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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일상은 작은 우연에 의해 망가진다”

소설가로 돌아온 박연선 작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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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타임캡슐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아요. ‘나는 단순하게 추억 여행하려고 타임캡슐을 열었는데, 당시에는 내가 어려서 깨닫지 못했던 어떤 사건의 단서가 들어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모티프로 삼았거든요. 그 이야기가 발전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고요.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 일상은 아주 작은 우연에 의해 망가진다’라는 거였어요.

박연선 작가가 미스터리 소설로 돌아왔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백야행>, 드라마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폭한 로맨스>, <청춘시대> 등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줬던 그녀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개성 있는 인물들, 탄탄한 구성, 통통 튀는 입담, 가볍지 않은 메시지, 길게 남는 여운까지 빠짐없이 채워 넣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반백수 삼수생 강무순과 그녀의 할머니 홍간난 여사, 그리고 꽃 같은 외모에 시크함까지 갖춘 ‘꽃돌이’ 유창희가 함께 진실을 쫓는 이야기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남은 할머니를 위해 ‘전적으로 타의에 의해’ 두왕리 산골마을에 남겨진 무순은 우연한 기회에 보물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어렸을 적 자신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 속에는 기억나지 않는 물건들이 담겨있다. 누구의 것인지, 어떤 연유로 같이 넣어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물건의 주인을 찾으려던 그녀는 15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네 소녀 실종 사건’에 대해 알게 되고, 잠들어 있던 진실에 다가선다.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를 선보이는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그 중심에 실종 사건이 자리하고 있지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오히려 깨알같이 박힌 생활밀착형 개그가 킥킥킥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는 사이 독자들은 알게 모르게 사건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일순간 먹구름이 몰려오듯, 이야기는 돌연 빛깔을 바꾸어 축축한 진실을 드러낸다. 빠르게 독자를 매혹시키는 강렬한 힘을 가진 소설임은 분명하다. “이 빌어먹을 소설이 밥 먹을 시간은 물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주지 않고 새벽까지 나를 무섭게 몰아붙였다”는 이경희 작가(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끝을 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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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작은 우연에 의해 망가진다


이번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셨나요? 

 

제 동생이 이제까지 제 드라마를 보고 한 번도 재밌다는 말을 안 했거든요. 지적하는 말만 무지하게 하고... 한 번은 싸운 적도 있어요(웃음). ‘시청률이 왜 그 모양이냐’ 그래서 ‘네가 드라마에 대해서 알아?’ 하고 화낸 적도 있었는데(웃음)... 이번 책을 읽고는 ‘재밌더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동생 반응을 보고 재밌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요즘 겪은 유일한 독자의 반응이에요. 친구들이 재밌다고 하는 말은 의례적인 것 같고, 믿을 만한 독자의 평은 동생의 ‘재밌더라’라는 한 마디였어요.

 

이미 영화와 드라마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 놓으신 상태에서 소설을 쓰시는 게 모험일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입지가) 탄탄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책이 안 팔리면 창피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옛날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게, 드라마 작가나 영화 작가가 아니라 그냥 출판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책을 갖는 게 저의 아주 오래된 로망 같은 거였거든요. 제가 쓴 책을 한 권 갖고 있는 것 자체가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책이 잘 팔리고 안 팔리는 것에 대한 큰 부담은 없었고요. 저한테는 이런 형태의 책을 갖는 게 목적이었어요.

 

드라마 시청자나 영화 관객들의 평가를 들으실 때와 다른 점도 있나요?


드라마나 영화는 워낙 큰 규모의 투자금이 들어가니까 (흥행이) 안 됐을 경우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커요. 시청률이 안 나오면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드라마 작가들이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심각하게 충격을 받기도 해요. 그에 비하면 책은 잘 안 된다고 해도 출판사에 입히는 손해가 영상 쪽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니까(웃음), 그렇게 부담이 가지는 않아요.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많은 주목을 받을수록 작품이 잘 안 됐을 경우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제가 책을 우습게 봐서 하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고요. 드라마는 시청률이 안 나오면 300~500명 정도의 사람들이 괴로워하니까 이 괴로움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영화도 비슷하죠. 엄청난 시간과 돈이 투자되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고, 그러니까 그에 대한 책임이 무척 커요. 그런데 소설은 잘 안 돼도 내가 책임지면 될 것 같은 거예요. 출판사 분들이랑 같이 욕을 먹는다고 해도 서너 명에서 끝날 수 있으니까(웃음), 비교적 부담이 적은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는 공동 작업이지만 소설은 온전히 작가님만의 능력으로 만들어지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소설이 더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이건 말하기에 따라서 무척 애매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시나리오나 대본을 쓸 때 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쓰잖아요. 상상 속에서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만, 당연히 그대로 나오지는 않죠. 그건 제 머릿속에 있는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책은 제가 쓴 대로 나와요. 제 의도대로 되기 때문에, 작가로서 그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영화는 대본에 굉장히 많이 손을 대요. 감독이나 투자자, 심지어는 배우가 고칠 때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 그대로 영상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드라마는 대본 그대로는 나와요. 그런데 조금씩 제가 의도했던 것에서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어요. 현실적으로 영상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을 거고요.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늘 있었거든요. 그런데 책은 전혀 그런 게 없죠.

 

“스토커 같은 편집자에게 잘못 걸려” 소설가의 삶을 살게 됐다고 하셨는데요. 스토커 같은 편집자는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웃음)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나서 몇몇 출판사에서 의뢰가 왔었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책으로 내자고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의 편집자 분이 그 중 한 분이셨어요. 그런데 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책으로 낼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건 하고 싶지 않고 다른 책이라면 쓰고 싶다고 말했는데 제 뜻을 받아들여주셨어요. 다른 분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어요’라고 하면 그걸로 끝이었는데, 이분은 ‘그럼 다른 작품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방송 여건 상 많은 분량이 줄어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책으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DVD가 나왔는데, 거기에 16부 대본집이 같이 수록됐어요. 그걸 다시 소설로 내는 건, 너무 한 아이템을 주구장창 우려먹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웃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는 말이 딱 맞더라고요. 같은 이야기를 또 소설로 만들면 제가 지칠 것 같아서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정말로 묻고 싶었던 건,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였다”고 밝히신 적이 있는데요. 이번 소설을 시작하실 때도 품고 있으셨던 질문이 있었나요?


이야기를 만들 때 어떤 주제를 갖고 만들기도 하고, 한 장면을 가지고 만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시작이 되는데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타임캡슐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아요. ‘나는 단순하게 추억 여행하려고 타임캡슐을 열었는데, 당시에는 내가 어려서 깨닫지 못했던 어떤 사건의 단서가 들어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모티프로 삼았거든요. 처음에는 동창회 이야기로 가려고 했어요. 초등학교 졸업식 때 동창생 몇 명이 타임캡슐을 묻었고, 20년쯤 후에 동창회 겸 다시 찾아와서 열었더니 ‘그 사건의 범인은 우리 중에 있어’ 이런 식의 편지가 있는 걸 발견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 편지를 누가 썼지?’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 이야기가 발전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고요.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 일상은 아주 작은 우연에 의해 망가진다’라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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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실이 선한 건 아니겠죠


첫 소설의 장르로 코지 미스터리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장르의 특성상 잔혹하거나 공포스러운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데요. 저는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실만으로도 무섭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두려움을 느끼는가’라는 의문도 갖게 되고요.


제가 굳이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모든 장르물을 좋아해요. 장르물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좁은 의미로 공포, 미스터리, 추리,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제가 순수문학 쪽을 안 좋아한다고 해야 되나요. 섬세하다 못해 신경질적인 듯한, 그런 심리묘사로 시작되는 소설을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코믹, 미스터리, 공포, 이런 모든 장르적 요소가 들어간 걸 좋아하는데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그냥 이 장르에 맞을 이야기 같았어요. 코지 미스터리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 중에 하나고, 굳이 코지 미스터리를 지향한 건 아니에요. 기회가 되면 공포물도 써보고 싶고 진짜 무서운 <링> 같은 작품도 써보고 싶어요.

 

슬래셔 무비 같은 작품은 어떠세요(웃음)?


굳이 피하지는 않지만... 글쎄요. 피를 두려워하지는 않아요. 피가 튀고 (신체가) 잘려나가고 이런 것들도 좋아는 해요. 써보고 싶은 장르이기는 한데, 그게 전부인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아요. 이제까지 제가 쓴 이야기를 한 번 돌아봤더니, 기저에 흐르는 게 슬픔 같은 거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 공포를 느꼈다는 반응도 조금 의외예요(웃음). 저는 이 책을 쓰면서 조금 슬펐거든요.

 

어떤 부분에서 슬픔을 느끼셨어요?


내가 어찌할 수 없이 외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나한테 어마어마하게 큰 영향을 주는 것, 나는 모르는 어떤 것들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소설에서도 강무순이 풀을 뽑았는데 그 밑에 있던 개미집이 망가져버리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은 시골에서 자라면서 직접 느꼈던 장면이거든요. 개미들은 내가 자기들의 세계를 무너뜨렸다는 걸 모르겠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만약 진짜 신이 있다면 아홉모랑이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슬쩍 건드린 건데 그들의 삶은 훅 망가져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게 두렵기도 하지만, 저는 굉장히 슬프기도 한 것 같아요. 이렇게 약한 존재일 뿐인 거잖아요. 나한테는 내 인생이 무지하게 소중한데, 이렇게 하찮은 이유로 망가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작품 속에서 끔찍한 사건들도 벌어지는데요. 그 부분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지 않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묘사하거나 안 하거나 똑같이 느낄 것 같은 걸 보여주기는 싫어요. 뻔한 감정을 뻔하게 보이는 건 약간 포르노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신파의 느낌도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 사람이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게 당연한데 펑펑 우는 모습을 클로즈업하잖아요. 저는 그게 신파이고 포르노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을 적나라하게, 너무 뻔하고 익숙한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지는 않아요. 만약에 그 사람이 당연히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슬퍼한다면 그걸 묘사할 가치는 충분히 있겠죠.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읽으면서 ‘비밀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작가님은 그냥 묻어두는 게 나은 비밀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저는 모든 비밀이나 진실이 다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쪽은 아니에요. 그럴 수도 없고, 그게 반드시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진실이 다 선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설 속 인물들 중에는 비밀을 간직하고 사느라 삶이 더 고통스러운 이들도 있잖아요.


그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니까 그에 대한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거겠죠. 또 다른 인물들은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밀을 유지했던 거죠.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도 ‘비밀을 갖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어서 금방 지치게 만든다’라는 대사를 썼는데,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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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미움 받는 인물에게 마음이 가요


그동안 보여주신 작품과 마찬가지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도 뚜렷한 개성과 존재감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특히 ‘강무순’과 ‘홍간난 여사’의 케미가 안겨주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혹시 작가님과 할머님이 실존 모델인가요?


저는 완전히 할머니의 아이였어요. 저희 엄마가 몸이 약한데다가 오빠가 넷에 저하고 여동생까지 있어서 할머니가 키워주신 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저한테는 할머니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홍간난 여사처럼 욕을 하거나 목소리가 크거나 그러신 분이 전혀 아니에요(웃음). 욕이나 폭력 같은 것만 빼고 홍간난 여사가 하는 행동은 다 우리 할머니가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밭 한 고랑 메고 아침 먹고, 누우면 틀니가 빠질 것 같고, 그랬어요. 대사 중에서도 할머니의 말을 따온 게 굉장히 많아요. 지금쯤 구더기가 파먹고 있겠지, 같은 말들이요. 무순이가 할머니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가 할머니를 보면서 느낀 것들이에요. 저 늙은 할머니한테도 첫사랑이라는 게 있었을까,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옛날에 저는 할머니가 날 때부터 할머니였을 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 할머니한테도 아기였을 적이 있었을 거고, 열일곱 살 열여덟 살 즈음에는 첫사랑이라는 걸 했을 텐데, 그런 걸 새롭게 보는 감정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홍간난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시겠어요.


뻔한 대답이기는 하지만 모든 인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죠. 그렇기는 한데, 저는 늘 미움 받는 캐릭터한테 마음이 가더라고요. 이번 소설에서는 황부영 캐릭터가 늘 마음에 걸렸어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너무 자주 놓인 아이이지 않을까 싶었고, 이 아이가 유선희를 바라보던 심정이 있잖아요. 그 아이의 존재 자체가 나를 초라하고 슬프게 만드는 상황에 처했던 여자 아이인 거죠. 그런 점에서 공감, 슬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는 조영재 캐릭터에 가장 마음이 갔고, 지금 <청춘시대>에서는 모두에게 욕을 먹는 정예은 캐릭터가 저는 좋아요. 나한테 분명히 그런 면이 있는 것 같고요. 제가 네티즌 댓글을 읽어보니까 다들 나머지 네 명한테는 공감한다고 하고, 정예은에 대해서는 내 주변에 꼭 있는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누구도 정예은이 자신과 같다고 하지는 않아요(웃음). 다들 자기 주변에 정예은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흔한 인물인데 자기는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미움 받는 캐릭터에 정이 가는 것 같아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도 당연히 홍간난 할머니랑 무순이한테 최고로 애정이 가기는 하는데, 그들은 그만큼 주목 받고 사랑 받는다는 생각을 해요. 덜 주목 받는 캐릭터에 대해서 애정이 있죠.

 

이전의 드라마에서도 비중이 적은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아요.


저는 시청자들이 왜 그렇게 주인공한테 자기를 감정이입 하는지 모르겠어요. 주인공한테 조금이라도 못되게 구는 사람을 같이 욕하는데, 그런 나는 주변사람이지 않나 싶은 거예요. 저는 누구 한 사람이 주인공이라서 주목 받는 드라마도 싫고 그런 현실도 싫어요.

 

지난달부터 드라마 <청춘시대>가 방영 중입니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이런 얘기하면 웃길 것 같기도 한데, 되게 재밌었어요(웃음). 솔직히 1~2회는 긴장을 많이 해요. 작가도 긴장을 하고 만든 사람들 모두 긴장을 하죠. 1회를 보고 나서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산책을 했어요. 긴장을 했던 것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거예요. 드라마를 즐기지 못한 거죠. 그런데 3회부터는 그냥 즐기게 되더라고요. 재밌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재밌다고 하는데 시청률은 왜 그 모양인 거지?(웃음) 내 시청자들은 숨어서 몰래 보나?(웃음)’ 그 생각도 했었어요.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작가라고 불리시잖아요.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 폐인을 양성할 정도로 재밌는 드라마인데 시청률이 저조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들도 있고요. 나쁘지만은 않은 평가일 것 같은데, 어떠세요?


드라마가 아니라 책이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저 혼자 책임지면 되는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드라마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몇 개월 동안 고생을 하기 때문에, 작가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괴로워요. 드라마 자체가 이야기가 되고 완성도가 높다는 말을 들으려면 어쨌든 기본적으로 시청률이 나와야 돼요. 작가와 주인공 정도는 ‘괜찮아, 우리는 좋은 드라마 했으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시청률이 나와 줘야 경제적 이득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PPL 같은 경우도 힘들어지고 광고가 붙고 안 붙고가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마니아 층이 있는 작가라는 게 전혀 좋은 평가는 아니에요. 그건 ‘소수만 만족시키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는 느낌인 거예요. 드라마는 많은 자본이 투입됐고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으니까 상업적인 미덕을 갖추어야 되는 게 분명한 것 같아요.

 

한편에서는 ‘대진운이 좋지 않아서’ 시청률이 낮은 거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그 말이 제일 싫어요(웃음). 제일 창피하고요. 한 번 그랬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매번 대진운이 안 좋다는 건 내가 상대방의 대진운을 좋게 해준다는 얘기거든요. 시청률이 15% 정도 나올 드라마인데 내 드라마가 시청률이 안 나오니까 20~30% 나왔다는 말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대진운이 안 좋다는 말이 저한테는 전혀 위로도 되지 못하고, 그냥 예의 바른 모욕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춘시대>, 아줌마 이야기로 바꿔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작가님도 시청률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세요?


사람들은 제가 시청률에 신경 안 쓰는 걸로 생각하는데, 저는 진짜 엄청 신경 쓰거든요(웃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걸 ‘대범하게 시청률 따위는 무시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인터넷으로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기도 하세요?


안 하려고 노력해요. 왜냐하면 무지하게 상처 받아요. 칭찬이 열 개 있어도 욕이 하나 나오면 그것만 기억하게 돼요. 그래서 안 보려고 노력하는데, 잠깐 그 다짐이 풀리는 순간 후루룩 보는 거죠(웃음).

 

그럴 때 디시인사이드도 가보시는 건가요(웃음)?


요즘은 디시는 안 가고 실시간 톡을 주로 보죠. 이제는 그것도 안 보려고요(웃음).

 

대중매체를 통해서 소비되는 콘텐츠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저는 대중문화는 평가 받을 수 있고, 평가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슬픈 건,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그 자체만으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꼭 비교를 하더라고요. ~보다 재밌네, ~는 그만 보고 이 드라마로 갈아타야지, 이런 식의 비교를 해서 줄을 세우는 거예요. 그런 칭찬은 받아도 그렇게 즐겁고 기쁘지는 않아요. 그러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게 되거든요. 각자 자기 드라마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비교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저 사람을 이겨야만 내가 승자가 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돼요. 그런 건 좀 안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드라마 대사를 인용한다면 ‘자기는 비교 받는 거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이렇게 남은 비교하고 줄 세우려고 하는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냥 그 자체만으로 칭찬하고 욕했으면 좋겠어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가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다들 그런 질문을 하는데, 저는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예전에 광고를 배웠었거든요. 작품을 쓰면서 스스로 광고 문구를 생각해낼 때가 있어요(웃음). 그런데 이번 소설을 쓰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풍의 게으른 전원 추리극’ 이런 말을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쓰면 재밌겠다 싶더라고요. 추리극 하면 달리고, 급박하고, 두뇌를 회전하고, 그래야 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잖아요. 쓰레빠 찍찍 끌고 다니면서 그냥 하드 빨고, 그늘에 앉아 있다가 슬슬 가서 ‘다 알아냈는데?’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굉장히 젊은 소설이에요. 20~30대 작가가 쓴 작품 같아요.


<청춘시대>도 젊은 작가가 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쯤 되면 이런 식상한 질문이 나오잖아요. 젊은 감각을 유지하시는 비결은 뭔가요(웃음)?


뭘까요(웃음)...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젊은이든 어린애든 나이든 사람이든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옛날에 할머니는 힘든 것도 모르고 슬픈 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애들도 화나고 부끄럽고 슬프고... 감정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걸 표현하는 방식만 자료 조사를 할 뿐이지, 젊은이의 얘기를 한다고 해서 그들의 감정도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만약 <청춘시대>를 아줌마들 이야기로 그린다고 해도, 그 사람들의 말투나 행태만 다를 뿐이지, 감정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처럼) 사과쨈 먹었다고 화내지는 않겠지만 내가 만든 겉절이 먹었다고 싸울 수 있겠죠. 그런 부분에서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사소한 일에 상처받고 그런 건 똑같다고 봐요. 남자와 여자도 똑같은 것 같고요. 젊고 어리니까 다르게 느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아마 그게 젊은 감각이라면 감각이겠죠. 그런 점에서 만약 노인의 얘기를 쓴다고 해도 노인네 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말투만 달라지는 거지 감정은 노인들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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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기본 덕목은 ‘직관’인 것 같아요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숱한 명대사를 남기셨잖아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는 어떤 문장이 명대사로 회자될까요?


지금 생각난 건데요. 지렁이가 비 오는 줄 착각하고 나왔다가 개미들에게 살육 당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정말 많아요. 조금 습한 날에 지렁이들이 비 오는 줄 알고 나왔다가 죽는 거예요. 아주 찰나의 실수인데 치명적인 실수인 거죠. 관련해서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썩어간다’였어요. ‘올 여름 어디에선가 어느 골짜기에선가는 시체가 썩어갈 것이다, 그것이 나인 날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을 살아야겠다' 이것이 제목의 의도였어요.

 

작품 중간 중간 경계가 모호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해요. 일례로, 계절이 바뀌고 낮과 밤이 바뀌는 순간들이 그렇죠. 반복적으로 언급하신 이유가 있겠죠?


선과 악도 뚜렷하지 않잖아요. 이 소설에서도 인물들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기는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섭고 슬프기도 하죠. 차라리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야’라고 규정짓고 미워할 수 있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그게 되지 않는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임권택 감독님께서 ‘이 세상은 생각보다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것 같아요. 명료하게 딱 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애매하고, 힘들고, 뭐라고 말할 수 없고, 그런 거죠

 

한 인터뷰에서 말씀하시길, 위화 작가의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를 읽고 “작가의 덕목은 상상력과 직감이다”라는 말을 화두로 붙들고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어떠신가요? 작가의 덕목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지금 콘텐츠 진흥원에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요. 작가 지망생들이 사건 같은 건 잘 만들어내요. 그런데 그걸 하나로 꿰는 걸 못해요. 사건이 낱낱이 흩어져 있으면 그건 그냥 에피소드지 이야기가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걸 하나로 꿰는 직관이 있어야 되죠. 아마 그게 주제, 작가의 철학, 이런 것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아요. 작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것 같고요. 그게 없으면 작가가 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작가의 일에 대해서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나 오해도 있을까요?


요즘은 인터넷이 발전해서 뭔가 착각하고 있다거나 실제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없는데요. 제가 그 분들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것도 어디에선가 읽은 건데요, 로또에 당첨돼도 계속 하고 싶은 일 혹은 계속 할 것 같은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친구들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네가 로또에 당첨돼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니? 만약 하고 싶다면 너는 이걸 해도 좋아’라고요. 왜냐하면 이 일에서 거두는 성공이라는 게, 일이 재미가 없는데도 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성공할 확률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너무 뻔한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모든 직업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내가 로또에 당첨돼도 하고 싶은 일, 그렇게 행복한 직업을 갖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어떤 화두를 붙들고 계세요?


신자유주의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요즘 범죄율이 높아지고, 특히 묻지마 범죄가 많이 일어나잖아요. 이게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해요. 어려서부터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해버린 습관 때문은 아닐까. 이걸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지는 모르지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통해서 가장 듣고 싶은 독자들의 반응은 무엇인가요?


드라마 작가가 쓴 소설 같지 않다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진짜 소설가가 쓴 소설 같다고 느끼셨으면 좋겠고, 미숙한 느낌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소설가는 어쨌든 문장력이 있어야 되잖아요. 드라마 작가가 문장력이 없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문장력이 부족해도 영상화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잖아요. 예를 들면, 대사가 좋으면 지문은 안 좋아도 영상화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죠. 이 소설은 읽으시는 분들이 지문, 문장력이 제대로 됐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소설가가 쓴 소설 같다는 게 문장력이 있다는 말하고도 같은 것 같아요.

 

현재 구상 중이신 작품도 있으시겠죠?


얼마 전까지 아동 학대에 관한 얘기가 많이 있었잖아요. 아동학대에 대한 공포물을 만들어 볼까, 하고 구상 중이에요. 책으로 낼지 영화로 할지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고요. 요새 하고 있는 건 하루 2~3편씩 공포영화 몰아보는 거예요. 아주 최근에 본 건 <REC>라고 2007년에 만들어진 스페인 영화인데 재밌더라고요. 존 카펜터의 <괴물>도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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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박연선 저 | 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는 두왕리에서 네명의 소녀들이 실종되는 사건을 필두로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를 그러내며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낸다. '탐정 트리오'들과 함께 정신없이 펼쳐지는 사건과 이야기를 쫒아가다보면 어느새 사건보다 섬뜩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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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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