 여전히 주요 악기로 활용된다. 곡조나 리듬과 잘 섞이면 그것은 인공위성(人工偉聲), 사람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소리로 승격한다. 가을과의 어울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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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불어본 적이 언제인지. 각박한 삶 때문인지 아니면 소음공해로 전락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거리와 골목에 휘파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막 나온 '블랙핑크'의 「휘파람」이 웅변하듯 음악에서 휘파람은 여전히 주요 악기로 활용된다. 곡조나 리듬과 잘 섞이면 그것은 인공위성(人工偉聲), 사람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소리로 승격한다. 가을과의 어울림도 좋다. 휘파람 소리 하면 떠오르는 팝과 가요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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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밀러(Mitch Miller) - 「March from the River Kwai - Colonel Bogey」 (1957) - 영화 <콰이강의 다리> OST

 

아마도 휘파람 음악이 갖는 일반 이미지를 결정한 연주곡일 것이다. 1957년 영화 <콰이강의 다리(Bridge On The River Kwai)> 속에서 일본인 수용소에서 영국군 포로들이 분 휘파람 소리는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저항적 자세와 희망을 상징하면서 기성세대의 청감(聽感)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드럼과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맞물려 그 소리는 보무당당하고 호쾌하다. 휘파람의 중독성으로 따지면 가히 역대 급! 오죽하면 이런 음악을 인정하지 않았을 록 전문지 <롤링 스톤>이 휘파람 명작 15곡을 선정하면서 “한번 들으면 뇌 안에서 잔인할 정도로 계속 맴돈다”고 '경고'했을까. 오래 전 국내 팬들도 머리가 벌겋게 되도록 이 곡으로 휘파람 배틀을 벌이곤 했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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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 레딩(Otis Redding) -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1968)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소울의 왕(King of soul)'의 대표곡. 오티스 레딩은 이 노래를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스티브 크로퍼(Steve Cropper)와 함께 작곡을 했다. 대부분 녹음을 마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비행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홀로 남은 스티브 크로퍼는 임시로 레코딩을 했던 오티스 레딩의 휘파람을 그대로 두었고 그의 마지막 숨결은 영원히 노래 속에 남게 되었다. 전주에 파도와 갈매기 소리를 더해 더욱 애잔함이 묻어난다. 노래는 당시 베트남 전쟁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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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John Lennon) - 「Jealous guy」 (1971)

 

존 레논의 역작 <Imagine>엔 평화, 반전(反戰), 고찰 그리고 사랑이 담겨있다. "국가, 종교는 없어요. 세계는 하나가 될 거에요."('Imagine’), "군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엄마, 죽고 싶지 않거든요."('I don't wanna be a soldier mama I don't wanna die'), "고작 yesterday를 만들어냈을 뿐."('How do you sleep?'). 잘난 척과 허례허식을 버리고 자신의 언어로 진실한 이야기를 전하는 존 레논. 그중 「Jealous guy」는 질투와 시기를 반성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러브송이다.

 

전신인 「Child of nature」의 가사를 바꾼 그는 "인도에 있었을 때, 마하리시의 말씀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 노래는 곧 「Jeaslous guy」가 된다. 노래의 의미는 분명하다. 사랑하는 여자를 가두고 세상과 단절시키며 소유하려는, 그런 질투심 많은 남자를 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랑하는 여자는 필시 오노 요코일 터. 폴 매카트니를 향한 질투라는 설은 폴 자신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니 어느 쪽을 믿던 자유. 현악 세션과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합주는 곡을 풍성하게 만들며 반주 속 휘파람은 자기 고백적 가사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배경이야 어떻든 사랑스러운 곡임은 틀림없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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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조엘(Billy Joel) - 「The stranger」 (1977)

 

휘파람에도 종류가 있다. 흥에 겨워 내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고독과 쓸쓸함의 결정체도 있다. 빌리 조엘의 명반 <The Stranger>의 동명 타이틀곡 속 휘파람은 명백히 후자다. 도합 2분에 달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피아노 선율과 어우러지는 휘파람은 '이방인'의 무드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노래의 본질은 온전한 로큰롤이었으나, 도입부와 엔딩은 그 자체만으로 또 다른 음악이었다.

 

국내 1970년대 팝 팬들이 잊을 수 없는 이 휘파람 수작에는 재밌는 제작 비화가 전해진다. 노래를 작곡한 빌리 조엘이 전설적인 프로듀서 필 레이먼(Phil Ramone)에게 휘파람 선율을 들려주며 이 멜로디를 연주할만한 악기가 필요하다고 하자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 악기는 필요치 않아. 그 휘파람, 그게 '이방인'이야.”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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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사이먼(Paul Simon) - 「Me and Julio down by the schoolyard」 (1972)

 

1972년 발표된 시대적 명반 <Paul Simon>의 두 번째 싱글. 곡에 'Me and Julio'라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붙잡혀 간 죄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아 많은 의문을 남겼다. 폴 사이먼 자신은 이를 두고 '불가해한 엉터리 시'를 끼적였을 뿐이라 격하시켰지만 일종의 약물 찬가로 저물어가는 히피 세대를 위한 곡이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분 44초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삼바 뮤직에 주로 쓰이는 퍼커션 쿠이카(Cuica)의 흥겨운 라인 위에 안정적인 보컬을 얹어 여운을 남긴다. 뉴욕 센트럴 파크 한가운데서 휘파람 흥얼거리던 폴 사이먼의 젊은 시절이 그리워지는 순간.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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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글스(The Bangles) - 「Walk like an Egyptian」 (1986)

 

1980년대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 록 밴드 뱅글스의 1987년 히트 넘버. 댄스 그루브를 주조하는 리듬 섹션과 기타 연주를 지나면 귀에 확 꽂히는 휘파람이 등장한다. 캐치한 메인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짧게 들려주는 구간은 곡의 완급을 조절하며 노래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실은 「Mickey」의 토니 바실(Toni Basil)이 거절하며 빛을 못 볼 뻔했던 곡이지만 뱅글스로 넘어오면서 '대박'이 났다. 그들의 2집 <Different Light>에 실린 노래는 4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앨범의 상업적 성공을 견인했고, 밴드의 대표 곡으로 남았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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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 - 「Don't worry, be happy」 (1988)

 

바비 맥퍼린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곡의 휘파람 도입부를 들었을 때 "어?" 하지 않을 수 없다. 맥퍼린의 대표곡일 뿐만 아니라 '지구인의 히트곡'이니까. 1988년 발표돼 그해 빌보드와 그래미를 휩쓸었으며, 톰 크루즈 주연의 <Cocktail>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에 삽입돼 작품의 주요한 순간을 장식했다.

 

마냥 평온하고 낙관적으로 보이는 이 곡에는 그의 엄청난 음악적 재능이 담겨 있다. 맥퍼린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층(layer)을 쌓는 데 능란했다. 음악의 모든 구성 요소를 목소리 하나로 만들어낸 것. 아카펠라를 공부하고 싶다면 이 곡을 교본으로 삼아도 좋다. 코드를 깔아줄 베이스, 휘파람으로부터 시작돼 곡 내내 반복되는 모티브가 발전시키는 보컬의 화음, 프레이즈 중간에 등장하는 효과음 모두 아카펠라의 정석이다. 그는 별다른 도구(악기) 없이도 혼자 무수한 크레디트를 채우며 몇 사람의 몫을 맡았다. 이제는 '바비 맥퍼린'이라는 악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홍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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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가일스 밴드(J. Geils Band) - 「Centerfold」 (1981)

 

첫사랑을 성인 잡지(Centerfold)에서 보게 되었다면? 학창시절 순정에 대한 환상은 깨져버렸지만, 어느새 휘몰아치는 호기심에 잡지를 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힘차게 튀어나오는 클라이맥스의 밴드 연주는 새롭게 뿜어져 나오는 소년의 감정이 담겨있다. 기타 리프만 들어도 대부분에게 익숙한 곡일 테다. 주요 멜로디가 송대관의 「해뜰날」(1967)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역(逆) 표절 시비를 부르기도 했다. 40대들은 이 신스팝 사운드에 맞춰 춤을 췄고, 제이 가일즈 밴드는 처음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 얼른 집에 가서 잡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휘파람. 그건 솔직한 청춘의 휘파람 아닐까.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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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 「Patience」 (1988)

 

1988년 발표한 <G N'R Lies>에 수록된 「Patience」는 보컬 액슬 로즈의 휘파람 소리로 시작된다. 첫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에서 불안한 정서의 결정체를 보여줬던 건즈 앤 로지스의 날카로운 사운드를 기억한다면 새삼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거친 하드록에 금방이라도 앰프를 찢을 듯이 관통하던 일렉 기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어쿠스틱 기타가 자리 잡았다. 특유의 소란스러움을 찾아 볼 수 없이 부드럽게 사포질 된 사운드는 무심히 흐르는 휘파람 소리와 어우러져 그리움을 노래하고, 그 위로 내뱉는 건조한 음색을 듣고 있자면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살며시 고개를 드는 쓸쓸함과 어느새 마주하게 된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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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르피언스(Scorpions) - 「Wind of change」 (1991)

 

여기서의 휘파람은 그리움, 고즈넉함, 쓸쓸함과는 거리가 먼 기대에 찬 미래의 희망이 넘실거린다. 휘파람이 갖는 고전적 긍정 정서에 봉사하는 곡이다. 독일 밴드 스코르피언스는 동독과 서독으로 갈려 있던 모국이 베를린장벽과 냉전종식에 의해 마침내 통일되자 '변화의 바람'이라는 타이틀로 그 설렘과 기쁨을 노래했다. 도입부터 흐르는 '룰루랄라' 휘파람 소리는 설령 가사를 몰라도 어떤 내용의 곡인지를 즉각적으로 알게 해준다. 당연히 휘파람을 삽입한 유명 곡 리스트에서 빠지는 일이 없다. 우리들에게는 「Holiday」, 「Still loving you」, 「Always somewhere」 등 많은 골든 애청곡을 보유한 밴드이지만 정작 이들이 미국시장에서 톱10과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곡은 이 싱글이 유일하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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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즌 제인(Citizen Jane) - 「So sad and alone」 (1993)

 

「So sad and alone」은 유럽이다. 이 노래를 듣고 절대 중앙아시아나 북아프리카가 연상되지 않는다. 낙엽으로 총천연색으로 물든 도회적인 유럽의 한 도시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티즌 제인의 「So sad and alone」은 당시 재즈 붐이 불던 국내 음악팬들의 허세를 채워주는 곡이었다.

 

벨기에의 혼성 트리오 시티즌 제인이 1993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의 수록곡 「So sad and alone」은 이듬해인 1994년부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곧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들이 들려주는 재즈와 팝의 절충주의는 카페에서 듣기 좋은 라운지 음악 스타일로 탄생했고, 도입부와 중간 간주에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한 번쯤은 겪어봐도 괜찮을 낭만으로 승화시켰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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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Beck) - 「Sissyneck」 (1996)

 

<Odelay>를 제작하며 벡은 그간 자신이 들어온 갖가지 음악들로부터 수많은 샘플 원료를 뽑아냈다. 「Sissy neck」 역시 이 훌륭한 사운드 디자이너의 너른 안목 속에서 태어난 콜라주 중 하나였다. 펑크 밴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Life」로부터 오르간 라인을 가져왔고 컨트리 록 밴드 컨트리 펑크의 「A part of me'로부터 베이스 파트를 꺼내왔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벡은 재즈 아티스트 딕 하이먼의 「The moog and me」에서 휘파람 소리를 잘라내 왔다. 다른 재료들만큼이나 곡에 자주 출연하지는 않지만 휘파람은 곡에 주의를 집중시키게 하는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장난기 어린 터치에 벡의 비범한 재능이 담겨있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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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 - 「Twisted Nerve」 (2003) 킬 빌 OST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킬 빌 - 1부> 사운드트랙엔 우리에게 친숙한 몇몇 곡들이 수록되어있다. 예전 휴대전화 광고음악으로 사용된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의 「Bang bang (My baby shot me down)」을 필두로, 듣자마자 '아! 이거!'하고 '무릎'을 칠만한 토모야수 호테이(Tomoyasu Hotei)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도 사용된 곡이자 '빠삐놈' 신드롬으로도 유명한 산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까지. 스타일리시한 영상에 접목된 곡들은 B급 영화뿐만 아니라 팝 음악에도 능통한 타란티노의 탁월한 선곡 센스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중, 「Twisted nerve」는 알프레드 히치콕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작곡가 버나드 허먼이 1968년 동명의 영화를 위해 만든 곡. <킬 빌 - 1부>에선 악역인 엘 드라이버가 휘파람을 불며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주인공을 암살하기 위해 서서히 다가가는 장면에 사용되었는데, 곡이 뿜어내는 음산함과 서스펜스가 상당하다. 특유의 서늘함과 쓸쓸함, 그리고 왠지 모를 무게감. 휘파람 소리가 아니었다면 확실히 그 긴장감이 덜했을 것이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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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키스(Black Keys) - 「Tighten up」 (2010)

 

휘파람 라인에는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와 산뜻한 분위기가 담겨있다. 곡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이 캐치하면서도 가벼운 휘파람 소리는 댄 아우어바흐의 리드미컬한 블루스 기타와 패트릭 카니의 그루비한 퍼커션 비트가 전할 흥겨운 사운드를 잘 예고한다. 가뜩이나 멋진 곡에 휘파람이라는 매력적인 장치가 덧붙어 모양새가 더 멋지게 됐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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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비욘 앤 존(Peter Bjorn and John) - 「Young folks」 (2006)

 

휘파람은 소리의 굵기에 비해 그 색채가 너무 강렬해서 아주 많은 경우에 곡의 주요 리프로 쓰인다. 없어도 될 양념쯤으로 쓰는 일은 드물다. 스웨덴의 인디 밴드 피터 비욘 앤 존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Writer's Block>의 리드 싱글로 발매되었던 이 곡에서도 휘파람은 그 의도에 상관없이 큰 힘을 발휘한다. 리듬을 잘게 쪼개 처음부터 심장 박동을 키운 드럼, 그 위로 담백하게 얹은 베이스, 휘파람 소리가 돋보일 수 있는 조건에서 이들은 오히려 무심하게 하강하는 모티브를 그려낸다.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지만, 비교적 추운 스칸디나비아의 기운이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언뜻 인상을 죽이는 것 같은 휘파람의 쓰임이 오묘한 매력으로 파고들어온다. (홍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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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 - 「Pumped up kicks」 (2011)

 

이들의 음악은 화려한 전자음이 전경을 꾸미고 기타와 드럼은 철저히 백업을 담당한다. 일렉트로니카와 록의 만남은 댄스 플로어에 적합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밴드를 탄생시켰고, 그 정체성의 시작은 「Pumped up kicks」. 단순한 드럼 비트, 반복적인 베이스 리프의 뼈대 위에 벌스에 가한 복고적인 보컬 이펙트와 그루비한 기타를 얹혀 약간의 뽕짝을 가미한 이 팝 넘버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곡의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Torches>를 발표하게 된다. 「Pumped up kicks」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트랙들로 구성된 만큼 댄서블하고 "힙"하다. 여담이지만, 프런트 맨 마크 포스터는 힙스터를 증오한 나머지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10대 시절을 힙한 음악으로 포장해 이들을 춤추게 하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시도했다고. 눈 뜨고 코 베인, 그런 느낌이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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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샤프 앤 마그네틱 제로(Edward Sharpe & the Magnetic Zeros) - 「All wash out」 (2012)

 

바로크 팝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출신 인디밴드 에드워드 샤프 앤 마그네틱 제로의 트랙이다. 대중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누렸던 <Here>의 끝자락에 「All wash out」이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전통악기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따듯한 선율 위로 타악기 음인지 전자음인지 모를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이 굉음은 자연의 웅대한 존재감을 드높이며 인간의 실존을 약화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영향력 아래에서 뻗어내는 소리이기에 그들의 평화로운 외침은 의미를 얻는다. 인간 본연의 악기인 휘파람 또한 노래에 합류하여 존재론적 역할을 다한다. (현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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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스 스톤(Angus Stone) - 「Wooden chair」 (2007)

 

'여행을 떠나요'라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무작정 떠나고픈 욕구를 주는 노래들이 있다. 누나 줄리아 스톤과 함께 활동했던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Angus & Julia Stone)으로 유명해진 앵거스 스톤의 「Wooden chair」도 그중 하나. 곡은 단순하다. 쉬운 주법의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 간단한 멜로디, 낮은 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간단한 어구들, 이러한 단편적인 요소들 속에서 곡을 특별하게 한 건 바로 코러스에 쓰인 휘파람 소리다. 여유로운 휘파람 멜로디가 가져다주는 낭만적인 안락, 그 하나만으로도 이 노래는 여행 플레이리스트로서의 가치가 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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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룬 파이브(Maroon 5) - 「Moves like Jagger」 (2010)

 

곡 자체도 신났지만, 휘파람을 신스로 대체했다면 이 같은 명랑함은 놓쳤을 것이다. 넘실대는 휘파람이 멋진 슈트를 걸친 신사가 보내오는 구애 신호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여기에 애덤 리바인의 알싸한 가창이 뒤섞여 톡 쏘는 탄산송을 만들어냈다.

 

마룬 5의 음악은 잘 빠진 젠틀맨과 같다. 친절한 멜로디를 가졌고, 크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의 역동성은 담아낸다. 마치 사뿐한 셔플 댄스로 클럽 홀을 장악해가는 식이다. 명확하게 꽂히는 보컬과 대중적인 후렴 역시 국내 시장에서 이들의 입지를 굳건하게 했다. 이 곡은 밴드에게 2번째로 넘버원을 선물한 대표 히트곡이자, 이후 음악 색깔이 일렉트로닉 댄스 팝으로 이어지게 하는 전환점이 된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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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성 - 「나락 (奈落)」 (2008)

 

휘성의 여섯 번째 발매작이자 미니앨범인 <With All My Heart And Soul>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트랙이다. 격정적 슬픔과 우울함으로 대표되는 그의 음악적 성향이 제목에서부터 고스라니 드러난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 불교 용어로는 '지옥(地獄)'을 뜻하는 「나락(奈落)」은 이별로 인한 극한적 비관을 표현하는 단어로 적절하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가 곡을 리드하는 와중 슬며시 얹은 피아노 반주는 가사의 무게감을 더한다. 최소화된 편곡 속에 1절이 끝나고 불안히 떨리는 휘파람 소리가 낮게 깔린 첼로의 음계와 어우러지며 감정의 굴곡을 심화시킨다. 비참할 정도로 애달픈 노랫말과 그에 알맞은 격정적 보컬 활용은 곡의 완성도를 더한다. (현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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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G-Dragon) - 「Missing you」 (2012)

 

휘파람은 인간의 소리 중에 가장 찬바람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리움과 외로움을 노래할 때 이 소리가 유독 잘 어울리는 지도 모르겠다. 「Missing you」도 마찬가지다. 곡의 전반에 사랑의 부재와 허무함이 존재한다. 더욱이 이질적이지만 독보적인 두 존재. 지드래곤과 김윤아가 함께해 더욱 독특한 질감과 깊이를 가진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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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원에이포(B1A4) - 「Solo day」 (2014)

 

옛날의 '홀로'와 '혼자' 노래는 죄다 눈물투성이와 통증이지만 1인 가구 솔로족, 모태솔로, 집콕족이 쏟아져 나오는 우리 시대에 '홀로'는 혼자 사는 즐거움을 아는 '자립의 솔로'가 되어야 한다. 비원에이포의 「솔로 데이」는 과거의 홀로 노래에 담긴 비탄이나 좌절의 심정과는 완전 작별한 채 혼자의 삶을 새로운 표준으로 끌어올린다.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 혼자만 있는 게 좋아/ 가벼운 맘으로 살아 누가 쳐다본데도/ 헤어지잔 네 말에 쿨하게 임하는 자세...' 혼자 있는 게 한마디로 쿨하다는 거다. '이제는 즐겨야 돼/ 이별을 즐겨야 돼/ 기분 좋은 solo solo day...'라고 못 박는 가사는 거의 솔로 '찬가' 수준이다. 이 대목을 노래하는 부분에서 명랑하고 상쾌한 휘파람을 동원한다. 즐거운 솔로 인생!!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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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BLACKPINK) - 「휘파람」 (2016)

 

YG의 새 걸그룹 블랙핑크는 데뷔와 동시에 직속 선배 투애니원의 비교 대상이 됐다. 가창과 랩의 질감, 음악적 색채 등 많은 부분이 유사했다. 몰개성의 늪에서 이들을 구한 것은 휘파람이었다. 전주를 비롯, 곡의 전반에 깔린 휘파람 라인은 노래를 감각적으로 감쌌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20초의 후주(後奏). 힙합 비트와 휘파람 선율, 리사의 랩이 조화를 이루며 강렬한 피날레를 만들었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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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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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포노 사피엔스』로 새로운 인류에 대해 논했던 최재붕 교수가 더 심도 있는 내용으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한 포노 사피엔스 문명,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메타인지, 회복탄력성, 팬덤 등 포노들의 기준을 이해하고 '생존에 유리한' 것을 택해야 한다.

마주한 슬픔의 끝에 희망이 맺힌다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길 위에 선 우리, 뜨거운 땀이 흐르고 숨은 거칠어져도 그 뒤에는 분명 반가운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의 시를 읽으면 믿게 된다. 힘겹게 오르는 언덕길에서 기꺼이 손을 맞잡을 친구가 될, 무거운 걸음 쉬어갈 그늘이 될 책이다.

만화로 보는 일제 강점기

현장 답사와 꼼꼼한 자료 수집을 거쳐 마침내 완간된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만화 『35년』. 세계사적 맥락에서 일제 강점기의 의미를 짚어보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든 영웅을 만난다. 항일투쟁의 역사와 함께, 식민지 시기의 어두운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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