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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출간 기념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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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연작 소설에는 보편적인 진리나 인간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덕목을 테마로 담아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이야기 군데군데 녹아있다.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를 출간한 한창훈 작가와 한단하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 18일 홍대에 위치한 미디어카페 후에서 출간기념 북토크를 진행했다. 아버지 한창훈 작가는 다섯 편의 연작소설을 엮어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딸 한단하 일러스트레이터는 감성적인 그림으로 깊이를 더했다.


북토크 진행은 한창훈 작가의 절친 안상학 시인이 맡았다.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의 출간 과정을 소개했으며, 북토크의 말미에는 독자들의 질문을 받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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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의 작업

 

작가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 딸의 작품이라는 것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딸과의 작업이 어땠냐는 물음에 순간적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낸 한창훈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한창훈 : 기분이 좋았다. 딸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을 때와 같았다. 작업을 할 때에는 마음대로 그리라고 했다. 글과 그림은 다른 영역이기에 온전히 딸에게 맡겼다. 작업 과정 중간중간 ‘이 그림 괜찮다’라는 식으로 간단한 감상은 이야기 했다.


소설의 삽화를 담당한 한단하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떻게 그림을 구상했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작업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한단하 : 사실 작년 12월에 끝냈어야 했는데, 자꾸 미뤄져서 6개월 후인 최근에야 책이 출간 되었다.(웃음) 그림 구상을 할 때엔 책을 전반적으로 읽으면서 상상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노력했다. 책의 삽화는 평범한 일러스트가 절반, 내용과 관련 있는 일러스트가 절반이다. 내용을 내포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그리자는 말을 듣고 최대한 책을 읽는 것에 해가 되지 않게끔 주의하며 작업했다. 글의 한 문장처럼 느껴지게끔 노력했다.


한단하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부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한단하 :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는 마지막 부였다. 바다나 배를 그려본 적이 없어 섬으로 향하는 배를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삽화 작업을 계속 해보고 싶다. 평소 애니메이션 관련 작업을 하는 편인데 색다른 분야로 작업을 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창훈 : 삽화가 들어간 책을 보면 가장 어색한 그림이 배 그림이다. 항구 출신 사람들이 그려도 배는 그리기 쉽지 않다. 각기 용도가 다르고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삽화가들이 그린 배를 보면 매우 어색하게 느껴진다.


한단하 : 그래서 최대한 배의 어색한 모습이 보이지 않게끔 밤배로 만들어 불빛만 남겼다.(웃음)


총 다섯 부의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묻자 한단하 일러스트레이트가 주저 없이 소설 속의 한 장면을 고르고 감동적이었던 대목을 낭독하기도 했다.


한단하 : 소설 속 피아노 연주자 후보로 뽑혔던 학생, ‘그 아이’가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미련 없이 피아노를 포기하는 아이의 모습이 속 시원하기도 하면서 과거 입시 생활이 떠올랐다. 입시 시절에는 항상 같은 그림을 그리며 연습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종종 말을 안 듣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웃음) 지금은 비교적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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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에 대하여


한창훈 작가는 김종철 선생의  <단 하나의 법조문만 있는 나라> 칼럼을 오려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어느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않는 섬’인 ‘쿠냐’에 대한 소설을 책의 서두, 1장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왜 자신이 그 칼럼에 빠졌는지에 대해 회상했다.


한창훈 : 크게 보면 법이란 사실 살아가면서 서로서로 지키는 룰에 불과하다. 쿠냐도 영국에 속해있기에 영국령을 따라야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룰을 따른다. 법이 아닌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행위가 멋있고 매력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실제로 ‘트리스탄 다 쿠냐’를 검색하면 홈페이지가 나오니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매우 특이한 섬이다. 언젠가 배를 타고 방문하고 싶다.


소설에는 “약속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하면 되잖소.”라는 문장이 나온다. 진행자이자 작가의 절친인 안상학 시인은 이것이 평소 작가가 자주 쓰는 말이라고 전했다. 자유분방한 평소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냐는 물음에 작가는 주저 없이 답했다.


한창훈 : 영국은 그때그때 필요한 법을 만들고 없앤다고 알고 있다. 그만큼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서로 자유롭게 살아가면 된다는 마인드가 보였다. 좋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는 문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책에는 상징적인 인사가 등장한다. 어떻게 인사를 만들었냐는 물음에 작가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한창훈 : 실제로 책을 준비하면서 인사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았다. 가장 처음엔 평범한 인사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징적인 인사법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더욱 독특한 인사법을 만들고 싶었지만 미처 만들지 못해 아쉽다.”


한창훈 작가는 책 141쪽에 나오는 “당신네 배의 선장은 신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오.”라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가 연작소설의 테마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한창훈 : 다섯 편의 소설에는 각각의 테마가 있다. 보편적인 진리나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을 이야기로 녹여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당신네 배의 선장은 신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오.”라는 문장이 나오는 4부 「다시 그곳으로」는 좋은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 했다.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를 고려하며 썼다. 리더십이란 남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행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살아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이야기 군데군데에 녹아있다.


연작소설이기에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 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진행자는 6부로 연작소설이 이어질 계획이냐는 물음을 건넸다.


한창훈 : 뒷이야기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필요한 덕목이 많고 방대한 자료 때문에 모두 이야기로 엮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 출간한 책을 쓰면서 다음 편으로 연결되는 소스(장치)는 해두었지만 실제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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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러우면서도 솔직했던 독자와의 대화


책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하고 북토크를 시작하기 전 받았던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아버지와 딸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있었던 일화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두 사람은 웃으며 ‘마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단하 : 마감을 제때 지키지 못 했는데 아버지는 마감에 늦지 않으니 민망했다.(웃음)


한창훈 : 약속은 지키자는 주의기 때문에 원고 마감은 언제나 지키고 있다. 딱 한 번 일정을 착각하여 약속된 시한에 제출하지 못하는 ‘펑크’를 냈지만 다행히 부랴부랴 원고를 넘겨줄 수 있었다.


한단하 : 나는 그 ‘펑크’가 잦아서 많이 뜨끔했다.(웃음)


굳이 딸에게 일러스트를 맡긴 이유에 대해서도 한창훈 작가는 편하게 농담을 던졌다.


한창훈 : 딸이 그림을 배우는 것에는 많은 돈이 들어갔다. 이제는 그 돈의 도움을 받을 때라고 생각했다.(웃음) 사실 딸의 그림이 훌륭해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쪽팔리지 않게 사는 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독특한 질문도 있었다. 한창훈 작가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말하며 즉각적으로 답했다.


한창훈 : 일을 벌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해 보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행위를 할 때 ‘쪽팔림’에 대한 인식이 발생하지 않는가. 어려운 질문이고, 명확한 답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스스로에게 엄격한 태도를 조금씩 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촉이 서로를 향해 있었지만 요즘은 촉이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 때문에 민망함, 쪽팔림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섬에서 생활하는 작가에게 ‘도시에서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도 있었다. 한창훈 작가는 도시 생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전했다.


한창훈 :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떠나지 않는 이유는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서울의 문제를 풀어낼 명확한 답은 없다. 결국 자신의 선택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죽어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시에서 버티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박차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한두 개만 포기하면 의외로 재미있다. 지금 섬에서 살고 있으니 알고 있다. 두어 가지만 포기하면 마음이 훨씬 편하다.


소설에는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도 높지 않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북토크를 마무리하며 진행자는 이 문장이 많이 회자 되리라 예상한다는 말과 함께 작가가 바라보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질문했다.


한창훈 : 평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바라보고 있다. 평화의 개념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습니다.’라는 문장은 ‘아주 일상적인 마을이 있었습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짜 평화는 어떻게 오는가?’ 라는 문제는 사실 너무나 단순하다.

 

한 시간 남짓한 북토크를 진행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북토크를 마무리 하며 한창훈 작가는 행복에 대한 연설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나름대로 지킨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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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한창훈 저 | 한겨레출판
소설가 한창훈의 소설 다섯 편을 모은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는 176페이지밖에 안 되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십 년이 걸려서야 완성된 단단하고 커다란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한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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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민재원(예스24 대학생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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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저12,600원(10% + 5%)

소설가 한창훈의 소설 다섯 편을 모은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는 176페이지밖에 안 되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십 년이 걸려서야 완성된 단단하고 커다란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한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섬의 법은 단 한 줄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어느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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